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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4화 - 아르테스 가의 세 남매(4)
작성일 : 22-02-14 15:41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6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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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렌투스 성의 그레이트 홀

 

 소란스러웠던 마상시합을 뒤로하고 연회가 한창이었다. 영주들이 보낸 휘황찬란한 반짝이는 것들이 곳곳에 있었고 감미로운 음악이 들려왔다.

 

 아르테스 가는 카일 제이드를 식사에 초대했다.

 

 카일의 맞은편엔 필리아가 앉았고 그녀의 양옆에는 아이작과 에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카일, 자네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네. 흔치 않은 일인데, 어쩐 일로 방문했나?”

 

 제넌이 은잔에 담긴 와인을 들이키며 물었다.

 

  “모험도 할 겸, 조언도 구할 겸 왔습니다.”

 

  “조언은 또 어떤 일로?”

 

  “우선,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금지된 골짜기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 해서 찾아왔습니다.”

 

 금지된 골짜기에 대한 언급에 제넌이 몸을 고쳐 앉았고 카일은 다시 뜸 들이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저희 왕국 변방에 오크와 고블린들의 출몰로 긴장감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아니발에는 출몰한 적 없습니까?”

 

  “자네, 지금 금지된 골짜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

 

  “예, 맞습니다. 제 아버지와 형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폐하는 이쪽으로 경험이 많으시기에..”

 

 제넌이 황급히 말을 끊었다.

 

  “미안하네, 금지된 골짜기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야, 난 도울 수 없을 것 같군. 지난 수년간 오크들의 움직임은 없었어. 앞으로도 없을 것이네.”

 

 카일의 축 늘어진 검은 머릿결이 실망한 그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제넌의 단호함에 아르케스 가의 세 남매도 당황한 듯 먹는 동작을 멈추었고 아이작과 에단은 오크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기로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마침 에단이 잡은 무스 고기가 등장했다.

 

  “카일, 우선 에단이 잡은 녀석 맛을 보세. 그리고 하룻밤 정도 묵고 상금을 가지고 돌아가게.”

 

 침묵이 이어지고 저녁 식사가 한창일 때,

 

 에단은 필리아가 맞은편을 간간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누나, 갑자기 마상시합에는 왜 나간 거야?”

 

  “그래, 맞아. 필리아, 너 크게 다칠 수도 있었어.”

 

 에단과 아이작이 필리아를 사이에 두고 물었다.

 

  “오빠, 난 사지 멀쩡하고, 우승까지 할 뻔했는데, 아쉬울 뿐이야.”

 

 필리아는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필리아, 다음부터는 함부로 참여하지 말거라. 수행원들을 더 붙여야겠니?”

 

  “아버지!”

 

 제넌의 잔소리에 필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크흠”

 

 카일이 할 말이 있는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식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거 왕자님이 잡으셨다고요?”

 

 에단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카일 또한 짧게 축하했다.

 

  “성인이 된 걸 축하드립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필리아에게 다가갔다.

 

  “공주님? 오늘 굉장히 멋졌습니다. 저도 굉장히 긴장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셨더군요.”

 

 하며 필리아에게 가벼운 손 키스를 하는 게 아닌가

 

 손 키스는 보통 공주에 대한 예의로 하는 것이긴 했지만 카일의 행동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껴졌다.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필리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요청을 승낙했다.

 

 홀에 울려 퍼진 노래 선율은 둘을 감싸 안았고 이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에단이 아버지 눈치를 봤다. 힐끔 그를 돌아보았을 때 그의 표정은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 큰 딸이지만 마음 졸여 하는 흔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음... 당황스럽네.”

 

 아이작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나와 카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에단의 어깨를 툭 치며 신호를 보냈다.

 

 아이작과 에단은 은잔을 하나씩 들고 연회장을 빠져나와 가까운 감시탑에 서서 어둠이 드리운 초원을 바라봤다.

 

  “아이작? 에단과 같이 있었구나. 추운데 여기 나와서 뭐 하니.”

 

 둘은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아이작, 긴히 할 얘기가 있구나.”

 

  “예, 아버지.”

 

  “난 내일 램프티와 함께 동이 트자마자 시스웰의 소튼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여할 거다. 그러니 이곳을 네게 맡겨도 되겠니?”

 

 아이작은 한 번도 혼자 왕국을 맡아본 적은 없었으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죠.”

 

  “며칠이 아니라 몇 주가 될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가시는 거죠?”

 

  “원래 동맹국들이 먼저 요청한 자리였는데, 그 문제도 논의할 겸 가는 게다.”

 

 아이작은 책임을 느끼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아와 에단을 부탁한다. 아이작. 특히 필리아는 더 잘 살펴주도록 해, 요즘 더 걱정하게 만들더구나... 다 키워놓으니 자랑스럽다. 얘들아.”

 

 두 형제는 멋쩍은 듯 입꼬리만 올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어느덧 거대한 베렌투스는 은은한 달빛 아래에 남겨져 있었다.

 

 .

 .

 .

 

 다그닥 다그닥

 

 카일은 안개 낀 절벽을 따라 말을 재촉했다.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절벽 아래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바람과 물소리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성이 꽤 멀어져서 흐릿해졌을 무렵

 

 저 멀리서 누군가 카일을 불렀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어제 마상시합에서 본 말이 빠르게 뛰어오고 있었다.

 

  “카일 경!”

 

 붉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 후줄근한 후드를 쓴 필리아였다.

 

 카일이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의 말이 한달음에 그의 말을 앞질러서 섰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베렌투스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같이 가면 안 될까요?”

 

 필리아가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호위는 데리고 오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럼 본인은요? 혼자 이웃 국가에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되는 건가요?”

 

  “...”

 

  “제 몸은 제가 지키죠. 보셨잖아요. 마상시합에서! 무슨 누구 소유물도 아니고 ㅎㅎ”

 

  “그래도 저 숲까지 지나가야 할 텐데, 이대로는 못 갑니다. 제가 다시 베렌투스로 데려다 드리..”

 

  “저 숲, 제 왕궁보다 잘 알아요!”

 

 카일이 돌아가려고 하자 필리아가 막아 세웠다.

 

  “나중에는 그럼 어떻게..”

 

  “주변 마을에 들르면 순찰대를 만나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당돌함에 못 이겨, 하는 수없이 같이 길을 가게 되었다.

 

 숲속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을 때 필리아가 질문했다.

 

  “저... 정말 그곳에 가려는 거 아니죠?”

 

  “동료를 못 구한다면 혼자서라도 가 보려고 하는데..”

 

  “네?”

 

 이레네 대륙에서 악명 높은 노예상도 피해 가는 곳이 금지된 골짜기인데, 홀로 들어가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것은 젖을 갓 뗀 아기도 아는 사실이다.

 

  “아버님은 뭐 하시는데 안 도와주죠?”

 

  “...”

 

  “아니, 당신을 따르는 가문도 없어요? 병사들이나?”

 

  “...”

 

  “대답 좀 해보세요! 카일 경, 금지된 골짜기에서 대체 뭘 확인하고 싶은 거죠?”

 

  “네, 아무도 안 도와요!! 아무도 내 말은 안 듣는다고!!!”

 

 카일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자신의 행동에 놀랐고 괜스레 미안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필리아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져 있었고 입술은 새파랗고 코와 볼은 마치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카일이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크..흠... 저 필리아, 입술이 파래요. 근처에 마을이 있을까요? 거기서 순찰대 기다리죠..”

 

  “이 길을 조금만 더 가면 나와요.”

 

 그녀가 굽은 길 끝을 가리켰다.

 

 버려진 오두막투성이인 마을에 신기하게도 작은 주막 하나가 열려있었다.

 

 베렌투스에서 꽤나 떨어진 외곽이라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주로 순찰대나 상인들만 쉼터처럼 머물렀다가 가는 정도였다.

 

  딸랑~~

 

  “어서 오십쇼!!!”

 

 10년은 안 빤 듯한 옷에다가 안 어울리는 앞치마를 두른 중년 남자 주인장이 그들을 맞았다. 인적 드문 곳에 남녀 한 쌍의 등장이 의외라는 듯 주인장이 짙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주문을 받았다.

 

  “따뜻한 스튜 두 그릇만 주시오.”

 

  “알겠소.. 근데,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와 후드를 쓴 여인이라.. 보기 드문 일이 구만, 귀부인 모시고 어디 가시는 게요?”

 

  “아니발 왕국에 여행 삼아 왔어요.”

 

 필리아가 후드로 얼굴을 가리며 대답했다.

 

  “어디 출신이십니까?”

 

  “시스웰..”

 

  “아이구, 멀리서들 오셨구먼, 아, 여기 둘째 왕자 생일에 맞춰 온 거 구만? 귀한 손님들이었네요. 금방 드릴게, 조금만 기다리슈.”

 

 이윽고 버섯, 당근,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것을 넣은 스튜가 등장했고 잠시나마 허기와 추위를 달랠 수 있었다.

 

  “흑기사 양반, 나 주막 지붕에 손볼 것이 있어서 그러니 잠시 나가있겠소. 하나당 25센트요.”

 

 하고는 주인장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카일과 필리아는 다시 둘만 남게 되었다.

 

 따뜻한 국물이 그들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식곤증이 밀려왔는지 필리아는 조금씩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었다.

 

  “순찰대는 밝을 때 오나요?”

 

  “네, 좀 기다리면 올 거예요.”

 

  “그럼, 순찰대가 오면 말해주겠소. 잠시 눈 감으세요.”

 

  “허튼수작은 사절. ㅎ”

 

 카일이 피식 웃었다. 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탁자에 엎드렸다.

 

 오후의 햇살이 느껴졌고 잠시 눈을 감아 따스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때, 누군가 카일의 몸을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이보시게! 기사 양반”

 

 그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주인장이 호박만 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해 저물었어! 여긴 여관이 아니오!!”

 

  “순찰대... 순찰대 왔습니까?”

 

  “아니, 오늘따라 늦는 것 같군. 보통 해가 지기 전에 이 마을에 도착하는데 말이야..”

 

 햇살이 들어오던 창살에서는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은 늦어서 어디 못 갈 테니. 빈집 아무 데나 가서 쉬고 내일 출발하수.”

 

 주인장이 식탁을 정리하면서 필리아를 가리켰다.

 

  “필리아, 일어나야 해요.”

 

 필리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딸랑- 딸랑-

 

  “하하~, 드디어 왔군, 왜 이리 늦었나?!”

 

 아니발 왕국 문양의 뱃지를 단 민머리 병사를 따라 4명의 병사가 주막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거구들이었다.

 

  “오는 길에 좀 이상한 걸 발견해서 말이야.”

 

  “이상한 거?”

 

  “어, 곰 사체를 봤는데, 갈기갈기 찢어져 있더라고.”

 

  “곰? 늑대 짓인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우선, 우리 맥주 좀 부탁하네! 허기 달랠 거도 주시고!”

 

 필리아는 주인장과 이야기하는 민머리 병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램프티의 하사관 중 한 명이자 현 순찰대장이다.

 

  “글쎄, 뭐 소문으로는 오크가 다시 출몰한다던가? 하긴, 순찰대를 늘리라는 폐하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으니..”

 

  “정말인가? 그랬다면 마을 사람들이 먼저 알았을 텐데?”

 

  “여기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허허허”

 

 순찰대와 주인장의 대화를 들은 카일은 자연스럽게 손으로 자신의 검을 확인했다.

 

 필리아의 표정에서도 낮에 있었던 그 천진함은 사라졌다.

 

  “오늘은 그냥 이 마을에서 쉬고 가야겠어. 얘들아, 짐 풀자.”

 

 병사들이 일어나 짐을 정리하려 했다.

 

 그때 천장에서 소리가 들렸다.

 

  쿵!

 

  “모두 동작 그만!”

 

 순찰대장이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쿵!

 

  드르르륵

 

 지붕에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쇠 긁히는 소리가 났다.

 

  “아까 지붕 수리한 곳이 다시 터졌나?”

 

 주인장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카일이 만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에 뭔가 있어요.”

 

  “끼아아악!!!”

 

  “사람 살려!”

 

 주막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거.. 저거 우리 와이프 목소리요! 당장 나가야 하오!!!”

 

 주인장이 막무가내로 문을 밀어젖히고 나갔다.

 

 필리아와 카일이 창밖을 내다봤을 때, 검은 형체의 괴수가 주인장 아내의 목을 베는 모습이 보였다.

 

  “얘들아, 무기 챙겨!!!”

 

 순찰대장이 카일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도 멀뚱히 서 있지만 말고 부인 데리고 숨든 아니면 도와주든 하시오.”

 

  “밖은 어두워요. 뭐가 얼마나 있는 줄 알고 나가시는 거죠?”

 

 필리아가 일어서며 물었다.

 

  “우린 왕국 경비대 소속이오. 놈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요.”

 

  “그래도..”

 

 카일이 앞으로 나서자. 순찰대장이 칼을 꺼내 들었다.

 

  “도와줄 것 아니면 아내나 잘 챙기시오. 저리 되기 싫으면...”

 

 턱으로 밖을 가리켰다.

 

 그가 문을 열자, 주인장의 목이 굴러들어왔다.

 

 순간 모두가 얼음이 되었지만, 순찰대장은 지체하지 않았다.

 

  “내가 선두로 2열로 뛰어나가자!”

 

  “이야아아아!!!”

 

 겁에 질린 순찰 대원을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밖으로 향했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겁먹은 순찰 대원이 카일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문을 열려고 했다.

 

 카일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결국 문을 열었고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끄악!

 

 그가 나가던 모습 그대로 뒷걸음질 치며 다시 들어왔다.

 

 오크의 검에 꽂힌 채로!

 

 카일은 본능적으로 필리아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필리아, 주방, 주방에 숨으시죠.”

 

 그때, 시체에서 검을 빼내고 있는 오크와 눈이 마주쳤다.

 

 반쯤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검을 잡은 두 손에서 식은땀이 느껴졌을 때, 오크가 무섭게 돌진했다.

 

  챙~!

 

 카일의 검이 오크의 묵직한 검과 충돌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날아들었을 때, 가까스로 옆에 있던 나무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팟!

 

 오크의 검이 나무 기둥에 박히자.

 

 검을 고쳐잡고 힘껏 들어 올렸고 검은 놈의 오른팔과 머리를 가로질렀다.

 

 첫 번째 오크를 쓰러뜨리기 무섭게 문 앞에서 한 마리가 더 등장했다.

 

  “필리아, 아무래도 최대한 도망가야 할 것 같소.”

 

 녀석을 못 들어오게 막으려 했지만, 놈의 무서운 힘으로 인해 주방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챙!!!

 

  “읏..!”

 

 주방의 조리대에 기대어 겨우 버티고 있었다.

 

 오크의 검이 그의 얼굴로 점점 다가올 때였다.

 

  크아아아아악!

 

 오크가 두 팔을 휘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녀석의 등에는 식칼이 꽂혀있었고 필리아는 어느새 조리대 위에 서 있었다.

 

 카일이 틈을 노려 빠르게 다가가려 했지만, 저항이 거셌다. 그사이 놈이 등에 박힌 식칼을 집어 던졌고 필리아를 스쳤다.

 

  수걱!

 

 카일의 검이 녀석의 다리를 베었고 한쪽으로 주저앉자, 지체 없이 놈을 관통시켰다.

 

  “밖으로!”

 

 필리아의 손목을 움켜쥐고 주방 뒤쪽에 난 쪽문으로 달려 나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오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아아아아!

 

 오크가 동료를 부를 때 내는 소리였다.

 

 주막 밖에 있던 우두머리가 필리아와 카일을 발견했다. 눈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으며 코가 없었다.

 

 놈은 들고 있던 순찰대장의 잘린 머리를 내팽개치고는 그들을 무섭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헉헉

 

 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무들 사이로 향했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못하고 뛰기 시작했던 탓인지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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