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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2화 - 아르테스 가의 세 남매(2)
작성일 : 22-02-09 21:42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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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기다리는 봄은 단순한 봄이 아니었다.

 

 긴 빙하기 끝에 얼어붙은 계곡과 숲을 녹이기 시작한 봄이다.

 

 눈이 아직 완전히 녹지 않아서 나뭇가지에 밀가루를 발라둔 듯했다.

 

 두 두 두 두 -

 

  “히랴!”

 

 울창한 숲속으로 아르테스 가의 세 남자들이 달려들어 왔다.

 

  “에단, 천천히 가! 목적지를 벗어나겠어.”

 

 어느 순간 에단이 제일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아이작의 외침을 듣고 에단은 20미터는 더 가서야 말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에단이 머리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

 

  “생각보다 조절이 힘드네.”

 

  “실력을 좀 더 길러야겠는걸? 동생아 ㅎㅎㅎ”

 

 아이작이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윽고 뒤따라 아버지와 병사들이 숲으로 들어왔다.

 

 말에서 내린 그들은 인근 나무에 말들을 묶어두고 활과 화살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아들아, 무스 가죽은 두껍다. 한번에는 못 죽일 테니 화살을 맞추고 흔적을 따라가서 이 창으로 찔러 죽여야 한다.”

 

 에단에게 긴 창을 하나 더 건넸다.

 

 눈 덮인 숲속은 미친 듯이 고요했다. 발소리라도 잘못 낸다면 그 짐승이 도망칠 것이 뻔했다.

 

 일행은 작은 개울에 다다랐고 물을 마시고 있는 거대한 무스 한 마리를 발견했다.

 

 멀리서 봐도 거대함이 느껴졌다.

 

  ‘적어도 3미터는 되겠는걸..’

 

 에단이 그 크기에 감탄하는 동안, 마침 맞은편 바위 뒤에는 램프티와 선발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램프티가 퇴로를 천천히 차단할 테니, 신호가 떨어지면 무스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제넌이 힘을 실어주고 뒤로 빠졌다.

 

 에단은 신호를 기다리며 활시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제 너와의 시간이구나.’

 

 숨을 죽이고 모든 신경을 활시위에 집중시켰다.

 

 램프티의 수신호와 함께 화살이 튀어 나갔다.

 

  슈-욱!

 

 .

 .

 .

 

  푸르르륵! 쿠엑-!!!

 

 화살은 무스의 목을 관통했다.

 

  “가, 뛰어! 에단!!!”

 

 아이작이 그를 밀었다.

 

 그 사이 무스는 순식간에 숲으로 뛰어 들어갔고 에단은 램프티와 추격대를 따라 달렸다.

 

 숲속을 10분 정도 뛰어갔을까, 비로소 쓰러져있는 수컷 무스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죽었습니다. 창을 쓸 필요가 없겠군요. 환상적이었어요. 도련님!”

 

 무스를 살피던 램프티가 대견하다는 듯 외쳤다.

 

  “오늘 하루 무스 고기로 배를 채우고도 남겠어! 활 솜씨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운이 좋았어.”

 

 형의 칭찬에 에단은 으쓱해졌지만, 티는 내려고 하지 않았다.

 

 수컷 무스에 모두의 시선이 쏠려있을 때, 멀지 않은 숲에서 제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램프티! 램프티!! 여기 좀 와 보게.”

 

 아이작과 에단은 무스를 병사들에게 맡기고 램프티를 따라갔다.

 

 이끼가 잔뜩 낀 바위들을 지나, 고대목 아래에 발길이 멈추었을 때,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램프티와 제넌은 심하게 훼손된 짐승 사체를 관찰하고 있었다.

 

  “폐하, 이건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한.. 이틀? 더 빨랐다면 오늘 새벽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램프티가 한쪽 손으로 코를 가리며 말했다.

 

 옆에 비켜 서 있던 제넌이 거대한 사체를 유심히 보다가 램프티에게 물었다.

 

  “이 녀석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게.. 몇 없을 텐데?”

 

  “음, 곰 같은 큰 짐승 느낌이...납니다.”

 

  “곰은 아닌 것 같아. 저건 곰과 같은 짐승의 이빨 자국이나 발톱 자국이 아니야.”

 

  “곰이 아니라면 그 녀석들 뿐입니다.. 그런데 이 구역 놈들은 우리가 다 멸절시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로 처음 넘어온 놈들이겠군.”

 

 램프티와 제넌의 대화가 한층 심각해졌다.

 

 곰과 같은 대형 육식동물들은 사냥할 때 먹이의 숨통을 먼저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젊은 무스의 시체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다른 짐승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즉, 단순한 짐승이 아닌 다른 것에게 당한 것이다.

 

  “얘들아,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무스는 병사들에게 맡겼니?”

 

  “네, 먼저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제넌이 아이작과 에단을 재촉했다.

 

 모두가 자리를 뜨려고 할 때, 에단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검인가?”

 

 고개를 숙여서 고대목 아래로 손을 뻗었고 이내 이끼가 묻고 녹슨 검을 볼 수 있었다.

 

  ‘ρομφαία’

 

 알 수 없는 고대어가 적혀있었다.

 

  “롬...”

 

 녹슨 검에 적힌 고대어를 읽기란 쉽지 않았다.

 

  “이거 잘만 손질하면 좋은 검이 될 것 같은데요? 도련님?!!”

 

 램프티가 검을 빼앗아가듯 가져가서는 몇 번 힘차게 휘둘러보고는 다시 건네며 말했다.

 

  “에단, 저 검은 거기 그대로 다시 둘 테면 두고 아니면 가지고 가자. 네가 발견한 것이니 스스로 결정하거라. 대신 서둘러야 한다.”

 

 제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에단을 돌아보았다.

 

 에단이 검을 가지고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램프티가 검을 빼앗아 들고 말했다.

 

  “우선, 출발하죠. 이 검은 베렌투스에 가서 손질해드릴게요.”

 

 .

 .

 .

 

  “모두 말에 서둘러 올라라 이곳에서 벗어나자. 너희 7명은 무스를 수레에 실어서 출발해!”

 

 제넌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이작, 에단과 함께 먼저 출발하거라.”

 

  “램프티, 우리는 나머지 병사들과 조금 있다가 출발한다.”

 

  “예, 폐하.”

 

 램프티가 말에 오르며 대답했다.

 

  “아버지, 저희도 돕겠습니다.”

 

 아이작과 에단이 허락해달라는 듯이 제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넌은 자신이 안 된다고 해봤자, 아이작과 에단은 남아서 도울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그럼 우리 앞에 붙거라. 우린 먼저 보낸 병사들이 숲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도와야 한다.”

 

  “알겠어요.”

 

  끼익

 

  끼익

 

  드르륵

 

 숲속 길은 진흙투성이였다.

 

 눈이 녹은 길 위에서 무스를 실은 수레가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길 양쪽 숲에서 꼭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에단은 램프티의 말에 있는 고대 검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푸른빛 나는 검?!?!’

 

  “왼쪽이다!”

 

  슉!

 

  “으악!!!”

 

 아버지의 외침과 함께 작살처럼 생긴 창이 날아와 에단 옆에 있던 병사 한 명을 쓰러뜨렸다.

 

 에단은 그의 오른쪽 볼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습격이다!!!”

 

  “왕과 왕자를 보호하라!”

 

 램프티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왕과 왕자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폐하, 오크입니다!”

 

  “모두 오크의 습격에 대비하라!”

 

  크아아아아!

 

 길 양쪽에서 오크 한 무리가 나타났고 순식간에 백병전이 펼쳐졌다.

 

 아이작이 앞으로 달려 나가 오크의 심장에 검을 관통시켰다.

 

  “오크들이 몇 안 된다. 아이작, 말과 무스를 빼앗기지 말거라!”

 

 아이작은 아버지의 말대로 말과 무스로 달려드는 오크들과 상대했다.

 

 제넌은 그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을 한 마리씩 베어나가면서 뒤에 있던 에단에게 외쳤다.

 

  “에단, 정신차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거라!”

 

 오크 두 마리가 그의 앞에 나타나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철과 철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탱~!!!

 

  팅!

 

 두 마리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차례의 날카로운 소리가 멈추었다.

 

 오크의 크고 단단한 무기가 에단의 칼날을 부러뜨린 것!

 

  ‘망했다..’

 

 두 마리가 승기를 잡았다는 듯 달려들었을 때, 램프티의 장검이 두 놈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크악!!!

 

  “도련님, 가십시오!”

 

 에단은 램프티의 말로 달려가 안장에 있던 고대 검을 뽑아 들었다.

 

 고대 검의 녹슨 부분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강렬한 푸른색의 빛만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에단은 그 아름다운 검에 잠시 매료되었다.

 

  ‘꿈에서 본 검과 똑같다.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그가 고개를 들자, 우람한 몸집의 오크가 코앞에서 칼을 휘둘렀다.

 

  깡!!!

 

 검을 겨우 들이밀어 머리가 반 토막 나는 것을 막아냈다.

 

 오크의 다음 공격을 가볍게 받아쳐 냈고 녀석의 목을 내리쳤는데, 순간이었지만 오크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 현장은 제넌, 아이작, 램프티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에단이 숲을 한 번 쳐다보았을 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코가 없었고 눈에는 짧은 상처가 있었다.

 

 놈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네 마리가 도망갑니다! 폐하”

 

 램프티가 그들의 도주에 반응하자 제넌이 말했다.

 

  “램프티, 왕궁으로 돌아가서 소식을 전하세. 이 숲에 녀석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지 않나.”

 

 살아남은 병사들은 죽거나 다친 동료들을 무스를 올려둔 수레에 함께 실었다.

 

  “아이작, 사상자는?”

 

  “병사 여섯 명이 다쳤고 두 명이 죽었습니다.”

 

  “그래, 죽은 이들은 데려가서 장례를 치러주자꾸나.”

 

  “오크 시체 한 구는 말에 묶어서 끌고 가겠습니다.”

 

 램프티가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오크 시체 한 구를 말에 묶었다.

 

 아이작이 검에 묻은 오크의 피를 닦아내며 에단에게 다가왔다.

 

  “에단, 아까 전투 중에 네 검이 빛나는 것을 봤어. 가지고 가도 괜찮은 것 같니?”

 

  “내게 위협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래도 이런 검은 마법사가 잃어버린 거겠지? 주인을 찾아줘야 하나?”

 

  “그래, 우선은 안전한 건지 아닌지 베일리가 돌아오면 물어보자. 만약 주인이 없다면 네가 적당한 주인이 될지도 모르잖니.”

 

  “그래.”

 

 에단이 무심히 검을 칼자루에 꽂아 넣었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검의 푸른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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