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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돌싱의 복수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22.2.4

가진 자의 욕심에 희생되어 이혼당한 오피스 걸의 복수.
작은 전자 통신 제품 제조 회사 경리 겸 사장 비서로 성실히 일하는 신혼의 오피스 걸이
경쟁 회사의 모략에 말려 이혼당하고 회사도 문을 닫게 된다.
사장 아들과 이혼녀는 과연 복수할 수 있을까?

 
1. 요정 상아 (1)
작성일 : 22-02-04 15:27     조회 : 398     추천 : 1     분량 : 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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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해가 막 넘어간 겨울 저녁, 숲속 언덕길 포장도로를 중후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켠 채 조용히 오르고 있다.

 뒷좌석 팔걸이에 턱을 고인, 다소 왜소해 보이는 40대 초반 남자가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심각한 표정의 남자가 나직이 입을 연다.

 "늦지는 않았지?"

 운전대를 잡은 여비서 같은 30대 초반 여자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다 왔어요. 20분 전입니다, 사장님."

 힐끔 백미러를 훔쳐본 그녀는 가녀린 왼손으로 핸들 아랫부분만 잡은 채, 오른손으로 조수석의 손잡이 달린 작은 서류 가방을 만지작거린다.

 ‘23억, 양도성 예금증서로.. 평생 벌어도 어렵겠지?’

 언덕길이 끝나고 널찍한 주차장이 나타난다.

 어둑한 주차장 저만큼 조그맣게 "상아”라는 네온사인 간판이 걸린 2층 양옥 건물이 우뚝 서 있다.

 간판이 없었다면 여느 부잣집 별장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실내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도 희미하고, 주차장의 가로등도 밝지는 않다.

 "배 교수는 와 있을까?"

 "출발할 때 전화했는데, 아마 곧 도착하실 겁니다."

 주차장 면적에 비해서 차량은 많지가 않다.

 안쪽 구석진 곳에 차는 멈추고, 엔진을 끄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내려 기지개를 켠다.

 여자는 서둘러 가방과 줄 달린 핸드백을 챙겨 들고 시동을 끄고 나온다.

 한겨울 산 중턱 숲 속으로 매서운 찬바람이 휘~잉 불고 지나간다.

 짧은 스커트에 부츠를 신고 종종걸음으로 앞장서 건물로 향하는 여자의 늘씬한 뒷모습을 쳐다보며 남자는 어깨를 움츠리고 뒤를 따른다.

 "2층 별실 예약했는데.. 윤지은이요. 모란실.."

 현관문을 열고 마중하는 단정한 유니폼의 여직원에게 여자가 추운 듯 몸을 떨며 말한다.

 "아~ 예. 네 분이시죠? 이리로 오세요."

 지은과 사장은 안내양을 따라 카펫이 깔린 홀의 복도를 지나 완만한 계단을 오른다. 2층 입구 작은 홀 좌측과 우측에 별도의 방문이 있고, 가운데로 통로가 있어 두 방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안내양이 왼쪽 "모란실" 팻말이 붙은 도어를 열어주며 정중한 자세로 말한다.

 "준비되시면, 인터폰 해주세요."

 넓은 입구에 신발장이 있고 카펫 바닥에 슬리퍼가 놓여있다.

 안내양은 묵례를 하며 도어를 닫고 나간다.

 사장이 서류 가방을 받아, 구두를 벗고 맨발로 목재 마루 위로 먼저 올라가, 서너 걸음 지나서 미닫이문을 연다.

 지은은 작고 반짝거리는 사장의 구두를 집어 신발장에 넣고, 마루에 걸터앉는다.

 무릎 밑까지 올라온 부츠의 지퍼를 내려서 벗기고, 슬리퍼를 밟고 서서 신발장에 넣고는 목을 뒤로 돌려 날씬한 종아리를 내려다본다.

 긴 생머리에 갸름하고, 섹시해 보이는 얼굴이 서른 살이 채 안 되는 미스 같다.

 

 미닫이 방안 정면은 유리 창문 좌우로 주름진 커튼이 곱게 묶여있고, 중앙에 식탁이 놓여있다.

 식탁 좌우로 네 개의 등받이 방석이 놓여있고, 우측 창 쪽에 자리 잡은 사장이 자기 왼쪽에 앉으라는 눈짓을 한다.

 지은은 핸드백에서 핸드폰만 꺼내고 옷걸이에 걸어둔다.

 조심스럽게 무릎을 붙여 구부리고, 등받이 방석에 앉으려니까, 자세가 여의치 않다.

 "어머, 이거 앉기가 힘든데요. 히~"

 타이트한 니트 제, 밤색 짧은 스커트가 올라가고 무릎이 약간 벌어진다.

 옆에 앉아 쳐다보는 사장의 시야에, 스커트 밑으로 스타킹에 덮여 가려진 하얀 팬티가 슬쩍 비쳐 보인다.

 "등받이 빼고, 그냥 방석에 앉아, 편하게.."

 사장은 눈을 떼지 않고 말하며 혀끝으로 입술을 살짝 훔친다.

 지은은 시키는 대로 사장과 반대편으로 발을 두고, 다리 꼰 자세로 방석 위에 앉는다.

 맞은편 벽에는 "진품명품" 코너에 나올 법한 8폭 산수화 병풍이 드리워져 있다.

 고급 천으로 덮인 식탁에는 나직하고 예쁜 꽃꽂이 수반 주변으로 값비싼 도자기 식기와 수저, 그리고 종류별 와인 잔이 놓여있다.

 "이 브랜드는 커피잔 한 세트에 30만 원이랬죠, 사장님?"

 "응, 하나 사줄까? 윤 차장."

 사장의 왼손이 슬며시 윤 차장 지은의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어머, 싫어요. 아파트 한 채면 모를까.."

 지은은 사장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몸을 비꼬며 은근히 매혹적인 눈길로 흘겨본다.

 "이 돈 가방 들고 튀지 그랬어? 추적도 안 되는 CD인데.."

 "그럴까요? 사장님 타격이 클 건데요.. 히~"

 한쪽 어깨를 올리며 살포시 웃는 얇은 듯 도톰한 맨살의 입술이 탐스럽다.

 사장은 머뭇거리다가 포개진 지은의 무릎 위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고 더듬어 오른다.

 "하지 마세요, 사장님! 배 교수님 올 때 됐어요."

 말과는 달리 부드러운 간지럼을 즐기며 그곳에 닿을 듯 들어온 사장의 손을 허벅지 살로 꽉 조이다 풀어준다.

 양반다리로 앉은 44살 정현종 사장의 바지 가운데가 불룩이 부풀어 오른다.

 막 오른손을 들고 여비서인 윤 차장을 향하는데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배 교수님 오셨나 봐요."

 윤 차장이 얼른 일어나 매무새를 갖추고 문 앞으로 걸어간다.

 정현종 사장도 일어서 앞부분을 손으로 누르며 미닫이문을 여는 윤 차장의 암팡진 궁둥이를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배 교수님?"

 "어, 윤 차장도 함께 왔네. 잘 있었나?"

 건장한 체격의 50대 초반 남자는 두꺼운 손으로 윤 차장과 악수하며 뒤쪽의 정 사장을 바라본다.

 두꺼운 피부와 보랏빛 입술은, 약간 벗어진 이마와 검은 테 안경이 아니었으면 교수로 보기는 어려운 인상이다.

 "어서 오십시오, 배 교수님. 추운데 힘드셨죠?"

 정 사장이 식탁 건너편으로 들어오는 배 교수에게 머리 조아리며 인사말을 건넨다.

 "여~ 정 사장 잘 지냈소? 내가 좀 늦었나 보네… "

 배 교수가 손을 내밀고 정 사장이 두 손 모아 악수하며 허리를 굽힌다.

 풍채 있는 모습으로 좌정한 배 교수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정 사장과 윤 차장의 회사는 이 요정에서 20분 거리의 큰 공단 내에 있다.

 공단을 보유한 서울 외곽의 이 A 시는 배명호 교수가 근무하는 H 대학교 캠퍼스 외에도 2년제 대학이 두 개나 더 있는 산업도시이다.

 서울에 본교가 있는 H 대학은 공대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학교이다.

 "그래, 정 회장님은 안녕하시고?"

 배 교수가 정 사장을 보고 사이가 가까운 척 하대하며 묻는다.

 "예, 배 교수님 염려 덕분에 아버님은 강건하십니다."

 주고받는 내용으로 보아, 정 사장 집안과 배 교수는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정 사장은 식탁 밑에서 거액의 증서가 든 서류 가방을 끄집어내어 식탁 옆으로 몸을 구부려 길게 밀어서 건네준다.

 "말씀하신 대로, 2억짜리 10장과 3억짜리 1장은 따로 봉투에 넣었습니다."

 배 교수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뻗어 가방을 끌어간다.

 "번호는 203입니다."

 배 교수가 잠시 작은 단추 버튼을 돌려 딸각거리며 가방을 연다.

 지퍼를 가르고 내부를 들여다보더니, 약간 두툼한 사각형 비단 주머니를 꺼낸다.

 주머니 속에서 종이 증서 한 장을 끄집어내어 유심히 훑어보고 뒷면도 확인한다.

 "3개월짜리인데, 만기는 오늘입니다. 모두 같습니다."

 정 사장이 설명하고는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다.

 배 교수는 전체 매수를 세어보고 비단 주머니를 가방에 넣고, 노란색 직사각형 봉투를 꺼낸다.

 속에 든 CD 한 장 3억 원 금액을 확인하고, 봉투에 넣어 양복 안 주머니에 집어넣고 속 단추를 채운다.

 "수고하셨소, 정 사장. 정 회장님께 법인 설립 끝나면 찾아뵙고 인사드린다고 전해주시오."

 배 교수가 만족한 듯 콧등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추슬러 올리며 환하게 웃는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윤 차장도 꿀꺽 침을 삼키며 애교 서린 미소를 짓는다.

 "예, 감사합니다. 배 교수님만 믿겠습니다. 저희도 무리해서 마련한 거라서, 여차하면 대미지가 큽니다. 아버님도 금액이 좀 크다고 하셨고.."

 "하하. 염려 마시오, 정 사장. 내가 정 회장님 은혜 입은 게 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답해 드리려는 거니까. 좀 있다가 탁 과장 만나보면 안심이 될 거요."

 하면서 양복을 벗는다.

 윤 차장이 얼른 일어나 쪼르르 배 교수 곁으로 가서 양복을 받아 옷걸이에 건다.

 배 교수는 얼떨결에 옷을 건네주고는 주머니 속 CD를 신경 쓰는 척 윤 차장의 뒤태 나는 각선미를 한참 훔쳐본다.

 "이제, 식사시킬까요?"

 옷을 걸고 돌아선 윤 차장이 정 사장을 보고 묻는다.

 "음.. 그러지 뭐. 탁 과장도 아마 곧 도착할 거야. 내가 출발할 때 과천청사 나선다고 전화 왔으니까, 한 시간이면 오지. 20분 내로 도착하겠네!"

 배 교수가 시계를 보며 정 사장 대신 대답을 하고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23억이라는 거금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 챙기는 배 교수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어떤 자신감을 느끼며 정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네, 그러면.. 탁 과장님 도착하시면 시작하라고 하겠습니다."

 윤 차장은 일부러 느릿한 동작으로 벽에 걸린 인터폰 수화기를 들어 올린다.

 착 달라붙는 니트 스커트 속에서 봉긋하게 솟은 궁둥이의 굴곡을 쳐다보던 두 사내는 흠칫 놀라며 마주 보다가 민망한 듯 반대편 창문을 바라본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창밖은 아주 멀리 고층빌딩의 불빛만 보일 뿐, 산 중턱 2층의 불이 환하게 켜진 실내에서 내다본 창문은 시커먼 거울이 되어 오히려 방안의 모습이 더 뚜렷이 비쳐 보인다.

 

 그런데, 창밖에서 세 사람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처음부터 쭉~ 유령처럼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모든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심삼일 22-02-04 15:29
 
돌싱의 복수, 독자님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항상 즐겁고 좋은 시간 되세요~ ^0^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양코 22-02-10 15:57
 
심삼일 작가님 열심히 쓰고 계시네요. 해경특공대, 드론 특전대, 돌싱의 복수까지 언제 이렇게 많은 걸 쓰셨나요? 좋은 반응 기대합니다. 이 글 재밌어요. - 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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