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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애니멀커뮤니케이터
작가 : 유람중
작품등록일 : 2016.9.14

어느날 동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보 좀 줘봐"
- 보수는?
"참치캔 5개!"
- 노노. 훈제맛연어로 5개!
"콜!"

정보가 심하게 넘치는 시대, 그래도 이것까지는 모를걸?
이거... 과연 돈이 되기는 하는 걸까?

#일상 #성장 #스릴 #우정

 
2. 전단지 위의 돈(1)
작성일 : 16-09-20 20:45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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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건 내가 대답해주겠소, 도령. 허나 그 전에 본인소개를 하는 것이 도의 아니겠소?

 

 "아, 미안. 나는 한정후야."

 

 - 정후 도령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고 들어 보시었소?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자는 이름 세 자만 제대로 쓸 줄 알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애먼 곳에서 튀어나오니 평소에 공부 좀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 모르는 데?"

 

 - 하아. 요즘 아이들은 이리 한자를 소홀히 해서야 나중에 어찌 하려고 그러는지. 쯧쯧.

 

 나는 지금껏 동물들의 지능이 이렇게 높다고 맹세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토록 불편한 자세로 앉아 혼 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 한자 필요 없다옹. 이제 대세는 영어다옹. 힘내라옹!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을 남자 사람인 내가 이런 식으로 느낄 줄도 몰랐다.

 

 아무튼 둘이 또 한자가 먼저니 영어가 먼저니 싸우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고양이 장난감을 미호에게 슬그머니 밀어 주었다.

 

 복남이도 내심 궁금하기는 하지만

 나에게 설명해주기로 한 체면 때문인지

 꼬리로 방바닥을 탁탁 치면서 말을 날렸다.

 

 - 삼라만상은그냥우주안의온갖것들을말하오!쉽게말해모든사물은서로를느낀다는거요!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숨도 쉬지 않고 설명을 마친 복남은 이미 점잖게 굴던 것도 잊었는지 미호와 함께 나무 상자 안에 굴러가는 공을 잡아 대느라 정신이 쏙 빠진 듯 했다.

 저렇게 보면 영락없는 고양이가 맞기는 한데.

 

 나는 별 수 없이 정보의 바다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대충 생각하기에, 정말 내가 너무 간절히 원해서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 게 맞는 듯 했다.

 

 저녁 먹으로 안 와? ▷

  ◀ 지금감

 

 나는 이제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려 했다. 사실 이미 갔어야 했는데, 고양이들과 떠들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해?

 

 옷을 챙겨 입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엄마는 평소 털이 날리는 동물을 아주 싫어하셨기에 도저히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 정후, 어디 나가? 아니, 나가냐옹?

 

 "응, 저녁 먹으러 엄마 식당에 갔다 올게. 너희는 이제 뭐 필요 한 거 없어?"

 

 - 따듯하게 잘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데옹. 아니, 하다옹? 한다옹? 아씨, 대체 어떻게 붙여야 자연스럽지?

 

 미호는 자리에 앉아 그루밍을 하면서 투덜거렸다. 거의 인간처럼 앉아서 배 부분을 핥는 데 자세가 너무 희한했다. 어떻게 저게 되는 거지?

 

 "그럼 내가 전기방석 꽂아 줄게. 너무 뜨거우면 콘센트 뽑을 수 있어? 시간되면 뽑아야 해."

 

 - 넌 좀 우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듯! 그 정도는 껌이라옹!

 

 아무튼 지난겨울에 잘 사용하다 지금은 옷장 어딘가에 처박아 놓은 방석을 찾는데, 미호가 따라와서 계속 종알거렸다. 저렇게 떠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체 어떻게 들리는 걸까.

 

 "미호야, 다른 사람들은 지금 네 말을 못 듣는 거야?"

 

 - 아마... 그럴거옹? 에이씨! 그럴 걸? '옹' 안해! 안써!

 - 거보시오. 한단지보(邯鄲之步)라 하지 않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행만 좇다가 결국에는 이도저도 안 되는 법이라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참으로 다행이지 않소, 정후 도령?

 

 청학동 출신 고양이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예를 드는 것도 정말 고급졌다.

 

 "아... 그래, 편한 게 장땡이지. 봐봐. 이거는 좀 싸구려라서 콘센트를 직접 뽑아야 해. 내가 여기 천으로 감아 놓을 테니 여기 잡고 뽑아. 너무 뜨거우면, 알았어?"

 

 - 응, 알았어!

 - 정후 도령, 잘 다녀오시오.

 

 현관까지 따라와 배웅하는 둘을 보고 나는 머뭇거렸다. 너무 당연하게 같이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나마 기대를 덜 하도록 사실을 어느 정도 말해 놓고 나가는 게 아무래도 나한테는 좋을 듯 했다.

 

 "음... 저기, 있잖아. 사실은 우리 엄마가 털 있는 동물을 안 좋아하셔."

 

 - 그럴 수도 있지. 인간들이 까다롭게 군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거든.

 

 미호가 잘 안다는 듯이 주억거렸다.

 

 - 허면 우리는 여기서 못 사는 것이오?

 - 싫어하면 못 사는 거 아니겠어? 넌 이제 X 된 거야. 이에옹! 네 큰그림은 틀렸어! 나랑 다시 길거리로 나가서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쓰러질 거야!

 

 걱정스레 물어보는 복남이의 옆에서 미호가 깐족거렸다. 저러다 또 싸우겠다.

 

 "아니, 그게... 일단 엄마한테 말해보기는 할 텐데."

 

 - 그럼 문제 없소이다.

 

 "뭐? 왜?"

 

 - 날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보았소이다.

 

 복남이 자신 있게 허리를 주욱 피며 나를 보았다.

 이제 보니 왕자병 증세도 약간 있는 모양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복남은 두 손과 두 발을 제외하고 윤기 흐르는 까만 털에 금색과 초록색이 절묘하게 섞인 눈동자를 가져서 척 보기에도 상당한 미묘인 듯 했다. 게다가 손바닥(?)은 분홍색으로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동안 길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 난 좀 동정심을 유발하면 돼! 에에옹.

 

 반면에 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 미호는 나이가 좀 있는 건지 덩치도 크고 뱃살도 처져서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예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런 게 불쌍한 모습이라고 시범을 보였는데, 진짜 지금까지 어떻게 밥을 먹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겠단 말이지. 그런데 같이 안 살 거라고 해놓고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아무튼 고양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차라리 엄마에게 동정심을 얻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설마 몇 달 뒤면 이제 겨울인데, 그렇게 매정하지는 않겠지.

 

 "그럼 너희 사진 좀 찍어가자. 엄마한테 먼저 보여 주고 말해 볼게."

 

 - 알았다옹!

 - 그 말투 고치기로 한 거 아니오?

 - 아니! 아니라옹! 난 필요에 따라 선택할 묘권이 있다옹!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아무튼 내가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자 복남과 미호는 온갖 포즈를 취하며 내면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디 동물 배우로 나가도 대성할 듯싶었다. 나가서 돈이라도 벌어오면 사료 값은 걱정도 없겠는 걸.

 

 진심 예쁘게 나온 복남이 한 장, 이 보다 더 불쌍할 수는 없게 나온 미호 한 장을 고르고 나머지는 삭제했다.

 

 이제 긴장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나서 버스를 기다리러 갔다. 시골에서도 우리 집은 좀 외진 곳이라 식당이 있는 읍내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1시간에 한 대인 버스를.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던 내 시선은 길 위의 거의 흐릿해진 흰 선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제 와서 새삼 또 다시 억울해진다거나 슬퍼지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헤어질 줄 알았다면, 아버지가 술을 마실 때 마주 앉아 이야기라도 들어 드릴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불과 몇 개월 전 이야기인데, 벌써 흐릿해져 잔상으로 남아버린 아버지의 모습에 순간 뱃속 어디선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빌어먹을. 아버지를 끝내 죽음으로 밀어버린 보증을 서게 했던 사람인 큰아버지는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다. 도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미안해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그럴 수는 없었다. 남도 아니고.

 

 그럼에도 엄마는 그 사람을 원망하기는커녕 묵묵히 남은 빚을 갚는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추하게 길바닥에서 울기 전에 버스가 도착했다.

 

 치익-

 

 "안녕하세요."

 "정후, 어서와."

 

 시골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는 같은 반 김유미의 아버지셨다. 옆에서 보기에 콧대가 엄청 반듯하고 높으셨는데, 젊었을 때 좀 날렸을 것처럼 잘생기신 분이셨다. 게다가 목소리도 낮아서 분위기도 있고... 아, 내가 왜 아저씨한테 분위기를 찾게 되었단 말인가. 자괴감이 또 다시 밀려왔다.

 

 요새 나는 감정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었다. 갑자기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화가 났다가, 막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내쳐져서 속수무책으로 이리저리 휩쓸렸다. 이제야 진정한 사춘기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르지.

 

 삐, 치익-

 

 "정후, 잘 가라!"

 "안녕히 가세요."

 

 서울에 살 때는 버스 아저씨랑 이렇게 친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었는데, 인생 참 알 수 없다.

 

 어쨌든 나는 엄마의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어느새 김유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러니까 김유미는 우리 학교에서 '외모도 공부도 탑을 놓치지 않는 아이'이다. 준환이는 김유미를 중2부터 좋아했다고 했는데, 정성을 엄청 쏟아 부어도 넘어 오지를 않아서 미치려 했다.

 

 하도 옆에서 떠들어대니 나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김유미의 언니 이름들이 김유진, 김유선이란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딸의 외모에 대해 선견지명이라도 있으셨는지, 아니면 정말 미스코리아라도 만드시려고 했는지 이름에 떡하니 진선미를 새겨 놓으셨다. 그런데 딱히 비웃지도 못 하겠는게 그 세 명 전부가 정말 진짜로 엄청 예뻤다. 둘째 언니라는 김유선은 무슨 연예인 준비를 한다고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그냥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어서 앉아. 김치찌개야."

 "우오오! 맛있겠음!"

 

 맨날 먹는 김치찌개인데 오늘이라고 특별한 맛이 있을까마는, 밑밥을 깔아야 하기에 발연기를 시전 해야만 했다. 역시나 좀 어색했던지 엄마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맞은편에 앉으시면서 정색을 하고 말하셨다.

 

 "불어."

 

 이건 좀,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뭘?"

 "오버하는 이유 불라고."

 

 막상 판이 깔리니 나는 입이 쉽게 안 떨어 졌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사진을 먼저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웬 고양이?"

 "맘... 내가 있잖아. 아니다, 엄마는 고양이-"

 "싫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단호히 치고 나오셨다.

 그래도 나는 복남이를 생각해서라도 용기를 내야만 한다.

 

 "우리 집 앞에 얘들이 앉아 있는데, 엄청 힘없이 쓰러져서는 막 나를 보고 야옹야옹 우는 거야. 그래서 전에 사 놓은 캔을 주니까 엄청 얌전히 먹더라고. 게다가 되게 착해. 막 사람 손도 타는 거 같고. 그런 거 보니 사람이 버린 거 아닌가? 와나! 이 쓰레기들! 어떻게 키우던 고양이를 내다 버리냐! 이제 곧 겨울인데!"

 

 내가 막 주절주절 늘어놓았는데도 엄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격렬하게 반대라도 하면 나도 반항이라도 해 보겠는데, 오히려 아무 말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일단 집에-"

 "한정후."

 "응?"

 "일단 밥 먹어. 일단 먹고 집에 먼저 들어가 있어."

 

 그래서 나는 더 말도 못하고 밥만 퍼 먹었다.

 집에서 오매불망 나만 기다리고 있을 복남이랑 미호를 생각하니 목이 퍽퍽해지고 가슴이 팍팍해졌다.

 

 "잘 먹었습니다. 먼저 갈게요."

 

 눈치껏 그릇도 챙겨다가 설거지통에 넣었지만, 엄마는 나를 보지도 않고 묵묵히 설거지만 하셨다. 그래... 우리 집 사정이 빤한데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게 아무것도 모르고 고양이를 키운다고 설치니 답답하시기도 하겠지.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빚도 우리 곁을 떠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롱이를 찾습니다]

 

 그렇게 말 없는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카운터 위에 전단지가 놓여 있었다.

 

 예전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 쳤을 테지만, 지금은 좀 다르지. 나는 우선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잘하면 복남이와 미호의 도움을 받아 찾아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다.

 

 "헉! 15만원!"

 

 분명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였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 외모지상주의보다 무서운 게 자본주의 아니겠냐 말이다.

 

 "와, 씨X. 대박."

 

 스피츠, 3살, 수컷, 검은 목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렇게 흥분하면 안 되는 건데. 난 못돼 처먹었는지 사례금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잘하면 사료 값은 벌겠다는 발칙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죄책감도 잠시 어디서 본 번호 같아서 검색해 보니, 맙소사! 김유미의 전화번호였다. 이걸 기억하고 있는 내 자신이 더 놀랍기도 했다.

 

 "엄마! 이거 전단지 뭐야!"

 "... 유미가 울면서 두고 갔어. 그저께 잃어버렸다고 하더라. 손님들한테 나눠 달라고 갔다 놨다."

 

 그래도 유기견에 대한 관심마저 차마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는지 엄마는 마지못해 대답하셨다.

 

  ◀ 야 너 강아지 잃어버림?

 응ㅠㅠ 전단지 봐써ㅠㅠ? ▷

  ◀ 응 식당에서

 혹시 다니다가 보면 연락줘ㅠㅠ ▷

 

 힘든 얘한테 사례금에 대해 물어 볼 수도 없고 미치겠네.

 

  ◀ 특징은더업써?

 중성화는안하구침도업써서ㅠㅠ ▷

  ◀ 침?

 아니 칩 ▷

 그거하면안조타고안했는데ㅠㅠ ▷

 이럴줄알면할걸ㅠㅠㅠㅠㅠㅠㅠ▷

  ◀ 아 일단보면톡할게

 사례금더하고시펐는데 ▷

 나는돈얼마업써서마니모탐 ▷

 남들은50까지도한다더데ㅠㅠ ▷

 

 뭐? 50만원? 장난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요새는 반려견이라 하고, 정말 가족같이 키우는 사람도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 너가한거야?

 응ㅠㅠ ▷

 울집에서나만개조아하뮤 ▷

  ◀ 알아써찾아볼게

 응 부탁해ㅠㅠ ▷

 

 일단 나는 전단지 두 장을 챙기고 준환이에게도 알렸다. 혹시나 찾게 되더라도 나중에 뒷말이 나오면 안 되니 미리 알려 주는 게 좋겠지.

 

  ◀ XX야형님을찬양해라

 ?? ▷

  ◀ [사진]

 이게머? ▷

  ◀ 김유미강아지일어버림

 그래서 ▷

  ◀ 미친XX이거차자주면얼마나조아하겠냐

 씨X님좀굿 ▷

  ◀ 어쩔래?이거전단지도있는대줘?

 아니유미한테바드러가게씀 ▷

  ◀ 수고

 

 뭐,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고.

 

 김유미는 강아지를 찾아서 좋고 준환이는 사랑의 삽질을 한 번 더 할 수 있어서 좋고, 강아지는 주인을 다시 찾아서 좋고 나는 돈 벌어서 좋으니.

 

 아무리 봐도 내 생에 최초로 모두가 행복한 일을 찾은 거 같았다.

 

 "맘! 나 집에 가요!"

 "PC방 가기만 해! 집에 곧장 가 있어! 엄마도 일찍 들어 갈 거야!"

 

 엄마가 뭐라 하든 말든 내 정신은 오로지 전단지 위를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엄마한테 잘하겠다고 한 다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준환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왜?"

 [씨X. 미친 XX야. 나 떨린다. 같이 가자]

 "싫음."

 [동정심도 없는 메마른 XX]

 "뭐 줄 건데?"

 [...... 넌 몰라. 내가 얼마나 지금 얼마나 지금 얼마나 지그음!]

 "미친, 끊어! 나 버스 타야함."

 [안 돼! 한 장 줄 테니 유미 집에만 같이 가자!]

 "콜!"

 [이 냉정한 XX야! 정류장에서 기다려라! 1만원이 가신다!]

 

 흥분으로 가득차서 미친 황소마냥 달려 올 준환이를 기다리며, 나는 한숨이 나왔다. 빨리 집에 가서 고양이들에게 찾을 수 있을지 물어보려던 계획이 틀어지니 순간 짜증이 나고 답답했다.

 

 "야! 한정후! 야! 건너와! 야아!!"

 

 벌써 도착한 준환이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맞은편에서 팔을 붕붕 흔들며 외친다.

 

 "아, 씨X. 졸X 가슴 뜀."

 "창피하다. 조용히 해라."

 "넌 사랑을 몰라, XX야."

 

 그렇게 투닥거리며 걸어가는데, 서서히 해가 넘어가면서 하늘이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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