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퇴근길에 뺑소니를 당하셨다.
cctv도 목격자도 없다.
가로등도 드문 시골 길에서 그렇게 홀로 돌아가셨다.
경찰의 형식적인 수사.
쓰러져 버린 엄마.
여전히 알 수 없는 범인.
소식도 없는 보험사.
먼지를 뒤짚어 쓰고 빛바랜 현수막.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나는 항상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친다. 길 위로 무성의하게 그려진 흰선 안에 갇힌 그것을.
씨X 씨X. 술에 취해 몸도 못 가누는 엄마를 피해 도망친 나는 그 죽음이 보이는 길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잡히기만 해. 내가 무슨 수를 써도 꼭 찾아낸다, X 같은 새끼들.”
갈 곳을 잃은 분노가 안에서 터져 나왔다.
- 이보시오, 소년.
- 뭘 찾냐옹?
- 그 말투 좀 안 쓰면 안 되겠소? 듣기 좀 거북스럽소.
- 네가 더 거북스럽소, 이 새끼야. 이래봬도 이게 꽤 얘들한테는 먹히는 말투거든! 그렇지 않냐옹?
“뭐?”
아무리 둘러봐도 두 마리의 고양이밖에 없었다.
검은 고양이와 노란 색과 흰 색이 이리저리 섞인 고양이.
내가 드디어 미친 게 틀림없다.
- 어흠, 대체 뭘 찾는다는 거요?
“뭐? 네가 말 한 거야, 지금?”
- 거 보라옹. 함부로 인간에게는 말 걸면 안 되는 거라옹.
- 흠흠, 힘들어 하는 소년을 어찌 그냥 지나친단 말이오?
“뭐야, 이 미친. 너희들이 말하는 거야?”
- 아아니! 상스럽게 욕이라니! 욕이라니!
- 요즘 아이들에게 저 정도는 욕도 아니라옹.
- 아무리 그리해도 첫 만남에 욕이라니!
이제는 마치 삿대질 하는 것처럼
손인지 발인지를 나를 향해 휘두른다.
내가 미친 건지. 고양이들이 미친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말을 하는 게 맞나?
“그만! 혹시 저기 저! 흰 선으로 그려진 저기! 저 아저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봤어?”
- 웨아옹! 이 고지식한 선비 놈! 네 녀석이 길거리서 굶어 죽어 갈 때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 수염은 비뚤어 져도 말은 바로 하시오! 키에에엑!
어느새 두 마리는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온몸을 부풀린 채 위협적으로 울어대는 고양이의 울음이 정신없다.
“그만그만!”
- 어흠, 이 무슨 추태를. 소년 이해하시오.
- 하! 웃겨 정말! 흥!
“너희 혹시 저기서 죽은 아저씨 봤냐고!”
- 당연히 보았지요.
“뭐? 그럼 누가 죽였는지도 봤어?”
- 당연 하다옹. 우리 지금 무시 하냐옹?
그렇게 나는 고양이들의 도움으로 차번호를 신고할 수 있었고, 그들의 차에 남아있던 혈흔이 아버지의 것으로 밝혀지며 뺑소니범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모든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