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들어온 수현이 순식간에 신아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조용한 방 안에 입술이 부딪히는 질척한 소리가 가득했다.
수현이 혀를 깊게 파고들수록, 신아가 뒷걸음질을 쳤다.
탁.
신아의 뒤꿈치가 침대에 부딪혔다.
먼저 입을 뗀 신아가 숨을 골랐다.
“원수현, 너.”
신아가 수현과 눈을 맞췄다.
빨려 들어갈 듯, 깊은 눈이었다.
“…….”
“만약 다시 안 돌아오면 그땐 어떻게 할래?”
“내가 다 책임질게.”
수현이 신아와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머리를 감쌌다.
스르륵 수현이 신아의 위로 몸을 포개듯 침대로 넘어졌다.
수현이 신아의 손등 위로 제 손을 겹쳤다.
자꾸만 부풀어오르는 아래를 감당할 수 없던 수현이 신아의 손을 주물럭거렸다.
수현의 입술이 신아의 입술에서 턱, 목까지 살살 훑으며 내려왔다.
“하아…….”
입술을 목에 지분거리자 신아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수현이 흔적을 남기고 싶은 듯, 여린 살을 잘근잘근 씹어대자 신아가 수현의 가슴팍을 밀었다.
“자, 잠깐만.”
“왜.”
움직이던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수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미간이 좁아져 있었다.
“이대로 하게?”
수현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나 어떻게 하는지 몰라.”
“하나하나씩 알려줄게.”
수현이 친절하게 신아의 손을 감쌌다.
신아가 다른 한 손으로 막으려 하자, 그가 고개를 저으며 신아의 손을 잡았다.
“여긴 내가 더 잘 알아.”
“…….”
“그니까 나한테 맡겨.”
순식간에 벗겨진 바지와 속옷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힘 빼.”
저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닌데,
남자의 몸을 처음 만지는 것도 아닌데,
직접 눈으로 마주하려니 자꾸만 배 안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었다.
“…….”
수현이 이끄는 대로 손을 내려 점차 부풀러 오른 언덕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생경한 기분에 신아가 저절로 미간을 좁혔다.
“어때?”
“…….”
“기분 좋아?”
흥분이 낯섦을 초월하고 있는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신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신아의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이신아.”
“…….”
수현이 나지막이 신아를 불렀다.
얼굴이 붉게 물든 신아가 풀린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나도 알려줘.”
무엇을.
묻기도 전에 수현이 신아의 손을 고쳐 잡아 자신의 쪽으로 이끌었다.
자신의 옷 안으로 신아의 손을 조심히 집어넣었다.
찬 몸에 온도가 오른 신아의 손이 닿자 수현의 머리 뒤쪽으로 자르르 전기가 흘렀다.
“뭘 알고 싶은데?”
말해봐.
그녀의 손가락이 조금씩 봉긋한 언덕을 향해 움직였다.
“네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거.”
수현이 신아에게 몸을 바짝 붙였다.
“내가?”
“네가 내 안에 있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알고 싶고.”
기꺼이 알려주겠다는 듯,
신아가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수현을 침대에 눕혔다.
“손 올려 봐.”
수현의 겉옷을 벗기는 그녀의 손길이 거칠었다.
살짝 닿는 살결에 수현이 몸을 움찔했다.
이번에는 신아가 수현의 손등 위에 손을 겹쳤다.
가슴 위에 겹친 손을 얹은 후, 조금씩 수현의 손을 주물럭거렸다.
분명 움직이는 건 신아인데, 가장 예민한 부분이 자꾸만 자신의 손바닥에 느껴졌다.
“흐, 이신아.”
신음이 절로 나왔다.
이게 신호탄이 되었는지, 신아가 수현의 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벗겼다.
“!”
갑자기 드는 찬기에 수현이 몸을 떨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눈을 감았다.
온 감각을 곤두세워, 서로의 가장 깊은 곳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
눈을 감았다 떴다.
천장에 손을 뻗어 이리저리 둘러본 신아가 다시 눈을 감았다.
꿈인가.
하지만 꿈이라기엔.
입술이 부딪히는 감각이며
수현의 안으로 깊게 들어가는 감각이…….
잠깐.
“!”
벌떡 몸을 일으킨 신아가 침대를 더듬거리며 수현을 찾았다.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수현과 눈이 마주쳤다.
뚝, 뚝.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신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힘도, 땀도, 진도도 뺄 수 있는 건 다 뺐는데.
“왜, 왜…….”
그대로인 건데.
혹시 꿈인가 싶어서 뺨도 때리고, 눈도 비벼봤지만.
“내 얼굴이라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야?”
코앞으로 다가온 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신아의 손을 잡아챘다.
얼얼한 표정으로 신아가 수현을 바라봤다.
“진짜 그대로인 거야……?”
“보다시피.”
“그럼 어떻게 해?”
혼자 원수현네 본가를 가야 하나?
아니면 같이 가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가지 말고 있어?
신아가 머리를 감쌌다.
“같이 가.”
“뭐?”
신아가 수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고 널 혼자 보낼 순 없잖아.”
맞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둘이 가는 건, 조금 모양새가 그렇지 않나?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서 씻어.”
“자, 잠깐만.”
옷장으로 향하던 수현의 발걸음이 멈췄다. 뒤를 돌아 신아를 바라봤다.
“왜.”
“그, 그럼. 왜 우리 둘이 같이 왔냐고 물으시면?”
어느새 신아가 침대에 내려와 서 있었다.
“…….”
“그러면 뭐라고 대답해야 해?”
수현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집에 가자마자 맞선, 결혼, 약혼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게 뻔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결혼 생각 따윈 없는 수현에겐 어쩌면 이 상황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우리 만나는 사이라고 해.”
“뭐?”
신아의 눈이 두 배는 커졌다. 너무 놀라 입조차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버버. 신아가 말을 더듬는 사이 수현이 욕실에 가까워졌다.
“우, 원수현! 너 장난이지? 야! 미쳤어?”
신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수현은 욕실에 들어간 상태였다.
***
조수석에 앉아있는 현규가 차창 너머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어?”
휴대폰을 보고 있던 김 기사의 시선이 자연스레 창문 너머로 향했다.
“뭘 보셨기에……. 부사장님?”
부사장이 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현규가 직접 고른 브랜드 옷을 입은 여성과 나란히.
사태 파악을 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현규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
“부사장님, 타십시오.”
슬쩍 시선을 올려 확인한 여성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머리를 굴리느라 미간이 좁아진 현규를 사늘한 눈빛으로 흘긴 수현이 먼저 차에 올랐다.
“아!”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처럼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 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이신아 씨?”
“예?”
현규의 물음에 신아가 놀라 대답했다.
그걸 보고 현규가 단단히 오해했다.
부사장님의 여자가 이신아 씨였다니.
놀람을 감추지 못한 현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둘 다 안 탑니까?”
먼저 탄 수현이 고개를 삐쭉 내밀고 현규를 쏘아봤다.
“아, 네, 네. 부사장님 타십시오.”
부사장님 특유의 사람 하나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다른 사람에게서도 받을 줄 몰랐던 현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신아가 뒷좌석에 앉자 현규가 차 문을 닫았다.
“본가로 모시겠습니다.”
현규가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어쩐지 모르게 냉랭한 분위기가 차 안에 돌았다.
***
“도착했습니다.”
김 기사의 말에 수현이 차에서 내렸다. 뒷좌석 문을 열고자 차에서 내린 현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내려.”
수현이 친히 뒷좌석 문을 열고 신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아가 수현의 얼굴과 내민 손을 바라봤다. 옆얼굴이 따가워 고개를 돌렸다.
‘숙녀분이 먼저 용기 내셨는데, 어서 잡으셔야죠.’
라고 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내던 김 기사와 딱 눈이 마주쳤다.
“내가 알아서 가.”
신아가 수현의 손을 지나쳐 앞장서 걸었다. 현규가 놀란 눈으로 신아와 수현을 번갈아 봤다.
“허…….”
나랑 만난다고 하는 그렇게 싫었나.
수현이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손을 움켜잡으며 신아의 뒤를 따라갔다.
***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신아는 9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저택 내부를 눈으로 훑고 있었다.
흰 대리석을 사용한 아치형 구조인 외관과 달리, 내부는 수현의 할아버지인 문수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한옥의 구조와 편백나무 인테리어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거실로 향하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기나긴 현관은 한국 유명 도예가의 도자기와 화가의 그림이 장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람들이 수현과 신아를 향해 인사했다.
“회장님께서는 안쪽에 기다리고……?”
가장 앞에 선 사람이 신아에게 말을 걸었다.
신아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오랜만입니다. 최 집사님.”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꺼냈다.
최 집사가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 얼굴에 자리한 부드러운 주름이 그가 인자한 사람임을 증명한 듯 보였다.
“신아 아가씨 아니십니까?”
최 집사는 수현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집의 일들을 관리했다.
반가운 얼굴의 등장에, 최 집사의 끝 음이 살짝 올라갔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죠?”
불필요한 대화는 생략하려는 듯, 수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 화제를 돌렸다.
최 집사를 따라 수현과 신아가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반가운 마음이 가시지 않은 신아가 힐긋힐긋 최 집사를 봤다.
코너를 돈 최 집사의 걸음이 커다란 황토색 문 앞에 멈춰 섰다.
“회장님, 수현 도련님 오셨습니다.”
탁.
문이 열리고 고급 생활 한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진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현의 할아버지인 문수였다.
문수가 기다렸다는 듯, 뒤에 감춘 효자손을 들어 신아의 등을 향해 휘둘렀다.
타악!
신아의 등짝에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악!”
“예끼, 이놈아! 이 할애비를 기다리게 하는 건 어디서 배운 예의범절이냐?”
인상을 찌푸린 신아가 찌릿찌릿한 등을 문지르며 문수를 바라봤다.
“요놈이 어디서 눈을 치켜떠?”
문수가 장인이 대나무를 한 겹 한 겹 깎아 만든 효자손을 들었다.
당황한 신아가 문수를 향해 항복 표시로 손을 들었다.
“하, 할아버지, 지, 진정 좀 하시구요.”
“뭐, 진정? 이놈이 아주 지 애비 닮아 입만 살아가지고는!”
효자손을 번쩍 든 문수를 보자마자 신아가 재빨리 수현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현의 양팔을 꽉 붙잡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야, 니가 좀 어떻게 해봐!’
여기서 믿을 구석이라곤 수현밖에 없는 신아가 수현이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다 큰 사내놈이 하다못해 여자를 방패 삼아 숨어? 욘석이 아주 그냥!”
눈에 쌍심지를 켠 문수가 신아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