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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죽이고 싶은 자들
작가 : hisei
작품등록일 : 2022.1.21

VIP연쇄살인이 벌어진다. 그러나 왜 VIP가 죽어 나가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던 중 과거 일본에서도 VIP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걸 알고 조사차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을 배신한 야마모토라는 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게 되는 데...

 
18. 준비된 배신
작성일 : 22-01-21 19:00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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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호텔로비에서 재성이나 시게코가 나오길 기다리는 호림과 조음. 호림은 조준과 통화하고 있었다.

 “응, 오빠~ 급하게 일본에 왔어요~ 나? 아니 난 안 가~ 오빠가 가면 오빠 애인으로 간다고 했지 오이란으로는 참석하기 싫다고 했어요. 당연하지~ 나한테는 이제 오빠밖에 없는데~ 그럼~ 근래에 들어서 오빠 기술이 마음에 들거든~ 조회장님 돌아가시고 거칠어져서 딴 남자랑 노는 기분이라 재밌는데 아직은 딴 놈 만날 때가 아니지~ 이런 말 너무 못됐나? 알면 됐고~”

 호림이 통화를 하는 동안 시게코가 벨보이와 함께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로비로 나왔다. 조음이 먼저 시게코를 발견하고 호림을 톡톡 쳐 시게코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나 가봐야 해서 끊어요~ 질척거리지 마. 재미없어. 안녕.”

 호림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게코씨, 시로는 어디 있나요?”

 시로의 이름에 시게코는 움찔했으나 애써 모른 척 했다.

 “시로가 누구죠? 그리고 무례하군요.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는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 아닌가요?”

 “시로의 누나 미와키입니다. 그 녀석 어디로 갔나요?”

 “그런 사람 모릅니다.”

 시게코는 애써서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는 체크아웃을 끝내고 밖으로 향했다. 호림은 그녀를 뒤따르며 말했다.

 “뉴스 보고 왔어요. 당신을 끌어안았던 그 남자 어디 갔어요?”

 시게코는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치며 호림을 노려봤다.

 “유명인이 되면 모르는 사람이 달려들어 끌어안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제가 다 이름을 기억해 다음 행선지가 어딘지 물어봐야 하는 겁니까? 당신 동생은 당신이 찾아요. 바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시게코는 호림을 노려보며 밖으로 향했다. 짜증난다고 일부러 소리쳤지만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녀의 눈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호림은 그녀를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조음이 그녀에게 다가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그녀를 데리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

 상중이 오기 전 곽과장의 전화를 받고 요네쿠라와 기면은 사건을 정리해 나갔다.

 “요네쿠라 경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여자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에서 벌어진 VIP사건 중 마지막 사건 하나만 빼고 나머지 사건 모두 80년대에 벌어진 사건처럼 동일하게 사체가 불타 있었습니다. 그걸 본다면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살해방법을 가르쳐서 그런 건 아닐까요?”

 “이미 죽은 사람을 화형한다는 건, 복수 아니고서야 이유가 없죠.”

 기면도 공감하는 문제였다.

 “만약 지금 죽었다면 선박사건 이전일 겁니다. 이전에도 똑같이 독극물 살해를 했는 데, 전소되어 확인을 못한 걸 수도 있고요.”

 “당사자가 죽어서 화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군요.”

 “굳이 시기를 잡자면요. 하지만 아닐 겁니다. 초반 세명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시기가 충분히 길었는 데, 나머지 8개 사건은 열흘 안에 모두 벌어졌습니다. 특히 선박사건 바로 전날에 콘돔회사 회장이 죽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화형을 안 한다? 그것도 좀 이상합니다.”

 “독극물이 내장기관을 녹이는 약이라 죽는 그 순간까지 그 고통을 느끼는 약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더 잔인하게 죽일 방법이 생겨서?”

 “그럴지도 모르죠. 우선 야마모토를 믿어 봅시다. 그자가 어디까지 진실을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상중이 들어왔다. 재성은 요네쿠라와 기면에게 인사도 안 하고 익숙하게 그들 앞에 앉았다. 상중은 그런 재성의 태도에 더 당황하며 뭐라고 하려 했지만, 기면이 그를 말리며, 냉장고에 있는 음료를 가져오라 시켰다. 상중은 냉장고 문을 열면서도 여전히 재성을 노려보며 냉장고 안에서 아무 음료나 집어 재성 앞에 놓았다.

 “요즘은 심문을 알코올로 하나 봐요?”

 재성의 말에 상중은 자신이 건네 준 음료가 맥주인 것을 확인하고는 러시아말로 그에게 변명을 하다가 순간, 재성이 일본어로 말했다는 걸 깨닫고 그를 봤다.

 “너 일본어도 할 줄 알아?”

 당황해하는 상중을 기면이 자신의 옆에 앉히며 재성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한국 서울경찰청 특별수사전담팀 팀장 경감 김기면입니다.”

 “일본 경시청 특별수사전담반 수사팀장 경감 요네쿠라입니다.”

 재성은 그들의 명함을 받지 않고 치우라고 손짓을 했다.

 “이미 알고 있어요. 저쪽 어리바리는 경위 강상중이라는 것도 압니다.”

 기면은 명함을 다시 넣으며 재성에게 그의 신분을 물었다.

 “성함을 말씀해 주시죠.”

 “이름이 많아서 어떤 이름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야마모토 죠도 본인 이름이신 겁니까?”

 “내가 만든 이름이니 내가 맞겠죠.”

 “위조입니까?”

 “매번 비행기 탈 때마다 만듭니다. 존재가 드러나면 안 돼서.”

 “본명이 뭡니까?”

 “이번 일을 성공하면 알려줄게.”

 “이 새끼가 진짜 계속 반말이야!”

 재성의 태도가 계속 불만이었던 상중이 화를 냈다. 기면은 물을 것이 많았기에 그를 진정시켰다.

 “하벅교수 일이라면 저희도 사안이 심각한 거 알고 있습니다.”

 “하벅교수만이 아니야. 하벅교수와 함께 하는 극우정당 전체지. 우리 스케일을 너무 작게 본다.”

 재성이 맥주캔을 따,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렇게 힌트를 줬는데도 여기까지 못 오다니 내가 너무 높게 평가했나 봐. 뭐, 이해해 보통의 사람이 천재의 머리를 어떻게 이해하겠어. 나도 보통의 머리를 이해 못 하는데.”

 “대단하네.”

 재성의 말에 요네쿠라가 기분이 나쁜지 비꼬듯 감탄했다. 하지만 기면은 흔들리지 않았다.

 “힌트를 줬다는 게 뭡니까?”

 “전소한 사체 10구.”

 “혹시 그 10구는 80년대 사건과 연관 지은 겁니까?”

 “기대 이상인걸? 그걸 알아냈어?”

 상중은 마치 어린 학생이 답을 맞추었을 때 칭찬해 주는 선생님과 같이 기면을 대했다. 그 태도에 상중이 따지려 했으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혹시 <복수동 보물찾기>도 당신이 깔아놓은 힌트입니까?”

 “오~ 당신 꽤 쓸만하네. 그것까지 눈치채고 말이야.”

 결국 상중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보다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야! 예의를 갖춰!”

 화를 내는 상중을 노려보며 재성은 8개국어가 넘는 말로

 “백날 좋은 학교를 나와도 어려서부터 영재로 길러져 전자전쟁 전투병으로 길러진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라고 말했다. 최소 4개국어가 가능한 상중도 그의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상중이 <뭐라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려 하자 기면이 그를 붙잡았다.

 “저희가 부족한 거 압니다. 그럼에도 저희를 믿고 정의를 위해 돌아서 주신 점 감사합니다.”

 “정의?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은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지? 물론 극단적이긴 해. 근데 나라가 해결하지 못하고, 재물 좀 있는 자들이 돕지를 않는 데 당연히 극단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아? 약한 자들이 발악하게 만든 건 위에서 놀고 계시는 나으리들이잖아. 우린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대신 해준 거 뿐이야. 정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어.”

 “정의일 수도 있죠.”

 말없이 듣고만 있던 요네쿠라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신도 잘못됐다 생각해서 버리고 온 거 아닙니까?”

 재성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속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결사단의 헤드가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입니까?”

 “나도 몰라. 본 적이 없거든.”

 요네쿠라는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그의 눈을 노려봤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본적 없습니까?”

 “응.”

 재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말 그는 본 적이 없었다. 천에 싸여 있는 가벼운 몸무게의 여자를 마주한 적은 있으나 그녀가 천을 벗은 적이 없으니 그 안에 실체가 진짜 누구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요네쿠라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는 걸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신 팀원 중에 오이란이 있습니까?”

 “그것도 알아냈군. 하긴 그건 대놓고 준 힌트니까.”

 “일부러 담뱃잎을 떨어뜨렸다는 겁니까?”

 “3개 떨어져 있지 않았어? 내가 던져 놓은 거야.”

 “그럼 한강CCTV도 일부러 조작한 티가 나게 놔뒀군요.”

 “그냥 안 한 거지 그건. 힌트라고 하기에는 좀 그래. 그건 진짜 하기 싫어서 그냥 버리고 온 거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 흔적이 남았을 수도 있을 거 같았어. 그래서 저 경위를 찾아간 거지. 당신들이 여기에 올 정도면 답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니까. 자 그럼, 힌트 얘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내일 라스트파티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놓인 노트북을 챙겨 와 프로그램을 만지기 시작했다. 형사들은 그가 호텔에서 제공한 기본 스펙의 노트북으로 알 수 없는 영어를 치며 프로그램을 만지는 것을 보고 그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조직에 접근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이 남자 때문이라고 형사들은 확신했다. 화면에 무언가를 다운받는 로딩표시가 나오더니, 곧 화면이 켜졌다. 3D로 제작된 고자부네 아타케마루(御座船 安宅丸) 모습이었다.

 “도쿄만에서 다니는 크루즈 아닙니까?”

 요네쿠라가 바로 알아보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쳐들어온 배이기도 하지. 극우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배라 여기서 파티가 열려. 음식부터 안에서 움직이는 게이샤, 쇼를 진행하는 출연진들 모두 현양장에서 프로그램을 짜 진행하지. 쇼가 진행되는 연회장에서 모든 식사와 파티가 벌어질 거고, 이들이 가장 신나고 즐거운 파티의 절정 시간에 오이란도추가 진행될 거야.”

 “해변에서?”

 상중도 오이란도추 행사를 본 적이 있어서 물었다. 보통 육상에서 걷기 힘든 높은 나막신을 신고 발을 춤추듯 움직이며 보행을 하는 거라 구경하는 사람들도 아슬하게 느껴지는 데 해상 위에서 한다니 상상이 안 갔다.

 “문제는 이 오이란도추야. 그들이 끌고 들어오는 배에 거대한 폭탄이 들어있을 거야.”

 “범인은? 그 폭탄이랑 같이 들어오는 거야?”

 “몰라 나도. 내가 진행하는 건 아니거든. 우선 확인 되는 건 이래.”

 3D 화면을 넘기자 <극우정당모임 프로그램 및 참여자 리스트> 라고 적힌 표가 나왔고, 프로그램 순서와 참여자 이름이 나왔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쪽보다 선박회사에 접근해서 선박직원으로 일하는 게 좋을 거야. 웨이터나 안전요원, 선장, 기술지원팀은 기존 선박회사 직원일 테니까.”

 “범인이 누군지 말해줄 수 없습니까?”

 기면이 그에게 참여자 명단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재성은 노트북을 끄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 내일 일 처리하는 거 봐서 마지막에 지목해줄게. 선박회사에서 외부로 말이 나가지 않게 그거나 유의해. 말이 밖으로 세는 순간, 모든 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거니까.”

 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작전 다 짜면 얘기해줘. 너희 머리는 도저히 못 믿겠어서.”

 재성은 침실을 문을 닫으며 천장을 보고 누웠다. 현양장 주인 사쿠라(櫻)와 매니저 타로(太郞)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자들이라 알고 접근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될 확률이 높았다. 재성도 어려운 싸움이라 머리가 복잡했다.

 
작가의 말
 

 본 소설은 픽션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지명, 종교, 기업, 사건, 조직 및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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