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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녹화실에서 옥순의 아들이 진술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곽과장은 생각에 잠겼다. 옥순을 죽인 것은 그녀의 그간 행동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다지만 이정훈은 왜 죽였는지 알 수 없었다. 잔인하다면 옥순쪽이 훨씬 잔인하다고 하지만,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체 수습도 어렵게 폭탄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단순히 물 안으로 뛰어들어 그걸 이용했다고 하기에도 이상했다. 목을 뽑아낼 정도의 힘이라면, 목을 부러뜨리는 것도 쉬웠을 텐데 왜 굳이 폭탄을 쓴 것일까 궁금했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함께 진술을 모니터하던 구형사가 한숨을 쉬고 있는 곽과장에게 물었다.
“걸리시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겠습니다.”
“듣다 보면 언젠가 답이 나오겠지.”
곽과장이 다시 집중해 진술에 집중하려는 데 기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화기 너머 기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귀에는 옥순의 아들이 한 말에 꽂혔다.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곽과장은 전화를 끊고 취조실 안으로 들어갔다. 취조실 안에 있던 김형사와 옥순의 아들이 당황했지만 곽과장은 그런 거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특별수사전담팀 수사과장 곽도원입니다. 아까 진술하신 내용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정훈이 어머니를 극우파에 끌어들였다는 이야기요?”
“네. 이정훈이 극우파 멤버였던 겁니까?”
“최근에 정당세운 사람 있지 않습니까? 다카타..... ”
“다카타 나오키요.”
“네. 그 사람이 운영하는 흑사회(黑蛇會)라는 극우파 멤버입니다.”
“언제부터 아셨나요?”
“어머니랑 연을 끊은지 3년입니다. 3년 전에 그 남자의 정체를 알고 반대를 했는데, 남자에게 빠져 자식을 버렸습니다.”
“단순히 극우파라 반대하신 겁니까?”
“극우파도 정도가 있어야죠. 도를 넘은 집단입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남자는 머뭇거렸다. 차마 입에 꺼내기도 힘들다는 그 표정은 재촉하면 더 독이 되는 상황이었다. 곽과장은 말없이 그가 입을 떼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때 참지 못하고 기면이 녹화실로 들어왔다. 녹화실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곽과장이 진술실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놀라 구형사를 봤다. 구형사는 말대신 직접 보시라고 턱짓을 했다. 진술실에서는 한참 입을 다물었던 옥순의 아들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가난한 유학생을 모집해 일본 VIP성접대부로 넘겼습니다.”
옥순 아들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형사가 놀라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