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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연서
작가 : 희연
작품등록일 : 2022.1.19

그리워할 戀, 글 書.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편지.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너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연서인 것이다.

 
23.
작성일 : 22-02-27 23:38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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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하?"

 

 "..."

 

 "저하, 왜 그러십니까?"

 

 

 한이 말을 하다 말고 한참을

 가만히 있기에 휘연이 그를 불렀다.

 

 불러도 답이 없어 재차 불렀다.

 그제야 한이 휘연을 쳐다보며 화들짝 놀랐다.

 

 

 

 "아, 어.. 빈궁, 방금 뭐라 하였소?"

 

 "아니.. 말씀을 하려다 마셔서 왜 그러시는지..."

 

 "아... 아, 별 것 아니었소."

 

 "그렇군요."

 

 "저, 뭐...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오."

 

 "예.. 이리 걸음 해주셔서 망극하옵니다, 저하."

 

 "망극은 무슨.."

 

 

 휘연은 한의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그.. 저하, 서화에게는 안 가보셔도 괜찮습니까?"

 

 "..."

 

 "걱정이 많이 되시지 않을까 하고..."

 

 

 한은 또 답이 없어졌다.

 표정이 조금 어두워진 듯 하였다.

 

 

 

 '내가 뭐 실수했나?'

 

 휘연은 괜히 눈치가 보였다.

 

 

 

 "괜찮소."

 

 "예?"

 

 "나는 괜찮소, 가보지 않아도."

 

 "..예,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서화랑 무슨 일이 있었나?'

 

 휘연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 저하.. 궁금한 것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

 

 "혹.. 저하와 서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있었습니까?"

 

 "없었소."

 

 "아, 그렇군요.. 전 그저 저하가 평소와 많이 달라보이셔서..."

 

 "그저 내게 좀 일이 있었을 뿐이오."

 

 "예? 무슨 일이요?"

 

 "그건..."

 

 "?"

 

 "..큰 일은 아니니 걱정 마시오."

 

 "아..."

 

 

 

 휘연은 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한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여서 더 묻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한은 내심 휘연이

 궁금해하길 바랐다.

 

 한번 더 자신에게 물어봐주기를.

 

 자신을 더 알고 싶어 하기를.

 

 

 

 휘연과 한의 생각은 이리도 달랐다.

 

 

 걸음의 속도가,

 

 

 관계의 온도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었다.

 

 

 

 

 "저.. 빈궁."

 

 "예, 저하."

 

 "전에 아바마마께서 빈궁을 따로 부르셨다 들었소."

 

 "아.. 예, 저하."

 

 "아바마마께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소?"

 

 "아.."

 

 "빈궁더러 나를 잘 지켜보라고 하였소?"

 

 "어, 그게.."

 

 "아바마마께서 나를 못 미더워하셔서.. 빈궁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것이오. 내 미안하오."

 

 "아닙니다, 저하.. 그리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뭐라 말씀하셨소? 혹.. 빈궁을 탓하는 말을 한 것이오?"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

 

 "그럼."

 

 "그... 그것이, 그러니까.."

 

 

 휘연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한은 우물쭈물하는 휘연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당신을 진심으로 연모하라 했다는 말을 어떻게 전하냐고...'

 

 몹시 곤란한 휘연이었다.

 

 

 

 "대체 아바마마께서 뭐라 하셨기에 이리 말을 못하는 것이오?"

 

 "그러니까.."

 

 "이럴 것이 아니라, 내 아바마마께 직접.."

 

 "잠시만!"

 

 "?"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은 휘연의 대답을 기다리다

 답답해져서는 직접 가서 물어보려 일어섰다.

 

 휘연은 그런 한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그래.. 무엇이오, 대체?"

 

 "그게, 그러니까... 저하.."

 

 "?"

 

 "전하께서는 제가.. 저하를 진정으로 연모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

 

 "부부의 연을 맺은 마당에 못할 것도 없지 않으냐시며.. 저하를 잘 보필하라 하셨습니다..."

 

 "..."

 

 "...그러셨습니다."

 

 

 

 휘연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다 말하고 나니 괜히 낯뜨거워졌다.

 

 

 한은 휘연의 말을 듣고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몹시 부끄러웠기에.

 

 휘연을 바라보기가 몹시 민망해졌다.

 

 

 '아바마마께서는 왜 쓸데없는 말씀을 하셔서는..'

 

 

 괜한 말을 해서

 휘연과 자신의 사이를 더 어색하게 만든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자신과 휘연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일 테지만.

 

 

 '하긴.. 그런 약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다면 가만히 있지 않으셨겠지...'

 

 

 한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여.."

 

 "예?"

 

 "해서.. 빈궁은 뭐라 대답하였소?"

 

 "아.."

 

 "?"

 

 "저도 모르게.. 그러겠다고 하였습니다."

 

 "..."

 

 "달리 할 말이 없어서..."

 

 

 휘연은 이야기를 한 뒤,

 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의 표정이 아까보다 조금은 밝아보였다.

 

 

 

 한은 속도 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저 상투적인 대답이었을 테지만,

 그래도 휘연이 그러겠다 답했다는 사실이

 제법 기뻤다.

 

 

 

 "그랬군.."

 

 "혹.. 다른 답을 했어야 할까요?"

 

 "아니오. 그거면 되었소."

 

 "예, 저하. 다행입니다."

 

 

 

 휘연은 한이 왜 기쁜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기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참.. 별나다.'

 

 

 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기분이 좋았다.

 

 휘연을 보며 생긋 웃기까지 하였다.

 

 

 

 이렇게도..

 

 

 

 안 맞는 두 사람이었다.

 

 

 

 

 

 

 

 

 

 

 

 

 -

 

 

 

 

 

 

 

 

 

 

 

 

 한은 휘연에게 다녀온 뒤,

 처소에서 쉬다 중전의 부름을 받았다.

 

 하여 중전에게 가고 있었다.

 

 

 

 

 

 

 "저하, 오셨습니까."

 

 "어마마마는 안에 계신가?"

 

 "예, 저하. 안으로 드시지요."

 

 

 한은 나인을 따라 안으로 향하였다.

 

 

 문 앞에 서자,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그 죽음을 밝히려는 자들이 남았단 말이냐?"

 

 "예, 마마."

 

 "그때 확실히 다 손을 썼다고 하지 않았느냐!"

 

 "송구하옵니다, 마마. 하오나.. 모두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미리 알고선 몸을 숨긴 자들도 있었고, 관직을 내려놓은 채 수도를 떠난 자들도 있었고, 처리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기어이 살아남은 자들도 있습니다."

 

 "..."

 

 "또한 지금쯤이면 죽은 이들의 자손들이 장성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들까지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마마. 영문을 알 수 없는 죽음이 너무 많아진다면.. 누군가는 의심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나더러 손을 놓고 있으라는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마마."

 

 "..생각해둔 다른 방도는 없는 것이냐?"

 

 "있기는 합니다만.. 마마, 박정인이란 자를 기억하시옵니까?"

 

 "박정인이라... 익숙한 이름이구나."

 

 "서현세자의 스승이었던 자입니다."

 

 "아! 그래.. 그 아이의 스승이었지. 그자는 왜?"

 

 "그자가 지금 가장 유력한 인물입니다. 아마 그자가 그.. 죽음을 파헤치고, 세력을 모으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일의 주축일 것입니다."

 

 "...감히."

 

 "그자에게 딸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그 아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박정인이 하나밖에 없는 딸 자식을 목숨처럼 아낀다고 합니다. 그 아이를 데려다가 박정인과 협상을 하시지요."

 

 "흠.."

 

 "딸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하던 일을."

 

 "만약.. 그리 하지 않는다면?"

 

 "그럼.. 처리해야지요."

 

 "음.."

 

 "어쨌거나 그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그 일을 계속 하려거든..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까지 해야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래, 그리 하거라."

 

 "예, 마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할 것이다."

 

 "바로 내일모레, 그 여식이 동무들과 나들이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일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누구를 죽여..? 누굴 처리해?'

 

 

 한은 밖에서 이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투성이였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선동하고,

 누구를 처리하고..

 

 이게 다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한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계속 듣고 있기 힘들어진 한은 인기척을 내었다.

 

 

 그러자, 안에서는 다급하게 정리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밖에 누구냐?"

 

 "어마마마, 한이옵니다."

 

 "들어오세요, 세자."

 

 

 

 한은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누구도 없었다, 어마마마 말고는.

 

 

 '대체 누가 왔다간 거지?'

 

 

 

 "세자, 왔습니까."

 

 "예, 어마마마. 부르셨다고 하셔서.."

 

 "그저.. 오랜만에 이리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한은 어색하게 중전을 쳐다보았다.

 중전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은 그 미소가 섬뜩하다고 느꼈다.

 

 

 평소와 별다른 것 없는 미소였음에도.

 

 

 한은 갑자기 두려워졌다.

 

 

 

 자신의 어머니가

 

 

 두려워졌다.

 

 

 

 

 

 

 

 

 

 

 

 

 

 

 

 -

 

 

 

 

 

 

 

 

 

 

 

 

 

 

 

 이틀 뒤.

 

 

 

 

 

 

 "영혜야."

 

 "예, 아버지."

 

 "조심히 다녀오거라. 너무 늦지 않게 오고."

 

 "예,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오늘은 영혜가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었다.

 날이 제법 따듯해져 동무들과 나들이를 가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영혜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

 

 

 

 

 

 

 

 

 

 

 그 시각,

 

 한은 잠행을 나왔다.

 

 

 이틀 전, 어마마마의 처소 앞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저 궐 주변을 오가며 수상한 행태를 보이는 이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때에,

 누군가 상당히 수상한 움직임으로 한의 앞을 지나갔다.

 

 

 '어! 저 사람인가?'

 

 

 한은 일단 그의 뒤를 쫓았다.

 

 

 

 

 

 

 

 

 

 

 -

 

 

 

 

 

 

 

 

 

 

 

 "영혜야!"

 

 "영혜야, 어디 갔어?"

 

 "영혜야, 우리 목소리 들려?"

 

 

 

 영혜는 동무들과 나들이를 나와 한창 즐겁게 놀다가

 동산 위에 있는 꽃을 따오겠다며 홀로 길을 나섰다.

 

 그러고는 한참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유, 얘가 대체 어딜 간 거야."

 

 "그러게.. 꽃은 왜 갑자기 따러 간 거래."

 

 "영혜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꽃이래."

 

 

 

 

 

 

 

 

 -

 

 

 

 

 

 

 

 

 "여깄다!"

 

 

 영혜는 꽃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흙을 파냈다.

 

 꽃을 그냥 꺾어버리지 말라고 아버지가 늘 당부하셨기에 영혜는 그리 하였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겠지?'

 

 

 영혜는 부푼 마음을 안고선

 다시 동무들에게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 누구십니까?"

 

 

 영혜의 앞에 나타난 자는 아무런 대답도 않고선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왜, 왜 이러십니까.."

 

 

 영혜는 겁을 먹은 채

 뒷걸음질 쳤다.

 

 

 그자는 계속 점점 더 다가오고..

 

 

 급기야 영혜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달려보았지만,

 

 금세 따라잡히고 말았다.

 

 

 

 "으악!"

 

 

 

 자신을 붙잡는 손에

 너무나 놀란 영혜는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왜, 왜 따라오세요."

 

 "..."

 

 "누구십니까? 저를 아십니까?"

 

 "네 아버지를 원망해라."

 

 "예?"

 

 

 그자는 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

 

 

 

 영혜는 바닥에 엎드려 빌기 시작하였다.

 

 

 

 "왜.. 왜 이러십니까. 살려주십시오. 살, 살려주세요."

 

 "죽이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지금은?"

 

 

 

 영혜는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그자는 영혜에게 점점 더 다가왔다.

 

 

 ...

 

 

 

 칼 끝이 영혜를 향하였다.

 

 

 

 영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라?'

 

 

 

 

 허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혜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건

 

 자신에게 칼을 겨누던 사내가 쓰러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내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당,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내는 대답없이 영혜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혜는 의심쩍은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다 손을 잡고선 일어섰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소."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집까지 바래다주겠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동무들이 있어서.."

 

 "그래도.. 위험할지도 모르니, 뒤를 따르겠소."

 

 "...예, 고맙습니다."

 

 

 

 

 

 

 

 

 -

 

 

 

 

 

 

 

 

 

 "영혜야, 들어가."

 

 "응, 너희들도 조심히 가."

 

 "오늘 많이 놀랐을 텐데.. 푹 쉬어."

 

 "알았어. 다음에 보자!"

 

 

 동무들이 떠나고,

 영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제.. 나오셔도 괜찮습니다."

 

 

 그러자 아까 그 사내가 뒤에서 스르륵 나왔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저.. 근데, 나으리는 대체 누구십니까?"

 

 "당신의 아버지께..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오."

 

 "아버지요?"

 

 "그렇소.."

 

 "아.. 그렇군요."

 

 

 사내는 영혜의 손에 들린 꽃을 보다가 말하였다.

 

 

 "꽃을 그냥 꺾지 말라는 가르침을.. 나도 아버지께 받았소."

 

 

 사내의 말을 들은 영혜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그렇소."

 

 "저도 아버지께 그리 배웠습니다."

 

 "..꽃을 꺾어버리는 것은 꽃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그저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라, 그랬는데도 너무나 탐이 난다면 뿌리채 가져와서 내 가까운 곳에 새로이 옮겨 심어라.. 그리고 더 잘 자랄 수 있게 정성을 담아 가꾸어라... 그리 가르쳐주셨소."

 

 "같은 가르침을 받으신 분을 이리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나 또한 반가웠소. 그럼 나는 이만.."

 

 "저.. 나으리!"

 

 "?"

 

 

 

 가려던 사내를 영혜가 불러세웠다.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말씀하기 어려우시다면.."

 

 "화민."

 

 "예?"

 

 "화민이오, 내 이름."

 

 "아.. 화민.. 예! 화민 나으리, 조심히 가십시오."

 

 

 

 화민은 마지막으로 영혜에게 인사를 한 뒤, 유유히 떠났다.

 

 

 

 

 

 화민을 그 길로 한참을 걸었다.

 

 

 

 ...

 

 

 

 걷고, 또 걷고, 걸어서

 

 사람이 별로 없는 외진 곳에 도착하였다.

 

 

 

 그러곤 주위를 살핀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요."

 

 

 

 "..."

 

 

 

 "아까부터 따라오셨던 거, 다 압니다."

 

 

 

 

 그러자,

 뒤에서 누군가 걸어나왔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알았소?"

 

 "그리 티나게 따라오시는데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렇군."

 

 "왜 따라오신 겁니까?"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무엇을요?"

 

 "어떻게 알고 그 자리에 간 것이지?"

 

 "도통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는 척 그만 하게."

 

 "...그러면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

 

 "어떻게 아신 겁니까?"

 

 

 

 

 

 

 

 

 ...

 

 

 

 

 

 

 

 

 "저하."

 

 

 

 

 

 

 

 

 

 

 

 

 

 

 
작가의 말
 

 "어떻게 아신 겁니까?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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