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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가 흑막이 되어야 했던 사정
작가 : 이디별
작품등록일 : 2022.1.13

전생에 내가 죽여 버린 하녀로 환생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마주하게 된 내가 아닌 나.

이번 생에선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선 안 돼. 내가 바로 잡겠어.

나의 고달픈 마음을 위로해 줄 화가에게 기대고 싶어도
은백색 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전생의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공작이 나를 구원하여주어도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그 남주들에게 흑막을 드리운다.


뺏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10화 아르디안 고문실
작성일 : 22-01-30 19:14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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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디아나는 지금 현관 앞 로비에서 소공작 옆에 고개를 조아리고 서있었다.

 

 ‘이... 이건 아니잖아. 소공작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내가 디아나를 죽이고 내 방에서 깽판 쳤을 때 말고는 못 봤는데...’

 

 전생에서 소공작과 디아나가 아름다운 달빛 아래에서 정원 속에서 둘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적어도 유스티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근데 왜 내가 디아나가 되니까 이렇게 살벌한 건데! 나도 로맨틱하고 싶다고!’

 

 전쟁터로 끌려 나가는 기분이 드는 디아나는 이후에 유스티나를 또 어떻게 피해야 하나 한숨을 내시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우 여유로운 소공작은 시종에게 일렀다.

 

 “내 말을 내어오게. 그리고 근처에 있는 이들을 물려. 내 이 하녀와 할 말이 있으니.”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로비를 지키고 있던 집사들이 모두 자리를 피하였고 진이 디아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너.”

 “네?”

 

 디아나는 살벌한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로만 올려 보았다.

 지안보다는 체격이 좁지만 키가 더 컸고 헤이든 보다 가벼운 인상이었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고 있었다.

 조금의 오만함도 섞여있는 그의 말투에서 귀족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곳에서 얼마나 일했지?”

 “1년 조금 넘었습니다.”

 “여기 말고 아르디안 공작 저택에서 일할 생각 있나?”

 “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갑작스런 스카웃 제안에 눈이 휘둥그레진 디아나가 당황하여 할 말을 찾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녀를 구해준 것은 유스티나와 소후작이었다.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내일 떠나시죠.”

 “아냐. 도르키안느를 만날 거야. 자네는?”

 “따르겠습니다.”

 

 프란츠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진이 대답했다.

 

 “내가 다 물러나라고 해서 아무도 없어. 지금 난 이 하녀랑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진이 두 사람을 노려보자 유스티나가 그에게 급하게 말을 걸었다.

 

 “그 아이는 이곳을 떠날 예정입니다. 소공작님.”

 

 뭐?

 디아나는 오늘 밤에 제가 도망갈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 싶어 기겁을 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른 떠날 채비를 해야 하니 제 하녀를 돌려주시지요.”

 “어디를 떠나나?”

 “저를 도와준 공으로 작은 휴가를 주려 합니다. 곧 돌아오니 그때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심은 어떠실까요.

 엘레나도 이곳에 오기로 했으니 소공작님과 소후작님 두 분을 다시 초대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대로 가시면 아르디안 가문과 산타하 가문의 오랜 인연에 깊은 상처가 남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엘레나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미소를 띠우며 소공작을 바라보았다.

 그가 잠시 고민하던 찰나 시종이 다가와 그에게 승마 장갑을 건넸고 그 옆에서 소후작은 자신의 말도 준비해 달라 일렀다.

 

 “그 제안에 응하지. 유스티나.”

 “영광입니다. 소공작님.”

 “건강을 회복해서 다행이야. 좋은 하녀를 두었어. 잘 데리고 있으면 그대에게 도움이 될 걸세.”

 “그렇지 않아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바라.”

 “감사합니다. 진 오라버니.”

 

 소공작은 유스티나에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경례하였고 백작 저택을 나섰다.

 디아나가 고개도 못 들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애는 그녀를 와락 껴안는 게 아닌가.

 

 “아! 디아나. 디아나! 나의 이쁜 아이야. 너 덕분에 소공작님과 대화를 나눴어!! 이게 얼마 만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반복되자 해탈의 경지에 이른 디아나는 그저 말없이 영애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보고 다 나아서 다행 이래. 아프지 말래! 얼마 만에 이렇게 눈을 마주한 거니. 꺄악!”

 

 그녀는 손뼉을 치며 오도 방정을 떨자 멀리 서있던 백작부인이 그녀에게 다가와 등을 토닥였다.

 

 “밖에서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조신하지 못하게.”

 “어머니! 소공작님께서... 진 오라버니가 저에게 미소 지어 주셨어요.

 그런 미소는 어렸을 때 이후론 처음이라구요! 저에게 건강하라고 다음 만찬 때 오시겠다고 약조하셨어요.

 당장 저택 곳곳을 손 봐야겠어요.

 네? 엘레나가 오기 전에 드레스도 다시 사야겠다구요!”

 “그래. 네가 해달라는 거 뭐든 해주마. 내 소중한 딸.”

 

 백작 부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어떤 소중한 보물처럼 따스하게 안아주는 모습을 보자 디아나는 조금 먹먹한 기분이 들어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치... 우리 엄마는 저렇게 내가 들떠있으면 늘 안아주시던 분이었지...'

 

 더 이상 제게는 가족이 없음에 아쉬워하는데 왜 갑자기 헤이든이 떠오르는 것일까.

 다시 울적해지려는데 띵! 하는 소리에 디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시뻘겋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던 숫자 ‘1’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퐁하며 물방울 터지듯 사라졌다.

 

 ‘뭐냐. 유예기간이라도 준다는 거냐? 목숨 연장이야?’

 

 저 숫자조차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디아나는 짜증이 일었다.

 

 

 ***

 

 

 꾸르르르륵

 아르디안 공작저택 지하 감옥 고문실에서 테스의 아랫배 신음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말..말할게요... 말할 테니 제발... 그만..”

 

 진의 고갯짓에 공작가 소속 기사 2명이 포박 되어 있던 테스를 풀어다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자 가면 쓴 사내가 안으로 들어와 진에게 말을 건다.

 

 “고문실 화장실에 폭탄이 떨어졌단 소문이 사실이었군.”

 “아무리 고문해도 불 질 않잖아. 그래서 헤이든이 먹인 약 먹이고 아랫배를 몇 번 걷어찼더니 술술 부네.”

 

 화장실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제도 먹였다 하지 않았나? 왜 또 먹인 거야?”

 “거짓말을 하더라고. 귀신을 속이라 하지.”

 “저러다 트라우마 생기겠는데?”

 

 얼굴이 반쪽이 된 테스가 화장실에서 기사에게 끌려 나왔다.

 그 모습이 무척 수치스러워 소공작은 자신이 더 부끄러워졌다.

 

 “그러게 아까 좋은 말로 물었을 때 대답했어야지. 네가 거짓말 하는지 안 하는지 다 아니까 사실 만을 말해. 알았나?”

 

 테스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퍼렇게 질려있었고 피골 상접하여 몹시 애처로워 보였다.

 

 꾸르르르륵

 

 여전히 말이 없는 테스에게서는 그의 아랫배만이 그러리라 대답하고 있다.

 

 “남작 이름.”

 

 진이 노기 어린 목소리로 질문하자 메마른 목소리로 테스가 힘겹게 대답한다.

 

 “저에겐 처 자식이 있습니다요 흑흑흑. 제가 말하면... 제 가족들이...”

 

 또다시 그의 아랫배에 라이트 어퍼컷을 날렸다.

 

 “크어어헉.”

 “거짓말 하지 말랬지. 마지막 경고야.”

 

 꾸르르르륵

 

 “남작 이름!”

 

 진이 쓰러져 있는 테스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테스가 소리를 질렀다.

 

 “디...디켈! 트루오스입니다.”

 “증거는?”

 “제.. 치부책에 ‘이리1,2’가 그 남작들입니다요. 흐흐흑. 시.. 시릴 성 장부랑 비교해보시면 나올 겁니다. 흑흑”

 

 가면 쓴 사내가 테스에게 서신을 들이대며 묻는다.

 

 “여기서 안개랑 물은 누굴 말하는 거냐?”

 

 테스가 아랫배를 움켜잡고 대답을 피하자 진이 그 팔을 걷어차고는 아랫배를 발로 지그시 누른다.

 비명을 지르던 테스가 절규를 하며 둔부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시온! 에시온! 공..작입니다”

 

 아연한 표정을 짓던 진과 가면 쓴 사내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럼...”

 

 테스가 이젠 포기했다는 듯 서럽게 통곡하며 대답했다.

 

 “흐흐흑. 에시온.. 공작을 곧 살해한다는 뜻입니다요. 흐흑..”

 “안개는? 안개는 뭘 뜻하나.”

 “그건 진짜 저도 모릅니다. 진짜 모릅니다요 흑흑. 전 전달하는 역할 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나으리!”

 “전달자 역할만 하는 인간이 이 단어가 뭘 뜻하는지 다 알고 있어?”

 “산타하 백작이 너무 비협조적이라 저에게 반응을 살피라고 듀켈 기사가 알려준 겁니다..”

 

 꾸르르르륵

 

 피로 얼룩진 그의 몸에서 발을 뗀 진은 몸을 숙여 테스의 머리를 잡아 올려 그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나중에.. 듀켈 가문 총괄집사 시켜주겠다고... 저도 살려고 그랬습니다요, 나으리... 제발 이제 그만..”

 

 진은 그의 머리를 바닥에 툭 던지며 일어나 기사들에게 손짓한 후 고문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사라지자 기사들이 테스의 양팔을 붙들고 화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

 “잠깐.”

 가면 쓴 사내가 그들을 부르자 기사들이 멈추어 섰다.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테스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온 몸을 괴롭히던 통증들이 사라진 것에 놀란 테스가 고개를 돌려 가면사나이를 바라보았다.

 

 “이자를 씻기고 제대로 된 식사를 주어라. 며칠째 몸을 혹사 시켜 괴로울 거다.”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고문실을 나갔고 진이 벽에 기대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런 놈을 왜 치료해줘?”

 

 가면을 벗자 지안의 얼굴이 빛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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