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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가 흑막이 되어야 했던 사정
작가 : 이디별
작품등록일 : 2022.1.13

전생에 내가 죽여 버린 하녀로 환생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마주하게 된 내가 아닌 나.

이번 생에선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선 안 돼. 내가 바로 잡겠어.

나의 고달픈 마음을 위로해 줄 화가에게 기대고 싶어도
은백색 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전생의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공작이 나를 구원하여주어도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그 남주들에게 흑막을 드리운다.


뺏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8화 영애야! 아냐... 아니라고!
작성일 : 22-01-27 15:26     조회 : 292     추천 : 1     분량 :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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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스티나가 기억하는 거라곤 식당에서 소공작이 디아나에게 끊임없이 시선을 주었던 것.

 식사가 끝나고 그녀를 데리고 정원에 가서 대화를 나누던 모습.

 이게 전부라 그들의 로맨스가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진짜 식당에서 첫 눈에 반한건가? 근데 나는.. 고작 그거 보고 애를 죽인거야?’

 

 디아나는 전생의 자신에게 살벌함을 느끼고는 이내 결심하였다.

 

 ‘그래. 오늘은 방에서 두문불출하자!’

 

 안 만나면 될 거 아냐.

 자신을 죽이려했던 소공작이 꼴도 보기 싫은 디아나였다.

 그리고 오늘의 유스티나를 보니 그때의 나처럼 히스테릭하지 않으니 죽이기까지 하겠나 싶어 곁눈질로 그녀를 쓱 쳐다보았다.

 

 ‘허리를 그렇게 졸라매면 숨은 쉬어지니?’ 라고 말하고 싶은걸 간신히 참아낸 디아나는 전생보다 훨씬 편안한 자신의 복장에 박수를 보내며 영애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바빠 보이시니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영애가 디아나에게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하녀장, 멜롯이 뛰어 들어왔다.

 

 “아가씨! 오셨어요!!”

 

 “진짜, 진짜? 어디계시니?”

 

 “지금 마르켈 도련님 서재에서 티타임 하신다 해요. 프란츠 소후작님도 오셨어요.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보고 싶다고 건너오라 하십니다.”

 

 “마저 입고 갈께!”

 

 “네, 아가씨.”

 

 “앨리스! 서둘러! 왜 이리 굽뜨니?”

 

 재촉하는 유스티나의 곁에서 허겁지겁 정신없는 하녀들을 넋놓고 보던 디아나는 소공작이 같은 건물안에 있다는 생각만으로 소름이 끼쳐 뒤돌아 방을 빠져나가려했다.

 

 “디아나!”

 

 전생의 내가 나가려는 나를 부르자 불안한 마음을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다가와 있던 유스티나가 디아나에게 팔짱을 꼈다.

 

 “같이 가자.”

 “네? 아뇨. 저는..”

 “가서 나를 치료해준 고마운 귀인이라 소개해야지.”

 

 우악스럽게 잡아 끄는 그녀에게 질질 끌려가는 디아나의 뒷모습이 마냥 처량하고 위태로워보였다.

 

 ***

 

 유스티나의 방은 3층이고 마르켈 소백작의 서재는 백작의 집무실과 가까운 2층에 있었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그 계단이 이리 멀고 험했나.

 

 디아나는 자신에게 무슨 위기가 닥칠지 몰라 몸을 벌벌 떨었다.

 

 ‘괜찮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죽진 않는다잖아... 사지가 뜯기긴 해도.’

 

 유독 기분 좋아 보이는 유스티나의 뒷모습을 쫓던 디아나의 시선이 이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앨리스가 노크를 하여 서재의 문이 열었고 유스티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조심스레 치마 앞자락을 들고 들어섰다.

 

 몰라보게 건강해진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친 오라비인 마르켈 폰 산타하 소백작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널 보니 기쁘기 그지없구나.”

 

 “이번 아카데미에서 수석 졸업을 하셨다면서요. 축하 드려요. 오라버니.”

 

 “고맙다.”

 

 마르켈의 에스코트와 함께 손님에게로 다가간 유스티나가 양손으로 치마를 잡고 절하였다.

 

 “산타하의 유스티나가 소공작님과 소후작님을 뵙습니다.”

 

 창가에 서있던 소 공작은 서있던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았고 소파에 앉아있던 소 후작은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예를 차렸다.

 

 디아나는 앨리스를 따라 출입구 쪽에 서서 유스티나의 명이 있을 때 까지 조용히 대기를 탔다. 그러다 이내 소백작의 목소리에 반응한 그녀의 시선이 전(前) 오라버니를 향하였다.

 

 추억이 많은 낯설지 않은 그의 서재.

 

 어렸을 때 이곳을 선물 받은 오라버니를 질투하며 울어 댔더니 딸 바보 타지우는 지금의 백작 영애 거실을 리모델링하여 유스티나에게 주었다.

 어릴 땐 많이 싸웠지만 죽기 직전까지도 저를 챙긴 착한 내 오라버니.

 

 눈시울이 붉어져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 모든 게 저 나쁜 소공작 때문이지.’

 

 디아나는 더더욱 의지를 불태우며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더니 뒷골이 당겼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유스티나.”

 

 “프란츠 오라버니께서도 잘 지내셨나요? 더욱 강건해 지셨군요.”

 

 “나와는 거의 3년 만에 보는 거군. 엘레나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어.”

 

 “저희는 편지를 자주 주고받는 답니다. 큰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친구죠.”

 

 “하. 편지 속에 내 험담은 안 했기를 바라지.”

 

 유스티나가 미소 지어 보이고는 힐끗 소공작을 보는데 그는 그들의 대화에 전혀 관심 없는 듯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처음 보는 하녀구나.”

 

 마르켈이 디아나를 보며 묻자 유스티나가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 세탁 하녀로 있던 아이입니다. 저의 치료를 도운 공으로 지금 제가 데리고 있어요.”

 

 “아, 그 아이로군!”

 

 그가 디아나에게로 다가가 팔짱을 낀 채로 물건을 감별하듯 훑어보는 눈빛이 여간 능글 맞지 않다.

 

 “아쉽네. 하녀로 있기엔 외모가 매우 출중하구나. 그렇지 않습니까, 소 공작님?”

 

 마르켈이 구지 그에게 물어본 것은 진의 집요한 시선이 이 하녀를 향하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 며칠 심기가 불편한 소공작의 비위를 맞춰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저택 그 어떤 것도 다 갖다 바치겠다는 소백작의 의지이기도 했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거리낌 없이 지냈던 친우가 언제부터 직함을 부르더니 거리를 두었다.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던 마르켈에게 여인이란 존재는 귀중한 자산이었다.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던 소공작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두고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 걸음은 굉장히 나른하고 우아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소공작을 향했다.

 

 ‘아... 마르켈. 이 주책아! 아까 그리웠던 거 취소. 저리 안 가?’

 

 디아나가 마르켈에게 날리고 싶은 주먹을 꽉 쥐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손에 의해 고개가 휙 들어 올려졌다.

 

 손길만은 절대 우아하지 않던 소공작이 그녀의 턱을 치켜세우자 놀란 토끼 눈한 디아나의 시선이 강제로 고정돼 버렸다.

 

 쌍커플 없는 눈매가 매력적인 그의 눈에서 영롱하게 빛나던 에메랄드 빛 푸른 눈동자는 그가 가진 애쉬블루 머리카락과 묘하게 잘 어울려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진 마르소 드 아르디안.’

 

 디아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당신, 디아나를 사랑해서 바라보는 게 아니었구나!’

 

 환생을 한 후 애써 외면해왔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던 소공작의 애정 어린 눈길은 지금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진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기엔 그는 디아나를 무척 시고 건조하게 바라보았다.

 

 ‘당신이 향하던 그 눈빛이 이런 거였어? 이렇게 차갑고 냉담했던 거야?’

 

 왠지 모를 배신감에 디아나가 아랫입술을 잘게 깨물자 진은 비웃음이 한 방울 섞인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잡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소백작.”

 

 “네. 소공작님.”

 

 “마음이 바뀌었네. 백작께서 초대하신 오늘 저녁 식사에 응하겠다 전하게.”

 

 그 말 만을 남기고 진은 서재를 나가버렸고 그의 뒤를 소후작과 시종이 따랐다.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당황했던 디아나는 문득 싸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더니 맙소사...

 

 유스티나의 싸늘한 시선과 딱 마주쳤다.

 

 

 ‘아... 망했다. 저기... 아냐, 아니라고!’

 

 

 ‘진은 디아나에게 관심 없어!!’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낸 디아나는 밖으로 휙 나가버리는 백작 영애를 따라 나서야 하나 도망 가야하나, 고민하기에 이르렀으나 옆에있던 앨리스가 어깨를 툭 치며 빨리 따라가라고 노려본다.

 아.. 전생의 동지... 오늘의 적이구나!

 

 서재를 나와 3층 백작영애의 방 문 앞에 이르자 유스티나의 살벌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디아나.”

 “...네?”

 “너 나 좀 봐야겠다.”

 “저를 왜...”

 

 “오늘부터 앨리스와 함께 나의 시중을 들 거라.”

 

 “네?”

 

 “어깨가 뻐근하니 안마부터.”

 

 내가 저 심리 알지.

 소공작이 왜 그랬는지 제 곁에 두고 지켜봐야겠다는 심보 아니냐.

 

 평생 누군가를 부려먹기만 했지 내가 시중 들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 디아나는 더더욱 소공작을 저주하였다.

 

 그로부터 저녁 만찬 때까지 디아나는 백작을 만날 타이밍은커녕 물 한잔 마시며 쉴 틈이 없었다.

 

 “디아나, 발이 저리구나. 발마사지를 해다오.”

 “디아나, 차 한잔 마셔야겠다. 준비해다오.”

 “디아나. 화장대가 엉망이구나. 정리해라.”

 

 와오. 그만 좀 불러라!

 

 전생의 나지만 어쩜 이리 하나도 안 변했는지.

 마음에 안 드는 하녀만 집중적으로 일 시켜 댔던 백작영애는 디아나 이름이 닳도록 그녀를 부르며 일을 시켰다.

 

 디아나가 무릎을 꿇고 땀 흘리며 바닥을 닦고 있을 때 그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졌음을 느꼈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한 디아나는 들고 있던 걸레를 집어던졌다.

 

 ‘백작 포기. 그냥 튀자!’

 

 도저히 안 되겠는 디아나는 치부책은 다음기회에 쓰기로 결심했다.

 

 ‘이대로는 유스티나에게 죽기 전에 내 심장이 쫄려서 먼저 죽겠다.’

 

 디아나는 바로 일어서 도망치려던 순간 유스티나가 모습을 드러내며 방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따르던 앨리스가 디아나에게 손짓하며 따르라며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유독 앨리스의 감시가 심해졌다 느낀 그녀는 자신의 도망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조용히 살게, 나 좀 내버려둬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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