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제 어딜 갈 거야?”
“그림을 찾으러 가야죠.”
“어디 있는 줄 알고 가는 거야?”
“있을 만한 곳이 거기 밖에 없어요.”
하지만, 가는 곳마다 허탕을 치며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다.
그림만 사라진 게 아닌 허탕을 치면 칠수록 우리의 의지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점점 노을이 보이며 은우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그만하자고 했지만, 윤재가 바로 불같이 화내며 찾을 때까지 못 돌아간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아야, 너 집을 한 번 가보자.”
“왜요?, 거긴 가기 싫어요.”
“거기에 있을 확률이 커.”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이 압박을 넣으셨니..?”
“아뇨.. 정말 잘해주셨어요, 어떤 부모님보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 희망을 거셨는데 슬퍼하는 표정, 감정, 행동 다 못 보겠어요..”
순간 정적이 흐르며 우리 움직이지 못했다. 괜히 움직이면 죄인 듯 보이기 때문이었기.
윤재는 나긋한 목소리와 울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유아야, 나는 부모님이라는 존재 자체도 몰랐어, 어느 순간 깨달았고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점을 알았어, 그게 너 나이 때 훨씬 이후야.
나는 부모님이 실제로 계시든 안 계시든 찾아가는 게 슬프지 않아, 만약에 슬펐으면 그 자리에서 부모님 대한 절망만 할 뿐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유아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이번엔 우리가 앞으로 먼저 걸으며 유아가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유아의 집에 도착 후, 유아는 한참 동안 망설이며 옷만 만지작거리며 먼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소리, 움직임, 감정, 무언가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천천히 문을 열며 인기척을 확인했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집으로 들어갔다.
바로 유아의 방으로 향하며 본 순간 의미 있게 잘 꾸며놓은 듯해 보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미술 작품들. 그림, 조형물, 심지어 사진첩도 가지고 있었다.
여러 가지 미술 전공 책과 다양한 미술용품들.
은우는 쳐다도 보고 여기저기 조형물을 만지며 질문을 던졌다.
“왜 미술을 하고 싶은 거야?”
“제가 어릴 때 부모님 그림을 드렸거든요,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희열감이라는 것을, 불과 7살에..”
윤재는 구석에 가만히 책상에 몸을 기댄 후 생각하는 듯 미술 서적을 쭉 쳐다보며 유아를 쳐다보고 번갈아 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그럼 부모님에게 가야지.”
“어디 계신 줄 알고 막 가??”
“가장 예쁘게 유아가 있는 곳, 앞으로 쭉 예쁘게 있는 곳.”
윤재는 유아의 손을 잡아 끌면서 은우에게도 빨리 오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몇 번 유아의 손을 놓칠 뻔했지만, 다시금 손을 고쳐 잡아 풀리지 않을 듯 보였다.
몇 분 후, 도착한 장소는 납골당이었다.
“윤재야 여기가 유아가 예쁜 곳이야?”
“미술적으로 생각할 때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납골당, 그리고 예쁜 사진으로 전시해놓으니깐, 여기 밖에 없었어요.
왜 유아야, 이해하기 힘드니?”
윤재는 방긋 웃으며 유아의 어깨를 팍 치고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해 안 해도 돼.”
그 후, 유아의 부모님이 유아의 마지막 그림을 가지고는 납골당으로 오셨다.
“자, 우리의 마지막 임무는 저 그림을 가져와야 해, 시선을 끌다가 각 보이면 유아야, 너가 꼭 가져와. 우리의 마지막 선물이야.”
유아의 부모님은 그림을 잠시 옆으로 놔두고는 울기는커녕 유아의 영정 사진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박장대소 시작했다.
“열심히 살아왔구나, 너 앞에서 절대 울고 싶지 않거든, 항상 강인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는데 너 앞에서 울면 그런 게 다 깨지잖아, 그치, 이건 너도 인정해줘. 항상 고맙다.”
“그니깐, 납골당와서 웃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을 거야. 그니깐, 멋지게 살고 거기선 후회하지 마.
유아의 부모님은 호탕하게 다시 한번 웃으면서 그림을 들며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 후, 유아는 굳은 듯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고 은우가 등을 밀쳐도 1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플랜 B 같은 해결책으로 윤재에게 가져오라는 눈길을 날렸고 윤재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저게 부모님의 마음인가...?, 웃기면서 따뜻해, 꼭 찾을 거예요. 무조건.“
”야, 윤재야, 정신 차려. 저거 가져와야지.“
이미 윤재와 유아가 정신을 차릴 때쯤 부모님과 그림은 사라진 지 시간이 지난 후였다.
빠르게 나가 주변을 살펴보는 와중, 하얀 연기가 세 명을 맞이하는 듯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기분이었다.
”아휴, 참 태우기 싫은데, 유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하얀 연기, 떨어질 듯 말 듯 따뜻한 눈물, 마지막 유아의 그림.
그 3가지가 누구도 다투지 않고 조화되는 듯 아무도 말리지 못할 불꽃에 들어갔다.
”안 돼, 그건 만은...“
유아는 불꽃에 휘말려 들어갈 뻔했지만, 윤재와 은우는 이것이 부모님의 신념이니 포기하라며 고개를 휙휙 저은 후, 불꽃에 못 가게 손은 꽉 잡고 있었다.
”왜 말리신 거예요...?, 찾아 주신다면서요, 마지막 선물이라면서요??“
”그건 부모님이 알려 주실 거야.“
”이 그림이 불에 타서 재만 남았으면 우리는 이 재만 가지고 있으면 돼.“
”이 그림은 제일 아끼면서 항상 자랑했으니 이건 돌려줘야죠, 이 연기가 위로 올라가 우리 딸에게 전해지면 참 좋겠어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서 아직도 바닥에 영혼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아니요?, 우리 딸은 천사니깐 위에서 항상 저희를 지켜볼 거에요, 그리고 우리에게 이 사진만 있으면 돼요.“
”5살에 색연필을 잡더니 7살에 첫 그림을 우리를 그려줬으니, 그리고 5살에 피아노 친 얘도 있다는데, 우리도 아이도 영재인가 봐?“
”뭐 아무렴 어때요, 우리 딸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감개무량이죠.“
”평생, 항상, 우리가 죽을 때까지 우리의 딸로 남아줬으면 한다!!“
유아의 아버지는 입 주변에 손을 오므리고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얘기했고 눈물이 떨어지자 다급히 숨겼다.
”방금 흘린 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좋았던 추억에서 흘리지 못한 기쁜 눈물이야.“
부모님은 떠나시고는 셋만 남았지만, 너무나 어색했다. 은우가 첫입을 땠다.
”이제 어떡할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요.“
윤재는 아까 전부터 머리를 끙끙 앓다가 은우를 밀어치고는 유아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유아야, 예술이라는 건 남들이 말리는 길이고 배고픈 곳이야. 하지만, 예술가라는 너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해, 자꾸 성공에만 목표를 두면 너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져.
상 하나 수상하지 않으면 너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비교를 당해도 변하는 것도 아니잖아.
배고프게 살아야 하면 그냥 배고프게 살아, 너만의 가치가 변하지 않고 계속 유지만 되면 분명 빛을 볼 거야.“
”그리고 나한테 너가 뭔데 이렇게 얘기를 지껄이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 나도 그 길을 걸어봤어, 미술이 아닌 문예 창작으로. 나도 열심히 했어, 근데 안되더라고 근데 너처럼 포기는 안 했어, 나 같은 거장을 놓치네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 뭐 결과는 안 좋지만,
너에게 얘기를 이렇게 해주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 이걸 너무 좋아하니깐 이거에만 시간과 정성을 쏟아.“
”그럼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다시 해보는 거 어때, 분명 좋은 예술가 될 거야!!“
”만약에 예술은 안 되다고 하는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며....?“
”분명 너의 부모님 같은 분들 만나기 힘들어, 아니 안 계실 수도 있어, 그거 하나만큼은 기억해. 자식이 무언가 하고자 한다고 다짐하면 걱정하는 부모님은 계셔도 막는 부모님은 없어.“
”맞아, 유아야. 이 성은우도 같은 생각이야. 그리고 날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누가 그려달라고 하면 무조건, 많이 그려줘.“
유아는 윤재와 은우의 말을 듣고 다짐한 듯 저승을 택했고 천천히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저승이라는 길은 빠르고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데리고 갔다.
”윤재야, 너한테 배울 게 많다, 그리고 나에게 희망을 봤다. 동생을 진짜 볼 희망을.“
돌아가는 길, 윤재는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있었다.
”선배, 우리는 왜 살아있는 유아의 부모님 눈에 안 보이죠?“
”이미 죽은 영혼의 능력이라고 보면 돼, 나도 처음엔 엄청 신기했거든, 점점 시간이 지나고 뭐 익숙해졌지.“
”아 그리고, 너도 예체능 길을 선택했구나..., 어땠어?“
”뭐 있나요, 너무 늦게 시작한 나머지, 밀릴 수밖에 없었고 그 밀리는 것이 피부에 느껴질 정도였어요. 급한 대로 학원도 다녔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죠.
그 길을 못 가긴 했지만, 언젠간 다시 갈 마음은 있습니다.“
”심지어 지방 쪽이어서 방학 동안 도시에서 통학하기도 했어요.“
”이야, 왜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냥 상상력도 풍부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길을 걸으면 나한테도 좋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도 풍부해지니 두 배로 좋아지죠.“
”내 동생도 문예 창작을 했거든, 근데 이렇게 왜 좋아하는지 이유조차 안 물어봤어, 군대도 있었고 내 문제도 있었으니, 만약에 꼭 만나게 되면 이 질문부터 하고 싶어.“
”혹시 그 목에 있는 것을 물어봐도 되는지...?“
”아, 이거 목걸이이긴 한데, 왜 내가 이런 여성 목걸이 하는 거 이상하냐?“
”약간요..?“
”이건 동생이 나에게 마지막 유품 같은 거야, 참 글쓰기 능력을 보고 싶었는데 왜 유서에서 보게 되는지..“
”그 목걸이 어디서 많이 봤다고 느꼈는데, 맞는 듯하네요.“
”왜? 뭐가? 뜸들이 말고 말해봐.“
”저 선배님 동생이랑 같은 동아리를 했던 거 같아요.“
”진짜 그게 맞아?“
”네, 학원마다 열리는 동아리 대회가 있었는데 랜덤으로 만들어지게끔 했는데 같은 조였던 거 같아요. 이름이 아마 영서 아니에요?“
은우는 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듯 고개를 힘없이 끄덕거리며 미처 알지 못한 단서가 여기에서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다, 은우는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얘기했다.
”혹시 너가 영서 괴롭힌 거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에요, 같은 조긴 했지만,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때쯤 자살했다고 얘기가 나왔어요..., 같이 처음 역할을 분배할 때 되게 적극적이어서 팀장까지 하면서 결의까지 다졌어요.“
”그럼 너는 처음 볼 때부터 호감이었다?“
”당연하죠, 그리고 저 오늘 봤잖아요? 엄청 멋있는 거.“
은우는 뭔가 알아차린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윤재를 안았다.
”고맙다. 윤재야, 너가 되게 내 동생 같다, 그리고 너랑 동생이랑 말하는 게 비슷해. 그래서 더 동생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