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응...?”
“너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 넌 바보가 아니라 원이니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너... 유원... 넌 웃는 것이 물론 예쁘지만 그렇다고 우는 니 모습이 예쁘지 않은게 아니야... 웃고 싶다고 쉽게 웃어지는 건 아니야... 웃는 것도 많이 웃어 봐야 잘, 많이 웃을 수 있는거야... 넌 지금까지 웃는 일보다 우는 일이 더 많았잖아... 우는 일이 많았던 사람이 갑자기 웃는 건 너무 어려운거야... 근데 넌 나랑 어제랑 오늘 놀면서 잘 웃어줬잖아 넌 어려운걸 한거야... 근데 아직은 이틀 밖에 안 지나서 우는게 더 쉬운거야...! 이제 나랑 놀면서 웃는게 우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 되도록 만들어보자! 내가 도와줄게! 물론 웃는 걸 도와줄 순 없겠지... 웃는게 내가 아닌 너니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건 도와줄 순 있으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줄게!”
“누나아... 흐아아앙”
원은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고 유솔은 그런 원을 안아주었다.
유솔의 아빠는 유솔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방금 유솔이 한 말들이, 이 순간의 유솔이 더욱 어른스러워 보였다.
유솔의 아빠는 유솔이 말하지 않고 들은걸 알게 되면 또 삐질 것 같아 조금 뒤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갔다.
원은 계속해서 울었고 유솔은 그런 원을 계속 안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원은 점점 울음을 멈추었고 유솔에게서 떨어져 다시 옷 소매로 눈에 남아있던 눈물을 닦으며 훌쩍였다.
“누나아... 진짜... 고마워어...”
“ㅎㅎ 원이는 내가 맞는 말 하면 고맙다면서 울어~”
유솔이 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원아! 우리 내일은 내 친구들하고 놀래?”
“진짜?”
“응! 그리고 내 친구 동생 중에 너랑 나이 같은 애도 있어!”
“정말? 재밌겠다!”
“그럼 내일은 내 친구들이랑 다 같이 놀이터에서 놀자!”
“응!”
원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맞다! 누나 뭐 그리고 싶은 거 있다면서! 빨리 그림 그리자!!”
“그래! 근데 그전에 너는 세수부터 하고 와~”
“세수?”
“응! 많이 울었잖아~ 세수 한번 하고 와~ㅎㅎ 내가 준비하고 있을게! 화장실은 저기야!”
유솔이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은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뒤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물을 닦았다.
그리고 원은 다시 뒤돌아 거울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응!”
거울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오니 거실 탁자엔 유솔이 그림 그릴 준비를 마쳐놓았었다.
아까 사온 스케치북과 지우개, 연필이 각각 놓여있었고 그 두 스케치북 사이엔 색연필 세트 하나가 놓여있었다.
“자! 원이는 여기!”
유솔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원은 유솔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그럼 그림 그리기 시작!”
각자 그림 그리는 것에 열중했다.
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그렸고 유솔은 계속해서 원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조용히 각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때 유솔이 원에게 물어보며 정적이 깨졌다.
“원아, 아까 화장실에서 ‘응!’ 한건 뭐였어?”
“에? 아! 나 이제 많이 웃으려고 거울 볼 때마다 웃을거야! 좀 이상한가? 헤헤;;”
유솔이 눈이 빛나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아니! 전혀! 전~~혀!!! 안 이상해!!”
“에헤헤;;;”
그리고 둘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솔이 스케치북을 들고 먼저 말했다.
“다 그렸다!”
“나도!”
원이 유솔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동시에 보여줄래?”
“그래!”
“하나!”
“둘!”
“셋!”
셋을 같이 말하며 서로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우와~”
서로의 그림을 보고 둘 다 감탄했다.
“원이 그림 엄청 잘 그린다!!”
“아니야~! 누나가 더 잘 그려!”
“아니야~ 내 그림은 원이 그림에 조금도 얼씬 못 하겠는데? 원이는 뭐 그렸어?”
유솔이 원의 그림을 보며 말했다.
“우리 할머니! 내가 가장 좋아했고 좋아하는 우리 할머니 그렸어!”
“원이는 할머니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원이네 할머니가 보시면 엄청 좋아하시겠다!”
“그치? ㅎㅎ 할머니! 이거 그림 어때요? 제가 할머니 그렸어요? 마음에 들어요?”
원이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소중한 목걸이를 바라보며 말하곤 목걸이를 자신의 귀에 가져다 데곤 다시 말했다.
“헤헤~ 고맙습니다!”
“원아 뭐해?”
“이 목걸이는 나한텐 우리 할머니니까 할머니한테 말하는 중이야!”
“그래?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어?”
유솔이 웃으면서 원의 말을 받아주었다.
“할머니가 엄청 예쁘게 잘 그려줬데! 뭐 물론 진짜 할머니가 대답해 주시는 건 아니지만 할머니가 계셨다면 보고 이렇게 말 하셨을 거야!”
“분명 할머니께선 그러셨을 거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네 그림을 보고 그렇게 말 하시고 계실거야!”
“응! 근데 누나는 뭐 그린거야? 나랑 뭔가 비슷해.”
“응! 원이 너야!”
“으에??? 나?”
“응!”
“아니야! 나는 이렇게 안 예쁜데! 특히 눈이 너무 예쁘잖아!! 내 눈은 이렇게 예쁘지 않은데...”
“아니! 내 눈엔 너랑 너의 눈이 이렇게 예뻐 보였어! 그래서 이렇게 그린거야!”
“고마워...”
원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 그림은 선물!”
“진짜? 고마워...! 내 방에 붙여놓을 거야!”
“오! 그럼 내가 더 고마운데? ㅎㅎ”
둘은 이후 저녁이 될 때까지 이것 저것 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고 원은 권에게 전화했다.
“맞다! 원아! 전화번호 좀 알려주라!”
“전화번호?”
“응! 문자하게!”
“으... 응!!”
둘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곧 권이 왔고 원은 자신의 스케치북과 유솔이 선물해 준 그림, 아까 읽었던 책을 들고 유솔의 집에서 나왔다.
“원이 오늘 재밌게 놀았어?”
“응!”
‘원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 처음 보는거 같네~’
원이 해맑게 웃으며 힘차게 말하자 권은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뭐하고 놀았어?"
“보드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렸어! 이거 봐봐! 내가 할머니 그렸어! 그리고 이거는...”
원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권에게 보여주며 집으로 갔다.
“이따가 엄마랑 아빠한테 보여 줄거야!”
“맞다! 원아 오늘 엄마랑 아빠는 늦게 들어오신다니까 그전에 원이는 먼저 자고 그림은 내일 보여드리자? 가서 형이 밥 줄게~”
“응!”
“배고프지? 빨리 가자~”
“가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