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일요일
시간들은 허무하게 지나가고 드디어 1월 1일 되었다. 반년전만 해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나는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무리해서 뛰지는 못하지만 내 속과는 달리 몸은 꽤나 많이 건강해져 있었다.
그와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를 찾아 나서 보려고도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그를 뒤 쫓는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다면 서인이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의 그는 원래와는 다르게 매달마다 범행을 저질렀다. 그의 범행은 지역적으로 불규칙하게 넓고 철저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아 결국 지금까지 그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용하던 병원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밖으로 나섰지만 싸움이 일어나거나 큰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고 곧이어 휴게실 안의 공동 티비에서는 긴급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희대의 살인마, 공개 살인 방송.
상황을 감지한 나는 휴게실안으로 들어가 티비 앞에 섰다. 그 안에는 그가 나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당당히 비춰지고 있는 모습이 그가 예전에 출연하던 시사프로그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 때, 전화기의 벨이 띠링하고 한번 울렸다. 발신번호표시제한의 문자였다. 나는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다.
파종시 굴레동 36-17
이 장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이 간 나는 급하게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팀장님, 파종시 굴레동 36-17로 가야 합니다.”
티비에 나오는 그의 방송에 눈을 떼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설아, 방송 봤어? 그런데 그게 무슨…?”
“범인이 저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마 그곳에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가야 합니다.”
그는 나의 다급한 말들을 다행히 하나씩 이해하고는 알겠다는 음성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시선을 티비에서 떼지 않고 전화기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를 아시는 분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 s대학교 교수이자 미소 고아원의 원장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저에게 붙여준 아이들의 천사라는 쑥스러운 별명도 있죠.”
“크흠,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부르는 1월1일의 살인마, 장본인입니다.”
그의 뜬금없는 선언 후에 자신의 뒤에 있는 커튼을 제쳤다. 그러자 그 커튼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이 천으로 가려져 있으면서 몸이 묶여 있는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병원안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고 나는 말없이 그의 행위를 보았다.
“이들을 집행하기에 앞서 먼저 고백해야 할 게 있습니다.”
화면의 앵글이 커튼 뒤의 사람을 잡고 있다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저, ‘박형원’은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저는 얼마 못 가 죽음에 이르게 될 운명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더 많은 아이들을 구원하자고! 여러분, 저는 당신들이 말하는 아이들의 천사가 아닌 구원자입니다.”
그가 화면에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말을 이었다.
“저, ‘박형원’은 ‘구원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