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4일 금요일
내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현이가 내 자식이 된 날? 그게 아니라면 부모님을 살해한 날…? 진짜 그것도 아니라면 진짜 나 자신이라는 말인가…?
어김없이 집 밖으로 나선다. 현이를 받아들인 그날, 나는 그를 보았고 역사의 총성을 울렸다.
이른 아침, 설이에게 전화가 왔다. 내 소중한 아이들 중 하나, 나를 걱정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그래서 그에게는 모든 사실들을 털어 볼까 했지만 내가 그에게 다 털어놓는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내가 하는 일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못한 행동임을 내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모습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에게는 괜찮다는 말만 수십번을 했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었다.
그저 그가 나의 괜찮다는 한마디와 한마디에 안심하고 지금은 진실을 알지 않았으면 했다. 그가 진실을 알게 되어 극단적으로 그를 이 세상에서 지워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중에 내가 죽어서 그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이번 해도 또한 어김없이 집을 나섰지만 집에 그것을 놓고 온 탓에 다시 되돌아왔다. 단순히 집에 그것을 놓고 왔을 뿐인데, 빛이 희미하게 보이는 계단을 내려가보니 그가 권총을 들고 서있었다.
“원장님…”
“설아…”
그의 손은 떨고 있었으며 이 모든 광경이 무엇이냐는 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박형원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았다. 그 과정 동안에도 그가 나를 향한 총구를 유지하며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총구는 나를 향했고 정확히 내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을 멍하니 책상 앞만 바라봤다. 그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소리쳤다.
“원장님!”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장… 아니, 당신이 그랬어? 당신이…”
그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이 그랬냐고…!”
“아니.”
나는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그럼 저 사진들은 뭐야?”
그는 책상 앞 벽에 걸린 사진들을 한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여전히 권총으로 나를 겨누고 있었다.
“저 사진들… 모두 1월 1일 사건 현장 사진들이잖아… 그런데 저 사진들은 우리 쪽에서 찍은 사진들이 아니야.”
그렇다. 그의 말처럼 저 사진들은 경찰들이 찍은 게 아닌 그들이 오기 전에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그가 손만이 아닌 목소리도 떨며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는 나에게 계속해서 설명하라고 외쳤고 그의 외마디 속에서 나는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동생이 있었어.”
그는 나의 뜬금없는 대답에 소리지르기를 멈추고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쌍둥이 동생이 있었어… 아니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