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형원아, 형식아. 성적표 갔고 와라.”
오늘은 학교에서 성적표가 나온 날이다. 그들은 아버지가 이런 날을 그냥 넘기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하루라도 좋으니 잊고 넘어가길 바랬다. 하지만 이는 모두 어린아이의 꿈이었다.
그가 그들의 성적표를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코에 안경을 걸쳐 놓고 성적표를 유심히 살펴 보는 그의 모습이 마치 무서운 선생님과 같았다.
“역시 형원이는 이번에도 잘했네. 이렇게만 한다면 명문 사립중학교는 가뿐히 가겠어. 그런데…”
형의 옆에서 몸을 떨고 있던 동생은 긴장한 표정을 하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식아, 가져와라.”
아버지의 한마디에 동생은 쏜살같이 방안 구석으로 달려가 기다란 회초리를 들고 나왔다.
“너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어? 엎드려. 아, 형원이는 나가 있고.”
형은 아버지의 명령에 방에서 도망치듯이 나왔다. 그리고 문 앞에 쭈구려 앉아 기댔다.
방안에서는 회초리를 휘두르는 소리와 동생의 울음소리, 그리고 죄송하다는 외마디만 들리기만 했다. 형은 방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두 귀를 두손으로 꾹 막아봤지만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그들이 초등학생 때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것은 그들이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