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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너머 시계탑
작가 : 설은아
작품등록일 : 2022.1.3

대학졸업 후 2년동안 집에만 있는 여주.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데 어느 날 창고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을 돌릴 수 있어." 한 남자아이가 한 말,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9화 알바
작성일 : 22-02-01 11:0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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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 날 여주는 면접을 위해 옷 몇가지를 들고 거울 앞에 섰다. 알바면접이긴 하지만 단정하게 입고 가는게 예의이니말이다.

 "일단 이렇게."

 청바지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머리는 반묶음으로 묶었다. 나가기전 쿠키 몇개를 집어먹고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로 1시간정도 걸리는 음식점은 작은 초밥집이었다.

 "실레합니다."

 10시부터 9시반까지 운영이라는 팻말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식사 안 합니다."

 "저... 어제 연락드렸는데, 면접보러 왔습니다."

 "아~ 어제 문자 주신 분!"

 테이블을 닦고 있던 아주머니는 닦고 있던 행주를 내려놓고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주방에는 두건을 쓴 남자 한분이 계셨는데 초밥을 만드시는 분인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는 좀 해봤어요?"

 "네... 학교다닐 때 몇번 해봤어요."

 "저희 일은 크게 할 일은 없어요. 매뉴판만 보고 외워두세요. 손님들이 판에 적혀있는데 한번씩 물어볼 때가 있어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가리치며 말했다.

 가끔있다.

 큰 메뉴판을 봐도 글자가 정확히 잘 안 보이거나 그냥 직원한테 물어보는 손님들이말이다.

 "손님은 어느시간 때가 제일 많이 오세요?"

 "보통 퇴근시간 지나고 7시쯤? 점심 때쯤에는 젏은 손님들이 오고 하지. 남편이랑 둘이 하는데 주말에는 한번씩 힘이 들어서 예전엔 딸이 도와줬는데 지금은 일을 하니 잠깐 아르바이트생을 한번 써볼까 해서..."

 아주머니는 이번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10시전 까지 오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 주말 이틀은 알바를 구해서 작지만 돈을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계속 집에만 있게 되면 부모님께 의지하게 되서 죄송할 뿐이다.

 혹시 다른 일이 있을까 컴퓨터를 킨다. 요즘은 창고 문 너머로 오가며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렇게 직장도 없이 계속 시간이 지난다고 상상을 하니 인상을 확 찌푸리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오랜만에 해진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요즘 해진이는 남자친구와 사이가 틀어져 고민이라고 한다. 남자친구가 연락에 예민하다고 하는데 서로 자주 문자나 전화를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연애관련 애기를 대놓고 말하고 다니는 친구는 아니지만 남자친구와 다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냉전 중이야."

 "내가 뭐라고 누구편을 들고 할 순 없는데 사람마다 다르니까 나도 연락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니까... 근데 처음에 자주했다가 나중에 확 줄어드는 것보다 낮잖아. 한번 둘이 애기해봐, 섭섭한거 있으면 풀고."

 둘은 카펫에서 2시간을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주말 단기알바를 간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왠 단기알바? 그냥도 아니고.' 나 '왜 직장을 안 구하고 알바를 구해?' 또 짧게는 '이틀?'이라는 말도 나올 것 같다. 갑자기 왜 단기알바를 구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여주야?"

 "어?"

 "무슨 생각 해?"

 "아니야, 아니야."

 "아! 주말에 영화 보러 안 갈래? 안 본지 좀 됬잖아, 내가 재미있는거 나왔는지 볼게."

 핸드폰을 꺼내들며 검색 하는 듯 했다.

 "아니야, 나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약속? 누구 만나?"

 해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아...새로 알게된 모임 친구들이 있는데 만나서 밥먹기로 했거는."

 백프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모임이라면 모임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시간을 되돌릴려는 모임?물론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지만...

 그리고 일주일에 반 이상은 만나서 간식도 먹고 짧게 이야기도 하니 맞는 이야기다.

 "있지 저번에 어떤 커플이 사진찍으러 왔는데."

 

 

 

 주말 아침 평소와 다르게 조금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혹시나 지각하지 않을까 일찍 버스를 탔다.

 "오늘은 손님들이 많이 올려나 모르겠다."

 "식당들이 다 그렇지."

 "그 사람 또 올까?"

 식당에 들어가니 사장님과 아주머니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아직 여주가 문을 열고 들어온걸 눈치채지 못 한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테이블에는 팝콘이 놓여있었다.

 한참 이야기 중이신데 인사를 해야하나 망설이다 발로 의자를 밀쳤는지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아!"

 순간 여주에게 시선이 갔다.

 "안녕하세요."

 "어머! 일찍 왔네."

 아주머니는 여주를 보고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먼저 간단히 바닥을 쓸고 테이블을 닦았다. 그리고 허리를 감싸는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이 오실 때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일이라 조금은 긴장되었다. 손님들을 대하는 일은 힘든 일이니 혹시나 진상손님이 오지않기를 잠시 기도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여주도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요!"

 "저기요, 주문할게요."

 잠시 여유가 생기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껴보니 문자가 꽤 와 있었다. 단체방에 무슨 말이 있는건지... 하루에 두바닥 이상을 내려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손가락을 계속 내려야했다.

 "뭐지?"

 오늘은 오는지 부터 시작해서 뭐하고 있냐는 안부와 좋아하는 것과 그 탑에 대해서도 적혀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사이가 좋아진 걸까.

 "안녕하세요."

 손님이 들어왔다.

 "네! 어서오세요."

 문자를 다 읽기도 전에 다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근 손님이 많네.'

 "여기요"

 "네!"

 한 남자가 손으로 여주를 불렀다.

 "사이다 하나 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혼자왔는지 모둠 소자를 시켜서 조용히 먹고 있었다.

 "처음보는 분이신데 새로 일하시는 분인가요?"

 사이다를 테이블에 올려놓자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 네..."

 "전 이 집 단골이거든요. 혹시 이 집 초밥 안먹어보셨으면 먹어보세요. 맛있으니까 자주 오게 될거에요."

 "네...감사합니다, 먹어볼게요."

 깔끔한 정장에 투블럭의 머리, 잘생긴 외모. 여주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것 같았다.

 시계는 어느새 9시를 가리켰다. 손님들도 빠지고 두 테이블 정도 남아있었다.

 "나 왔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순간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주위를 둘러봤다.

 "어라?"

 아직 알바 중이 맞는데 민지를 이곳에서 우연히 보다니 의외였다. 민지도 놀랐는지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어서 와, 딸."

 '딸?'

 "나도 도와줄게, 이제 정리할때 됬지."

 민지는 여주를 슬쩍 보고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손님들이 가게를 나가시고 가게정리를 하는 중 민지가 다가왔다.

 "여기서 일해?"

 "아...아니 내일까지만요. 잠깐 이틀만..."

 "그렇구나."

 "언니네 부모님이셨어요?"

 닦던 테이블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그렇지, 넌 오늘 이거때문에 못 온다 했구나. 문자는 확인한 것 같은데."

 "그게 끝까지 못 봤어요. 너무 많아서..."

 여주는 민지의 얼굴을 보지않고 말했다. 왠지 '알바를 하고 있는 자신을 웃으면 어떻게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마무리는 거의 끝났으니까 여주씨는 들어가 봐. 아가씨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아주머니는 언제 왔는지 어깨를 툭툭 치시며 말했다. 뒤에 서있던 사장님도 가도 된다는 듯 손짓했다.

 "버스타고 갈거야?"

 "네, 그래야죠."

 "그럼 정유장까지 데려다줄게. 고생 했는데."

 민지가 문을 가리키며 나가자는 듯 했다. 나오는 길 사장님과 아주머니가 혹시 아는사이냐는 질문에 카페에서 마주친 사이라고 대충 말했다.

 "근데 정유장은 5분이면 되는데...번거롭게."

 "괜찮아, 근데 너 오늘 손님들은 어땠어?"

 "네? 어떻다뇨?"

 "아니 알바가 어땠어?"

 "괜찮았어요. 특별히 어려움도 없었고 잘해주셔서요. 빨리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순간 아차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앞을 봤다.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구나. 백수면 뭐 어때, 나도 좀 있으면 백수거든."

 "네?!"

 걸음을 멈추고 민지를 보았다.

 하지만 민지는 편안하게 걸어갔다. 뭔가 이유가 있는걸까.

 "그러고보니 오늘 너 안 오고 애들끼리 얘기가 살짝 나왔는데 탑으로 가는 중앙 문에 들어가면 책상이랑 의자가 있잖아."

 "네..."

 정유장 의자에 앉아 말하는데 왠지 무엇을 애기 할지 알 것 같았다.

 "그 서랍에 동화책 하나가 있어서 나도 서랍 열어보고 찜찜해서 다시 나왔거든."

 "저도 그 동화책 봤어요. 서랍 열어보고 볼까말까 하다가 그냥 모른척 했는데, 그럼 그 동화책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응, 수진이가 볼려고 동화책을 뺐다가 그냥 넣은거 말고는?"

 부웅

 버스가 정유장에 섰다.

 어중간하게 대화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드는 생각은 이상하게 알바생각이 아닌 동화책이었다.

 "설마 수진언니는 그 동화책을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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