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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너머 시계탑
작가 : 설은아
작품등록일 : 2022.1.3

대학졸업 후 2년동안 집에만 있는 여주.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데 어느 날 창고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을 돌릴 수 있어." 한 남자아이가 한 말,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7화 모두 모이다
작성일 : 22-01-20 17:25     조회 : 332     추천 : 0     분량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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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표정하게 이쪽을 볼 뿐 웃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여주와 같은 나이에 처음보는 사이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안녕."

 퉁명스런 말투에 짧은 말이였지만 기분나쁘진 않았다.

 1층 책상에는 언제왔는지 현진이가 앉아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백수들이 입는 초록색 추리닝차림에 저번처럼 안경은 쓰지 않지 않았다. 현진이는 여주 쪽을 본다.

 "이름이..."

 "여주야. 박여주."

 "오늘 처음 애기하네, 우리 동갑이었지." 라고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어? 응, 맞아."

 대충 입은 옷에 적당이 빗은 머리 꼭 집 압 피시방에 가는 차림의 흔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다른사람들보다 어색하고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다. 오히려 민성이가 더 친해지기 쉬웠다.

 하지만 “ 응, … 잘 부탁해.”라며 현진이의 말에 몸이 굳는다. 첫날 보았던 모습처럼 조용하고 무뚝뚝한 느낌이 있었다.1층에는 민지를 제외한 4명이 모두 모였다.

 "근데 민지언니는 아직 2층에 있어?"

 "집에 갔어. 볼일 있다고 문 닫이기 전에 올 수 있으면 온다고 했어."

 그 말에 아까 일이 생각났다. 혹시 아직도 기분이 상한걸까.

 "그렇구나...”

 현진이가 피곤한건지 기분이 안 좋은건지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엎드리자 수진이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여주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

 "부모님이 엄청 엄격하시나봐, 현진이네는."

 "부모님이?"

 '민성이한테 학원선생님이라는 것만 들었는데 언니는 그런 것도 알고 있나?' 하고 생각을 한다.

 수진이는 현진이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지 엎드려 있는 현진이를 한번 보고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알아?"

 둘은 오른쪽 작은 계단을 올라가 수진이는 의자에 여주는 보물상자 위에 앉았다.

 "저... 언니는 애기 해본적 있어요?"

 현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저녁에 몇 번 인사하면서 애기한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공부에 엄청 엄격한가봐."

 "학원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둘은 소리를 낮춰 말했다. 최대한 현진이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언제 일어났는지 현진이가 수진이와 여주쪽를 보고 있었다. 민성이는 손으로 입을 왔다 갔다하며 지퍼를 채우라는 듯했다.

 "괜찮아, 틀린 말도 아닌데... 난 잠시 쉬러 온거야."

 목소리에 힘이 없다. 그래도 선생님이면 좋은 직업이라 부러웠는데 나름 다른 고민거리가 있는건가 했는데 "여기 오면 숨이 틔이니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아... 그거 학교 휴학하고 알바겸 하는거야, 아직 학교도 더 다녀야돼."

 '그럼 학교졸업하면 학교선생님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으면 편안해지거든."

 현진이가 말했다.

 여주는 조금 놀랐다. 편하다니 이 곳이 조용하고 혼자있기 좋은 장소있건 맞지만 편안해진다니... 아니면 집이 불편한걸까.

 "집에 있으면 부모님한테 붙잡혀 있는 것 같거든. 집에서든 학원에서는 공부만 하니까."

 "부모님이 기대하는게 많으셔?"

 수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어릴때 부터 그런게 없지않아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성적이나 학교에 예민해 하시더라구 그건 학생 때니까 그럴수있지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될 줄은 몰랐어."

 "아아…."

 왠지 상상이 됐다. 시험을 치고 시험표를 보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님의 모습, 더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말.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건 소용없는 것 같다. 공부잘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공부 못하고 대학을 안 나와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부모님이랑 한번 이야기 해보는건 어때요?"

 민성이가 먼저 말하자 여주도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너무 진지하게이야기라도 해봐."라고 했다. 현진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가라앉았다.

 "애기는 몇번 해봤지. 힘드니까 조금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쉬고 싶다고... 근데 학원까지 간거야."

 잠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학원선생님이라고해서 부러운 마음이 컸는데 하고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니 뭔가 기분이 안 좋았다. 자신은 하고싶은 일을 했지만 하지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하고싶은 일을 할까?

 "나도 놀고싶다."

 시간을 되돌린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돌리고 싶은 순간으로 간다. 그럼 그때부터 다시 살 수 있겠지. 자신이 괴로워한 시간을 바뀌기위해서.

 하지만 정말로 되돌린다고 바꿔질까? 기억은 그대로 남는데 다시 덮어쓴다고 달라지는걸까?

 있던 과거로 돌아가 다른 내용을 만들어 덮는다. 하지만 있던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진이가 갖고 온 귤을 꺼내서 책상 위에 놓았다.

 "먹어." 하며 짧게 말했다.

 다들 하나씩 집는다. 껍질을 조금씩 벗기며 귤을 입에 넣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귤은 달지만 쉬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민지가 들어왔다.

 "언니 오셨네요."

 "아직 다 안 가고 있네?"

 민지는 책상에 앉아있는 넷을 보고 말했다.

 "애기하다보니..."

 그때 흩어진 후 이번이 5명이 모두 모인 것이 처음이다.

 "전부 모였네?"

 민지가 의자에 앉았다.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괜찮아, 피곤해서 그래. 그러고보니 그 박사님이라는 남자아이는 보이지도 않네?"

 그 때이후로는 보이지 않았다.

 "너희는 그 애기들 전부 이해했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음..." 하며 뜸을 들렸다.

 "간단히 말하면 탑 꼭대기로 가서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로 갈 수 있다?"

 민성이가 먼저 말했다.

 "그건 다 아는 거잖아.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아니 시간을 돌릴려면 열쇠가 필요하다고 했어. 그걸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했고."

 현진이가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밤새 있을 수는 있지만 아침 9시까지는 나갈 수 없어. 대신 밖에서 열 수 있다."

 "대충 이렇게 말했었지."

 "근데 아무도 꼭대기로 올라가지 않으면 계속 여기 올 수 있는거 아니에요? 열쇠라는게 뭔지도 모르겠고."

 여주가 말했다. 아직 다들 탑 꼭대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이 곳에 와 쉬다가 가는 정도로 생각한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는게 어때요? 전 먼저 가봐야해서..."

 현진이가 살짝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휴대폰을 보니 8시가 조금 안 되었다. 여주도 슬슬 부모님이 오셨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었다.

 "저도 가볼게요."

 "우리 번호 교환 안 할래?"

 민지가 휴대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민지에게 향했다. 잠시 아무도 말이 없자 민지가 민망한지 휴대폰을 등뒤로 넘겼다.

 "저.전 좋아요."

 여주가 먼저 대답했다.

 "저라도 괜찮으면..."

 모두 휴대폰을 꺼내었다. 한달이나 지나면서 혹시나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고 번호까지 교환하니 친구가 된 것 같아 좋았다.

 끼이익

 창고문을 열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집은 아직 조용했다. 아직 부모님은 들어오시기 전인가보다.

 "여주야, 거기서 뭐해?"

 엄마가 현관에서 신발을 벋으며 창고문 앞에 서 있는 여주에게 물었다.

 "아니...그냥."

 마음 속으로는 '들켰나?'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엄마 언제 왔어?"

 "방금왔지. 니가 거기 서 있길래."

 "아... 그래? 난 방에 들어갈게."

 여주는 빠른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피곤한지 침대에 바로 누워 손, 발을 쭉 뻗었다. 하품이 쏟아졌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주소록을 봤다.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어 있다. 민지언니, 수진언니, 민성, 박현진 이라고 저장되었다.

 이상하게 현진이만 성을 붙여서 저장하였다. 보통 남자들을 저장하면 성까지 포함해서 저장하긴 하지만 민성이는 성까지 붙이기는 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음의 거리라고 해야하나.

 "여주야~"

 엄마가 부르는지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에요?"

 문 앞에서 부엌으로 보이는 엄마를 보며 대답했다.

 "오늘 저녁 안 먹었어?"

 여주는 뜨끔 했다. 오후에 민성이와 수진언니가 가져온 케이크와 빵을 먹는다고 집에서 밥 먹는 것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배는 찬 상태라 밥은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마 부엌에 밥먹은 흔적이 없어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아니, 배 안고파서 안 먹을려고."

 "안 고파? 그래도 먹야지! 굻으면 어떻게 해. 엄마 비빔밥 해먹을건데 너도 좀 먹어."

 "아니야, 괜찮아 오늘은 피곤해서 조금있다 잘거야."

 "음... 그래도 좀 먹지, 그럼 내일은 꼭 챙겨 먹어."

 엄마는 살짝 걱정하는 듯 했지만 이내 쉬라며 차 한잔을 타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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