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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너머 시계탑
작가 : 설은아
작품등록일 : 2022.1.3

대학졸업 후 2년동안 집에만 있는 여주.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데 어느 날 창고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을 돌릴 수 있어." 한 남자아이가 한 말,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6화 첫번째 마주치다 2
작성일 : 22-01-16 21:44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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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떻게 대답해야 내 처지가 구질구질하게 보이지 않을까. 나도 공부 중이야. 일은 잠시 쉬고 있어. 그냥 취업 준비 중이야 라고 말할까? 제일 평범한 말이니까.

 "난..."

 더듬더듬 말을 한다.

 "사실 저도 부모님한테 많이 기대고 있거든요."

 "어?"

 민성이가 먼저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다니는 학원도 부모님이 다 대주시고 있고 아르바이트도 몇 번 해봤는데 트러블이 좀 있었거든요. "

 "트러블?"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나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좀 험악하게 생겼잖아요."

 여주는 순간 '맞아' 라고 말할 뻔 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다투기도 하고 시비도 붙고 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고생을 좀 하셨어요. 그럴 때 직접 만든 음식 해드리면 좋아하셨거든요."

 민성이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계기가 된건 부모님이야?"

 "뭐... 그렇죠."

 '부모님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아들' 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착하고 좋은 애일 것 같았다.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난 같은 실수를 많이 하거든... 다음에는 하지말자 하는데도 그게 잘 안돼, 그래서 혼나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아마 민성이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 때문일까.

 "실수라면 저도 많이 해요. 그램 수를 잘못 넣어서 빵을 망친다거나 시계 잘못 보고 한 시간 늦게 학원 간적도 있어요."

 "그런적은 나도 있어, 시계바늘 잘못 봐서 한 시간 늦거나 일찍 간적."

 탁자를 한 번 치면서 공감했다.

 "그렇게 좋은건 아니지만..."

 "그건 그렇죠."

 둘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케이크나 빵은 매일 만들어?"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2번 정도... 엄마 저녁은 도와드리니까 요리는 잘... 하는 편이에요."

 여전히 얼굴에 쓴웃음을 띄며 민성이가 말했다.

 "난 잘 하는편은 아닌데 그냥 먹을 만하게 만드는데, 자기 입으로 잘 한다고 말하는건 자신있다는 거 아니야?"

 "아, 부모님 두분 다 바쁘셔서 저녁은 저 혼자먹거나 같이 먹어도 제가 옆에서 도와주는게 좋으니까..."

 하루를 집,학원을 오가는 민성이는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여주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오늘 아직 이곳에 오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각자 이야기,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냥 왔다 갔다하는 비밀방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한 번씩은 만나보고 싶었다.

 결국 그날은 여주와 민성이 이렇게 둘이 나갈 때까지 집에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남자와 둘이 이야기해본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누나라고 불린 적은 한번도 없으니 말이다.

 "누나 내일도 오실거에요?

 휴대폰을 보니 6시가 넘었다. 혹시 부모님이 오셨으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다. 이야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전 내일도 오후에 올건데, 약속 없으시면 오세요."

 민성이는 가져온 짐을 모두 정리하고 가방을 맸다.

 "응, 생각해볼게."

 민성이는 먼저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주도 1층으로 내려간다. 다이얼은 민성이의 이름으로 맞춰져 있었다.

 띵!

 자신의 이름으로 맞추고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문 안으로 들어가는건 꼭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눈부신 빛이 앞을 가리고 몸을 빨아들이는 순간 어두워지면 문이 열린다.

 익숙해지긴 했지만 신기한 건 여전하다. 그러고보니 다른 곳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한 번 그랬는데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사람의 이름을 맞추고 문고리를 돌리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듣긴했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자.

 

 다음 날 오후도 문 너머로 들어갔다.

 오늘은 예전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1층 책상에 민성이와 민지언니가 앉아 있었다.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언니었다.

 "아.안녕하세요."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거니 여주가 오히려 어색했다.

 "너도 와서 먹어."

 책상에는 케이크에 과자, 음료수, 빵이 책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먹었는지 반은 비워져있었다.

 "아, 네 언니."

 그러자 민지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누나 왜 그래요?"

 "내가 여동생이 없어서 언니라는 말처음 들어보거든... 학교 다닐 때도 아는 동생이 없으니까 불릴 일이 없어서."

 "하긴 저도 외동이라서..."

 여주도 외동이라 언니,오빠나 누나 라고 부를 불릴 기회가 없는데 이 곳에선 아니다.

 "여기오면 동생들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던데, 좀 험상굿게 생긴 남동생도 있지만, 여동생도 생겨서 좋네."

 민지는 여주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자신의 쪽으로 당기며 웃었다. 이번이 두번째 보는 것인데도 전혀 어색함없이 스킨십을 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험상굿다는 남동생은 저인가요?"

 민성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 기분 나쁘진 마, 그래도 난 너 같은 동생이 있었음 하니까."

 그 말에 살짝 이해가 안 갔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털털하고 예쁜얼굴, 주위사람 잘 챙기는 사교성 있는 사람

 이런사람들은 직장에서 빨리 적응하겠지, 다른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겠다.

 "여주 너도 외동이니?"

 "네, 그래서 부모님한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부모님이 오히려 걱정하고 격려해주셔서..."

 민성이가 민지의 얼굴을 보고 머릿속에 무름표가 지나갔다.

 여주가 민지의 얼굴을 마주 봤을 때 민지의 얼굴은 어둡고 2층 계단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많이 먹어서 채 했나보다, 올라가서 좀 앉아있을게."

 "...? "

 여주가 살짝 놀란 듯 민지를 보았다.

 "수진이 2층에 있는데 물어보고 내려보낼게."

 민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2층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이는 순간까지 민성이와 여주는 2층을 바라봤다.

 "...이건 제 예상인데요."

 "응?"

 갑자기 민지가 기분이 상한 건지 당황스러웠지만 민성이가 먼저 말했다.

 "혹시 가족...그게 부모님 이야기하는거 안 좋아하는거 않을까요?"

 "아…."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아픈 곳을 찌른걸까 안 좋은 가정사라도 있는걸까? 오만생각이 머리속을 채웠다. 올라가서 사과라도 할까. 기다릴까?

 "저, 누나 너무 심각한 얼굴하고 있는데요."

 "어?"

 "아! 미안해."

 지금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얼굴밖에 모른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같아 좋았지만 조금씩 다가가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았다.

 "수진언니도 와 있었어?"

 쏫컷을 한 여주보다 한살 위 언니다.

 인사하던 날을 떠올렸다. 짫은 쏫컷머리에 흰색 맨투맨과 조거팬츠를 입고 있었다. 여성스러운면보다 조용하고 중성적인면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도 수진누나는 오늘로 두번째로 봤어요. 저번에 집가기 전에 한번 마주쳤거든요."

 "매일 오는건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걸 좋아하는거 아닐까요? 아니면 어색해서...?"

 혼자있는걸 좋아한다. 여주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 보고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가끔씩 친구들과 놀고싶을때도 있다.

 이제는 다들 시간 맞추기도 힘들어 같이 얼굴보기도 힘들지만...

 "나중에 인사라도 하고 갈까."

 그러고보니 남은 한 명이 떠올랐다.

 "그 남은 한 명은 안 오나보네."

 "현진이 형이요? 형은 점심먹고 할 일이 있다고 올지 안 올지 모르겠어요."

 첫인상부터 공부 잘하는 범생이 느낌이 있었는데 주말에도 일을 하느라 바쁜건가 공부하는건가?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주도 바쁜 하루하루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잠을 잘 못 자나봐요, 형 얼굴보면 엄청 피곤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잠깐 쪽잠도 자요."

 민성이가 말했다.

 "잠은 집에서 자면 되지 왜 여기와서 자?"

 "어....."

 깊이 생각하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

 책상의 음식들이 거의 비워지자 조금씩 정리를 했다. 비닐봉지, 휴지 부피를 최대한 줄였다.

 끼이익

 2층 문 열리는 소리와 수진이 내려왔다.

 저번과 같은 쏫컷머리에 맨투맨 상의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진은 살짝 손을 들고 여주를 보았다.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여주도 손을 흔들었다.

 "민지언니도 내려온데, 나도 치우는거 도와줄게."

 정리가 끝나자 검은 봉지 두 개가 나왔다. 민성이는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와 약속이 있다고 한다. 휴대폰을 보니 6시가 되었다. 여주도 잠시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이 오셨는지 확인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아직 부모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창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섰는데 앞에는 현진이가 서있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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