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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너머 시계탑
작가 : 설은아
작품등록일 : 2022.1.3

대학졸업 후 2년동안 집에만 있는 여주.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데 어느 날 창고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을 돌릴 수 있어." 한 남자아이가 한 말,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5화 첫번째 마주치다
작성일 : 22-01-13 15:38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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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빛이 사라지면 창고문 앞에 서있었다.

 여주는 잠깐 잠깐 문 너머로 왔다갔다 했다. 특별히 하는 건 없었다. 그냥 앉아 있다 오거나 다른 사람들이 올까 하는 마음으로 다녀온다. 그렇다고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점심 때나 그 이후에 가는 여주에 비해 다들 직장을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박사님이 말한 것을 믿을까, 관심이 있을까, 모두와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서로의 이름과 나이만 알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아는게 없었다.

 비슷한 나이때이니 친구들과는 다른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는건 큰 희망일까.

 

 혼자있는 것이 익숙하다.

 언제부턴가 집에서 방에서 있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을 생각하던 여주는 문 너머로 가보기로 했다.

 간단히 먹을 간식과 물을 챙겼다. 이번에도 아무도 없을까 아니면 시간을 되돌릴려고 하는 사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여주에게는 돌리고 싶은 시간은 딱히 없었다. 굳이 하나를 선택한다면 취업이다. 유치원에서 좀 더 잘하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려 같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 수 있을까. 또 다른 곳에서 일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눈 앞에는 나무로 된 책상 그 뒤로 1층을 채우는 동그란 시계모양 창문, 2층에는 문 3개가 있었다.

 창문 밖에는 여전히 깜깜한 어둠뿐이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이야기해서 좋았는데 오늘도 혼자만 있다 갈지 고민이다. 평일 오후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간다.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

 역시 아무도 안 올걸까.

 계단을 올라와 왼쪽 방 앞을 지나려는데 달콤한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무슨 냄새지?"

 누군가가 있다.

 천천히 닫힌 문을 열었다.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인상이 강하고 덩치가 큰 분명 민성이라고 했었다. 문소리가 났는지 서로 눈이 마주쳤다.

 "...!"

 민성이가 살짝 놀란 듯 얼굴을 돌렸다. 인상이 강하고 위로 올라간 눈과 큰 덩치에 눌렸는지 여주는 주춤했다. 민성이도 여주도 서로를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달달한 냄새의 정체는 조각케이크와 빵이었다. 종류별로 가져온건지 갯수도 꽤 되는 것 같았다.

 케이크에 눈이 가는게 보였는지 민성이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 놓고 말했다.

 "저...같이 드실래요?"

 "어...? 아, 그게..."

 "불편하시면..."

 민성이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야, 맛있을 것 같은데 먹을게."

 여주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케이크 몇 개와 슈크림 빵 하나를 탁자에 올려주며 등을 기댈 쿠션을 주었다.

 "어떤 케이크 좋아하세요?"

 "초코 케이크."

 초코 케이크를 여주 쪽으로 밀어주며 포크를 건냈다. 케이크 위에는 딸기하나와 생크림이 꽃무늬처럼 올려져 있는게 정말 예뻤다.

 "맛있다."

 "직접 만든건데...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빵사로 성공하는 제 꿈이거든요. 아직 공부 중이긴 하지만...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여주는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와 달라 조금 아니 많이 당황해 "아.응."이라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안 왔어?"

 "네, 아직은 평일이라 일하시나 봐요. 몇 번 왔는데 현진이 형이랑은 마주친적이 있건든요. 학원 선생님인가봐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얼굴과 목소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거리감과 긴장감이 줄어드니 좋았다.

 "저, 누나는 언제 왔었어요?"

 "나...?"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여졌다. 무슨 일을 하냐, 왜 점심 때쯤에 이곳에 오는지 알겠다며 비꼬진 않을까.

 "저...죄송해요. 기분나쁘셨다면..."

 "아니야,아니야"

 다시 케이크를 먹었다. 슈크림 빵도 언제 먹었는지 접시는 비어져 있다.

 매번 이곳에 와서 먹고 갔던 걸까.

 하긴 여주도 한번씩 먹을 것을 들고 와서 먹고 쉬고 가기도 했으니 할말은 없었다.

 "넌 여기에 관심 없어?"

 포크를 놓고 물었다.

 "아...전 별로."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없어?"

 "솔직히 지금 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오면서 안 좋은 일도 있긴 했지만 돌리고 싶은 만큼은 아니에요."

 정말 관심이 없는지 정중하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접시와 포크를 정리해 가방에 넣으며 물었다.

 "누나는 관심이 있어요?"

 "특별히..."

 "저번에 현진이 형이랑 한 번 1층,2층 다시 둘러봤는데 딱히 뭐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와서 쉬다가요."

 "그래."

 "거의 한달이 되가는데 별로 위험한 일도 없었고 그 박사님이라는 사람도 안 보이는데 그냥 편하게 오갈 수도 있고."

 민성이는 보온병을 꺼내더니 종이컵 안을 채워주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다.

 여주는 고맙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컵을 잡았다.

 "그러고보니 우리한테 열쇠 어쩌고 했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그 말...저도 잘 모르겠지만 힌트 같은걸 찾으라는거 아닐까요? 수진이누나가 다시 돌아온 것도 그거랑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찾으면 탑 꼭대기로 갈 수 있는건가?"

 "그렇지 않을까요?"

 벽에 있는 시계그림이 눈에 띄었다. 나무벽에 그려진 여러모양의 시계 그림 숫자도 바늘도 크기도 뒤죽박죽이다. '일부러 이렇게 그린건가' 하며 생각했다. 어차피 예쁘면 땡이니 말이다.

 민성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근데 누나는 이 시간에 오세요?"

 "그냥 뭐..."

 보통 일하고 있는 평일 오후시간.

 순간 대답을 못했다. 그냥 집에서 쉰다고 취업준비 중이라고 말하면 그만인데 직접만든 맛있는 케이크에 커피까지 얻어 먹으니 왠지 집에서 놀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현진이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여주와 같은 나이인데도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에 부러웠다. 민성이도 자신보다 어리지만 빵에 대해 공부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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