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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신생 아카데미의 회귀제자
작가 : 풀챵
작품등록일 : 2022.1.3

신생 아카데미 1위가 너무 강하다.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도 모르는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표지는 유나입니다!

 
002-이능전문학교
작성일 : 22-02-08 15:41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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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 아카데미의 회귀제자 -02회

 

 

 

 

 

  ‘뭐 표면적으로는 능시(能視)밖에 없다고 하지만….’

  ‘잠깐 나들이 갔다고 호흡을 멈추지 말거라.’

  ‘예이, 선인님’

 

  대추격전이라는 특별전형으로 평소의 3배나 많은 학생들을 추격자로 두고도 도망에 성공했음에도 선인은 가벼운 나들이로 취급했다.

 

  선인.

 

  태어난 순간부터 들려왔던 미지의 목소리를 지칭하는 도하만의 고유명사였다.

  이름도 정체도 모르니 그저 선인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말하는 모양새도 ‘선인’ 그 자체였다. 뭐랄까 수염을 길게 두르고 도끼질에 바둑질, 신선노름이나 하면서 허허, 아니되니라! 이런 말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각성능력의 일종인지 아니면 미지의 무엇인지는 도하 스스로도 이해 못하고 있었다. 그저 17년이나 함께 지내면서 탈도 많고 싸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인정하고 가르침을 받고 있을 뿐이다.

  요새는 어느 정도 선인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는 중이었다. 함께 지낸지 어느새 17년이었다.

 

  ‘이렇게 지지 않는 것도 선인님 덕분이니까.’

  ‘알면 더 증진하거라.’

  ‘이익! 표층심리만 훑으라고요! 내면심리는 존중! 사생활 보호 몰라요?’

 

  때때로 사생활이 없는 것 같아서 슬픈 도하다.

 

  ‘내면을 지키는 것도 수련이니.’

  ‘아아악! 망할 선인!’

  ‘이게 다 네가 배움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랭킹 1위라고요?’

  ‘고작 나들이 1위라고 모든 순위 1등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흥, 두고 보시죠.’

 

  교실 랭킹전 1위. 거기에 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 중에서 도주전 1위를 달성했음에도 인정받지 못하자 도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곧 있으면 열리는 전체 학년 랭킹 결정전에서 도도한 콧대를 반드시 눌러 보이겠다고 도하는 생각했다.

 

  “벌써 다음 주면 축제네.”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던 유나가 볼펜 끝을 입술로 물면서 중얼거렸다. 그것에 도하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힐끔 유나의 입술을 보았다.

  볼펜에 시선이 이끌려져서 그런지 푸르스름한 머리카락과 대비되어 유나의 입술이 유난히 붉어보였다. 도하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른 말을 꺼냈다.

 

  “응, 그러게.”

  “도하는 떨리겠네?”

  “응? 왜?”

  “축제 마지막날이 랭킹 결전전이잖아.”

  “아, 그렇지.”

 

  랭킹 결정전을 하는지는 알아도 언제 하는지 까먹고 있던 도하였다. 그 기색을 느낀 것인지 유나에몽이 일정을 알려주었다!

 

  “설마 그것도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

  “어, 아하하, 까먹고 있긴 했어.”

 

  도하는 선인이 내려주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만 해도 하루하루가 바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쉴틈이 없었다. 굴리고굴리고 돌리고돌리고의 연속이었다.

  도하의 말에 유나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옅은 웃음을 흘렸고, 나비가 그려진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리고 프린트 한 장을 꺼내 도하에게 보여주었다.

 

  “첫날은 이거랑 이거 하고….”

 

  유나는 도하에게 축제의 일정들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유나는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제3교무실에 방문했다.

  교무실은 분주했다.

 

  학교가 큰 만큼 교무실 또한 제1교무실부터 제9교무실까지 존재했으며, 하나의 교무실에 수십 명의 선생님들이 있었다. 수업 도중에는 선생님들의 이동과 학생들의 왕래로 정숙과는 꽤나 먼 곳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분주한 움직임 속에 유나는 담임인 페렌에게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페렌 선생님, 여기 유인물 모아왔어요.”

  “아, 유나!”

 

  담임 페렌의 이름은 약칭이었다.

  정식 명칭은 페레나이나 에페리오타 링켈드. 유나는 외국인 특유의 긴 이름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페렌이라는 약칭으로 선생님을 불렀다. 다른 학생들도 페렌으로 통일한 것 같았다.

  품에 안고 있던 유인물을 페렌에게 건넨 유나는 고개를 숙이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유나는 미스터 강의 형제였죠?”

 

  몸을 돌리려던 때, 페렌의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그에 유나는 발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페렌의 모니터를 보았다. 그곳에는 한국의 뉴스 기사가 있었다.

 

  제목은 “라이징 스타 강유민, 이제는 명실공이 최강”이라고 되어있었다. 유나는 힐끔 보던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두고 페렌을 보았다.

 

  악의를 가지고 질문을 던진 건 아닌 것 같았다. 페렌은 그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학적에 가족사항도 나와 있는 만큼 유나는 알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제 쌍둥이 오빠에요.”

 

  유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씁쓸했다.

 

 

  * * *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허나 마음은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유나는 한숨을 피슉 내뱉었다. 푸푸,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위쪽으로 바람을 불자 앞으로가 허공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좋겠네, 누구는 4차 각성. 누구는 아직도 1차 각성.”

 

  유나는 바람도 쐴 겸 발코니 계단으로 나왔다. 난간에 턱을 괴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학교의 전경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잘 조성된 공원, 운동장, 체육관, 학생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키퍼시티의 전경까지. 유나가 있는 곳에서 한눈에 훤히 보였다.

 

  탁 트인 시야에 자유로움을 느끼기에 유나는 이곳을 좋아했다. 이곳 발코니 계단을 아는 사람도 많이 없어서 더더욱 좋았다. 바람 쐬기 좋은 곳이다.

 

  평소에는 시원함을 만끽하겠으나 오늘만큼은 기분이 울적했다. 난간에 팔을 두르고 볼을 팔뚝에 기대며 칭얼거렸다.

 

  “아, 나도 2차 각성 빨리 하고 싶다. 푸우.”

 

  한숨을 뱉으면서 얼굴을 팔 쪽으로 기울였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목을 뻣뻣하게 치켜들었다.

 

  각성자에게 각성 차수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때때로 도하처럼 낮은 차수의 사람이 높은 차수의 각성자를 이기는 이레귤러가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각성자는 각성한 능력의 개수로 재능이 판가름이 난다.

 

  “아니야! 이능 탓만 할 수는 없지. 도하도 1차 각성인데 1위까지 하는 걸?”

 

  시무룩

  잠깐 반등한 눈꼬리가 금세 아래로 쳐졌다.

 

  “그치만 도하가 대단한 거지, 나는 도하가 아닌데…….”

 

  앞머리가 오르락내리락 움직였고, 그에 따라 그녀의 기분도 오르락내리락 오갔다.

 

  “나 불렀어?”

 

  그때 불현듯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유나는 눈을 껌뻑이면서 고개를 휙 돌렸다.

  거의 30cm정도, 한 뼘 거리에 도하의 얼굴이 보였다.

 

  “……!”

 

  유나는 놀라서 자빠질 뻔 했다. 도하의 모공까지 보이는 거리에 유나는 순간 멍했다가 빽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도, 도하야! 언제 온 거야?”

  “교무실 간다고 해놓고 안 오길래,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지.”

 

  유나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붉어진 얼굴이 얼마나 놀랐는지 보여줬다.

  도하는 씨익 웃으면서 유나가 비켜선 난간 자리에서 바깥을 보았다. 탁 트인 관경을 보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학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처음 와 봐?”

  “우리 학교가 워낙 넓어야지. 길목마다 미아전화기가 있을 정도잖아.”

  “그렇긴 해.”

 

  도하의 말에 유나는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전 세계에 각성자 지망생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아직 한 학년밖에 입학하지 않았음에도 그 한학년이 1만 명이었다.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학교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학교도 압도적으로 컸다.

 

  도하가 말한 미아전화기는 정식으로 긴급SOS전화기라고 명칭되어있고, 문제가 일어나거나 싸움이 일어났을 때, 가까운 경비실이나 교무실에 도움을 받는 용도가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99%가 학교에서 길을 잃고 전화기를 드는 경우라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냥 미아전화기라고 불리고 있었다.

 

  도하가 유나에게 길을 잃은 건 아닌가 걱정했다는 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학교가 워낙 넓으니 학기 초에는 길 잃고 수업시간에 늦는 일이 이곳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있는 경험이었다. 심지어 교사들도 늦을 때도 있었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잠재우고 유나는 도하를 따라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힐끔 도하의 얼굴을 곁눈질했다.

 

  도하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해보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심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맑고 투명한 눈빛이 눈에 띠었다. 그렇기에 다들 도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문득 유나가 물었다.

 

  “도하, 너는 꿈이 있어?”

  “꿈?”

  “응, 나는 사실 꿈이 없거든.”

 

  탁 트인 배경과 오갈 곳 없는 환경,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담화자의 존재에 유나는 마음의 빗장을 풀고 이야기를 꺼냈다. 도하는 눈을 깜빡이면서 몸을 반쯤 돌려 유나를 보았다.

 

  “나한테는 쌍둥이 오빠가 한명 있어. 대단한 녀석이야. 나는 이곳에서 1차 각성에 급급한데, 최근 4차 각성까지 이뤄낸 모양이니까. 대단하지.”

  “와 4차 각성….”

 

  최강.

  현시대에서 최강을 논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조건이 존재했다. 바로 4차 각성이었다. 세 개의 각성능력을 조합하기에 따라 천재이변에 가까운데, 거기에 추가적인 각성능력을 다루는 4차각성은 정말 압도적인 힘을 냈다. 능히 산을 부수는 게 가능한 경지.

 

  가히 자연재해이자 일인군단.

 

  미국의 영웅도, 러시아의 순례자도, 중국의 절검도, 영국의 현자도, 한국의 파수꾼도 모두 4차 각성을 이뤄낸 이들이었기에 그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나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고, 쌍둥이라는 말은 동갑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쌍둥이 오빠가 4차 각성을 해냈다는 사실에 도하도 조금 놀랐다.

 

  “대단하지? 걔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 내가 못하는 것을 정말 쉽게 해냈어. 같은 날에 태어난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마치 내 재능까지 가져간 것처럼….”

  “부러웠어?”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사실 각성자라는 거창한 목표로 이곳으로 온 건 아니야. 그냥 걔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았어.”

 

  열등감.

  유나에게 있어서 쌍둥이 오빠는 열등감의 대상이었다. 자신이 절반을 해내면 그는 네 개를 해냈다.

  재능의 빈부가 너무나도 뚜렷했고, 그렇기에 차별을 당했고, 무시를 당했다. 꿈이 없음에도 한국을 떠나고 키퍼도시까지 오게 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재능이 뛰어난 쌍둥이 오빠는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고, 뚜렷한 성과를 냈다. 쌍둥이 오빠의 콧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갔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했다. 그가 프로로 움직이는 한국에 유나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키퍼전문학교에 지원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새장에 가둔 걸지도.”

 

  유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키퍼도시를 이루는 거대한 결계가 마치 새장의 창살처럼 느껴졌다.

  자유를 찾아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 새장에 들어온 건 아닐까, 요즘 유나가 생각하는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그랬구나.”

  “응?”

  “……?”

  “감상이 그게 다야?”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떡이는 도하를 보고 유나는 눈을 깜빡였다. 누군 진지하게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면전에 대고 하품을 하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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