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읍시다. 이거 맞으면 고통이 안녕! 그럼 이리 오세요.”
아니. 안 가. 무슨 멘트가 시골 장터도 아니고. 아니지. 동네 애새끼들 한테도 그런 멘트 안 쓰겠다.
그나저나 내가 왜 제일 앞에 선거야? 분명 뒤쪽이었는데?
“피곤하게 그러지 맙시다. 앞에 인간들은 대놓고 머리부터 부숴 버렸어요. 마지막 조니까 살살 해줄려는 거예요. 아이 참. 거기 아저씨.”
천만다행이라 할까? 내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잡혔어. 바로 팔에 주사가 놓아 진다. 서서히 몸이 풀린채 나를 보는 저 눈빛. 인도장에 있던 자들의 눈빛이야.
“헤에. 저기...”
무슨 유언이 그래요? 눈앞에서 사람의 목이 잘려 뒹구네. 내 발 앞까지 왔어. 잡아 들어 본다. 방금전까지 살아 있던 표정이었는데.
“놀랬어요? 크크. 어차피 망한 인생들이잖아요.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요. 그럼.”
그들이 나에게서 머리를 뺏었다. 어느 기계에 넣자 빡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안에서 사람 뇌를 꺼낸다. 그 모습을 본 어느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나가려다 잡혔다. 그녀가 두 번째 제물이었다.
도망 가려는 순서대로 잡혀서 하나씩 머리가 잘렸다. 마지막 남은 나와 어떤 이. 둘.
“아. 벌써 가득 찼는데? 하나는 살려 보내도 되겠다. 그쵸?”
나와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아주 보란 듯이 크게 끄덕인다. 이건 본능이다. 생존 본능이 내 머리 속을 지배했다.
“그럼 누굴 살릴까? 살고 싶으면 손!”
우리 둘 다 손 든다. 그걸 본 복제 인간들이 깔깔대며 웃어 대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빌어 보라 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저기... 전. 저쪽에 공장 하던 사람입니다.”
내 공장 망해서 저도 인생 줄 놨어요. 우리 딸 너무 보고 싶어요. 앞으로 인생 똑바로 살겠습니다.
이 동네 신파극이 빗소리를 타고 누군가의 마음을 치네. 아. 뭔 말이 이리도 길어? 너가 태어 날 적에 까치들이 울어 재꼈다는 소리는 왜 하세요? 아저씨. 지금 10분째 떠들고 계시거든요?
“제 딸이 아이돌을 너무 좋아 하는데. 제가 삶 놓고... 노숙 하면서 진짜...”
와. 내가 더 어이 없다. 여기 복제 인... 애기들아. 너희 2살도 안되었지? 이렇게 말이 긴 사람 봤어?
그러니까. 너... 그래. 아저씨. 50살 된 아저씨. 그쪽이 태어난 마을. 까치골에서 용을 품고 태어난 아기가 민주화 운동 중에 가스를 마셔서 머리가 맛이 간...
“좀 그만해. 진짜. 아저씨. 밤 새겠어요.”
내 말에 복제 인간들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잠깐 분위기가 풀려 버렸다. 내친김에 묻는다.
“그런데 저 녹색 액체는 뭐예요?”
“우리 노화를 돌려 놓을 약이야. 크크. 여섯을 녹여야 1인분이 만들어져.”
“아. 그래요? 몇 일이나 가요?”
“힘 한번 쓰면 우리가 확 늙거든. 저거 먹으면 1주일은 원래대로 돌아가. 그러니까... 내가 이걸 왜 말하지?”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 직전이다. 그때 옆에 있는 아저씨가 대성통곡을 해댄다.
“살려만 주신다면! 제 딸이랑 소개 시켜 드릴게요.”
야! 이 새끼가 급하다고 딸을 팔아 먹냐?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금 그게...
“이뻐? 막 하늘에서 선녀님이 내려 온 것 같은 비주얼이야?”
“아... 저랑 똑같이 생겼는데요?”
“잡아. 괜히 기대 했네.”
복제 인간들이 다가 온다. 난 살았다 싶은 마음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들이 잡는건 나였다.
“둘 다 녹일 참이었어. 넘치면 넘치는 대로 쓸게.”
그래. 내가 이럴줄 알았어. 순간 까먹었을 뿐이야. 도망가려 해도 얘네들 힘이 너무 세서 안되겠어.
사람 목을 자르는 기계가 돌아 간다. 톱니가 날 반기고 있다. 이대로...
“주형태. 주형태 만나러 왔어. 전투 307호! 나 죽으면. 너희 본사에 연락 하나 갈거야. 너네 숨기고 있는게 뭔지 다 알아.”
그들이 내 말에 놀란 듯 했다. 잠시 머뭇 거리는 사이를 놓치지 않는다.
“너희. 이거 본사 모르게 작업 하는거지?”
이제야 알 것 같아. 그러니까. TW에서 만든 복제 인간. 너희들은 윤다예를 감시하는게 목적이야. 그러기 위해 이 학교 일진들을 다 죽이고 그들인 것처럼 살아. 그런데 너희들은 복제인간이라는 약점 때문에 곧 죽어.
“역시 너희들은 인간이 맞는거 같아. 살고 싶어 하니까.”
너희는 살고 싶어 했어. 이해해. 누구나 살고자 뭐든 하니까. 그래서 너희들은 돈으로 사람들을 유인. 학교에서 일진 놀이를 하며 애들한테 돈을 걷고. 그리고 일부 셔틀들한테 풀어주니. 마니. 그런 목적으로 인도장에 가라 말했어.
그러다 셔틀 커플. 걔네들한테 큰 돈을 요구 했지. 라이브 쿠킹. 걔네들은 산채로 뜯어 먹히고. 돈은 너희들이 챙기고.
“딱 양아치. 그 말 그대로지. 압도적인 신체를 남 괴롭히는데 잘 이용해 먹으니까.”
문제는 그날. 내가 너희들의 모습을 봤고. 난 너희들에 의해 10층에서 던져져 죽었어. 차라리 날 달래거나 적당히 얼버무렸다면 그냥 잘 끝났을 상황이었는데 말이야.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이 주형태였어. 너희들의 대장. 전투 307호.
“그런데 어쩌냐? 모든게 바뀌었어.”
“너 뭔가 알고 있구나? 서나현.”
내 등 뒤로 주형태. 아니... 주형태의 탈을 쓴 전투 307호가 있다. 그가 날 일으킨다. 그리고 한손으로 멱살을 잡아 높이 들었다.
“그래. 우리들은 일반인들의 3배까지 힘을 낼 수 있어. 특히 난 5배. 전투형이거든.”
“내가 참 불편하겠다. 그치?”
그날 내가 달과 게임을 하게 되면서 8일 뒤에 죽을 두 사람이 먼저 죽었어. 그리고 난 걔네들이 살았어야 할 시간까지 살게 된 거야.
나 대신 셔틀 커플이 죽게 되면서 많은게 헝클어 졌지. 주형태. 너가 있을 위치도 바뀌었잖아. 그때 넌 수습을 위해 날 풀어 줬어. 적당히 먹이도 던져 주면서.
“봐 줬잖아. 살려 줬으면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이렇게 기어 나오실까? 인생패배자께서?”
“누가 그래? 내가 패배자라고?”“철승이가 그랬어. 우리가 걔한테 배운게 좀 많아.”
“아주 못 된 것만 배웠네. 저 기계도 그 새끼한테 배웠어?”
“아니. 저건 윤다예. 돌연변이가 가르쳐 준거야. 대신 우리가 학교에서 만큼은 곱게 풀어다 줬는데. 이젠 안 되겠네. 본사에 제대로 보고 해야 겠어. 돌연변이가 사고 쳤다고. 날짜를 좀 앞 당기자 말하면 그년 얼굴이 참 볼만 하겠네.”
전투 307호의 눈이 점점 검어 진다. 흰 눈동자가 사라졌다.
“말해. 본사에 어떤 연락이 가는건지. 거짓말 하면 죽을줄 알아.”
“이메일... 이메일이 가도록 예약해 뒀어. 내 말 잘 듣는 새끼가 있거든. 지금쯤 이미 연락 갔을거야. 너희가 사람 고기 팔고 다니는 시장을 연다. 그런데 저건 몰랐네.”
사람의 뇌를 녹여 노화 방지용 약을 만든다.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야. 서나현. 그 이메일에 저게 들어 있어? 사람 고기 파는 시장? 그거 왕언니가 용돈 벌려고 여는 거야. 그 년이 돈을 좀 많이 써야지. 명품이니. 뭐니. 그런걸로 본사 협박 한다고? 응? 메이저 언론사 대표도 거기 고객이야. 알만한 사람 다 아는 그런데가 뭘? 야. 얜 푹 절여야 겠다.”
복제 인간들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녹색 액체를 내 입에다 부었다. 너무 밍밍한 맛이다. 역한 냄새까지 난다. 뱉고 싶지만 그럴수 없다.
“자. 서나현. 너 어차피 정학이잖아. 3일만 여기 있어. 그동안 이 액체가 너의 몸속 깊이 파고 들어서. 너의 피를 바꾸고. 나아가 DNA도 바꾸지. 그럼 뭐다? 너의 몸 자체가 먹이감이 되는거야. 아. 부작용이 뭔지는 모르겠어. 나도 처음 해보는 거거든. 윤다예. 그년이 말하는걸 다 믿을수도 없어서 망설였는데.”
전투 307호가 날 놔준다. 아직 몸에 반응이 없다. 꿇어 앉아 상황을 보고 있던 아저씨에게 빨리 도망가라 손짓한다. 너라도 나가. 이제 모든게 시끄러워 질거야.
“너희들. 다 이겼다 싶지?”
퀘스천. 너가 준 종이 쪽지대로 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끝났어.
“인터넷 뉴스 확인해봐. 무슨 소식이 떴는지.”
내가 살려면 경찰과 언론의 비호를 받는 TW. 그들이 움직여야 했다. 그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에 대한 시작점은 퀘스천이 찾아 냈다. TW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윤다예의 말. 그것을 이용하기로 한다.
- 글로벌 기업 TW의 이사진 일부가 노숙자들 장기를 매매에 관련 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의료계에서 비난 성명을 내었으며 본사에 항의 방문을 했는데요. 본사는 사실 무근이라 밝혀...
오늘 오후 3시가 되기 전. 난 할머니를 보러 병원에 갔다. 그리고 Tv를 통해 의료계는 만능 세포 독점권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 냈지.
“내가 움직일 상대는 TW가 아니었어. 의료계였지.”
오늘 저녁에 이 증거들을 없애 버릴 것이라 하니 다들 이때다 움직였겠지. 더구나 인도장에는 불법적인게 참 많거든?
한때 의료계의 힘은 이 나라를 흔들 수 있을 만큼 강했다. 비록 지금 찬밥 신세이긴 했지만... 그래서 그들은 살길을 찾고 있었다. 다가 올 시대에 대한 두려움. 구멍이 난 난파선에서 새로운 배에 올라 탈수 있는 권한을 바랬겠지.
“TW에 먼저 이메일을 보냈다면. 너희들은 나부터 죽였겠지. 그런데. 의료계 전체까지 죽일 힘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