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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과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1.12.28

신과 게임을 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
이긴자는 소원을 이루고. 진자는 벌을 받는다.

무대는 도시. 그 안에서 살길을 풀어 나가는 소년은 말했다.

"지금 나하고 해보자는 거지?"

 
9화. 모든건 약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작성일 : 21-12-28 21:3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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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왔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멈추지 않는다. 난 병원 밖 비 안 맞는 벤치에 앉아 추위를 견딘다. 우산도 없어 어디 가지도 못하겠다.

  퀘스천은 나타나지 않는다. 먹구름 탓인가 싶다.

 

 “달 보고 소원이나 빌까 싶었네. 걔네들은 잘 갔겠지?”

 

  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 너무도 어둡고 외로웠어. 저 멀리 보일까 말까한 빛을 찾아 걷고 또 걸었지. 지금 나보단 춥지 않을거야. 둘이서 손 꼭 잡고 떠나.

  신기하다. 추운데 잠이 온다? 지금 자면 얼어 죽을까? 그럼 달이라는 것이 날 비웃고 보겠지?

  눈이 감긴다. 빗 소리가 자장가 같아...

 

 “일어나시죠. 비가 그쳤습니다.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 말아요.”

 

  다시 눈을 뜬 시간. 새벽 4시 10분. 날 깨운건 퀘스천이다. 날 일으킨다. 그리고 병원 문을 열었다.

  그곳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참... 지난번에도 그렇고. 퀘스천은 마술사가 맞나봐. 푹신한 침대.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스마트 폰 충전기까지.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몸부터 씻으시죠. 전 옷을 빨겠습니다.”

 

  퀘스천이 샤워장 문을 열어 주었다. 온갖 샴푸와 린스. 목욕 제품들이 가득했다. 그중 페퍼민트 향의 샴푸를 선택했다. 처음 써보는 건데 향이 진하다.

  씻고 나오니 퀘스천은 깨끗한 교복을 내민다.

 

 “오늘은 해가 조금 일찍 뜰 것 같습니다. 오전부터 또 비가 올 것이라 하더군요. 으음. 이번엔 새벽 1시쯤이면 저희가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난 어떻해? 학교 다시 가?”

 “어제 경찰을 상대로 하나도 알아내지 못 한 건. 큰 실수 셨습니다. 덕분에 제가 전략을 다시 고심할 수밖에 없군요.”

 

  음. 너 일 아니라고 막말하네? 싸우자.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서나현씨가 능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제가 있었다면. 두더지에게서 땅굴의 존재쯤은 캐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믿었어요.”

 “아침부터 잔소리냐? 뭐라도 먹자.”

 “곧 해가 뜹니다. 빨리 옷 입으시고. 밥은 나가서 사 드세요.”

 

  퀘스천이 내 교복 주머니 속에 10만원을 넣어 준다. 그것을 받아 입었다. 순간 주변이 바뀐다. 병원이다. 아침이다.

  오후에 다시 비가 온다니 우산부터 사야 겠다. 근처 편의점에 가야 할...

 

 “아 이 씨. 없어 졌다니까? 여기 봐. 현금 딱 넣어 놓은거. 그게...”

 “오빠. 지금 내 인내력 테스트 하지?”

 

  우와. 저 여자애 되게 이쁘다. 윤다예만큼인거 같은데. 남친인가? 아침부터 병원에 왠일이실까?

  바빠. 내가 뭔 상관이라고. 저기 편의점 보인다. 들어 간다.

 

 “우산 하나 주세요.”

 “저기서 고르시면 되요. 지금 땡땡이 밖에 없는데. 괜찮으세요?”

 

  편의점 안으로 아침에서 봤던 커플이 들어 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돈을 내민다. 우산을 들고 뒤를 돌았다.

 

 “아우. 걸리면 죽여 버릴 텐데. 잠깐 자고 있는데 어떤 새끼가 주머니를 털었어. 진짜라니까?”

 “어머. 오빠. 남사친인데 너무 들이 대는거 아냐? 손목 나가고 싶니?”

 

  잠깐. 쟤 지금 허리 춤에 일본도 차고 있는 거야? 너무 놀래서 잠시 굳었어. 이 구역 미친년 중 하나가 쟤네.

  그러거나 말거나. 돈 좀 꺼내서 정리 해 볼까? 주머니 속에서 엉켰어. 그런데 만원 짜리에 뭐라 써져있는 거냐? 이지안의 돈입니다. 만지면 재수 없음?

 

 “난 피 본 날은 그냥 안 넘어 가는거 알지? 내 돈 찾아와. 아니면 장기라도 빼.”

 “지안아... 너 생리했니? 넌 말하는건... 지키지. 암. 이지안은 반드시. 큰형님도 참. 인간 같지도 않은 애를 왜 나한테 맡겨?”

 

  지안이? 이 돈에 적힌... 난 급히 만원 짜리들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나가려는 순간.

 

 “어머. 아저씨. 지금 뭐한거예요? 거기 서봐요. 생기기는 찐따처럼 생기셨네. ”

 

  그 여자가 칼을 빼들었다. 한껏 웃으며 쫓아 온다. 아침부터 이게 뭔 개고생이야. 햇살 아래 오늘도 신나게 뛰어요. 햇님반 친구들. 오늘도 열심히!

  그럼 어제 10만원도 훔친거냐? 와. 진짜. 대박이다. 개쩌는 아침이야!

 

 “거기 서세요! 너 얼굴 봐 놨어요!”

 

  그래. 그럼 찾아. 대한민국 남자 중에 20%는 나처럼 생겼어. 어우. 진짜. 숨차. 택시를 잡아 탄다.

  간발의 차이로 쟤네들 따돌린다. 나도 달리기 잘하는데 쟤네들은 뭐 저리 잘 뛰어?

 

 “아우. 아저씨. 헉헉. 청솔.... 청솔고로 가 줘요.”

 “학생. 일찍 등교하네? 공부 잘하나 보다.”

 “아뇨. 헉헉. 그냥...”

 “뭘 또 숨을 헐떡대? 하이고. 음료 하나 먹어.”

 

  오늘 아침부터 재수가 없을려니까 사정 좀 봐주시려나? 뭐 마시니까 좋다.

 

 “가만. 저 병원에 뭐 볼일 있었어?”

 “아... 아는 사람 문상이요. 어제 발인했어요.”

 “그래? 안됐네. 어젯밤에도 큰일 있었잖아. 저기 빌딩 너머 있는 나이트클럽 있거든? 그 안에서 조폭끼리 싸우고. 참. 요즘 세상에도 그렇게 싸우나? 거기서 다친 조폭들 다 여기 입원 했어. 어젯밤 구급차가... 설마 저 안에서 잔 거야?”

 “아니... 그렇게 됐어요.”

 “여튼. 저기 아침부터 조폭들 돌아 다니고. 난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학생 태우네. 저 놈들하고 엮이지 마. 피곤해져. 아주 지독한 놈들이야.”

 

  나 어떻하지? 안 그래도 피곤한 삶. 더 피곤하게 되었네.

 

 “아저씨. 아저씨는 문제에 답을 모를때 어떻하나요?”

 “응. 다 왔어. 저기 내려 줄까? 아... 문제에 답을 모르면. 처음부터 다시 풀지. 왜? 공부가 잘 안되?”

 “네. 뭘 하다 꼬인게 많아서...”

 “인간 관계네. 내가 택시 짬밥이 20년이야. 인간 관계는 수학이 아니예요. 범을 잡을려면 말이야. 그냥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 밀어 봐. 그럼 냉큼 물거든. 그때가 범을 잡을 유일한 기회야. 택시비는 4만 9천원 나왔다.”

 “5만원 드릴게요. 고마워요.”

 “뭔 돈에다 글씨를 써 놨대? 흐흐. 아무튼 고마워. 학생. 하는 잘 되길 바랄게.”

 

  네. 택시 기사님. 걔네들 칼 들고 다니는거 잘 알겠고요. 지구 반대편 까지 쫓아서 사람 죽였다는 소리는 웃고 말게요.

  대한민국 반대편이 에디오피아 앞 바다냐? 나 이제 물고기 밥 되는 거야?

 

 “야. 퀘스천. 스마트폰 충전은 언제 해 놨대냐? 하. 이제 아침부터 5만원... 왜 5만원이지? 미터기 보니까 3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젠장. 딴 생각하다 뒷통수 맞았어. 헛 웃음이 나오네. 뒷 목이 서는 기분이야.

  마침 일찍 등교 하는 애들이 몇몇 있었다. 평소 같으면 얘네들이 뭐라 말을 하든 신경도 안 쓰는데. 기분이 이상해. 세상 모든 말이 내 귓가에 들려.

 

 “서나현이 누구냐? 경찰들이 걔를 왜 찾아?”

 

  수많은 말 들 중에 그 한마디가 내 머리를 쳤다. 저 안은 범의 아가리가 아니라. 그냥 범의 위. 아주 그대로 소화 되어 버릴거야.

  아... 너 잘 만났다. 이 호구 새끼.

 

 “야! 덕수야!”

 “오. 서나현. 너가 왠일로 나한테 인사... 야. 왜.... 입! 입!”

 

  오덕수. 오랜만이다. 너 한때 우리집 옆에 살았어. 우리 집에 와서 라면 훔치다가 할머니한테 걸려서 개 맞듯이 맞았잖아. 아직도 나 원망하는 거 아니지?

  네 부모가 곗돈 빼 먹다가 걸린거. 넌 2년 전에 애들 삥 뜯다가 경찰서에 끌려 간거. 내가 다 할머니한테 일러 바쳐서 그렇게 된 거 아는데. 인사는 좀 하자.

 

 “야. 덕수야. 너 마음 잡았다더니. 일찍 등교 하네?”

 “이... 우리가 인사 할 사이냐?”

 “데덴찌 하고 놀았으면 인사 할 사이지. 그래. 주형태 알지.”

 “알지. 걔 감옥 갔다던데?”

 “감옥? 언제? 어제? 어떻게? 그리고 경찰들이 나 찾아?”

 “이 새끼... 이거. 이거. 당황하면 말 많아 지는 거봐. 크크. 경찰한테 확 꼰질러 버릴까 보다.”

 

  난 덕수에게 3만원을 내민다. 덕수는 키득 거리며 돈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제야 그 새끼의 입에서 다음 말이 나온다.

 

 “어제 너가 경찰한테 뭔가 중요한 거 가져 갔다 던데? 그래서 저녁에 너 잡겠다고 경찰들이 전교생 상대로 방송하고. 캬. 그런데 어제 오후에 죽은 애들 장례식 가겠다고 애들 다 빠져서 듣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 크크. 이래서 조선 놈들은 안되. 괴롭힐 때 보고만 있던 것들이. 꼭 누가 죽으면 안됐네. 왜 그랬대. 불쌍해. 레파토리가...”

 

  덕수. 머리 한 대 맞자. 이리와.

 

 “아우. 왜 때려... 나현아. 경찰들이 너 잡으면 인생 조질 각오 하래.”

 “어제 내가 뭐! 안 그래도 정신 사나워 죽겠...”

 

  맞다. 총. 내가 가져가 버렸지.

 

 “얼굴 색 바뀌는거 보니까 뭐 있네. 진짜 너 경찰 죽인거야? 어제 저 골목에서 경찰 하나 죽은채로 발견 됐다던데?”

 “나 아니거든.”

 

  일단 벗어 나야 겠다. 이게 도대체 뭐다냐? 아침도 못 먹었어...

 

 “저기 경찰 아저씨! 여기 서...”

 

  덕수의 배를 걷어 찬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냅다 뛰었다. 정말 죽어라 달린다. 빈속에 뛰니까 속이 쓰리다.

  왜 눈물이 난다냐?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건지. 에이. 씨.

  비가 내린다. 점점 거세게 내리고. 하늘은 아주 어두워졌다. 산을 편다. 노란 땡땡이 무늬가 마치 보름달처럼 보이는건 왜 일까?

  그래. 가자. 범의 아가리. TW 본사.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볼 참이다.

  남은 돈을 전부 택시비로 썼다. 도착했다. 앞 문을 열었다. 경비들이 다가 온다.

 

 “저기 학생. 거기 서. 여기 아무나 들어오는 데가 아니야.”

 “여기 사람 죽었죠? 그래서 와 봤어요. 막지 말아봐.”

 

  사실 제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죽으면 진짜 끝이 안 좋을거라서.

 

 “학생. 학교에 있어야지. 왜 여기 있어? 나가. 험한 꼴 보기 전에.”

 “왜? 나란 새끼가 물 까봐? 어차피 죽을 날 받아 놓은 놈이야. 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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