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 가방 안에 없네? 일단 제가 돈을 들고 올게요. 미안해요. 차를 멀리 대 놔서. 저기 앉아 있을래요?”
“됐고요. 거래 싫으시면 그냥 갈게요.”
“아니. 미안하다고요.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나. 직거래 좀 해봤거든? 꼭 질질 끄는 것들이 사고를 쳐요. 안 통해. 내가 17살 먹었다고 사기 좀 쳐 먹자는게 보이잖아.
“싫으면 말라고요.”
“기다리라니까. 돈 가져 온다고. 거 참 더럽게 띡띡대네.”
표정이 한번에 달라 지는 인간이 뭔... 퀘스천 그러니까 뭐가 있다고?
“거래를 위해 온 자가 아닙니다. 서나현씨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군요. 주변을 보겠습니다.”
이 동네가 험한 이유는? 사고 치는 인간들이 cctv 방향을 다 돌려 놨어. 그것도 아주 살짝. 그래서 안 찍히는 곳이 참 많아.
더구나 술집들 빼고 가게들이 7시에 문을 닫는 통에. 가로등은 절반이 고장이야. 그것도 8시가 되어야 켜져. 도대체 안에 시간 설정을 어떻게 해놓는 건지.
“4명. 다들 무기를 가져 왔군요. 서나현씨를 토막내 버릴 생각인가 봅니다.”
“뭐? 지금 무슨...”
“그만. 제 말을 듣기만 하세요. 어쨋건 당신을 노리고 온 겁니다. 저자가 자리를 비킨게 신호 였습니다. 움직임들이 수준급이예요.”
내 옆에 불빛이 되어 주던 카페의 불이 꺼졌다. 어둠이다. 그런데 퀘스천이 너무도 잘 보였다. 그가 내 손을 잡는다.
“뛰어요. 당장!”
뛴다. 간발의 차이로 땅이 세게 튀었다. 뒤 따라 오는 소리라면. 총?
“제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십시오. 안전한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퀘스천이 서 있던 자리로 간다. 몸을 웅크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명 총소리. 이게 뭔 일일까? 퀘스천이 날 안아 주었다. 마음이 조금 편해 지는 것 같다. 날 일으키킬래 같이 일어 난다.
천천히 걸었다. 그때 퀘스천이 날 확 잡아 당겼다.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내 옆에 있던 가로등이 켜졌다.
“거기 있어? 그 근방에 소리 났는데?”
상황을 판단해보자. 지금 쟤네들이 날 죽이려 든다. 그리고... 분명 총 소리였어. 이거 실화냐? 와. 진짜 킹 받는다. 장난도 아니고. 총을 들고 왔다고? 나 잡으러?
“서나현씨. 어떤 말도 하지 말아요. 지금은 숨도 참아야 해요.”
퀘스천이 날 잡아 당긴 곳은 구석 어두운 곳이다. 부수다 남은 벽 덕분에 빛이 살짝 가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다. 조금만 가까이 오면 내가 보일 것이다.
“외국에서 총 쏴봤다며? 그 새끼 도망치면 골치 아파 진다니까?”
“하필이면 고삐리를 죽이래. 걱정 마요. 이 근방 답사 끝내 놨어. 뭔 동네가 음침한데가 많아? 딱 술래 잡기 하기 좋은 곳이야. 어디 숨었니?”
퀘스천이 내 입을 막으며 주변을 둘러 보고 있다. 그제서야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들은 정말 날 죽이러 온 것이다.
“적의 수. 4명. 왜 서나현씨를 노리죠 있죠?”
숨을 참다 결국 크게 뱉어 버렸다. 순간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런... 서나현씨. 위치가 노출 됐어요.”
퀘스천과 함께 뛰었다. 저들 중 하나가 내 등 뒤에다 대고 총을 쏜다. 퀘스천이 급히 당겨주지 않았으면 척추에 맞을 뻔했다.
근처 골목으로 들어 간다. 구석진 곳에 몸을 숨긴다. 여기도 그렇게 안전하진 못할 것 같다. 다들 어떻게 날 이렇게 잘 쫓아 올까?
사냥 이다. 난 약자. 도망친다. 강자들은 도망치는 약자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왜? 그들을 뜯어 먹어야 자신들의 배가 부를테니까.
“어둠은 목소리를 극대화 시키죠. 지금 상황만 생각 하세요. 상대에 대한 추측은 그 다음입니다.”
“아주 나란 새끼 갈아 마시지 못해 안달이구나. 다들. 내가 뭘 그렇게..”.
“선택 하셔야 합니다. 도망치던가. 숨던가. 싸우던가.”
퀘스천은 뒤를 돌아 본다. 시간이 길지 않았다.
“제 생각이 맞다면. 서나현씨는 이미 누군가의 판에 끼어 든 겁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 태어나고 죽음 사이의 선택. 그리고 지금이 그 선택의 시간입니다.”
노트북 몇 대 훔치려다 이게 뭔 꼴인지. 그래. 왜 그러는지 대답이나 들어 보자. 선택했어.
내 손에 장갑이 꿈틀 거린다. 내 안의 싸우고자 하는 본능은 이 장갑에서 나오는 걸까? 망한 선택을 했다? 그래. 알았어. 망해줄게. 그런데. 혼자는 못 죽어.
“퀘스천. 어떻게 싸워야 하나?”
“알고 계시잖아요. 굳이 확인하려 들지 말아요.”
난 어둠 속에서 나왔다. 골목 거리로 나선다. 그들이 날 보자 달려 온다. 일부러 기다린다. 가까이 오라고.
“와. 총 계속 쏘면 골치 아파 지는데. 고맙다. 아니지. 미안하다 해야 하나?”
“나를 왜 이렇게 쫓아 오신대? 아주 이 동네에 나쁜 짓 하러 왔다고 광고라도 하시지? 신고라도 하면 어쩌실려고?”
“그건 너가 걱정 할 게 아니야. 사람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살면. 우리 같은 사람을 왜 만나겠어? 그치? 우리는 그런거 바로 잡는 사람들이다. 그 말이다.”
드디어 칼을 꺼낸다. 왜 지나가는 차도 없냐? 소리라도 지를까? 아니야. 지금 그럴 시간도 없어. 할려면 아까 했어야 했다.
저들이 달려 온다. 속도가 정말 빨라. 벌써 팔을 베였어. 칼들을 어찌 피해 보려 하는데 만만치 않아. 이런. 바로 등 뒤를 잡혔어.
퀘스천. 너 보고만 있을거야? 나 지금 죽기 직전이잖아.
“말했잖아요. 서나현씨는 싸울줄 안다고.”
손에 황금빛 용이 날뛴다. 몸에도 푸른 전기의 기운이 돈다. 뿜어져 오는 전기를 막을 수 없다. 그대로 쏟아내렸다. 그때 한 마리의 용이 표효 하듯 전기가 솟아 올랐다.
등 뒤에서 목을 조르던 놈이 고통에 몸부림 친다. 고함 소리가 온 동네를 울린다. 급히 떼어내 그놈을 살폈다. 거품을 문 채 기절했다. 어? 이봐요. 거기. 진짜 죽은거야? 발로 차본다.
“금빛 용을 거느리는 뇌제. 그게 서나현. 당신입니다.”
주변 건물들에서 창문을 여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러자 칼을 든 셋이 도망을 친다. 난 그제야 살았구나 싶었다.
“상처가 깊군요. 으음. 봅시다. 팔에 그인 상처 4개. 허벅지에 찔린 상처 하나. 그리고 배에 꽂혀진 칼 하나.”
그제서야 느낀다. 난 주저 앉아 버렸다. 피가 너무 많이 난다. 어떻게 서 있었던건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퀘스천은 내 허락도 없이 배에 박혔던 칼을 빼버렸다.
동시에 내 몸의 모든 상처들이 아물어 갔다. 찢겨 졌던 옷들도 다시 붙었다.
“하룻밤에 한번. 전 당신을 치유 해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두 번은 안 된답니다.”
“크...윽. 왜 이렇게 아픈거야?”
“아픔은 곧 가실 겁니다. 일어 나세요. 저들을 그냥 보내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입니다. 오늘밤의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그래. 그 말은 맞아 뛴다. 이젠 내가 강자다. 저 들이 도로가로 나가 버리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저 놈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왜 나를 공격해 왔는지 알길이 없다.
“달밤의 향기는 모두를 흥분케 하죠. 술래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엔 배에 칼이 박혀도 전 몰라요.”
퀘스천. 너 웃는거 같다. 난 죽을 뻔 했는데? 좋아. 이 텐션. 놓칠수 없어. 내가 몸으로 직접 느낀건데. 처음부터 밑 보이면 다 끝이야.
잡을 놈. 셋. 술래는 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밤 하늘을 달린다는 기분으로 나아간다. 내 인생에 이렇게 빨리 뛰어 본 적이 처음이다. 하나를 잡았다. 잡아다 지져 버렸다. 마음 속 맻혀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지만 상관없다. 아직 나 갚아 줄 게 많거든?
그때 남은 둘 중 멀리 있던 하나가 나를 향해 총을 쏜다. 그 총알이 또렸히 보인다. 다리를 스치기 직전이다. 피할 속도도 아니었다. 난 그저 보고만... 퀘스천이 총알을 차버렸다. 튕겨져 나간 총알이 가까아 있던 하나의 다리를 뚫었다.
“이런. 심하게 참견 했군요.”
달에서 사슬을 뻗어 나온다. 퀘스천을 묶어 버렸다. 퀘스천은 별일 아니라는 듯 나에게 손짓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걱정마세요. 곧 풀릴 겁니다. 이제 혼자 하세요.”
기절한 사람 둘. 총 맞고 신음 하는 하나. 남은 자 하나가 큰 길가를 향해 뛰어 간다. 그래. 싸우자. 술래가 너 잡으러 간다.
“아! 뭔 소리야! 밤에 잠 좀 자자. 야!”
이런... 멈춘다. 밖을 내다 보는 사람이 많다. 이번 총 소리는 아주 컸다. 세발이나 연달아 울렸으니 장난이 아니라는 건 알았겠지?
일단 총알에 다리가 뚫린 자에게 다가 간다. 멱살을 잡았다.
“너가 마지막이구나. 날 왜 덮친거냐? 말해! 말하라고! 아주 지평선 끝으로 걷게 해 주기 전에.”
“난... 아무 것도 몰라. 정말이야.”
마침 퀘스천을 묶어 두던 사슬이 풀렸다. 내 옆으로 다가온다. 멱살을 잡고 있는 이 자의 눈을 유심히 보는 것 같다.
“말할 의지가 없습니다. 고문도 소용 없어요. 차라리 자리를 비우시죠. 경찰이 오고 있습니다.”
경찰차 소리가 들려 온다. 그래. 술래 잡기는 끝났다. 하지만 가기 전에 한마디는 해두고 싶다.
“내말 똑바로 전해. 너가 어디 있든. 난 찾을 거야. 무조건. 그리고. 널 부숴 줄게.”
자리를 피했다. 경찰이 도착한다. 쓰러진 셋을 구급차에 태우기 시작한다.
하늘을 본다. 이제야 저 달이 똑바로 보여. 15일. 이제 남은건 15일. 그 안에 난 진실을 찾아야 해. 내가 도대체 어떤 판 위에 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