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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과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1.12.28

신과 게임을 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
이긴자는 소원을 이루고. 진자는 벌을 받는다.

무대는 도시. 그 안에서 살길을 풀어 나가는 소년은 말했다.

"지금 나하고 해보자는 거지?"

 
1화. 그러니까 말입니다.
작성일 : 21-12-28 21:20     조회 : 440     추천 : 0     분량 : 4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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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금 상황을 뭐라 할 수 있을까? 내 몸은 점점 차가워져 가는데 그마저도 느껴지지 않아.

  저 하늘에 떠있는 달은 여태껏 보았던 것 보다 크게 보여. 아니야. 마치 날 보고 싶다는 것처럼. 나에게 다가오고 있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 누군가가 찾아 왔다고 그러던데? 난 달이었네.

 

 - 넌 내가 보이니?

 

  잘 보여. 너의 목소리가 너무도 차갑게 들려. 정말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잖아. 빌딩 10층 높이에서 던져진 내 몸이 그대로 부서졌는데. 그러고 보니까 주변에 모여들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아. 마치 달과 나. 둘만 있는 것 같아.

 

 - 가끔 있었지. 죽음의 길에서 다른데 눈을 두는 자들이. 일어나라. 소년이여. 이제 길고도 긴 길을 갈 시간이다.

 

  달의 말에 반항을 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어. 어떻게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지?

  보이는 것은 빛깔이 달라진 도시. 그리고 없다.

  저 너머 지평선으로 가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빛이 남아 있는 듯한 흐릿한 곳이 날 부르는 기분이야. 본능이야. 그곳으로 걸어가. 그 너머엔 뭐가 있을까?

  잠깐... 정말 잠시만.

 

 “할머니를 만나도 될까? 이대로 작별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부모가 날 12살 때 버렸지. 나란 놈을 왜 낳았더래니? 난 못 키우니. 너가 아빠 맞니? 그럼 너는 엄마 자격이 있니? 마니...

  그래도 손자랍시고 할머니가 날 데리러 오셨네? 그냥 보육원에서 지내게 내버려 두지. 그럼 당신이라도 남은 인생 편히 살았을 거잖아.

 

 - 너의 할머니는 곧 널 만나러 갈 것이다.

 

  그 말에 난 걸음을 멈추었다. 언제 부터인가 난 걷고 있었다. 뭐에 흘린 탓일까? 언제 이만큼 걸었나 싶다. 조금 더 가면 지평선 너머에 도달할 참이었어.

 

 “인간들은 원해 죽을 날짜가 다 정해져 있는거야?”

 

  17살. 난 봐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들의 손에 잡혀 빌딩 10층 높이에서 던져졌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걸까? 그래. 정리해보자. 점점 기억이 돌아 오는 기분이야.

  난 그저 야외 학습이랍시고 대기업 본사에 온 거야. 우리 학교 1학년 전체가 다 오는 거라 담임이 나한테 그랬지. 집안 사정 핑계도 정도가 있다. 그러니 이번에도 학교 행사 빠지면 그냥 자퇴를 해라.

  이번건 돈도 안내고. 교육 담당 기업에서 직접 버스도 대절해 준다니 따라 나섰어.

  IT 최우수 기업 타이틀. 그건 모르겠고. 온갖 영상들 보여주며 이제 우리가 선직구니인 뭐니. 그냥 한귀로 흘렸네.

  강연 했던 사람이 전무라 그랬나? 전교 회장 아버지라 들었어. 이 나라 굴지의 부자. 1년 수입이 몇천억?

  마지막은 대박이었지. 선물로 참가자 모두에게 노트북 한 대씩 준다고 했을 때. 그 큰 회의실이 들썩일 정도였어. 덕분에 잠도 못 잤다.

  낮에 좀 자둬야 밤에 일이 편했으니까.

 

 - 신의 뜻을 오해 하지 말거라. 너희가 말하는 삶이란 결과일 뿐이다.

 

  정말? 그럼 난 무슨 결과로 인해 이렇게 숨이 끊어 졌어야 됐을까? 그래. 처음엔 내가 욕심을 부렸어.

  양복 입은 사람들이 강연장에 쫙 들어 와서 1인당 노트북이라고 한 대씩 주더라? 풀 옵션으로 다 되어 있다고 그랬어. 그것도 1달 뒤에 나올 신형 모델을 계약해서 주는 거라 다들 입이 귀에 걸려 있었어. 프린트도 원하면 1층 로비에서 받아 가랬지.

  난 프린터가 아니라 노트북 한 대 더 받아 보려 그랬어. 남은거 있으면 한 대 더 주시면 안되나요? 그랬더니 그건 형평성에 어긋 난대나?

  그렇게 형평성을 따지면. 난 이 사회에게 묻고 픈게 많아.

  왜 난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단칸방에서 할머니와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했던걸까? 비 많이 오면 역류해 넘치는 공용 화장실. 천장은 하도 새서 이젠 시멘트도 더 못 발라. 맑으면 벌레는 왜 그리 많이 생기는 건지.

  어차피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야 하는 건물. 관리하는 조건으로 월세는 안 낸다만...

  이 세상의 부는 왜 가진 것들에게 점점 모여 들까?

  국가가 주는 보조금가지고 세상 조용히 못살아 줘서 미안하네. 나도 살게 좀 많아서. 무슨 문제집이니. 교복이니. 뭐니.

  치킨 배달부터 고기집 설거지. 편의점.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건 다 했다. 나이 속이고 술집 알바 했다가 잘릴땐 돈 내 놓으라고... 그만두자.

 

 - 너의 시간은 끝났다. 가야할 곳으로 가거라. 이건 나의 배려다.

 

  난 달이 던지는 차갑고도 이질적인 그 무언가에 반기를 들었다. 뒤를 돌았다. 내가 본적이 없는 거대한 달을 정면으로 보았다. 그리고 외쳤다.

 

 “무슨 배려! 배려? 저 너머로 가면? 뭐가 남는데? 난 어떻게 되는건데? 왜 아무도 안보여? 죽은 사람이 나 뿐인가? 정말 나 재수 없네? 와. 서나현. 너 대박이다. 정말 태어 나서 참 미안하네. 참! 미안하네!”

 

  참아 왔던 온갖 욕지꺼리를 뱉는다. 달이 들으라는 식으로 퍼부어대니 좀 낫다. 희안하게 숨이 차오르진 않는다. 그러니 정말 죽었구나 싶다.

 

 - 난 신의 명령으로 죽은 자 모두를 보살폈지. 이미 너의 시간은 멈추었다. 난 기다려 주마. 넌 너의 모든 것을 쏟아 놓고 가거라. 신의 여러 자식들 중 하나여.

 

  더 이상 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난 울음을 터트렸던 것 같다.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주저 앉았어. 다 울고나니 후련해.

  그러니 죽기 직전의 기억이 조금은 돌아 오는 것 같았다.

  노트북 남은게 10층에 있다고 직원들이 말하는거 들었어. 그리고 거기만 cctv가 없다는 것도 들었고.

  그때 다들 말하는 나쁜 생각이 들더라? 남들은 그냥 흘려 버릴 그런 이야기가 나에게는 신의 계시 같았어. 내가 도둑질을 하려 했어. 다들 1층 로비에서 프린트를 받는 사이. 난 바로 계단으로 올라 갔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내 얼굴이 찍힐 테니까.

  내 손에 쥐여진 노트북은 인터넷에 팔아 벌일 거고. 딱 2대만 더. 난 지금 노트북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있는 자들은 세지도 않을 300만원. 그것을 가지고 싶었어.

  그런데... 10층. 그곳은 마치 텅 빈 것처럼 보였다. 복도에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지. 그냥 기회구나 싶었어. 사무실 문을 하나씩 열었다. 그러다 대뜸 열어본 곳에서 전교 회장을 보았다.

 

 “묻자. 죄를 지은 자들은 후에 죄 값을 받는거 맞아?”

 

  난 눈물을 닦았다. 달에게 묻는다.

 

 “약한 애들 잡아다 옷 벗기고 영상 찍는거. 너희들한텐 그런게 죄도 아닌거야?”

 

  뭐가 죄일까? 우리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전교 회장. 그 옆에 서 있던 일진 새끼들. 다 알아. 못 사는 것들은 서로 얼굴 볼 일 많거든.”

 

  못사는 것들끼리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과 나 사이에 그어진 선. 암묵적 합의.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온갖 나쁜 일들은 외면했다. 그러면 그들 역시 나를 내버려 둘 것이니까. 방조도 나쁜 것이라 말하지. 그런데. 그래도 교실이라 큰 일은 없었어. 교실 안에도 선은 그어져 있고. 그들 역시 그 선을 넘지는 않아.

  그러고 보니까 그때 내가 본 것은...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의 선을 넘은 것이었어. 전교 회장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남자와 그 옆에 서서 떨고 있는 여자. 둘은 나도 알고 있던 애들이야. 걔네 사귄지 1년 된 커플. 셔틀끼리 만났지. 서로 상처를 더듬다 사귀게 된거라 들었어.

 

 “걔네 보다는 오래 살 줄 알았는데 먼저 죽었네? 걔네들은 또 어떻게 될려나? 너희는 또 왜 그러고 있었대냐?”

 

  그 새끼들은 여자애를 거의 헐 벗겨 놓고 뭐 하려 했을까? 그것도 남친이 보는 앞에서. 촬영 장비도 딱 준비해 뒀더니만.

  내가 그때 문을 연 게 죄겠네? 웃다가 날 보고 어그러진 그 얼굴. 잊지 못하지.

 

 “대답해. 그 정도는 말해줘도 되잖아.”

 

  목소리가 차분해지니 주변의 빛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일까?

 

 - 모든건 신의 의지대로.

 

  신의 의지?

 

 “뭔 개 소리야! 그럼 내가 그 새끼들에게 잡혀서 10층 난간에다 던져 진게 신이 시킨거냐? 그럼 세상의 모든 나쁜 짓도 신이 시킨거네? 신이 제일 나쁜 새끼네?”

 

  슬픔이 잦아드니 분노가 치민다. 신의 의지가 뭔데? 신이 뭘 해줬는데? 어차피 죽은 마당에 묻자.

  세상 모든 나쁜 일들 역시 신이 계획한 걸까? 우리는 그럼 뭔데? 신이 때리면 네. 우리가 견뎌야죠. 그러고 참는 존재니?

  우리 할머니가 그리 살다가 어떻게 됐는데? 술을 많이 드셔서 위암 말기야.

  병원에 두 달간 입원을 시켜 놓으니 300만원. 병원에서 들고 오라는 돈이 그거야. 그것도 국가에서 많이 봐줘서 그것만 부담하래. 못 내면 어떻게 되나 물어 보니 재산 차압이니 뭐니. 머리만 아파서 도장 찍으라는 대로 찍었어. 그러니 보증금은 다 날아 갔네. 그럼 난 앞으로 어디서 자? 어디로 가? 보육원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신은 나에게 뭘 원하는 거야?”

 

  난 줄게 없어. 그래서 버려진 거겠지. 저 지평선 너머는 쓰레기 소각장일까? 난 그냥 태워져 버릴까?

  누군가가 말하는 환생? 이번 생은 망했습니다. 그런거?

 

 - 신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셨다.

 

 “저 너머로 알아서 걸어가길 바라시겠지. 나라는 새끼가 말만 잘 듣고 알아서 기길 바라겠지. 참 미안하네.”

 

  그래도 우리 할머니는 교회에 매 주마다 천원은 넣었어. 남들 다 하는 헌금이 아니라 정말 없는 돈 쪼개서 넣은거야. 그 돈들 다 모으면 라면이 몇갠데?

 

 “뭘 어떻게 해줘야 되냐? 여기서 또 뭘?”

 

  있는 것들이 없는 것들을 빨아 먹으며 기생하는 사회. 하나 더 먹을려다 신의 벌을 받게 된 내가 정의를 내려 볼까?

  신은 정말 나쁜 새끼야.

 

 - 신은 너희에게 자유를 주었다. 타락할 자유. 병에 걸릴 자유. 굶주릴 자유. 그리고 신을 원망할 자유.

 

  달이 더욱 커졌어... 나에게 다가 오는 기분이야. 아니야. 다가 왔어. 내 눈앞에 달이 있어.

 

 - 너가 이 세상을 원망할 자격이 있다 생각 하는가? 모래 한 알. 풀 한포기. 너가 만든게 있는가?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사는 주제에?

 

  난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차가운 목소리에 분노가 실리니 뼈가 아리는 기분이다.

 

 - 그리도 신이 원망스러운가? 그럼 너와 게임을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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