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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에필로그] 고요한 바다의 끝
작성일 : 22-02-01 01:3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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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겨울 잠이었다.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스물 셋의 12월 겨울 이후의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간지러운 바람과 자연 냄새가 날 뿐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눈에는 비누 향이 나는 천이 둘러 매져 있었고 저 멀리 서 따뜻한 빛이 느껴졌다. 그 너머로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답답함에 눈에 가린 천을 내렸고 나는 천천히 그곳 그 공간에 눈을 떴다. 희미하게 무언가 보였으며 완전하게 시력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익숙하게 보이는 그곳은 한유다 박사가 만든 에덴 동산의 하얀 집이었다. 마지막으로 불을 지르고 나왔지만 여전히 불타지 않은 지옥에서 나는 다시 두 눈을 떴다.

 

 이 기억 또한 내 안의 해마 일까, 현실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는 이 세계는 고요하고 평화로울 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손을 더듬 더듬 거리며 2층에서 내려왔다. 누군가 이곳을 고친 흔적이 어렴풋이 보였고 어두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편두통처럼 신경이 찢겨지는 고통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바다 냄새와 자연의 냄새였다. 그 냄새를 따라 검은 절벽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눈이 온전치 않아 넘어지는 것이 대다수였고 그것을 반복하며 정명해 연구원이 죽었던 그곳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그 절벽에는 그녀의 가방과 잔해들이 남아있었다. 손으로 더듬 거리며 물건을 만지는 데 익숙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그것은 내가 눈을 감기 전에 봤던 현우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수수께끼로 남긴 열쇠와 그 옆에 굳게 닫힌 잠 열쇠 하나가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끼워 맞춰 보았다.

 

 그것은 들어가더니 잠겨 져있던 것을 풀었고 현우가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이곳에 데려온 것도 그일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것도 잠시, 저 멀리서 누군가 이곳으로 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시력이 거의 없는 나의 눈에는 키가 큰 남자가 보였다.

 

 “네가 지민이니?”

 

 알 수 없는 사람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지만 이것 또한 이 땅에서 받는 벌이자 죄책감이었다.

 

 “여긴 에덴 동산인가요?”

 “기억하고 있구나, 맞아 여기는 잔인하기도 아름답기도 한 누구도 오지 못하는 오지의 섬이지”

 “저는 왜 이곳에....”

 “너의 눈이 그렇게 되고 넌 한참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난 그래서 네가 나오기 만을 기다렸지”

 “나를 아시나요?”

 “그럼, 나는 너의 기억 속에도, 현실에도 남아있는 사람, 아마 나를 지하실 절벽에서 본 것이 마지막 일거야”

 

 그의 말에 건조함에 보이지 않았던 시야 속에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나의 속죄이자 지우지 못할 세상의 기억이었다.

 

 “현우야”

 “내가 그랬잖아, 나는 너의 기억 속에도 이 지구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현우는 주저앉아 있는 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철문을 긁는 소리와 함께 들어간 영문모를 이곳은 축축하고 눅눅함 그리고 역한 냄새로 가득했다. 희미하게 밝았던 눈은 이제 죄로 가득한 어둠으로 바뀌었다.

 

 “오랜만이지? 16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너는 이곳에서 죽음과 함께했었지”

 “16년이라면....”

 “넌 그날의 기억이 희미하게 나겠지만 나는 아주 생생해”

 “아니 나도 그날을 기억해, 내가 너를 죽였던 그날 맞지?”

 “내가 한유다 박사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자 그 충격으로 너의 새로운 자아가 생겼어, 난 충분히 네가 한 짓을 이해해”

 “나를 이해하려 해주지 마, 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인자일 뿐 이니깐”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렸어, 너와 함께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싶었거든”

 “기다렸다니, 스물 셋의 겨울의 나를 데려온 게 너야?”

 “맞아 내가 여기로 데려왔지, 하지만 그 이후로 넌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 지난 10년 동안 너를 제외한 16인만이 나왔어”

 

 그저 잠시 눈을 감았던 것 뿐인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스물셋의 대학생은 이제 서른셋의 어른이 되어있었다.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 현우는 살아있었고 내가 에덴 동산에서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곁에 있었다.

 

 “10년 전 너의 아버지를 만났어, 이것은 나의 기억 속이니 현실이니?”

 “나와 아버지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어, 우리는 네가 잃어버린 그 시간 동안 최태만의 행적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고 네가 그곳으로 갈 수 있게 인도 했어”

 

 오래된 담배를 준 그 남자와 내 옆에 있는 지금의 남자는 죽지 않은 사람, 이 현실 속에 있는 아저씨와 현우였다.

 

 “절벽으로 떨어진 그날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아, 박사가 나를 끝으로 밀어냈고 나는 차가운 바다 속으로 들어갔지. 죽음을 겨우 피했지만 죽음의 흉터는 지금까지 남아있어”

 

 그는 나의 손을 자기 얼굴에 가져갔다. 손길의 끝에는 깊게 파인 흉터 자국과 그날의 기억이 느껴졌다.

 

 “넌 나를 왜 기다렸니?”

 “보고 싶고 그리워서”

 “고작 그 이유야? 난 널 죽음으로 가게 한 장본인이라고!”

 “나도 알아, 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은 나에겐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조각이었어. 이제 마지막으로 만났으니 같이 함께 이곳에서 우리들의 시간을 끝내자”

 

 현우는 나에게 무언가를 주었다. 그것은 어떠한 액체가 들어있는 머그 컵 이었다.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한 알 수 없는 것은 저 높은 하늘 너머의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웜홀 같았다.

 

 “나도 이제, 눈을 뜨는 것이 지겹고 두려워. 그래도 너와 함께 마지막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아”

 “기억나니? 저 수평선 너머 보이는 보아 뱀이 삼킨 코끼리 섬으로 같이 가자고 약속 했던 거”

 “그랬었지, 그 때는 정말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막상 가본 세상은 더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들로 가득 했어”

 “현실이 그러더라, 악은 잠시 따가운 사람들의 눈초리 뿐 이 세계에서는 금방 잊혀가더라고”

 

 혜원의 아버지처럼, 악행을 저질렀어도 큰 벌을 받지 않는 현실은 피해자들만이 세상 길이 끝나도록 고통 받을 뿐이었다. 돈이 없고 권력이 없는 자들만이 어두운 공간 속으로 갔고 망나니 짓을 하며 갑질 하는 누군가의 딸과 아들, 그리고 그들은 잠깐의 시간이면 해결되었다. 범죄자들에게 인권을 강요하는 미친 사회는 그림자 끝에 있는 사람들을 절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컵에 담긴 죽음을 마셨고 이제는 그 끝을 기다렸다.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에서 저 멀리 흐릿한 빛이 보였고 그것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현우야, 저 너머의 우주의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를 찾지 말아줘. 그냥 저 출렁거리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수평선 너머의 그 섬으로 가길 바래”

 “싫어, 난 끝까지 너를 찾으러 이 세계든, 저 우주든 만나러 갈 거야”

 

 오늘 따라 더 고요한 광활한 바다에는 따뜻한 빛이 비추었고 그것은 회색빛의 무서운 바다가 아닌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다였다. 그 속에는 초록빛으로 가득한 작은 섬이 보였으며 그것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동굴 하나가 있었다.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여자의 표정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둘은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한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바다는 잔잔할 뿐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에도 세상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 지금이 우리들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맑고 투명한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말
 

 이탈리아에는 유명한 저주 하나가 있다. 이곳 거리에는 17이라는 숫자가 존재 하지 않았다. 17을 로마 숫자로 나타내면 XVII가 되는데, 이 문자의 배열을 바꾼 VIXI는 라틴어로 ‘I lived’라는 의미다.

 

 즉, ‘나는 살았었다’로 결국 ‘나는 죽었다’는 뜻이다.

 

 17인은 죽음을 의미했고 나를 찾아도 역시 그 끝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17인_나를 찾아서'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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