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10번째 생일이 되는 날이다.
아빠가 일기를 쓰면 선물을 준다기에 해변에 나와 쓰게 된다.
푸른 바다와 발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파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이다.
그것을 보다 보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형체가 있다.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같이 중절모 모양 같기도 모카번 빵이 떠오르기도 했다.
에덴동산에서 치료를 다 받게 된다면 언젠가 저곳으로 갈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본다.
물론 현우가 있어 좋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려 밖은 위험하다고 명해 이모가 말해주었다.
자고 일어나면 일주일, 한 달이 지나있었고 점점 내가 살아가는 날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깨어나는 날이면 아빠가 지하실에 데려갔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어떠한 남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나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으로 칼질을 했다.
흘러내리는 내장을 끝없이 빼낼 때는 휴지를 굴리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그 놀이를 할 때마다 아빠는 나에게 선물과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저녁에 머리에서 이상한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정말 무섭고 혼자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소리치고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열어주지 않는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앞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현우가 있어 든든했다.
너머에서 말을 걸어주며 안정 시켜주었고 애착 담요를 가져와 그 앞에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현우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중엔 꼭 현우랑 결혼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