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인 한 박사를 따라 이곳 섬으로 오게 되었다.
말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였지만 그의 영특한 머리는 해결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똑똑한 머리도 있었지만 90%의 복수로 시작과 끝을 내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나는 병원에서 일하다가 약물 실수로 사람을 죽여 본 적 있다. 끝내 모른 척 했지만, 의료 과실로 의사라는 직업을 잃게 되었다.
다시 박사 덕에 많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어 좋았지만, 칼을 들고 있는 우리도 살인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6년간 유미가 받은 수술에는 총 30여 건이 넘는 기억을 넣었지만 살아난 장기기억 세포는 16개였다.
그것으로 그녀 안에는 16명의 범죄자 자아가 생겼고 잔혹한 기억에 매일 밤 고통스럽게 울었다.
박사와 나는 방관하며 오로지 실험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잔인하게 키워왔지만 아이는 항상 한 유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했다.
유전적 사이코패스 기질이 1%밖에 없는 그녀의 삶은 매일 밤 사람을 죽여야 했고 그래야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살인의 의미도 모른 채 놀이처럼 행동한 아이는 유전이 아닌 박사가 만들어 낸 사이코패스였다.
유미가 7살이 되던 해 유다는 나에게 부탁을 했다.
슈퍼 면역 세포를 만들어 달라고, 물론 그것에 관심이 많아 80%까지 성공했었지만 뜬금없는 부탁이라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큰돈을 주겠다는 그의 말에 서둘러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영생의 저주를 과학적으로 만든 것 같았다.
유미가 바다에서 사라진 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외로운 섬에는 박사와 유모, 죽을 때까지 갇혀 살아야 하는 몇 명의 범죄자들 뿐이었다.
경비는 아들이 그렇게 된 후 육지로 말없이 떠났고 더 이상 범죄자 사냥을 해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나의 직업이 사라졌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사라졌다.
약 20년을 실험에 미쳐있었던 삶은 이제 끝이 났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처럼 서류가방에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과 수십 가지의 약물을 챙겨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 수평선의 광활한 바다가 보이는 절벽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혀왔고 이 땅의 끝 부분에 아슬 하게 걸쳐 앉았다.
짭짤하면서도 갯벌의 향이 나는 냄새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가방 안에서 먼저 가장 좋아하는 소설, 노인과 바다를 꺼냈다.
이곳저곳 뜯겨나가고 다시 돌아왔을 땐 앙상한 머리만 남아있는 청새치를 보는 것처럼, 열정으로 버텨왔던 나의 마음은 다 먹은 사과의 찌꺼기처럼 파여져 있었다.
더러운 하수구의 찌든 때가 몸 안의 내장에 껴 있는 것처럼 쓰레기보다 못한 46년간의 시간을 반성하며 이제는 그만두려고 한다.
가느다란 팔에 각종 약물을 주입했고 이곳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