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기현의 쌍둥이 남동생 유기준이다.
외로운 나의 유년시절의 옆에는 항상 형이 있었다. 하지만 형의 잔인함은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져 갔고 그것은 심한 집착으로 변질했다. 누군가 우리의 삶을 보면 배부른 소리다 할 수 있지만, 이곳은 억압과 차별로 사람을 구분해 내는 집이었다.
첫째 형 기훈이 형은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그대로 밟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독재자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싫어했으며 모두가 평등하고 공평한 것을 좋아했다.
경영을 이어 회사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아버지와 형은 미술을 하고 싶다는 나의 꿈을 나락으로 내보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방에서 몰래 나와 밖의 풍경을 보며 스케치를 했다. 언젠가 자유롭게 꿈을 이룰 것으로 생각하며 나만의 방식대로 실력을 키워갔다.
그렇게 10대 시절이 지나가고 20대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형이 어느 날 큰 포댓자루를 가지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자루 속에 든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둘째 형은 무자비하게 살인을 하며 희열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도 그것에 대한 것을 느끼고 싶어 그때부터 나는 다른 방식으로 풀기 시작했다. 죽은 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시체 위에 그림을 그렸다.
나의 첫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대형 아크릴 상자를 만들었다. 그 안에는 방부제 용액을 가득 넣었고 형의 도움으로 그 사람을 안에 넣었다.
형이 죽이고 난 후의 시신은 나의 차례였고 각 주제를 넣어 나만의 잔혹함을 표현했다. 삭막했던 지하실은 점점 미술관처럼 변했다. 나는 이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려 일부러 지하실 문 앞에 소량의 피를 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나의 부푼 꿈이었을까? 기겁하며 화를 냈고 형과 엄마가 보는 자리에서 우리 둘은 무자비하게 맞았다.
그들은 감당 못하겠다며 나와 둘째 형을 외로운 섬에 버렸다. 이곳은 아버지 회사가 후원하는 실험 공간이라고 들었고 박사님은 나에게 따로 작업실을 주며 예술 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해주셨다.
그리고는 갇혀있는 형에게 절대 가지 말라는 경고를 주며 나갔다. 지난 10년 동안 분출하지 못한 열정을 밤새 이곳에 지내며 밑으로 가라앉았던 꿈을 다시 위로 건져낼 수 있었다.
가끔 내 작업실에 놀러 오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떤 날에는 선물이라며, 빨간색의 액체가 든 작은 병을 나에게 주었다. 뚜껑을 열자 나는 냄새는 비릿한 피 냄새, 내가 사람 몸에 예술을 했을 때 느꼈던 그 냄새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의 향이었다. 어린 꼬마가 어떻게 이런 물건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멀리서 주시하는 박사님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하얀 캠퍼스 위에 퍼지는 진득한 핏물로 자화상을 그렸다.
그림의 이름은 ‘방관하는 자’였고 그것은 바로 나였다. 살인을 방관하며 시신을 훼손한 죄, 오지의 섬에 평생 썩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이자 잊지 말아야 하는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