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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10인
작성일 : 22-01-02 16:37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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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빅 삐빅 삐빅’

 

 코를 찌르는 독한 알코올 냄새가 나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에는 붕대가 숨이 막힐 정도로 감겨 있었고 피가 새어 나왔다. 분명 나는 그녀와 과제를 하다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병원인 것이 이상했다.

 

 손에 찔려 있는 링거 바늘을 빼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반대편 침대에 누워있는 누군가를 향해 갔다. 누워있는 사람은 혜원이었고 온몸에 시퍼런 멍과 머리에 크게 찢겨져 꿰매어져 있는 흉터가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머리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산소 마스크를 한 채 의식이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몸 여기저기에는 누군가와 몸 싸움했던 상처들로 보아 우리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 맞는 것 같았다.

 

 유리창의 자동문이 열렸고 하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나에게 황급히 다가왔고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혀 다른 병실로 옮겼다. 그 병실에는 낯익은 형사님과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지민 씨 몸은 괜찮아요?”

 “무슨 일이 일이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지 마시고 앉아 계세요. 먼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깐”

 

 나는 형사의 말대로 침대에 기대어 그가 말을 해주길 기다렸다.

 

 “일이 복잡하게 되었는데, 혜원씨가 주신 카메라를 확인하다 보니 이상한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이상한 일이라는 것은 무슨 말이에요”

 “그 집에서 불법 성매매와 마약 밀매, 불법도박 등 일어난 것이 영상에 찍혀 어제 바로 영장 발부해서 자택을 뒤졌는데 이미 도망간 후더라고요”

 “불법 성매매요?”

 “혜원씨 아버지가 유명기업 회장인 건 알고 계시죠?”

 

 부자 집인 줄 알았지만, 회장 딸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우리가 다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자세하게 들은 게 없어서, 몰랐네요.”

 “혹시 그 집에 있을 때, 박혜원씨 아버지 박정남씨 본 적 있을까요?”

 “네, 잠깐 봤었죠.”

 “혹시 이 여자분과 같이 있었나요?”

 

 안쪽주머니에서 사진 꾸러미를 꺼내더니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날 저녁에 본 젊은 여자였고 몇몇 여자 사진들이 더 있었다. 나는 그 여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형사에게 말했다.

 

 “이 여자분, 그분이랑 같이 집에 왔었어요.”

 

 형사는 놀란 눈으로 보더니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집에 계속 같이 있었나요?”

 “아니요, 혜원이하고 문제가 있어서 그분들은 나갔어요.”

 “지금 이 둘 다 지명수배 내렸습니다.”

 “저 여자분도 그 일에 동조하신 건가요?”

 “그 일에 같이 동조한 건 맞는데, 더한 범죄를 저질러서. 아 두 분도 저 여자 때문에 다치신 거고요”

 “네?”

 “기억이 안 나 시겠지만 호텔에 무단 침입하여 마약성 수면제를 강제로 먹인 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폭행을 저질렀고 무언가를 찾기 위해 머무르시던 호실을 다 뒤졌더라고요.”

 “저희하고는 관련 없는데 왜 저런 짓을 한 걸까요?”

 “그게 저도 이해할 수 없어서, 혹시 혜원씨가 집에서 나올 때 무언가를 가져왔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저...혜원이는 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요? 저기는 중환자실 아닌가요?”

 “유감스럽게도 혜원양이 머리 쪽으로 제일 많이 구타당해서 상황이 나쁘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저 지옥 같은 집에 나와 성실하게 과제를 했을 뿐인데 알지도 못하는 진실로 누군가는 다시 이 세상을 볼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한 충격일까 깨진 유리가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고통이 전해졌다.

 

 “괜찮으세요?”

 

 바닥에 쓰러진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이 보였고 나의 정신은 다시 아득해져 검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온통 하얀 벽밖에 보이지 않는 큰 방이었다. 하얀 침대, 하얀 식탁, 하얀 TV, 하얀 냉장고, 하얀 가스레인지 모든 것들이 하얀 그곳에는 검은 머리의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나의 손을 잡으며 안아주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눈에서 물이 나왔다. 그것도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냥 대학생처럼 살아가던 우리에게 지옥보다 더 지옥인 일들이 일어났고 결국 이제 다시는 혜원과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만든 그 두 인물에 대해 분노가 차올랐다.

 

 “이건 내가 예상 못했던 상황인데, 당황스럽네?”

 

 나는 그를 떼어내고 하얀 소파에 구부려 앉아 고개를 파묻었다.

 

 “네가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현우 외에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현우가 누군데”

 “너 진짜 기억 제대로 잃었구나?”

 “넌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가 뭐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건 여전하네, 그거야 나의 기술에 대해 말해주려고 불렀지!”

 “장난칠 기분 아니야”

 “나는 너의 범행 계획부터, 설계, 마무리까지 일정을 관리하는 천재 관리자야 다시 만나서 반갑다.”

 “뭔 개소리를 하는 거니”

 “역시 말 거칠게 하는 건 변함없어, 근데 이번엔 좀 의외더라? 2시간 동안 맞는 걸 여기서 지켜보는데 내가 다 아프더라고”

 “봤어?!”

 “깜짝이야, 진정하고 여기 차 좀 마시면서 진정해”

 

 그는 하얀 머그잔에 하얀 액체가 담긴 것을 나에게 주었고 내가 그것을 먹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그거 먹으면 내가 힌트 줄 수 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차를 마셨다. 따뜻한 솜사탕을 마시는 것 같은 달콤한 차였다.

 

 “먹을 만하네, 이제 말해줘 네가 본 것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비자금이 들어있는 대포 통장하고 찾지 못한 카메라 칩을 찾으러 온 방을 뒤졌고 나오지 않으니깐 너희한테 수면제를 먹여 잡히는 물건들로 잔혹하게 무려 2시간 동안 폭행 한 거지”

 “혜원이가 가져왔을까?”

 “왜 가져왔을 거로 생각해?”

 “그러면 누가 가져갔는데”

 “내가 2시간의 영화를 봤을 땐, 밝혀지지 않은 카메라 칩은 총 5개인 것 같아”

 “우린 그 집에서 뒤져서 나온 것들을 경찰서에 낸 것이 전부였는데, 저 미친년 때문에 혜원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

 

 아까 본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 다시 빨갛게 충혈된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6년 동안 많이 변했네, 감정적으로 생각도 하고”

 

 미안한 감정과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나는 숨겨져 있던 슬픔에 대한 감정이 나왔고 처음 보는 그의 앞에서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울음은 분노로 변했고 그곳에 있는 물건들을 보이는 대로 던졌고 머그잔을 깨서 나의 손목에 그었다. 나의 세상에도 고통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했다. 빨간 피가 하얗던 방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고통도 느껴졌다.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하얀 것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 보이던 남자는 나의 손목을 하얀 천으로 건 빨간 피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감았고 다시 그곳은 하얗게 돌아왔다.

 

 “진정 좀 해”

 

 그는 나를 다시 소파에 앉혔고 하얀 리모컨으로 하얀 TV를 켰다. 참 웃긴 것이 이곳에서도 뉴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웃는 거야? 여기에서 보는 건 다 네가 밖에서 보고 듣고 있는 거야”

 

 화면에는 그날의 아침 상황의 내가 누워있는 시선에서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혜원의 아버지 옆에 있었던 그 여자였다. 그 뒤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여러 명의 남자가 있었고 그들 중 얼굴에 글자문신이 있는 남성 한명이 혜원과 나의 입에 정체모를 하얀 가루를 넣어 먹였고 우리는 그것에 취해 깨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들은 호텔방을 압류하듯이 뒤졌고 무언가를 계속 찾아갔다. 옆에서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한 그 여자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혜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옆에 잡히는 의자, 꽃병, 심지어 책상 위에 놓여 진 삼각자로 여기저기 찔렀고 그렇게 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의 위에 올라가 목을 조였고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있는 조명을 머리에 세게 내리 쳤다. 순간 그것에 대한 고통이 느껴졌다.

 

 “어때, 많이 아파?”

 

 하얀 방에서 소파에 앉아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그였다.

 

 “왜 지난 일인데 고통이 느껴지는 거야?”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그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우리가 기억을 못할 뿐이지”

 “혜원이 아버지는 이 일에 알고 있을까?”“그가 시켰을 거야”“자기 딸인데도?”

 “먼저 자신이 살아야하기 때문이지, 너희에게 카메라 칩과 비자금이 있는 통장이 있기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는 거지”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너에게 선택권을 줄게, 저기 앞에 보이는 두 개의 문이 있어”

 

 그가 말하자, 사방이 하얗던 방의 한쪽 면에 검은색과 하얀색의 문이 생겼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떤 것들이 나오는 데?”

 “하얀 문은 네가 원하고 바라는 삶이고 검은 문은 네가 당장 감당해야하는 죽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원하는 삶은 누군가와 만나 가정을 이뤄 평범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상일 뿐 이뤄지지 않는 나의 망상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나를 가둬두기 위해 시험하는 것 같았다. 눈을 뜨면 병실일 그곳에서 마주해야하는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고 어디론가 도망쳐야만 할 것 같았다.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했었을 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서 느껴야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나는 하얀색의 문의 앞으로 갔다.

 

 “하얀 문으로 들어가면 다시 못나올 수 도 있는데”

 “나오고 싶지 않아서 이곳으로 들어가는 거야”“의외의 반응인데? 내가 특별히 너에겐 이걸 주지”

 

 하얀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오래된 열쇠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다른 애들한테는 주지 않았던 건데, 그곳에서 나오고 싶을 때 출구를 찾아서 나오길”

 

 그 작고 녹슨 열쇠에는 기억이라는 단어가 적혀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하얀 문을 열고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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