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리는 작은 가시에 불과했다. 찔리면 작은 핏방울에 그쳤던 그것은 누군가의 욕망으로 인해 깊숙이 박혀 있는 쇠말뚝으로 변했고 돌이킬 수 없는 잔인함으로 병들기 시작했다. 마음에 병이 들어 누군가에게 버려진 상처는 박사의 장난감으로 사용하기 좋았고 거친 바다 건너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우리는 지옥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촉촉하고 습한 비밀 통로에는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피 냄새로 가득했다. 쓰러져 있는 남자의 내장은 꼬마가 타고 있는 자전거 체인에 묶여있었고 페달을 밟을수록 찢겨있는 배에서 흘러나왔다. 남자의 비명이 듣기 싫었는지 작은 소녀는 옆에 떨어진 과도를 주워 그의 혀를 잘랐고 흥미롭다는 듯이 그것을 가지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싱싱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혓바닥을 보고 그녀는 빨간 고래를 그렸고 자랑스럽다는 듯 박사에게 사랑받는 작은 소녀는 한유다 박사가 만든 딸이자 우리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평화롭게 보이는 어떠한 섬에서 꿈은 시작되었다. 영화에서 나올듯한 아름다운 광경은 나를 그 속으로 이끌었고 더 깊숙이 들어갔다. 발가락사이로 들어오는 촉촉한 모래와 에메랄드빛 파도가 간지럽히듯이 툭툭 건드리는 감촉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건조한 흙바닥에는 물기가 묻어있는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그것의 끝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손에 묻어있는 빨간 피를 빨아먹었고 나에게 다가와 피를 여기저기 문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울창한 숲을 지나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간 그곳에는 하얀 집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목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바쁘게 하고 있었고 파릇한 잔디가 깔린 대지 끝에는 검은 절벽이 보였다. 소녀는 나의 손을 잡고 수평선이 보이는 절벽 끝을 향해 갔다. 섬 외의 다른 육지는 보이지 않는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오아시스 같았지만 무언가 소름 끼치기도 기묘하기도 했다. 그 끝에서 보이는 모습은 뾰족한 암석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와 습한 해무가 잔뜩 껴 있는 또 다른 회색빛 바다였다. 작은 아이는 나의 손을 놓았고 한참을 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녀의 손에는 피로 물들어져 있었고 시체처럼 차가웠다. 아이는 끝에 서서 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조금씩 뒤로 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한 나의 손은 소녀의 작은 손을 잡았고 같이 절벽에서 떨어졌다. 거친 파도는 나와 작은 아이를 깊은 심연으로 데려갔고 압박붕대로 온몸을 감은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막혀왔다. 어둡고 캄캄한 바다의 밑바닥에는 얼굴 없는 그들이 나를 서로 가지려 손을 거칠게 내밀었다. 나의 몸은 상어 밥이 된 것처럼 여기저기 찢기고 상처가 났고 나는 그곳에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