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지혁이랑 사귄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쯤,
“혜빈아!”
“응?”
“오늘 우리 집 갈래?? 학원 수업 없지??”
“엉, 좋아!”
“나도 갈래 나도~~”
“그래! 예정이도 가자!”
“아, 데이트 방해꾼”
“야, 너는 거의 같은 반 수준으로 맨날 쉬는 시간마다 인혜빈 보러 오잖아~! 너야말로~”
“됐어, 싸우지 마~ 싸우면 나 그냥 혼자 간다?”
예정이와 같이 지혁이네 집에 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학교와 가까웠고, 꽤 좋은 아파트였다.
“아무도 안 계셔?”
“응, 편하게 있다가 가”
“방 들어가 봐도 돼?”
“응!”
지혁이의 방은 평소 혁이의 성격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혁이의 방을 둘러보던 도중, 책상 위에 있는 오래된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혁아,”
“응??”
“이건 어머니 젊을 때 사진이야??”
“응.. 사실 엄마가 신혼여행에서 돌아가셨거든.”
“그럼 그때 너는??”
“난, 없었지. 우리 아빠가 어디선가 보고 계실 엄마를 위해 나를 입양한 거야”
“헐.. 진짜 대단하시다..”
“어머니 보고 싶지는 않아??”
"글쎄,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아...”
“분위기 왜 이래, 나 괜찮아.”
“미인이시네,”
“그.. 이 분위기에 미안하지만,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맞다, 예정 너 오늘 학원이지??”
“응,, 이따 집 가서 카톡 해~ 나 먼저 나갈게.”
“알았어, 다음 주에 봐~!”
“응응~ 고지혁, 집 구경 고맙다~”
“그래~”
예정이가 먼저 나가고 혁이와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나왔다.
“저번에 아버님 뵈었을 때에도 너랑 나한테 너무 잘해주셔서 전혀 예상 못 했어.. 내가 편견이 있었나 봐.”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지, 요즘 입양해서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혁이랑 사귀고 난 뒤로 처음으로 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언제나 그렇듯이 먼저 얘기를 건네주는 건 혁이였다.
“이제 뭐 할래??”
“글쎄, 너 하고 싶은 거 있어?”
“음.. 스터디 카페 가서 학원 숙제할까?”
“또 가서 놀다 오는 건 아니고??”
“진짜 집중할게, 가자”
“그래, 그럼”
예상대로 스터디 카페에선 공부보다 딴짓 한 시간이 더 많았고, 혁이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날, 집에 들어가서 새벽 까지 혁이의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에,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사연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