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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상이 멸망해서 엔딩 다시 씁니다.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30

"헌신하면 헌신짝 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과로사로 죽습니다."

공포 게임을 만들던 여주, 이지은. 그녀가 만들던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프로젝트가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엎어져 버린다.

그렇게 굴려댔으면서 엎어버린다고? 분노한 그녀는 게임의 모든 엔딩을 배드 엔딩으로 바꿔 버렸는데… 잠시만요. 그런데 제가 이 세상에 떨어질 거라는 경고는 없었잖아요!

원작의 게임 속엔 없던 캐릭터, 헤르미안으로 빙의하게 된 지은이. 게임 속 배경인 에니타스가 크리처 천지인 블러드 필드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보지만. 동서남북, 사방이 배드 엔딩 뿐이다.

별별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헤르미안. 그녀의 앞에 낯선 생명체가 나타난다.

“나랑 계약을 맺자, 헤르미안. 마법청년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자고.”
그렇게, 기존에는 없던 히든 루트인 <가디언 특별 전형> 루트를 타게 된 헤르미안.

과연, 지은이는 이 세계의 엔딩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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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30 18:20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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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망설이는겨?!”

 

 까만 토깽이의 수염이 계속 부르르 떨렸고 이내 위협하듯 제 앞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 박력에 압도 된 나는 얼른 달려가 펜던트를 손에 쥐었다.

 

 펜던트의 가장자리에 박힌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결계처럼 펜던트 중앙의 보랏빛 장미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

 

 찬란한 보랏빛이 번쩍였다.

 

 이내 그 보라색 빛은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곧 손끝부터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따스한 빛이 나를 어루만지는 기분과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손에…

 

 “으아아악, 이게 뭐야?!”

 

 두둥. 순백색의 레이스 장갑이 생겨났다. 동시에 온 몸을 덮었던 어두운 색의 로브가 점차 화려하고 짧은 망토로 변하기 시작했고, 평범하기 짝이 없던 일상복은 기품 있는 보랏빛 미니 드레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예쁘구만!”

 

 토깽이는 신이 난다는 듯 두 발을 굴렀다.

 

 이윽고 내 한쪽 다리에는 장식이 달린 금색 고리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치 알라딘의 자스민이 몸에 둘렀을 법한 금색 장신구였다.

 

 더구나 드레스의 가장자리에는 저 토깽이의 목에 있는 것과 비슷한 프리지아 모양이 화려하게 장식 되었다.

 

 “자, 잠깐만! 갑자기 이렇게 강제 의상 변경이라고?”

 

 당황해하는 나는 아랑곳 않고 제 턱을 쓰다듬던 검정 토끼는 별안간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의상에 그렇지 못한 헤어스타일이구만?”

 

 이내 토깽이가 제가 걸은 프리지아 목걸이를 꼭 움켜쥐자,

 

 “으어어억!!”

 

 별안간 차분히 가라앉았던 머리가 요란하게 움직이더니, 양쪽에 커다란 동글뱅이를 만들어 버렸다.

 

 “이게 뭐야아?!!”

 

 “뭐긴 뭐야, 내 취향이지.”

 

 토끼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쪽팔리기 짝이 없었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주님 놀이를 해본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이건 그냥 마법소녀 코스프레 아니냐?!

 

 “자고로 의식을 행할 때는 아름다워야 하는 법이여.”

 

 “의식은 얼어 죽을. 너 토끼털 다 뽑히고 싶어?”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어둠속에서 숨어있던 존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형체 없이 검은 실루엣만 꺼림칙한 모양으로 넘실대는 그것들은 생명체라고 쳐줄 수도 없을 정도였다.

 

 “뭐야, 저거…? 저거 크리처 아니잖아. 그치? 내가 공포에 미쳤다고 한들 저런 걸 만든 기억은 없거든……?”

 

 “저건 크리처에서 더 퇴화한 존재, 움브라들이여. 쟤들한테 잡히면 넌 뼈도 못 추린다, 야.”

 

 크리처와는 질이 다른 위압감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에 한 발짝, 두 발짝 뒤로 물러나던 그때.

 

 부우우웅!

 

 그 순간, 엘리네가 정신없이 날려대던 바위가 내게로 날라들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내가 거대한 바위를 막아보겠다고 바보같이 팔을 뻗은 순간이었다.

 

 쩌저저적.

 

 “?”

 

 나가떨어진 건 내가 아닌 바위였다. 팔에 맞은 바위는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것이 바로 마법 청년의 힘이지.”

 

 “마법 청년?”

 

 어감이 너무 구렸다.

 

 “그럼. 니가 어딜 봐도 소녀는 아니잖어.”

 

 그 말에는 차마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정신 바짝 차려, 이것아! 크리처들은 갈수록 강해져! 움브라가 되기 전에 막더라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리처화가 진행 중이던 엘리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검게 변해 있었다.

 

 ‘이게 말이 되니?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들이 차지하던 캐릭터들이 죄다 이런 결말을 맞게 된다고?’

 

 엘리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손짓에 따라 멀쩡하던 벽이 부서지더니 거대한 바위로 쪼개졌다. 손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그 거대한 바위가 내게로 날아왔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바위였다. 마법소녀, 아니, 마법청년의 버프였을까. 나는 그 바위를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변신을 하면 신체능력이 향상 되거든. 그냥 폼인 게 아녀!”

 

 바위는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날아왔다. 물론 그걸 쉽게 피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근데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건데?!”

 

 일단 변신을 시켜놨으면, 방법을 알려줘야 할 것 아니야? 그런데 저 토끼 녀석은 방법은 안 알려준 채 내가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없애야제!”

 

 “쟬 없애라고? 저 꼬맹이를?”

 

 “쟤는 더 이상 꼬맹이가 아녀. 크리처제.”

 

 이미 검게 눈이 변한 채 온 몸에 이상한 오오라가 흐르는 게 사람이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까운 건 맞았다.

 

 “어떻게 없애라는 건데?! 무기도 없잖아!”

 

 “무기는 뭐든 될 수 있어. 마법청년이 돌멩이를 들면 그것도 무기가 되는겨.”

 

 그러나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또 다시 제 턱을 쓰다듬는 못된 토깽이.

 

 “하지만 역시 구색을 갖춰야 뽀대가 나는 법이겠제.”

 

 그건 보송보송한 털이 가득한 앙증맞은 두 손으로 합장했다. 이윽고 뭉툭한 두 손을 펼쳐 마치 마법진을 그리듯 동그랗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원에서 보라색 빛의 구슬 같은 것이 생겨났다.

 

 이내 그 빛의 구슬은 마치 반딧불이처럼 살랑이며 다가왔다.

 

 “자, 이제 한 번 간드러지게 멋진 말 좀 내뱉어 봐!”

 

 “간드러지게 멋진 말?!”

 

 “그려! 멋져야 혀. 그래야만 앞으로도 쭉 소환 가능혀!”

 

 빛의 구슬이 내 손바닥에 와 닿았고, 간드러지게 멋진 말을 찾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지은아.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 좀 떠올려 봐라. 거기서 도대체 뭐라고 했었냐…!’

 

 그러니까…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는 애도 있었고, 어둠의 힘을 지닌 열쇠에게 봉인 해제를 외치는 애도 있었는데…

 

 “멋있는 대사… 멋있는 대사가 뭐가 있지?!”

 

 그 순간 또 다시 바위가 나를 덮쳤다.

 

 “으윽…….”

 

 이번에는 아까 전과 강도가 달랐다. 엘리네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고 움브라라는 것들은 마치 전장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마냥 넘실대며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뭐해, 헤르미안! 어서 무기를 소환할 수 있는 주문을 외치라고!”

 

 저 멀리서 토깽이가 불안한 듯 발을 구르고 있었다.

 

 ‘지금 무기를 소환해 엘리네를 없앤다면 당장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뒤엔?’

 

 내 앞에서 사랑하는 내 새끼가 죽는 모습은 끔찍했다. 마른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나간다는 표현이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였다.

 

 ‘적어도. 적어도 내가. 회피할 생각이 아니라, 나 혼자만 살아남을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내 새끼들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뒤늦은 후회란 아무 도움도 되질 않는다. 자책감이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붙잡는 감정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려주세…… 살려……주세요…….”

 

 괴물이 되어버린 와중에도 엘리네는 끊임없이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섯 수호자의 수장. 본래는 누군가를 살리는 힐러 포지션이었던 녀석이 지금은 모두에게 버림 받은 채 괴물이 되었다. 살리던 일만 하던 녀석이 지금은 나를 죽이려 한다.

 

 그 뒤엉킨 상황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어.’

 

 이건 뒤늦은 후회 때문도, 아무 필요도 없는 자책감 때문도 아니다.

 

 “난 그냥 더 이상 내 앞에 주어진 길을 피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두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는 쉬운 방법을 택해왔을 뿐, 그건 최선이 아니었어.’

 

 이제는 쉬운 방법이 아닌, 힘들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때.

 

 ‘지금 최선의 선택은, 내 손으로 직접 썼던, 내 모든 정성을 기울였던, 내 새끼를 구하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토끼는 무기를 쓰면 된다고 했지만, 그건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어.’

 

 하지만 무기란 건 본래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지만,

 

 ‘지키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법이야.’

 

 천천히 눈을 떴다. 불안해하는 검정 토끼와 폭주하는 엘리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까.”

 

 보랏빛 구슬이 응답하듯 내 손바닥을 감쌌다. 나는 그 소중한 빛을 두 손 꼭 모아 안았다.

 

 ‘고마워. 그렇다면 나를 도와줘.’

 

 마치 내 진심을 알아들었다는 듯, 빛의 구슬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구슬에게 소중히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내 새끼들에겐 새로운 루트가 필요해.”

 

 그 순간이었다.

 

 작게 살랑이던 보랏빛 구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팟, 소리를 내며 이내 이 공간을 가득 채울 것처럼 커진 빛의 구슬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줄어들기 시작한 빛이 이내 내 앞에 다가와서는 점점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신비로운 보라색 빛을 은은하게 내뿜는 은색의 지팡이.

 

 “……이게 바로, 내 무기.”

 

 허공에 떠있는 지팡이를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지팡이는 마치 본래 내게 존재했던 소유물인 것 마냥 익숙하게 감겨왔다. 조심스레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은은했던 빛이 찬란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그 빛에 움브라들이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기똥차구만! 이제 녀석을 제거하면 되는 거여!”

 

 토깽이는 발을 구르며 신난 듯 외쳤지만 나는 지팡이를 꼭 쥔 채 정화의 진을 그리는 방법을 떠올렸다.

 

 「정화의 진을 그리는 방법

 

 정화하려는 봉인자의 피로 정화의 진을 그린다. 육망성과 비슷한 형태. 그러나 끝부분이 둥글어야만 한다.

 

 그 육망성의 가운데에 정화 대상이 들어가야만 한다.

 

 정화 대상 안에 들어간 크리처의 기운을 봉인할 아이템이 필요하다.

 

 마지막, 봉인할 아이템을 든 채로 5초 동안 크리처의 공격을 버틴다.」

 

 아이를 구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잊고 있던 세세한 설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피를 내는 것이 맞겠지만.’

 

 내 손에서 웅웅대며 진동하는 마법 지팡이. 왠지 지팡이의 빛을 통해 피를 대신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한 번 해보자.’

 

 지팡이의 끝을 바닥에 댔다. 이윽고 끝에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을 이용하여 정화의 진인 둥근 육망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헤르미안?!”

 

 “으으으윽… 으아아악!!”

 

 괴로운 듯한 엘리네의 비명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다른 움브라들은 엘리네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내게로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빛의 보호막처럼 그들의 접근을 금했고, 그들은 마치 불에 닿은 불나방처럼 타들어갔다.

 

 “그어어어…….”

 

 본래 어둠에 속했던 그것들은 하나둘씩 제자리로 사라져갔다. 이윽고 여기엔 나와 아이. 그리고 토깽이만 남게 되었다.

 

 “빛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자여. 여기 빛을 수호하고자 하는 소망과 의지가 남아있으니.”

 

 “으으으윽……아아…….”

 

 “이제, 그대에게 명한다.”

 

 육망성의 가운데에 갇힌 엘리네가 괴로움에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휘둘렀고, 그 때문에 내 팔은 전부 할퀴어져 피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본래 태어났던 그곳으로.”

 

 지팡이를 높이 든 채로 페로도스의 공격을 버텨내며 말했다.

 

 “썩 꺼져.”

 

 이내 육망성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아이를 감쌌다. 그건 마치 빛의 불길에 휘감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빛은 삽시간에 사그라 들었고, 이내 주변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정화의 진 : 성공. 크리처를 정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털썩, 아이는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모든 기운이 다 빠진 나도 그 옆에 쓰러지던 순간.

 

 짤랑.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내 옆에 떨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건 열쇠였다. 열쇠의 옆으로 작은 설명창이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전하는 메시지 : ㄱㄷㄹㄷ ㅎㄹㅁㅇ. ㅇㄱ ㅅㅁㅇㄷ. >

 

 “뭐야, 이게…….”

 

 뭔 소린지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설명창을 뒤로 한 채 뻗어있던 차. 저 멀리서 검정 토깽이가 뽈뽈거리며 다가왔다.

 

 “오호- 꽤 하는구먼? 계약도 하기 전부터 영혼 열쇠를 획득하다니.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

 

 “나는 가디언이여. 성 에니타스님의 명을 받고 이 세상을 지키러 온 존재제. 안타깝게도 에니타스는 지금 붉은 여왕의 저주를 받아 이렇게 되어버렸제….”

 

 “…….”

 

 “……야. 듣고 있냐?”

 

 토깽이는 또 다시 수염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고 이제야 든 생각이지만, 말하는 토끼라니. 꽤 신기하군. 더구나 저렇게 우아하게 차려입은 토끼라니.

 

 “여튼. 아까 내 힘을 미리 체험해봐서 알겠지만 나는 꽤 강하단 말여.”

 

 녀석은 벌레 기어가는 듯한 글씨로 쓰인 엄청나게 긴 양피지를 두루마리를 촤악 펼치며 말했다.

 

 “자, 나랑 계약을 맺자, 헤르미안. 마법청년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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