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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상이 멸망해서 엔딩 다시 씁니다.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30

"헌신하면 헌신짝 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과로사로 죽습니다."

공포 게임을 만들던 여주, 이지은. 그녀가 만들던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프로젝트가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엎어져 버린다.

그렇게 굴려댔으면서 엎어버린다고? 분노한 그녀는 게임의 모든 엔딩을 배드 엔딩으로 바꿔 버렸는데… 잠시만요. 그런데 제가 이 세상에 떨어질 거라는 경고는 없었잖아요!

원작의 게임 속엔 없던 캐릭터, 헤르미안으로 빙의하게 된 지은이. 게임 속 배경인 에니타스가 크리처 천지인 블러드 필드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보지만. 동서남북, 사방이 배드 엔딩 뿐이다.

별별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헤르미안. 그녀의 앞에 낯선 생명체가 나타난다.

“나랑 계약을 맺자, 헤르미안. 마법청년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자고.”
그렇게, 기존에는 없던 히든 루트인 <가디언 특별 전형> 루트를 타게 된 헤르미안.

과연, 지은이는 이 세계의 엔딩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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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30 18:19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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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에 비치는 그의 칼날이 붉었다. 그가 걸어온 자리마다 떨어져 있는 새빨간 핏물 때문이었다.

 

 “설마 저 사람들 전부 당신이 죽인 거야?”

 

 크리처인지 사람인지를 구분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살육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 물었으나 그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와… 정말 당신이 죽인 거 맞구나?”

 

 그의 메마른 눈빛에는 여전히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질 않았다.

 

 “왜. 도대체 왜 죽인 건데.”

 

 “…….”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그런데 저 사람들을 도대체 왜 죽인 거냐고!!!”

 

 순간 날카로운 칼끝이 내 턱을 거칠게 들어올렸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생명을 희생하는 일이 에니타스에서는 그리 희한한 일이 아니지.”

 

 “…….”

 

 “받은 대로 돌려줄 뿐이다.”

 

 “…저 죽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데?”

 

 시니어가 떠올랐다. 로니가 떠올랐다. 이름도 잘 모르지만 한순간 정이 들어버린 흑곰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죽고 말았다.

 

 “물론 내게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다. 다만 살려둬야 할 이유도 없었을 뿐.”

 

 그는 제가 걸어온 길을 쭉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널린 사체들은 한때 그의 백성들이었겠지만, 그들을 향한 시선에는 어떤 애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젠가는 저희들끼리 다투다 죽었을 운명이겠지.”

 

 그는 서늘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저들은 늘 그랬어. 구해줄 누군가 없이는, 자생하지 못하는 기생충 같으니….”

 

 반스타인의 눈에는 이유모를 증오가 담겨있었다. 그 증오가 어딜 향하고 있는지 관찰하려는 순간 그는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을 바꾸었다.

 

 “해충은 생명이 아니라 제거가 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치지.”

 

 제 손에 든 검을 바투 잡았다.

 

 “어떤 일을 성사시키는데 피가 필요하다면, 회피하는 것도 불가피한 일.”

 

 이내 그 검의 끝은 나를 향했다.

 

 “그리고 예언에서 말해주더군. 그 일을 망치는 장본인이 바로 너라고 말이야.”

 

 그는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순간 그의 표정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떠올랐다.

 

 “……왜 하필, 그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그러나 이내 원래대로 돌아온 반스타인.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검이 당장이라도 내 목을 쳐낼 것 같이 허공에서 넘실댔다.

 

 ‘설마하니 메인 남주에게 죽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죽으면 게임 오버인가? 그럼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은 퇴직금으로 욜로 라이프좀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잘하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을 테고.

 

 아니, 뭔들 이 끔찍한 세상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던 때였다.

 

 「멍청아, 도망쳐.」

 

 그 순간 또 다시 누구인지 모를 메시지 창이 떠올랐고 이내 그의 검이 내리꽂혔다.

 

 타아악!

 

 나는 마치 홀린 것처럼 그의 검을 피했다. 검은 땅바닥을 울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뱉었다.

 

 ‘도망치라고?!’

 

 그는 조용히 제 검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 틈을 타 정신없이 달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난 이런 엔딩 원작에 넣은 적 없어. 쟤는 이 세계관 속 최강자야, 내가 쟤한테서 어떻게 도망치라는 건데!?’

 

 「온 힘을 다해.」

 

 빌어먹을.

 

 그러나 입으로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다리로는 계속해서 뛰고 또 뛰었다. 이대로 반스타인에게 잡히면 죽겠지. 하지만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도망치라고 말해주기에.

 

 ‘일단은 살아남아야겠다.’

 

 그래서 정신없이 달리고 달리던 순간.

 

 콰아아아앙!

 

 눈앞의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담벼락은 내 앞길을 막았고 그 안에서는, 끔찍한 몰골의 크리처가 튀어나왔다.

 

 “으……어……다……리….”

 

 “꺄아아악!!”

 

 그것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이미 누군가에게 한쪽 다리가 뜯긴 상태였다. 그러나 집착하는 것만큼은 광적일 정도였다. 그것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기어와서는 내 발목을 놔주질 않았다.

 

 외발 크리처가 내 다리를 잡아당겨 제 입으로 물어뜯으려 할 때였다.

 

 푸슉.

 

 뒤쫓던 반스타인이 검을 휘둘러 크리처의 팔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아아아-!!”

 

 외발 크리처는 요란하게 몸을 뒤틀며 반스타인의 검을 붙잡았다. 덕분에 움직일 수 없게 된 반스타인은 그에게 붙잡혔고,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된 나는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언제는 죽이려고 했다가 지금은 구해주다니. 도대체 의중을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향해 죽일 듯이 살기를 내뿜던 녀석이 나를 구해줄 리는 없었다.

 

 ‘역시 내 다리 자르려다가 실수로 쟤 팔을 자른 게 분명해.’

 

 어차피 크리처든 사람이든 구분하지 않고 무참히 살육하던 녀석이었다. 크리처의 팔이나 내 다리나 순서의 차이였을 뿐이었겠지.

 

 안전한 곳을 향해 한참이나 달리고 달리던 때였다.

 

 슈웅.

 

 저 멀리서 날아온 화살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

 

 “시간 끌어서 네게 좋을 것은 없을 텐데.”

 

 칼이든 마법이든 암살기술이든. 살인 기술 중에서는 못하는 게 없는 반스타인이 이번에는 활을 뽑아 든 것이었다.

 

 ‘젠장!!’

 

 전력을 다해 도망갔지만 내 체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여서일까. 어느새 반스타인이 내게 따라붙고 만 것이었다. 그와의 격차가 쉽게 좁혀지질 않았다.

 

 “이 세계가 왜 멸망해야 하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뒤따라오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에니타스는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썩어버렸고. 넌 내 계획에 방해가 되는 존재니까.”

 

 순간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네가 뭐라고 한 나라를 없애고,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나,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꼴통이었다. 어쩌면 꼬여버린 저 흑염룡스러운 태도가 누군가를 연상 시켰기 때문에 더욱 불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내 반스타인의 속도가 빨라졌다. 그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가다 보니 이내 저 멀리 에니타스 성전이 눈에 들어왔다.

 

 “어딜.”

 

 그 순간 반스타인이 등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고, 나는 눈앞에 보이는 신상을 들어 냅다 그에게 던져버렸다.

 

 다행히도 제대로 맞은 그가 비틀거렸고 그 순간, 그의 품에서 무언가가 굴러 떨어졌다. 냅다 앞만 보고 달리려던 내 발 끝에 물건이 채였다.

 

 ‘펜던트!’

 

 광장에서 잃어버렸던 바로 그 펜던트였다!

 

 ‘이걸 반스타인이 가지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 저택으로 들어가기 전, 어디 가봐야 할 데가 있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이걸 찾으러 다녀온 모양이었다.

 

 헐레벌떡 펜던트를 낚아채어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성전 안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했다. 평소라면 그것이 두려웠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숨기 적당한 장소였다.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마땅한 장소를 찾으려고 할 때였다.

 

 “살…려주…세…….”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면 에니타스가 초토화가 된 이 상황에서 성전 안에 있는 신관들이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조심. 조심히.’

 

 조심스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하던 때였다.

 

 콰앙!!

 

 성전의 문이 열리더니 이내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낮은 숨소리 덕분에 그 소리의 장본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반스타인.’

 

 그는 어둠에서도 앞이 잘 보이는 건지, 뚜벅 뚜벅 걸어와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만약 반스타인에게 발각되는 순간, 난 죽을 거야.’

 

 지금껏 녀석은 날 봐주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아마 이번에 마주친다면 전력을 다해 날 죽이겠지.

 

 ‘구원자인지 뭔지,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 녀석의 눈엣가시가 된 것만큼은 분명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또 다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또 다시 그 목소리였다. 나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인지 녀석은 듣지 못한 듯 했지만, 이번만큼은 아까보다 더욱 생생히 들었다.

 

 ‘앳된 목소리.’

 

 왜 어린 아이가 성전에 쓰러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저 아이는 ‘도움을 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지만 나와 저 미친놈, 반스타인은 그럴만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살려…주세요.”

 

 입을 좀 닥쳐주길 바랐지만 그걸 전혀 모르는 아이는 조금 더 애원했다. 순간 반스타인의 걸음이 멈추었다.

 

 ‘큰일 났다.’

 

 아까 전, 반스타인이 지나온 자리에 사람이든 크리처든, 무차별적으로 쓰러져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왜 저 녀석이 저런 살육을 벌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모두 죽일 게 뻔했다.

 

 ‘저 중2병 환자가 못 들었다면 좋을 텐데….’

 

 그러나 반스타인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내가 먼저 왔기 때문에 이 어둠에 조금은 더 익숙해졌다는 것. 서서히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전의 정 가운데에는 어디까지 뚫려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벅, 저벅.

 

 저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안전할지도 알 수 없었다.

 

 주변에 떨어진 돌무더기들 중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반스타인의 주위로 던졌다.

 

 “?!”

 

 녀석은 제가 든 검으로 그 돌을 모두 쳐냈다. 엄청난 반사 신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노린 건 반스타인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곁에 있는 아이를 안고 거대한 구멍 안으로 골인했다.

 

 “꺄아아악!!”

 

 “!!”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만 알 수 있는 건. 저 안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야만 그나마 생존율이 있을 거라는 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집착자 반스타인이 동반 추락하는 불행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친. 근데 이거 끝이 없잖아!’

 

 그러나 문제는 구멍 안에 뛰어든 뒤로는 도저히 바닥이 보이질 않을 만큼 깜깜한 지하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한참이나. 정말 한참이나 계속 떨어졌다. 그 밑으로 끔찍한 크리처들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고대의 생물체처럼 생긴 괴물들. 아름다운 모습의 생명체와 요정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혹여나 아이가 내 품에서 떨어질 새라 꼭 껴안았다. 아니, 솔직히 나도 무서워서 껴안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으윽…….”

 

 반짝이는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

 

 ‘미친.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 아이는 바로 엘리네.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의 주인공이었다.

 

 녀석은 성인과 어린아이. 두 개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힘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근데 잠깐만. 얘 이마에……?’

 

 순백색의 고귀한 옷을 입은 그 아이의 얼굴 중앙에, 가시 모양의 돌기가 솟아나 있었다.

 

 ‘젠장. 얜 또 뭐 때문에 성전 안에서 이렇게 된 거야…!’

 

 속상한 것도 잠시. 엘리네는 살려달라며 내 품에 파고들었고, 크리처가 되어가는 중이라 해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너 죽고 나 죽자. 어차피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사망이야.’

 

 엘리네를 꼭 껴안았다. 서서히 바닥이 보였고, 이제 죽겠다는 직감이 들던 찰나였다.

 

 파아앗!

 

 순간 짙은 보랏빛 아우라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

 

 그 보랏빛 아우라는 나를 둘러싸더니 원형의 보호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닥에 그대로 추락하려는 그때…

 

 통-

 

 보호막은 마치 이슬처럼 톡, 바닥에서 튕겨져 나왔다. 안에 있는 내 몸은 당연히 상처 하나 입질 않았다. 작은 충격이라거나 통증도 느껴지질 않았다.

 

 “……나 살았어?”

 

 조심스레 두 눈을 떴을 때, 보호막은 원래의 보랏빛 아우라로 돌아갔다.

 

 이윽고 그 아우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램프로 돌아가는 것처럼 살랑이면서 이내 펜던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펜던트…….”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는 보랏빛을 찬란히 내뿜으며 나를 부르고 있었고, 그 순간이었다.

 

 “으…윽….”

 

 품에 안겨있던 엘리네가 갑자기 몸을 뒤틀었다.

 

 “?!”

 

 엘리네의 이마에 있는 가시 돌기가 검붉은 빛을 띄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몸이 점차 괴상한 형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야?! 에, 엘리네, 너 괜찮아?”

 

 그러나 정신을 빼앗겨가는 상황에 내 말이 들릴 턱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찰나였다.

 

 “시방, 뭐허냐 너?!”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놓아두었던 펜던트. 그 옆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검정 토끼가 사람처럼 서있었다.

 

 우아한 검정 드레스. 노란색 프리지아 꽃목걸이. 살짝 접힌 앙증맞은 귀에는 보랏빛의 보석 핀을 매달은 토끼, 마치 수십 년 동안 인형을 만드는 데만 모든 공을 인형 장인의 마지막 역작!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녀석이 말했다.

 

 “당장 그 펜던트. 목에 안 걸어, 임마? 그러다 너 먼저 뒤져 부리는 수가 있어!”

 

 화가 많이 난 듯 검정 토끼의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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