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이고 나이가 먹을수록 그 이야기가 완성해진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을 못하겠다. 좋게 생각해도 주인공의 보조 아니면 엑스트라...

　------ 오후 10시 야자가 끝나고 희미하게 빛 만나는 가로등을 의지하며 집으로 걸어간다.

　집이라... 날 기다려주는 가족도 없는 집... 정말로 내가 돌아갈 장소가 맞을까? 솔직히 외롭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가 쓸모도 없는데 왜 살고 있나 싶기도 한적도 많고... 사실 죽으려고도 한적도 있다. 하지만 시도를 해보고 알았다. 난 그런 용기도 없는 병신이라는 것을... 정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원래 난 이렇게 자존감이 전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자존감이 서서히 없어져갔다. 예전에는 열등감이 꽤 많았다. 다른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높이면 나도 그 정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 라며 생각하며 다른 애들이 잘되는 걸 보면 곧 망할 거야 곧 좌절하겠지 하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열등감보단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게 싫어서 자기만족했던 것뿐인 거 같다. 쟤는 이것도 할 수 있는데 나는?... 쟤는 이런 것도 가능한데 나는?... 라며 점점 내가 쓸모가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지금 자존감은 바닥, 잘하는 건 전혀 없고 그렇다고 날 괜찮다며 말 한마디 해줄 사람조차 없다... 뭐, 그런 걸 생각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다 자야겠다. 사실 지금은 시험 기간이다. 하지만 1달이나 남았으니까 괜찮을 거다. 다른 학생들에겐 1달밖에 안 남은 거겠지만...

　버스 내리고 걸어서 20분... 집 앞에 도착해서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교복은 뒤집어서 거실에 던져놓고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바로 컴퓨터를 켠다. 일단 고2라는 자각은 있지만 어쩌겠어... 해봤자 중하위권인데... 어차피 해도 똑같은데 시간 아깝지 그냥 게임이나 해야겠다.

　------ 아주 완벽하게 졌다. 2판을 했는데 2판 전부 완벽히 지냐고... 짜증 내며 남 탓을 하면서 키보드는 비싼 거니 키보드 옆을 한대 쳤다. '꽝' 소리가 꽤 많이 나서 깜짝 놀랐다. 초인종 소리가 나서 한 번 더 놀랐다. 지금 시간은 11시 30분 우리 집에 올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 군인인 아빠는 2년 전 해외로 나가셨고 해외가 아니어도 원래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리고 엄마는 내가 1살 때 돌아가셔서 이 집에는 나 혼자 살고 있다. 원래 나였으면 집에 사람 없는 척하겠지만 지금 책상을 치는 소리가 꽤 크게 나서 없는척해도 들킬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인터폰으로 다가가 대답한다.

　"누구세요."

　"저예요, 저!!"

　아니, 저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하지만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못 찾아오신 거 같은데요."

　자세히 말도 듣지 않고 바로 정색한 목소리로 대답해 버렸다... 근데 어떡하겠어 여자 친구는커녕 여사친 하나 없는데 여성하고 1분 이상 얘기한 적도 없는 나에게 여자가 집에 찾아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네? 여기 이하랑님 댁 아닌가요?"

　이하랑, 내 이름인데?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네...

　"맞긴 합니다만... 누구... 시죠?"

　"아앗~! 맞죠!! 깜짝 놀랐잖아요."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웃으면서 말을 한다 반가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런데 누구시죠?"

　잠시 후 인터폰에 얼굴이 비친다. 정말 가냘픈 소녀의 모습이었다. 눈가에는 물이 조금 묻어있었다.

　"밖에 있으니 조금 춥네요. 안에서 얘기해요!!"

　무턱대고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니. 조금 수상하단 생각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래전에 해어진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