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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 체인지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9.24

남은 생의 20년을 주면 원하는 사람과 인생을 바꿔주는 악마이야기.

 
5화 오주철(마지막 회)
작성일 : 20-09-24 15:14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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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들어갈수가

 없었다.

 

 직원들의 뒷담화도

 겁이 났지만

 

 앞으로 자신이 살게 될

 김서훈이라는 사람의

 정보가 너무도 없어

 막막해졌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그래야 내가 수습할수있어'

 

 ''엇 차장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호..혹시

 뭐 들으셨어요?''

 

 자신과 엮여

 짜증이 난다고 했던

 오주임이

 안절부절 못하며 서있다.

 

 '그래.

 이사람한테서 알아내야겠어.'

 

 '' 아니?

 방금 사장실에서 나왔는데뭐.

 저 혹시 오주임.

 오늘 저녁에 시간돼?

 나랑 얘기좀 해''

 

 주철의 말에

 오주임은

 당황한 듯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별얘기아니야.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

 

 '' 아..죄송합니다.

 갑자기 얘기좀 하자고 하셔서.

 당연히 되고 말구요.''

 

 ''그래

  그럼 일끝나고 한잔하러가지''

 

 주철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가는 오주임.

 

 오주임을 향해

 일제히 사람들이

 몰려든다.

 

 ''뭐야. 우리얘기 다 들은거 아냐?''

 

 한대리의 말에

 오주임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댄다.

 

 ''음침하게 문뒤에 서서

 다 엿듣고있었네''

 

 ''몰라요..하아.

 진짜 엮이기 싫은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왜 갑자기 마시자는건지.

 아..정말 일때려치고싶네''

 

 ''김차장이 술마시제?

 한잔만 마셔도 쓰러지는 사람이?''

 

 ''맞네 맞어

 우리얘기 다들었어.

 야 오주임 너 조심해.

 한대 맞지말고''

 

 ''흠흠''

 

 김차장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여 있던 직원들이

 빠른 동작으로

 자리에 돌아간다.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 주철.

 

 난잡하게 쌓여있는

 서류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

 

 퇴근후

 회사앞 작은 고기집에 앉아있는

 주철과 오주임.

 

 주철은 계속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머릿속을 정리한다.

 

 그 모습을

 너무나 불안해하며

 바라보고 있는 오주임은

 가시방석보다 심한

 마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다리 좀 떨지마.

 정신사나워''

 

 ''아. 죄송합니다.

 저..근데 하실 얘기가..

 제가 일찍 집에 가봐야되서요''

 

 ''뭐가 그리 급한가.

 아직 고기도 덜 익었는데.

 참. 술이없네.

 사장님 여기 소주한병이요''

 

 술 주문에

 더욱더 당황한 오주임은

 식은땀마저 흘린다.

 

 ''차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아까 제 얘기 다들으신거죠?

 저 충분히 잘못 뉘우쳤으니까

 그만하세요.''

 

 그사이 주문한 소주가

 테이블위에 올려지고

 주철은 소주뚜껑을

 연 뒤

 병채로 입안에 털어넣는다.

 

 그 모습을

 입이 떠억 벌어진 채

 바라보는 오주임.

 

 ''차..차장님.''

 

 벌컥벌컥

 몇모금 마신 후

 반쯤 비어진 소주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마침 고기도 익었네.

 얼른 먹지. 저녁은먹어야지''

 

 ''차장님 괜찮으세요?''

 

 ''당연하지.

 뭐 얼마 마셨다고''

 

 ''아니 차장님

 소주한잔도 못드셨잖아요''

 

 ''내가? 그럴리가..''

 

 주철은

 다시 소주병을 집어들어

 나머지 반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오주임이라고 했나?''

 

 ''차장님 정말 무섭게

 왜그러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뜻으로 얘기한게 아닌데''

 

 ''자네한테 부탁하나만

 하고싶은데''

 

 ''네. 말씀하세요''

 

 ''김서훈 차장에 대해

 다 말해줄수 있겠나?''

 

 오주임의 눈이

 동그래진다.

 

 도무지 알수없는 말과

 그의 달라진 행동이

 오주임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아 차장님..''

 

 ''부탁하네.

 사정이 있어.

 그나마 자네가 좀 친해보여서

 부탁하는거야''

 

 ''진심이세요?''

 

 ''물론이지.

 나한테 정말 중요한일이야.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 모두

 얘기해주길 바래.

 혹시 가정사에 대해

 아는것도 있으면 얘기해주게.

 전부다''

 

 주철은

 얘기를 끝낸 뒤

 소주 한병을 더 주문한다.

 

 오주임은

 알수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설마

 내가 어디까지 알고있나

 확인해보려고 하는건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거

 다 이해해.

 나쁜의도도 아니고

 그냥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실하게 알고싶은거 뿐이니

 전부 얘기해주게나.

 정말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차장님.

 그럼 저도 한잔 주십시요''

 

 주철은

 소주병을 따서

 오주임의 잔을

 가득 채웠다.

 

 오주임은

 한번에 입속에

 털어넣은 뒤

 긴 한숨과 함께

 얘기를 시작한다.

 

 ---

 

 ''제가 알고 있는 건

 거의 이정도입니다''

 

 긴 시간이 흘렀고

 주철은

 많은 얘기를 들으며

 좌절했다.

 

 ''쓰레기같이

 살았구나. 내가..''

 

 ''아닙니다 차장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

 차장님이 너무 선하시니까

 주변에서 철저히 이용한것도 사실인걸요''

 

 ''고맙네.

 그렇게 얘기해줘서.

 자 이제 가도 좋아.

 오늘 정말 고마웠어''

 

 ''술 많이 드셨는데

 괜찮으세요?''

 

 주철이 피식 웃는다.

 그의 원래 주량에

 반도 못 마셨는데

 걱정하는 표정이

 약간 재밌을 정도였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으니.

 어서 가봐.

 낼 회사에서 보게나''

 

 어정쩡하게 일어난 오주임은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는

 인사를 하고 고깃집을 나갔다.

 

 주철은

 오주임이 나가자마자

 애써 짓고 있던

 담담한 표정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어떡게 해야할지

 더 모르겠어.

 알고나면 달라질거라

 생각했는데

 더 알수가 없어.

 아이고 이사람아.

 그 어린 자식을 두고

 어떡게 이렇게밖에

 못살았단 말이냐..'

 

 한탄스러웠다.

 

 갑자기 올라오는 술기운에

 주철은 비틀거리며

 옷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가게앞에 선 뒤

 옷깃속 깊숙이 박혀있는

 담배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차장님은 항상 외로워하셨어요.

 사람을 잘 믿으신 탓에

 사기도 많이 당하셨고

 그 때문에 집에선

 사이가 안좋으시다고

 하소연 하셨구요.

 

 그러다 우연히

 여자문제까지 휘말리시게 되면서

 사모님과의 사이는 더욱 안좋아지셨죠.

 

 그래도 지상이 때문에

 사모님과 이혼은 면하셨지만

 사모님마저도..다른분과 그렇게 되시고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정말 기억이 없으신건가요?'

 

 회사에선

 인정 못받는 차장.

 집에선

 더 인정 못받는 가장.

 

 주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집사람이 그렇게

 당당하게 돈 요구를

 한거였구나.

 그런데 이를 어째야한단 말이지.

 그 큰돈을 어떡게 구해야돼..'

 

 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갑갑함이 몰려왔다.

 

 당장

 집에 들어가는 것 조차

 겁이났다.

 

 주철은

 하하호호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이젠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돌아가고 싶다.

 몸은 추웠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던

 나로 돌아가고싶어.'

 

 ''겪어보지 않은

 남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는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어느덧

 주철의 옆에 나란히 서있는 남자.

 

 주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돈도없고

 따뜻한 온기도 없고''

 

 ''원래 인간들은

 한치 앞 밖에 보질 못하죠.''

 

 주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온기조차 없는

 그의 말이

 가슴속 깊이 박힌다.

 

 ''후회하십니까?''

 

 주철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다시 담배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후~~

 긴 한숨과 함께

 하얀 연기가

 멀리멀리 날린다.

 

 ''아니요.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죠.

 악마양반이 아니었으면

 전 평생 부러워만 하다가

 인생을 끝냈을 수도 있어요''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그렇게만 할수있다면

 소원이 없겠소''

 

 ''원래는 후회를 해도

 돌려드리지 않는게 제 철칙이지만

 특별히 되돌아가게 해드리죠.

 새해 선물 정도라고 합시다.

 하지만 20년은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주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은

 댓가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어느덧 하늘에선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고

 주철은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자. 이제 돌아가시죠.

 저도 바쁜몸이라..

 그럼 20년은 아주 고맙게 받겠습니다.

 부디 이번엔 행복하시길''

 

 순식간에 사라진 남자.

 주철은 잠시 눈을 감는다.

 

 잠시후

 뼛속 깊은 곳까지

 한기가 몰아치는 걸

 느낀 후

 주철은 천천히 눈을 뜬다.

 

 처음 악마를 만났던

 벤치에 앉아있는 주철.

 

 커피는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주철의 마음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벌떡 일어나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주철.

 

 자신이 머물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다른 노숙자가

 주철에게 힘겹게 다가온다.

 

 ''어디가시게?''

 

 ''네 어르신.

 이제 살길을 찾아야죠''

 

 주철의 말에

 나이가 지긋한 노숙자가

 주철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래. 잘생각했네.

 자넨 이런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

 원하는 바를 꼭 이루길 바라겠네.

 진심으로''

 

 주철은

 노숙자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손을

 양손으로 꼬옥 잡는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나중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셔야합니다''

 

 주철의 따뜻한 인사에

 노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짐을 다 챙긴

 주철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왔다.

 

 입에선 절로 입김이 나오고

 손은 찢어질 듯 차가웠지만

 주철은 아무렇지 않았다.

 

 '고맙소. 악마양반.

 열심히 다시 살아보겠소.'

 

 ''별말씀을''

 

 찬바람 속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주철의 뒷모습을

 멀리서 악마가 바라본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작가의 말
 

 새로운 에피소드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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