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하세계가 뚫린 일은 이례적인데, 어떻게 생각들 하십니까?"
뷔토스는 권위가 무시당했다는 분노를 숨기고 무표정하게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최대한 짧게 회의를 진행하고 잠에 들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녀가 감정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원로를 몰아붙이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회의는 길어질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원로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녀를 힐난하며 뷔토스의 자리를 빼앗는 것.
"보안이 뚫린 것 같으니, 일단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부터 찾아보고 그 대상에게는 처형을 내리죠."
"그것보다 급한 것은 지하세계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입니다."
"아뇨, 어디에 다시 지하세계를 재건하는지가 더 큰 문제 아닙니까."
"지하세계를 재건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일단 재정 상태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예전의 뷔토스였다면 이 자리를 보고 말했을 것이다. 개판이군-옛날에 그녀는 욕짓거리를 내뱉는 것에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뷔토스는 회의 자리를 보고 이렇게 평했다. 우아한 척 하는 늙은이들-물론 연령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젊은이들이 저런 딱딱한 말투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이 회의를 망쳐놓고 있군. 하나도 의견일치가 되고 있지 않아.
"일단 재정상태를 확인해 보시고, 재정 안에서 명목없이 새어나간 돈이 있다면 그 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알 것 같군요. 지하세계는 아직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니, 거기에 있는 자료들을 가져가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더 문제가 커질 겁니다."
"그래서, 폐기 처리를 하자는 말씀입니까?"
원로 하나가 일어섰다. 청록색 넥타이가 익숙했다. 회의 때마다 꼭 일어나서 트집을 잡는 원로였다. 평소같았다면 또 트집을 잡는다며 고상하게 돌려 말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금전적인 것들과 보화들은 버린다고 쳐도, 실험 결과는 버릴 수 없었다. 경찰청장이 지하세계의 일원이라고 해도, 매스컴에 알려지면 경찰 청장만으로 어떻게 무마됳 만한 일이 아니었다.
"폐기 처리를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차라리 경찰 쪽에 사람을 두엇 붙여서 가져오게 하자는 말이죠. 아직까지 방송을 타지 않았으니 -하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까."
"사람을 붙이자는 건 너무 무모한 짓입니다. 그 사람이 배신한 사람이면요?"
"원로 측의 최측근을 보내시죠. 아니면 제 최측근 중 하나를 보내겠습니다."
"뷔토스님의 측근들은 지금 다 수감되어있잖습니까."
제대로 비야냥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