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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최애의 첫사랑이 되었다
작가 : 캐리
작품등록일 : 2020.9.19

프리랜서 통역사 하리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그 힘든 시기에 힐링이 되어준 아이돌 '엔투오' 그런데 하리의 최애 '나르'를 중고거래에서 만나다?! 30대 연애의 끝이 왜 꼭 결혼이어야 해? 미래를 살지 않을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사랑할래!

 
2화. 아이돌과의 중고거래
작성일 : 20-09-25 05:31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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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리는 한달 만에 만난 남자친구 수한을 보고도 무덤덤한 자신을 발견했다.

 사랑이 식은건지, 기다림에 지친건지 그 실체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민낯인데다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은 것도 신경쓰였다.

 

 "오늘 하루종일 전화 안 받더라."

 "요즘 내 상황 알잖아. 난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서운했어?"

 “나 오늘 임용 발표났어.”

 "오늘이었어? 어떻게 됐는데?"

 “나 백하리야. 당연히 합격이지.”

 "잘했네. 마음 먹은건 다 해내는 너니까 나는 걱정 안했어. 그동안 고생했다."

 “그게 끝이야?”

 “오늘 축하파티 같이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요즘 일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번 기획 기사만 마무리 되면 우리 여행가자. 내가 시작부터 끝까지 다 준비할게.”

 "여행…?"

 

 하리는 물끄러미 수한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지고 싶은건 인형이었는데, 달래며 사탕을 쥐어주면 울음을 그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 하리였다.

 그녀가 수한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같이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교사가 됐으니까 프리랜서라고 못마땅해 하던 부모님께 당장이라도 인사를 드리러 가자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리는 이제 정말 12년 간의 연애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넌 내가 왜 임용을 본 지 모르지?"

 "너 예전에 학생들 과외 한 적 있었잖아. 그때 기억이 좋았다며. 교직 이수 해놓은 거 아까우니까 한 번 도전 해보겠다는 거 아니었어? 넌 뭐든 도전 하는걸 좋아하니까."

 "...맞아."

 

 하리는 어이가 없었다.

 수한의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러 갔을 때, 프리랜서라는 말에 표정부터 변하던 어머니의 태도에 하리가 당황했던 것을 정말 몰랐던 걸까.

 임용을 보겠다는 말도 그 만남 이후에 나온 이야기였다.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하리는 그 어느 쪽이건 싫었다.

 

 "나 이제 양꼬치 질렸어. 그래서 저 기계 필요 없다고."

 "뭐?"

 "집도 좁은데 걸리적거리기만 해. 내 물건 내가 팔겠다는데 왜 아버지까지 쓰러뜨리면서 여길 와?"

 "저 기계가 너한테는 그냥 쉽게 팔아버릴 수 있는 물건이야?"

 "그냥 양꼬치 굽는 기계잖아. 뭐 특별한 의미 있어?"

 "...없지."

 

 수한은 수한 나름대로 서운했다.

 양꼬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매일매일 먹고싶다는 여자친구를 위해 중국 현지 특파원에게 부탁해 간신히 구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리야. 팔고 싶으면 그렇게 해. 그렇게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될 줄 몰랐네. 내가 생각이 짧았어."

 “이제 일하러 가. 니 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이렇게 나왔으니까 같이 밥이라도 먹자. 물건 팔고 같이…”

 

 하리는 수한의 말을 막았다. 더 마주하면 정말 끝장을 보게 될 것 같았다.

 

 "누가 오랬어? 나 오늘은 그냥 쉬고싶으니까 다음에 만나자고."

 

 그녀의 짜증에도 수한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피곤했을텐데, 그럼 오늘은 푹 쉬어. 기분 풀리면 연락 줘.”

 

 마침 수한의 핸드폰이 울렸다.

 

 “나 전화 받을게. 네! 국장. 저 아버지 병원 모셔다드리고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아 그 파일은 제 서랍에 넣어뒀는데…”

 

 수한은 난감하다는 듯 하리를 바라봤다.

 하리는 손을 휘휘 저으며 어서 가보라는 시늉을 했다.

 수한은 눈을 찡긋 감으며 웃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분명 그에게 화를 냈는데, 싸움을 걸었는데, 마음이 상한건 하리 뿐이었다.

 수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둘의 관계가 12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인지도.

 하리는 문득 지금 당장 수한과 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지 않고 서로에게 연락이 뜸했던 시간동안 서서히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수한이 떠나고 나서 하리 곁으로 다가오는 발자국이 있었다.

 벙거지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키 큰 남자.

 그 남자는 터벅터벅 하리에게로 다가갔다.

 수한과 하리의 대화가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 중고 거래 하러 왔는데요?"

 "아, 맞다."

 

 하리는 그제야 야밤에 공원에 나온 이유가 떠올랐다.

 

 “기계가 꽤 무거운데, 어떻게 가져 가실래요?”

 “저… 그게…”

 “네?”

 “기계가 잘 돌아가나 확인해 봐야겠는데요?”

 “잘 되요. 거의 새건데…”

 “그래도 중고 거래할때는 그게 필수라던데…”

 "그건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확인 하시려고.”

 

 남자는 손가락으로 공원 관리실을 가리켰다.

 

 "저 관리실 밖으로 전기 콘센트가 있더라고요."

 "알겠어요, 그럼."

 

 두 사람은 말없이 관리실로 걸어갔다.

 전기 콘센트를 확인한 하리가 캐리어를 열었다.

 하리가 끙끙거리며 실어온 양꼬치 기계를 남자가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곤 전기를 연결한 뒤 기계를 켰다.

 빨리 거래하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던 하리는 이제 돈만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남자는 부스럭 거리며 검정 비닐봉지를 열었다.

 안에는 생 양고기가 들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황당한 하리의 큰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이걸 굽겠다고요? 장난하세요?”

 “고장난 기계 속아서 산적이 있어서요. 제가 금방 구워볼게요.”

 

 중고거래에 물건 상태 확인은 필수라지만 지금은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하리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공원에서 만나 양꼬치를 굽게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황당하면서도 우스웠다.

 야밤에 양꼬치 기계를 사러 오면서 고기까지 준비한 열정.

 하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가 양고기를 쇠꼬챙이에 꽂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준비가 철저하시네요.”

 “네. 제가 꼭 가지고 싶었던 모델이라…”

 

 술이 한 잔 들어간 탓인지 하리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런거 집에 있으면 매일 양꼬치 구울 거 같죠? 안 그래요. 혼자 꼬치 돌아가는거 멍- 하니 보고 있으면 조금 힐링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엄청 처량 맞거든요. 혼자 먹으면 맛도 없어.”

 

 남자는 별다른 대답도 없이 고기를 구웠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자 하리는 코를 벌름거렸다.

 

 “잘 구워지네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부스럭 거리며 늘어놓은 것들을 정리했다.

 그러다 잘 구워진 양꼬치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하리와 눈이 마주쳤다.

 

 “좀 드실래요?”

 “아, 아니에요.”

 

 사실 양꼬치가 질렸다는 하리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매일매일 먹을 수 있을만큼 좋아하던 음식. 공부하느라 기계를 쓸 새가 없어 한동안 먹지 못했던 탓인지 입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시선은 양꼬치에게서 떼지 못하는 하리였다.

 그 모습이 재밌는 남자는 꼬치 하나를 하리에게 건넸다.

 

 “어차피 구운건데, 하나 드세요.”

 “뭐, 버릴 수도 없으니까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받아서 한입 베어무는 하리. 입안에 퍼지는 양고기 특유의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혹시요, 이 양고기… 양서방에서 사셨어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거기 건물 내가 올려준 거예요. 얼마나 많이 사먹었게.”

 “저는 거기서 처음 양꼬치 입문을 해서요.”

 “너무 멀어서 요즘엔 통 못갔는데. 오랜만에 먹으니까 너무 맛있다~”

 

 신이나서 양꼬치 하나를 눈 깜짝할 새 먹어치운 하리.

 그 모습에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몇개 더 구워드려요?”

 “네? 아니… 미안하게, 어떻게 그래요…”

 “금방 익는데요, 뭘. 고기는 넉넉하니까 걱정 마세요.”

 

 남자는 고기를 부지런히 쇠꼬치에 꽂았다.

 그때, 하리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돌 엔투오의 노래의 타이틀 곡이었다.

 남자가 헛기침을 하더니 물었다.

 

 “엔투오 좋아하시나봐요.”

 “네. 주책이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죠.”

 “아..티스요?”

 “내 최애가 누구나면요~”

 

 그러다 하리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미친소린거 아는데요. 잠깐만요,”

 “네?”

 

 남자가 시선을 피했다.

 

 “에이 말도 안되지. 나도 아는데… 너무 닮아서요.”

 “제가 좀 평범하게 생기긴 했는데…”

 “모자 한 번만 벗어보시면…”

 “머리를 안감아서 안됩니다.”

 “그럼 마스크라도…잠깐. 목소리도 똑같은데?”

 

 하리는 고기를 굽고있는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말도 안돼! 정말 나르라고? 내가 나르랑 공원에서 양꼬치를 굽고 있다고?”

 

 "나, 나르 아닌데요."

 

 남자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긴요. 칼에 베일것 같은 턱선을 내가 몰라볼까봐."

 

 그때, 공원 관리실에서 누군가 나왔다.

 

 "여기 취사 금지 구역입니다!"

 

 하리는 놀라면서도 나르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그래서 나르에게 속삭였다.

 

 "얼른 도망가세요. 기계는 제가 챙겨서 드릴테니까."

 "그래도 어떻게..."

 "빨리 가요. 나르씨 내일 기사 나오고 싶지 않으면...!"

 

 하리는 나르의 등을 힘껏 밀었다. 나르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

 

 "아니, 알만하신 분들이 무슨 짓입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리는 경비원에게 연신 사과하며 기계를 챙겼다.

 나르를 만났다는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다.

 수한과의 일은 까무룩 잊은지 오래.

 급히 기계를 다시 캐리어에 넣어 도망치듯 공원을 벗어났다.

 

 '띵동'

 어플 알림이 울리고 공원 후문에서 기다린다는 나르의 메시지가 왔다.

 하리는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얼굴을 살핀다.

 

 "하필이면 이렇게 꼬질꼬질할때 나르를 만나냐..."

 

 공원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걸어간 하리는 그곳에 서 있는 나르를 발견했다.

 나르도 하리를 보더니 손을 흔든다.

 그에게 다가가는 하리의 발걸음이 솜털처럼 가볍다.

 

 "죄송해요. 비겁하게 혼자 도망쳐서..."

 "내가 등 떠밀었는데 뭘 그래요. 자 여기 기계."

 

 하리는 캐리어 손잡이를 나르의 손에 쥐어줬다.

 

 "무거워서 이게 필요할 거예요. 어차피 안쓰던 가방이니까 그냥 가져가도 되요."

 "저, 이거..."

 

 나르는 오만원권 두 장을 하리에게 건넸다.

 

 "가방은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됐어요. 어차피 가방도 저 양꼬치 기계 쓰지 않는 거 였어요. 오늘 이렇게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면 이사갈 때까지 쳐박혀 있었을 걸요?

 "그래도 거래는 거랜데 받으셔야죠."

 

 하리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다.

 

 "내가 나르씨를 실물로 영접할 줄은 몰랐어요. 우리 아티스트랑 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초상권은 보호해 드려야 하니까 싸인은 해줄 수 있죠, 네?”

 

 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종이와 펜이 없다는 사실이 떠오른 하리.

 

 "종이랑 펜이 없네... 아참! 저 가방!"

 

 하리는 중국에 유학을 갈때 썼던 캐리어 앞주머니를 뒤졌다.

 중국어가 쓰인 된 작은 노트에 펜이 꽂혀 있었다.

 

 "정리 안하는 버릇 덕분에 횡재했네요."

 

 하리는 노트와 펜을 나르에게 건넸다. 나르는 능숙하게 싸인을 했다.

 

 “저… 성함 써드릴게요.”

 “하리요! 하리누나라고 써주세요.”

 

 그러자 나르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리?”

 “좀 특이한 이름이죠? 기억해줘요. 백!하!리!”

 

 하리는 싸인을 받아 들었다.

 

 "내가 나르씨가 구워준 양꼬치 먹은 건 죽을때까지 못잊을 거예요."

 

 나르가 피식 웃었다.

 

 "저 혹시 중국에 사신 적 있으세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리를 바라보는 나르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작가의 말
 

 * 아이돌과의 중고거래 에피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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