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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빌딩 숲 속의 늑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9.9

기계들에게 지배당하고 사육당하는 인간. 그리고 그 기계에 맞서 싸우는 야생의 원주민들. 야성vs길들여진 타성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아홉 번째 해방-성장을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비료가 필요하다.
작성일 : 20-09-24 07:46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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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안드로이드와 워커 부대가 신종 독가스까지 사용해서 비스티어리 캐년의 늑대 부족을 몰살시킨 그날. 성난 늑대만이 깊게 뚫린 동굴 안에서 간신히 기어 나왔다.

 

  그는 피칠갑이 된 오른쪽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은 왼쪽 눈으로 가족들과 친척들의 뼈만 남은 시체를 봐야만 했다.

 

  다른 늑대 부족들도 독가스가 뿌려진 순간 온몸이 ‘뜯어먹힌’ 것처럼 뼈만 남아버렸다. 성난 늑대는 그들의 뼈도 전부 주워 모아 부족민들을 위한 무덤을 만들었다.

 

  성난 늑대는 비통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톱을 앞세워 자신의 가족들을 묻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워커 부대가 대규모 침공을 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황소 부족과 전갈 부족이 최후를 맞이한 것처럼, 늑대 부족도 안드로이드들의 손에 끝장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은 가족과 친척들에게 무예를 배우지 못해, 안드로이드 부대들의 타깃으로 지정되지도 않아. 두 사람과 함께 앞서 싸우지도 못한 것에 이를 갈았다.

 

  마지막으로 부족장인 그의 아버지가 성난 늑대의 오른쪽 눈을 멀게 한 것 역시 비참함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너만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넌 아직 무술을 배우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들이 너를 노릴 일은 없을 거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버지!! 그렇다고 다른 형제들이 전부 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저 혼자서만 숨어있으라는 겁니까?! 제가 몸이 성한데도….”

 

  성난 늑대는 말을 끝맺지도 못했다. 늑대 부족장은 자기 아들의 오른쪽 눈을 뽑아버린 것이었다. 부족장은 늑대 부족의 시작과 함께 대대로 전해져온 목걸이의 구슬을 뜯어내, 바로 성난 늑대의 오른쪽 눈에 박아 넣었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눈이 뽑힐 때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성난 늑대는, 그제야 극심한 통증에 말도 한마디 못하고 바닥을 뒹굴다 정신을 잃었다.

 

  “잘 들어둬라. 고통 끝에 힘이 올 것이다. 강한 힘이라는 것은 꾸준히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으로 단련되는 것이다. 지금은 날 원망해도 좋다. 내 자랑스러운 아들 성난 늑대.”

 

  그게 성난 늑대가 정신을 잃기 전에 들었던 마지막 한마디였다.

 

 

  성난 늑대는 통증이 가신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린 뒤,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모두 다 하늘로 돌아가고 말았어.”

 

  성난 늑대가 침통한 표정으로 구멍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체를 눕힐 때, 그의 등 뒤에서 안드로이드 특유의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건가?”

 

  성난 늑대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

 

  “이봐 잠깐! 내 말을 들어보게나!”

 

  송토낙스는 성난 늑대와 주먹을 부딪치면서, 무차별적으로 달려드는 그를 막아섰다. 성난 늑대는 송토낙스의 주먹과 자신의 주먹에도 동시에 붉은 기운이 맺힌 걸 보고, 크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말도 안 돼. 난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데 어떻게 기를 사용하게 되는 거지?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우리 늑대 부족의 기를 써?!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성난 늑대는 우선 자신이 무예를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크게 외쳤다.

 

  “우리 늑대 부족의 권법? 네가 어떻게 그걸!! 그 전에 안드로이드가 그런 걸 배울 리 없어!”

 

  그리고 송토낙스는 늑대 부족의 방식대로 예를 갖추고 인사한 다음, 다시 자세를 취했다.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나 역시 늑대 부족과 혼을 나눈 전사일세. 나는 네 아버지에게 구원받았다. 늑대 부족의 마을은 내게 두 번째 고향이나 다름없지.”

 

  안드로이드가 원주민 식의 인사를 하는 걸 본 성난 늑대 역시, 늑대 부족의 인사를 한 다음, 송토낙스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좋아 그러면 그걸 직접 보여달라고!”

 

  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다시 충돌했고, 동시에 두 사람의 몸에 늑대 형상의 기운이 크게 일어났다. 늑대 형상의 붉은 기운은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고서 사라졌고, 송토낙스와 성난 늑대는 주먹을 맞부딪친 자세 그대로 한참 동안 멈춰 있었다.

 

  잠시 후 성난 늑대의 몸 곳곳에 상처가 벌어지면서 그대로 쓰러져버렸고, 송토낙스는 드문드문 장갑에 흠집만 난 채 멀쩡히 서 있었다.

 

  “너희 부모님께선 이럴 일을 대비하고 내게도 늑대 부족의 권을 전수해줬다. 일어나라 성난 늑대. 앞으로 내가 네 스승이다!”

 

  성난 늑대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다시 송토낙스를 향해 주먹을 내 뻗었다. 그때 송토낙스가 성난 늑대에게 뭔가를 던졌다.

 

  “이런 비겁한 놈!! 결투 도중에 뭘 던지는?! 으아아악!!”

 

  송토낙스가 던진 물건은 성난 늑대의 눈앞에서 터졌다. 그리고 따갑고 쓰라린 뭔가가 성난 늑대의 눈을 뒤덮었다.

 

  “이런 비열한 놈!! 너도 다른 안드로이드들과 똑같았냐?”

 

  “단순히 시야만 막는 화약약품이다. 멍청한 놈! 네가 그러고도 늑대 부족이냐? 너는 눈으로만 적의 기척을 느끼냔 말이다!! 늑대 부족의 코와 귀는 어디에 버린 거냐?”

 

  그 한마디에 성난 늑대는 바로 코를 벌름거리며 공기의 변화를 맡았다. 뒤이어 암흑 속에서 미세한 소리의 변화를 잡아내고, 송토낙스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주먹을 뻗었다.

 

  “훌륭하다! 역시 네 아버지가 아무 이유 없이 내게 널 맡긴 게 아니었군”

 

  송토낙스는 가볍게 성난 늑대의 주먹을 받아내며 한마디 했다. 성난 늑대는 화를 내며 송토낙스에게 주먹질을 몇 차례 더 날렸다. 물론 송토낙스는 흐르는 물처럼 움직여, 그 눈먼 주먹을 한 대도 맞아주지 않았다.

 

  “젠장!! 내 눈! 내 눈은 언제 떠지는 거야 그래서!!”

 

  이에 송토낙스는 과거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카메라를 깜박거리다가 웃었다.

 

  “네 아버지도 내게 창 하나만 던져주고 일주일 동안 생존하라고 했다. 그 화학약품은 정확히 일주일 뒤에 씻겨나가니 너도 일주일 동안 눈을 감은 채 살아남아봐라. 그러면 내 제자로 받아들여 주마.”

 

  성난 늑대는 그제야 아버지가 옛날에 안드로이드 하나를 받아, 자신의 무술을 전부 다 전수해줬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복수를 할 힘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에 이를 악물고 코와 귀에 의지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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