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비서는 회사로 향했다. 일단은 출장 일정을 조정해야 했으니까-
오늘 하루는 정말 오지게도 길구나...... 돈이면 다 했던 자신이 오늘은 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자신의 여자 친구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는 작가님 책 나올때- 그리고 이런 일에 휘말릴때마다
강비서를 들들 볶아댔다.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라가 대화의 요지였지만... 솔직히 자신은 좀 쉴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을 위해 줄- 그런 여자친구가.. 간절했다...
늘 남에게 신경을 쏟고 사는데... 나를 좀 더 위해줄순 없는건가..
회사에 돌아가자- 비서들이 좀 술렁이고 있었다.. 강비서는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또 뭐야-.. 이사님이 또 사고라도 쳤나?
진비서를 살짝 붙잡아 물어봤다. 이미 늦은 시간인데도 회사에는 꽤 많은 사람이 남아 있었다...
"... 무슨 일 있어요?"
"오늘.. 또작이 집에 갔었어?"
"본가요?"
"그래.. 본가-"
"예.. 그랬죠? 언제나 처럼 밥은 못 먹고 나왔지만요.."
"..... 그래서 그랬구나- 더 이야기 퍼지기 전에 이리 와 봐"
진비서가 강비서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어두운 낯빛으로 강비서가 흙빛으로 변할만한 소식을 전했다.
"사모님이-... 집을 나가셨어"
맙소사...
"........???? 예??? 집을 나가셨다고요? 사모님이요?"
"다른 사람들한테 안 퍼지게 할려고 나름 기를 썼는데- 사모님 데려다 준 기사가 회사 라인에 전화를 걸었나봐-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나본데- 회장님 면 안서시게 생겼어-...이걸 어떻게 덮는담.. "
진비서는 곤란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근데 왜요? 또작이 집에서 밥 안먹는거야 다 아시는 사실인데 새삼스래 화가 나셨데요?"
"이번에 너 출장 따라가잖아- 아냐?"
"맞긴한데-.. 그 사정까지 알고 계실까요?"
"대충 듣기론 그랬어- 회장님 뻔한 버릇 있으시잖아- 코너로 몰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기대감 말이야-..."
회장의 이상한 버릇을 .. 진 비서도 알 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게.. 이번엔 , 저죠? 제 예감도 그렇긴 했는데.. 안그래도 이번 책 엎어질꺼 같아서 저는 더욱 여기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또작이 들어가서 그래도 10일로 줄이고 왔어요 2주를.."
진비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듯 대꾸했다..
"떠나 봐봐- 그럼 그게 계획처럼 될 것 같아? 중간에 바통 터치도 아니고 10일 딱 땡 하고 올수 있겠냐고-.. 상관이 거기 있는데.."
"그냥 진 비서님 데려 가시면 되죠... 늘 그랬는데.. 미국까지 저를 왜... 저는 토익 특화 인간이지 회화형 인간도 아니구요,"
"안 들었어? 나도 가- 가긴 가는데-.. 솔직히 너는 핑계삼아 데려가시는 거지- .. 그보다 책이 엎어지다니.."
진비서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하는 강비서가 의아했다..
"저 빠지면 삽화가랑 개인 미팅 보실꺼 아녜요.."
"그렇게 한데?"
진비서조차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 지가 별수있어요? 이번엔 또 계약 상황도 좀 다르기도 한데- 상대가 돈으로 매수될 만한 사람이 아니라서
만만치가 않아요... 돈으로 해결 될 일이면 간단한데.. 왜 이번책을 이상할 정도로 그러는지.."
".... 그러게 뭐 언젠 안 그랬냐만.. 그럼 사모님 이야기 안 하게? 또작 알면 또 난리난리 나는거 아니냐?"
"제..생각엔 좀 이따 알면 더 화날거 같은데요- 아... 오늘 하루가 정 말 진심 기네요-.. 종일 뺑뺑이 돌았는데 또 가야 되다니.."
진비서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또 꺼낸다..
"사모님, 손도 베셨다 그러던데.."
"... 그런 세세한 소식까지 어떻게 안 거에요 대체-"
"많이 베셨는지.. 기사가 그래서 전화 한 것도 있어 바로 청평 별장으로 가셨다는데-..
병원 갈 만 한 상처였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가는 내내 그렇게 서럽게 우셨는데.. 어쩌냐고 전화 했는데... 그걸 들은 들.. 나인들 어쩌겠어........... 어쩔수 없지 뭐 의사한테
연락 할까.. 했는데, 아예 연락이 안되시는걸 뭐 어째..."
"...휴... 한번의 사고가 어떻게 이렇게 가족을 풍비박산 내죠?"
진비서의 눈매도 어두워 진다..
"그러게나 말이야-... 다 알지 못해도 충분히 예감은 할수 있지.. 이런 상황만 봐도 말야..
"출장 일정 받으러 왔다가.. 또 하나의 큰 업보를 데려가네요.."
"좀만 수고해- 출장 가면 넌 타임 많이 빼서 좀 쉬게 해 줄게- 좀 니가 고생했냐? 그래도 난 너 이해한다-.."
진 비서의 간만의 배려에 진환은 큰 힘을 얻고서- 돌아간다.
가면 쉴수 있을진 몰라도 마음은 졸아들어 편할 일 없을것이다...
-그 시간
세진은 비행기에 올라 있었다- 계약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그런지가 일주일이다.. 학교는, 잠시의 휴학 상태랄까?
큰 작업이 예약되 있는 곳을 향해 비행기를 탔다.- 세진은 이미 미세스 바랭 교수가 강력 추천한 인재였다.
바랭 교수는 자신이 추천해서 떠나게 되었는데도- 많이 아쉬워 했다. 마지막 날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송별회 겸 해서... 머리 쪽에 술기운이 고여 머리가 아팠다.
"돌아올꺼지? 곧?"
친구들의 말에 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돌아 올때는.... 둘일꺼야 기대해-"
"정말이야? 여자친구 만들어 오게?"
적어도 세진의 다짐은 그랬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바보였다.. 정말 끝이라 생각하기로- 그러기로 했다.
스스로의 간절함을 더 하기로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이젠 어딘가 매여 있지 않다는게-
세진은 지갑을 꺼내- 안 쪽 깊숙히 숨겨 둔 어린 하임의 사진을 보며 씩 웃는다..
이제 곧 보게 될것이다- 다시 옛날처럼- 그때 처럼-
-
진환은 세부 사항을 정리하고는 일일이 적은 뒤에
천천히 지혁의 건물로 올라가고 있었다. 층수에서 두런 두런 말 소리가 들리는 것 까진 그냥 그랬는데
소리를 크게 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임씨가 목이라도 졸리는 듯이 왜 이래요- 라고 하고 있었고
... 또작이... 소리를 크게 내고 있었다.. 또작은 화 나면 더 낮게 깔아드는 녀석이지 절대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맙소사.... 진환은 문을 열고 황급히 뛰어 들었다.. 하임씨는 멱살이라도 잡혔던 듯 앞 섬이 꾸깃 꾸깃 해져 있었고
눈에 눈물을 조금 머금고 있었다... 놀란듯 했다.... 조심하란 이야길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일이..........
또작은 이미 정신이 아웃된 상태였다- 뭐 때문이지? 내가 이야기 한것 때문인가? 일단 또작을 와락 뒤에서 잡았다.
"작가님- 대체 왜 이러세요!!!! 여성분이잖아요? 왜 이러시냐구요 자리 비운지 얼마나 됬다고요!!"
지혁이 뒤를 돌아보며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야? 니가 하민이에 대해 이야기 했어?"
서릿발같은 목소리에는 도저히 고개도 돌리지 못할 힘이 실려 있었다.
"....? 제가 그랬겠어요? 그런 이야기를 했겠냐구요 제가 작가님을 잘 아는데 그랬겠냐구요!"
"그럼 이건 뭔데?......"
지혁의 손엔 하임이 그린 그림이 들려 있었다... 그 속에 있는, 그려져 있는 여자는....
장하민 양이였다... 의심할 여지 없이........... 진환은 머리의 피가 싸악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상황은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