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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중간 중간 삭제 된 그대로의 진실, 그리고 외출
작성일 : 17-07-09 23:02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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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혁은 거실에 놓인 비참한 흔적들을 치웠다.

 

 

 아무리 공기 청정제를 뿌려도

 

 끈덕진 형의 성미마냥 ... 담배 냄새는 사라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거실은 뿌옇게 연기가 남아 있는것 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와-

 

 

 형이 다녀가면 거의 언제나 그러하듯. 현실을 느끼고 또 되새기지 않아도 될 기억을 한참이나 되새긴다.

 

 방안에는 순식간에 그때의 공기가 고이고

 

 

 지혁은 도망칠래야 도망칠수도.. 없어진다.

 

 

 

 언제나 처럼, 사고때의 기억이 ,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잊고 싶어 , 그대로 품으면 가슴을 헤집어 난도질 하는 그 기억이 다시 슬그머니 머릿속으로 흘러나온다..

 

 

 

 

 

 

 정확한 사실은 , 지혁의 기억과는 다른점도.... 또 확대된 점도 있었지만 팩트는 사실 더 잔인했다.

 

 

 그가 비로소 하민과 서로 사랑에 빠졌을 무렵...

 

 그는 그 무렵 바이크에 심취해 있었다.

 

 

 미치도록 달리는 속도감이 주는 해방감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의 만류에도

 바이크를 곧잘 타고 멀리까지 가곤 했다.

 

 스스로 유치하고 위험한 걸 알았지만 그는 그 속도감을 즐겼다.

 빠른 바람이 얼굴에 닿는 그 감촉을 즐겼다.

 

 

 

 그 일이 일어난 그날 , 하민은 집에 놀러를 왔다. 지혁의 부모님을 예비 며느리라 생각하며 늘 하민을 반기고 언제나

 

 딸처럼 아꼈고 붙임성 좋은 하민은 편하게 자주 놀러를 왔다. 그날도 하민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요조숙녀 차림으로 지혁과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그녀가 한마디 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놀러가고 싶다고 , 답답하다고-

 

 

 

 지혁은 바이크를 타고 해안 도로를 달릴떄나 탁 트인길을 달릴때의 그 해방감과 청량감을 하민에게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바이크를 타러 가자고 했다. 털털한 그녀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곤 뒷자석에 앉았다. 그녀 용으로 마련해둔 튼튼한 헬멧을 씌워주고

 

 지혁은 출발했다 외곽으로 나갈 때 까지도 하민은 크게웃었다. 아 개운하다-

 

 

  바람결에 그녀가 눈을 감는 것 까지도 느껴졌다.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귓가로 계속 흘러왔다.

 

 

 

 그떄의 바람이 너무나 달콤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해안도로 진입선에서 지혁은 자신을 과신했다. 속도를 높였다. 하민이 자신을 더 꽉 잡는게 좋았다.. 그때 도로에 작은 흠이

 

 속도를 내고 있던 바이크를 확 들었다. 그녀는 하늘을 날았다.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 잊을래야 잊을수 없을 그 소리....

 

 

 

 

 

 그녀는 손을 놓쳤다.. 지혁은 오토바이와 함께 스키드 마크를 내며 밀려 끌려 갔지만

 

 

 

 그녀는 떨어지며 목을 부딫혔다..

 

 .....

 

 

 

 

 지혁은 생각보다 금방 정신을 차렸다.

 

 

 피를 철철 흘리며 걷지 못하는 다리로 사력을 다해 기어서 그녀에게로 갔다.. 제발 제발.. 숨이 붙어만 있길

 

 기도하며 ... 정신없이 울며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다리로 그는 의사에게 애원했다

 

 자신도 피를 철철 흘리면서 제발 살려만 달라고 그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실려서 가는 하민을 보며.. 그는 다친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만큼 악을 쓰며 하민이를 살려 달라.. 계속 애원했다.

 

 

 

 

 

 

 

 지혁의 부모가 병원에 도착해서야 지혁은 정신을 놓았다.

 

 

 그리고 다리에 철심을 박는 대 수술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은 곳곳이 , 부서질 대로 부서져 있었다. 의사는 평생 못 걸을 꺼라고 사실 목숨 건진것도 기적이라

 

 냉정하게 말했다. 하민의 부모가 병원에 달려오고 정신이 막 든 지혁에게 하민의 엄마는 폭언을 퍼 부었다

 

 

 

 

 

 니가 하민이를 죽였다고....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그 한마디는 지혁의 심장에 깊게 박혔다.

 

 

 

 내 딸 살려내라고 내딸 어쩔꺼냐고

 

 이성을 잃은 책망만이 , 지혁에게 돌아왔다.

 

 

 

 사람 잡아먹는 놈이라고-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냐고- 이성을 잃은 하민의 어머니를

 누구도 말릴순 없었다...

 

 

 지혁은 충격으로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그져 울기만했다.

 

 

 

 

 

 무너져 내렸다.. 미친듯 빌었다. 제발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믿지도 않았던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살려만 준다면 뭐든, 할수 있는건 뭐든 하겠다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 다 하겠노라고..

 

 

 

 

 기도처럼 하민이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살지도 못했다

 

 

 하민이는 척추를 다쳤고- 숨은 쉬고 살아는 있고 그렇지만.... 또한 산 것이 아닌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혁이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그래도 하민이는 죽지 않았단 것이었다.

 

 

 물론 일어나도 그녀는 하반신 마비일 확률이 높다고 의사는 말했다.

 

 

 사실 일어날 확률이 너무 적어서... 라고 말하며 , 의사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죽지 않았으니 지혁은 믿었다 .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민이가 일어날 것을... 그녀는 결코 자신을 두고 그렇게 떠나버릴 리가 없다는걸 믿었다. 결코 ... 자신을 떠나지 않을꺼라고

 

 

 1년 내내 휠체어를 탔다. 타면서도 매일 하민이에게 갔다. 하민의 어머니는 매번 폭언에 뺨 때리는것도 서슴치 않았고

 

 때때로는 더 심한 언사와 사람을 고용해서도 밀어냈다...

 

 

 절대 내 딸 더 이상 못보게 할꺼라고 했지만 그래도 지혁은 매일 하민이를 찾아갔다. 목숨을 건 6번의 재 수술 끝에 겨우 겨우

 재활 치료를 할수 있게 라도 되었을때 지혁은 이를 악물고 재활을 했다.

 

 

 순전히 하민이만을 보며 보냈던 시간들.

 

 

 

 

 의사들은 재활 자체가 기적이라 했다.

 

 원래 그는 몇번의 재 수술로도 불구가 거의 확실시 되는 가망없는 환자였기 때문이었다. 재활은 고통 자체였다.

 실로 발과 다리가 마치 타는것 같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사이사이에 그는 많은 수술을 견뎌냈다.

 

 수술은 대 수술인만큼 한번 한번마다 그의 것들을 앗아가기 바빴다.

 

 

 다리는 끔찍하다 못해 처참한 흉터들로 뒤덮혔다.

 

 

  그러나 지혁은 개의치 않았다.. 하민이가 깨어나면- 그래서 하민이 하반신 마비라면

 그녀의 휠체어를 끌어주고 싶어서 그녀 곁에서 그녀의 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지옥같은 재활을 견뎌냈다. 그러면서도 그 고통 스러운 재활내내

 

 악 한번 쓰지 않았다.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죄책감과 독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고통과 재활, 그 시간을 거치며

 

 

 웃음많고 장난기 넘치던 지혁은 얼음에서 사는 사람처럼 차가워 졌다 강팍해지고 날카로워 졌다.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없어졌다.

 

 

 

 

 

  마치 사람이 다 떠나고 없어진 유령마을처럼, 그에게서 사사로운 감정, 기분, 행복등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말라감에 따라 전에 입던 옷을 다 버려야 했다.

 

 

 신발조차도 맞질 않았다. 그에게 남은것은 악과 그리움, 죄책감 뿐이었다.

 

 

 그나마 그가 표정을 드러내는 때는 하민이를 찾아 갈 때 뿐이었다. 재활 끝무렵 목발을 짚고 그는 또 하민이를 찾아갔다

 

 하민이의 어머니도 그의 몰골에.. 더 이상 안된다고 말리지 못했다.. 그는 하민이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기도를 하며 울었다.

 

 

 그렇게 매일을 찾아갔다..

 

 하루도 빼 놓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절뚝이던 다리를 매일 끝없는 노력끝에 교정 할 수 있게 되었을때

 

 그는 하민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죽는날 까지 하민이를 지키겠노라고... 자신이 옆에 있겠다고..

 

 

 하민의 어머니는....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으면서도

 

 지혁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하민이는 못 깨어날 거라고- 내 딸은 이제 .. 죽었다고 생각하겠노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라고..

 

 그 말과 함께 하민은 경기도의 개인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사실상 깨어날 꺼란 기대를 버렸다는 의미였다.

 

 부모님도 그 일을 도왔다는 걸 알았을때 지혁은 악을 쓰며 울며 패악을 부렸지만 , 부모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외국으로 보내겠다고, 그게 하민이를 돕는 거라며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하민이를 그렇게 예뻐하셨으면서... 벌써 하민이를 죽은사람 대하듯..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

 

 지혁은 자신도 차라리 죽고 싶을만큼, 크나큰 증오심을 느꼈다.

 

 뇌사가 아니라 해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의사들은 희망을 놓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댔다.

 

 

 

 사정을 알고보면 하민의 어머니는 차라리 산 사람은 살아야지 싶어 지혁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지혁에게 그것은 기회가 아니라 형벌이었다. 그 뒤 계속 지혁을 밀어내는 하민의 어머니와

 

 지혁은 끝없는 싸움을 반복하고만 있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운이 나빴다 하려해도.. 그녀가 지혁을 미워하지 않을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예뻤던 꽃같은 막내딸을 꺾었다 생각하니 억울해서 견딜수 없어 하민의 어머니는 그 무렵 밥 먹듯 쓰러졌다.

 

 그녀에게는 하나뿐이었던 예뻤던 고명딸을 잃은것은 자신을 잃은 것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 때 즈음 지혁은 어렵사리 다리를 회복 한 뒤 부모님께 경영 따위는 공부하지 않겠노라 선언을 했다.

 

 부모도 말릴수 없었다. 하민을 너무 사랑했던 아들이 혹시 자살이라도 할까.. 밤새 뜬눈으로 새우던 부모는

 

 

 오히려 글을 쓰겠다는 그를 더 잘해주고 부족함 없이 도와줬다.

 

 

 

 살아만 있어 준다면.. 그렇다면... 부모는 못할일이 없었다. 요양원으로 최고의 의사를 주기적으로 보내는 것도.. 부족함 없이

 

 

 최고의 시설에서 주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하게 돕는것도 지혁의 부모였다..

 

 지혁은 바뀌었다. 더는 즐겁게 웃는 일도 인사치례라도

 

 다정한 말 한마디- 하물며 고맙단 말 하는 일조차 사라졌다.

 

 눈빛은 공허했고 더 이상 애교많고 아끼던 막내 아들이 아니었다.

 

 

 

 마치 낮선 사람보듯 빤히 부모를 쳐다보는 상처투성이 아들이 되었다.

 

 

 

 

 그래도 그런 아들이라도 목숨이 붙어 있는것 만으로도

 

 당시에는.. 부모는 감사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탱하는 마지막 끈은 오로지 하민이 뿐임을 모르지 않았다.

 

 

 가혹했지만, 그렇게라도 살려야만 했다.

 

 

 지혁은 독기를 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 만들어둔 습작부터 정돈하며 글을 다지고 또 다졌다.

 

 주변에 사람들이 전부 떠났으면 해서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글만 썼다. 뭘 먹는것을 깜빡할때도 많았다. 글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때.. 그는 하민을 전보다 더 많이 느꼈다.

 

 하민이 돌아오는것 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밤낮없이 글 쓰는 것을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그녀가 돌아오는 길은 길고 긴 길이 될것이었다.

 

 그러나 하민은 천천히.. 그 요정같은 발로 조금씩 걸어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글로 밤을 새웠다.

 

 

 가끔은 쓰러지고 가끔은 과로로 위태위태할때 그는 자신을 더 다그쳤다, 자신에게 가장 혹독하고 냉정하고 가혹하게 구는건 바로 지혁 자신이었다.

 

 

 하민이 돌아올때에 기뻐할 표정과 완전히 독립된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민의 편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서고 싶었다.

 

 

 

 

 그토록 지독한 시간 후에 그는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그때의 자신.

 

 

 살아도 산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가혹하게 자신을 혹사시키곤 했다. 지혁은 그 시절, 자기에게,

 

 

 너무나 잔인했다

 

 

 

 

 

 

 

 지혁은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제야 눈이 떠졌고 앞이 보이는 것 같았다.

 

 

 

 

 기억의 잔해의 숲을 헤메던 지혁이 눈을 뜨자- 벌써 밖에선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지혁은 자신의 얼굴에 흘러있는 이유 없는 눈물을 닦아냈다. 몰랐던 사실도 아니고

 

 늘 되새김질 할때 마다. 늘 그 기억으로 빠져 들때 마다. 온몸에서 솟는 식은땀과

 

 

 

 니가 그랬어- 라고 낮게 들려오는 마음속의 소리.

 

 

 다리는 참을수 없이 아려오고 있다.

 

 

 있었던 사실, 수백번 수천번은 머릿속에서 돌려 본 사실인데

 

 다리는 마치 처음처럼 또 아려오고 있었다.

 

 

 

 

 끈질긴 PTSD...

 

 

 

 지혁은 힘겹게 비틀거리며 목발을 찾아 집는다. 형이 다녀갔다고 해서 기억에 깊게 빠지고 나니

 돌아오는건 더한 죄책감 뿐이었다.

 

 

 

 

 세수를 힘겹게 기대 하곤, 쓰러지듯 침대에 앉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떤일이 일어난걸까.

 

 이제 나는 그때의 나도 , 그 전의 나도 아닌 다른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대체 뭔데?

 

 내가 심지혁이 맞긴 할까.

 

 

 

 하임의 말이 이명처럼 계속 들려온다.

 

 

 

 

 

 

 

 '그러니까.. 우리 친구해요-..'

 

 

 

 그래도 될까- 그때 대답을 못한건 이 기억 때문이었다. 내가 그 애를 잠들게 했으니까

 

 장하임이 싫은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장하임과 있으면.. 나는 달라지고 있었다.

 

 

 

 

 꽁꽁 언 내가 , 자꾸만 말랑말랑 하게 녹는게 느껴져서 처음엔 무서웠다.

 

 그리고 자꾸만 밀려오는 알수없는 감정들에.... 너무나 귀찮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기억도 일상도-... 남들같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그녀가 퍼트린 쨍한 노란 빛이 자꾸만 나를 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내가 행복해도... 된다면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면...

 

 

 

 

 

 

 지혁은 잔혹한 기억에서 돌아왔어도- 그 숨, 하임이 쉬게 해주는 그 한줌의 숨을 갈망하는 자신이

 

 무서울 정도로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또 죄책감이 밀려온다.

 

 

 

 모르면 몰랐을까. 겪은 자신이 떠날수 있을까? 다시?

 

 다시 그녀를 차갑게 대할수 있을까? , 그럴수 없을꺼라 생각한다.

 

 두 사람 다에게 미안해진다.

 

 

 

 

 

 

 아까 장하임이 준 계란이 보인다 ,

 

 엉망진창 우유부단 덩어리.. 나보다는 더 단단한 껍질을 가진 계란.

 

 무르고 엉망 진창인 나는 언제나 사선 위에서 걸을 것이다. 장하임이 나한테

 

 왜 친구가 되자고 했는지 나는 알수 없다. 그래도 안다. 우리의 사이가 사선위에 있었던 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장하임은 이유야 어째서든 내려서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난 내려서지 못할 것이다. 장하임의 손을 잡으면 좀더 걷기는 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넘어지는 일이 자주는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 책이 끝나고 장하임이 떠나는 순간에는 ... 그때에 나는 어떻게 될까...

 

 

 그때도 우린 친구일까?

 

 

 

 

 

 

 

 이토록 질척대는 자신이 , 얼마나 한심한지 ......

 

 

 

 

 

 지혁은 힘겹게 물을 가지고 와 약을 먹고 달달 떨려대는 다리를 손으로 꼭 붙잡았다.

 

 잠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눈을 감고... 다리를 꼭 붙잡고서..

 

 

 

 

 이미 죄책감 소망 기대 간절함 등은 엉망으로 서로 섞여 자신도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단계까지 가 있었다.

 

 

 

 

 

 

 지혁은 약을 한알 더 먹고서야 ,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떠서야

 

 그제야 잠에 들었다. 악몽같은 기억을 품고.

 

 한손에 계란을 여전히 쥔 채로.

 

 

 

 

 

 

 -

 

 

 

 

 

 

 

 

 하임은 깨어나서도 왠지 지혁을 만나지 않는것이 어색했다.

 

 

 

 

 

 

 

 남들이 다 반기는 주말 - 약속도 그 무엇도 없으니 자유롭고... 좋아야 하는데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야 하는데..

 

 하임은 한숨이 나오는 자신이 , 이상했다.

 

 

 

 

 주말은 하임이 뒹굴뒹굴 대기 좋아하는 ,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는데.......

 

 

 

 

 

 인정할건 인정하기로-

 

 

 그러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지금 , 속수무책으로 끌리고 있었고 그래서 그냥 친구라도 되기로 했다.

 

 

 

 이 나이에 또 가망없는 짓을 한다는걸 스스로 되새김질하고 나자 , 참으로 자신이 한심해져왔다.

 

 이러다 정말 호호 할머니가 될때까지.. 혼자 살겠군.

 

 

 

 결혼은 평생 못할꺼야.

 

 

 

 

 

 

 옆집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하임도 전에 지혁이 그랬듯 씨근거린다. 강비서님 참 일 잘하시네.. 하고..

 

 방음벽이 아니라 뭐 방탄벽이야? 눈곱만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때 하임의 전화가 울렸다.

 

 

 

 

 세진이었다.

 

 

 

 "넌 어떻게 주말에 전화 할줄 알았는데.. 내가 안하면 안하냐?"

 

 

 

 세진의 목소리엔 서운함이 가득하다... 하임은 그냥 웃는다.

 

 

 

 

 "미안미안- 일때문에 바빴어- , 그리고 왠지 니가 돌아온게 실감이 왜 이렇게 안날까?"

 

 

 세진은 정곡을 찌른다.

 

 

 "내 생각을 전혀 안한건 아니고?"

 

 

 

 

 

 

 

 .... 그게 아니라 다른사람 생각할 틈이 없었지.... 란 말을 맘에 숨기고

 

 하임은 헤헤 웃으며 넘기고 만다.

 

 

 

 "오늘은 시간 어때? 바뻐?"

 

 

 

 

 

 "아니 - 일요일인데- 저녁에 채색 작업 있긴한데 , 금방 할것같애- 꼼꼼하게 나와서-..."

 

 

 

 "그럼 영화 보러 안갈래? 간단하게 브런치도 하고-"

 

 

 

 

 "좋지... 알았어- "

 

 

 

 

 

 "내가 데리러 갈까?"

 

 

 

 

 

 

 "아니!!!!"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크게 났다. 의심을 몇번 사고 나니 그런 의심사는게 싫어졌다

 

 

 

 

 또 이 대목에서 한심스러워졌다 자신이..... 지혁과는 친구다. 친구.

 

 그러기로 했잖아. 더 욕심 안내기로........

 

 

 

 한숨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고 세진은 어리둥절하다.

 

 

 

 

 

 

 "..싫으면 싫다고 할 일이지 너무 큰소리로 거절하네.."

 

 세진의 목소리가 섭섭하게 들린다.

 

 

 

 

 

 

 "아니.. 뭐 괜히 더운데 이까지 와서 기다려- 너 고생하잖아 나 막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시간 좀 걸려- 그냥 2시에

 

 **역에서 볼까?"

 

 

 어물어물 핑계를 대고 만다.

 

 

 

 

 

 "알았어 알았어- 이쁘게 하고 나와-"

 

 

 하임은 이탈리아에서의 자신의 행색을 떠올리곤 쳇 하고 불평소리를 낸다.

 

 

 

 "......... 내가 전에 진짜 창피했는가 보구나... 알았어 제대로 입고 갈께..."

 

 

 

 

 

 "그래! 출발할때 연락해-"

 

 

 

 

 하임은 전화를 끊고 기지개를 핀다. 그리곤 외출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는 내내 옆집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도 자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그리곤 머리를 , 자신도 모르게 드라이어로 말린다. 원래는 절대 그러는 법이 없었는데.

 

 지혁의 성마른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 하다. 내가 이렇게 씩이나 변하다니.. 그것도 며칠만에

 

 

 

 

 정말 작약답군, 요술같은 사람.

 

 

 뱀파이어가 아니라면 , 마녀일꺼야 ..

 

 마남인가?

 

 

 

 혼자 궁시렁거리고 만다.

 

 

 

 

 작약의 터진 입술이 떠오르고.. 하임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또 아려온다. 하얀 얼굴엔 오늘쯤이면 붉은 멍도 함께 들었을것이다.

 

 

 

 

 

 

 하임은 생각을 떨치려 애를 쓴다. 우린 일주일 내내- 주말까지 하루 더해서 붙어 있었다.

 

 작약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자신이 어제 지나치게 들이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미안하고 , 좀 쑥쓰럽기도 했다.

 

 

 

 

 

 아무리 이제 친구라고 해도 말이다.

 

 솔직히 나는 거의 밀어붙이다 싶이 해서 친구라는 대답을 얻어냈다.

 

 

 

 아무리 그래도.. 어젠 괜찮았는데 되새김질 해 보니

 

 나 어제 좀 찌질찌질 했었던거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임은 준비를 마치고 , 산뜻한 기분으로 문을 살짝 밀어 닫았다.

 

 

 

 

 

 

 옆집을 지나가다가..... 궁금해져서 귀를 기울였다. 점점 기울이다가 ....

 

 귀를 거의 대고 몰래 소리를 들었지만..

 

 

 

 

 

 집은 여전히 고요했다......... 아무소리도 듣기지 않았다..

 

 

 

 하임은 약간의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건물을 나선다.

 

 

 

 

 

 

 

 

 욕심내지 말자.... 이까지야... 욕심내지 말자..

 

 혼자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 혼자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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