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되고 수능을 앞둔 슬비와 건우.
내일이 수능치는 날, 슬비는 친구들과 함께 시험을 보게 될 학교를 찾는다. 그곳에 가서 미리 긴장감을 느껴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 서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서 있다. 그리고 폰을 꺼내 건우가 보냈던 문자를 다시 한번 읽어본다.
[수능 끝나고 만나자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버스 정류장에서]
슬비는 그 문자를 보고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몇 년을 지나다닌 곳인데 왜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건우도 기사아저씨의 도움으로 내일 수능을 치는 학교에 미리 가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버스정류장을 지나가는데 차가 밀려서 계속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건우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웃으며 버스 정류장을 보고 있다. 내일 그곳에서 슬비를 만난다는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드디어 수능치는 날!
슬비는 일단 수능을 치지만 대학을 가는지 안 가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 치고 봐야한다.
반면 건우는 수시로 일단 합격 된 상황이지만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서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을 봐야한다.
{수능시험 보는 중}
수능이 끝나고 잔뜩 흐려있던 하늘은 때 아닌 비를 뿌리며 많은 학생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여기며 다들 얼굴 표정이 밝은 가운데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 나왔다.
슬비도 학생들 사이를 걸어 나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어디로 갈지 정하며 이야기 하느라 바쁜데 슬비의 얼굴은 고민이 가득하다.
"왜 그래 수능도 끝났는데 얼굴 표정이 어두워"
"나 어떡하지 약속이 있어"
"무슨 약속 설마 남자사람 친구?"
"나오든 나오지 않든 일단 가보려고"
"연우오빠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다들 그만 놀려 난 심각하단 말이야"
"알았어 슬비의 연애사를 방해 할 수는 없지"
"다들 조심히 들어가"
"우린 수능 뒷풀이 좀 하고 갈 건데 만약 안 나오면 너도 넘어와"
"알았어"
그렇게 친구들을 보내고 슬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버스를 탄다. 아직 그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우산도 없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을 한 슬비가 건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지만 정작 기다리고 있는 건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비는 계속 내린다.
"또... 또..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연우오빠처럼..."
그 말을 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비를 맞고 옷이 흠뻑 젖은 건우가 그 앞에 서 있다. 그걸 본 슬비가 바로 달려가 안긴다.
"야 나 옷 젖은 것 안 보여 떨어져 그러다가 감기 걸려"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안 오는 줄 알았잖아"
"기사 아저씨 따돌리려고 007작전을 좀 펼치느라 늦었지"
"안 오는 줄 알았어.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
"초딩 6년 슬비 앞에 연우형이 안 나타난 것처럼 나도... 미안"
"아니야 이렇게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보고 싶었어. 미치는 줄 알았어. 너는..."
"나도 보고 싶었어"
그 말에 건우는 슬비를 더 꼭 안아준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하고 둘은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걷는다.
편의점에 둘러 우산을 사고 옷가게로 가서 커플티 느낌이 나는 옷으로 산 두 사람은 갈아입고 비를 맞아 추운지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마주앉는다.
"수능도 다 보고 이제 우리 둘 본격적으로 사귀면 되는 건가?"
"글쎄..."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자신 없어"
"너희 부모님이 나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많은데 괜찮을까?"
"솔직히 말해 부모님이 아니라 형이겠지 안 그래?"
"나 연우오빠 안 기다렸어 벌써 잊었어"
"그래... 그럼 말해도 되겠네"
"뭘?"
"연우형 한국으로 들어온데 조망간"
"그래...."
"그리고 유나누나랑 헤어졌어"
"헤어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까지 생각한다더니"
"유나누나가 형을 뻥 차버렸어. 형은 차였구"
"그랬구나"
"정말 괜찮은 건가?"
"그럼..."
슬비는 생각에 잠긴 듯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고 그 사실을 눈치 챈 건우가 일어나 슬비 옆자리로 가서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