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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6화
작성일 : 17-11-06 22:28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7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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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온다!”

  “꺄!”

  “어떡해?”

  “일단 숨어!”

  기다리던 남학생의 등장에 세 명의 여학생이 교문 담벼락에 붙어서 자기들끼리 난리였다. 그 무리의 리더 격인 주선은 아침저녁마다 이 일과를 빼놓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 교문을 통과한 남학생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남학생은 그녀들이 지켜보는 내내 사탕을 입에 문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우재였다.

 

  “나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잖아.”

  “난 아직도 숨을 못 쉬겠어.”

  주선의 양 옆의 두 여학생들이 호들갑을 떨어댈 때도 주선은 여전히 우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가자! 이러다 놓치겠어!”

  주선은 말과는 다르게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아니었다. 남학생이 모습을 완전히 감춰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그의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오늘은 영어학원에 가는 날이지?”

  “거기는 지난주에 그만뒀잖아.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갈 거 같은데?”

  “아니, 최신정보에 따르면 오늘 우재는 그 친구들 만날 거야.”

  주선은 자랑하듯이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옆에 붙어 있던 안나가 얼굴을 들이댔다. 지난 겨울방학에 한 쌍꺼풀 수술의 부기가 아직 그대로였다. 부담스러웠다.

  “앗, 깜짝이야. 얼굴 좀 치우고 말해!”

  주선은 안나의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밀어냈다.

  “어떻게 알긴, 우재 최측근한테 들었지.”

  “설마, 그 삐쩍 마르고 허연 기지배?”

  다른 쪽에 있던 위선이 팔짱을 끼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너, 아직도 걔랑 연락하는 거야? 걔 믿지 말라니까.”

  안나도 위선의 말을 거들었다. 늘 아옹다옹 하다가도 이럴 때는 쿵짝이 잘 맞는다.

  “아니야. 꼬박꼬박 알려주는 거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야, 넌 그 말을 믿냐?”

  “물론 나도 처음에는 안 믿었지. 그런데…….”

  “너한테 맨날 연락하는 것도 다 케이크 아냐?”

  “페이크겠지.”

  위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나가 핀잔을 주었다.

  “나도 알아! 교정기 때문에 발음이 샌 거 거든!.”

  위선이 발끈했다. 입술 사이로 교정이가 반짝였다. 발끈하는 게 더 수상했다.

  “페이크는 아닌 것 같던데.”

  주선이 골똘히 생각하는 척 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우재를 따라다니던 주선은 저녁마다 우재가 만나는 서희가 눈에 거슬렸다. 새침해 보이는 인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재가 아침에도 빼놓지 않고 서희의 집에 들른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너, 우재랑 무슨 사이야?”

  주선은 다짜고짜 서희가 일하는 편의점에 쳐들어갔다.

  “우재랑은 그냥 친구야.”

  서희는 중학교 때부터 하도 많이 겪었던 일이라 그런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서희의 반응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주선이었다.

  “정말이야?”

  주선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

  서희의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게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우재의 팬들을 대하는 공식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절대로 흥분하지 않는다.’였다.

  “진짜 그냥 친구라고?”

  주선의 톤이 아까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의심의 눈빛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그렇다니까.”

  서희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것도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주선이 한참동안 서희의 표정을 살폈다. 쉽게 끝날 것 같았다.

  “정말 믿어도 돼?”

  주선의 눈동자에서 서희는 백기를 보았다. 마무리에 들어갈 차례였다.

  “원하면 우재 어렸을 때 사진도 줄 수 있어.”

  이 방법은 늘 통했다. 그 증거로 지금 주선은 그녀에게 영혼이라도 갖다 바칠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서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재의 팬들에게 시달렸던 오랜 시간이 서희에게 헛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서희는 주선이 조금 귀엽다고 느껴졌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파마머리와 커다란 눈, 그리고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 살이 푸들을 생각나게 했다.

 

  “넌 그게 문제야. 너무 잘 속아.”

  안나가 허리에 손을 짚으며 담임선생님이 훈계하는 말투를 흉내 냈다.

  “내가?”

  “그래! 너 걔한테 또 밥 사줬지?”

  “아니!”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네.”

  위선이 안나를 거드는 말에 주선은 뜨끔했다.

  “아니, 뭐. 알려주는 게 고맙…잖아.”

  주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위선이 주선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녀는 찢어진 눈을 더욱 치켜뜨며 이번에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의지를 내뿜었다.

 

  일 년 전, 주선은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선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를 다투는 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태어나기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어디를 가도 주인공인 게 좋았다. 주선의 가정은 TV나 신문 1면 장식을 생활화하는 다른 재벌들과는 달랐다. 자수성가로 모은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던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고생하며 기업을 일구신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재벌2세가 아닌 리더로 키우셨다. 아버지는 늘 존경받는 기업인 설문조사에서 1위를 내놓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명예를 중시하는 학자집안 출신이었는데 자다가 방금 일어난 모습에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셨다. 주선의 엄마를 처음 본 주선의 친구들은 늘 같은 말을 했다.

  “대박! 나 후광 봤잖아.”

  “아우라는 연예인한테만 있는 거 아니냐?”

  “넌 아빠를 더 닮았나 봐?”

  주선은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빴지만 부정하지는 못했다.

  “너희 엄마 쓰시는 브랜드 뭐야?”

  엄마를 본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였다. 주선의 엄마는 지나치게 비싸기만 한 명품브랜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명품 중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를 선택해서 오랫동안 사용했다. 그녀는 자신이 관리해야 할 물건이 늘어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주선은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랑스러웠다. 친구들에게 뽐내고 싶었다. 그래서 집으로 친구들도 많이 초대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주선은 변하기 시작했다. 주선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 이후였다.

 

  주선은 투시를 할 수 있었다.

 

  유치원생일 때 처음 투시를 한 주선은 사람들이 전부 투명한 옷을 입고 다니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주선의 부모는 아이가 이상한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또, 그 이상한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나타나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게 했다. 그리고 주선이 가진 능력을 알게 됐다. 그들은 주선의 비밀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리고 주선에게도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내는 일은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재력과 권력의 힘으로 비밀을 지키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 훈련 결과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주선은 유학생활과 관련된 지저분한 소문을 뒤로 한 채 그리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아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선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고등학교를 찾았다. 교장선생님은 그들을 교문 앞까지 마중 나왔다. 외국에서의 학력을 인정받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인 만큼 듣기만 해도 복잡한 절차가 있었던 것 같았지만 주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교장선생님은 아버지에게 침을 튀겨가면서 주선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아버지와 어떻게든 친분을 쌓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이 주선의 눈에도 보였다. 아버지는 어색한 웃음만 간간이 내비쳤다.

  “인사 나누세요. 주선양 담임선생님입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질 때쯤 교장실에 들어온 여선생님을 가리키며 교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이지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선의 아버지가 점잖게 인사했다. 주선은 인사도 잊고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예쁜 얼굴에 옷맵시도 좋았다. 주선은 자기도 모르게 눈에 힘을 주었다. 단정한 옷차림 속에 감추고 있던 선생님의 몸매가 드러났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선생님을 넋 놓고 쳐다보는 주선에게서 존경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버지가 주선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 안녕하세요!”

  주선은 선생님에게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반가워.”

  주선의 배경을 듣고 긴장했던 담임선생님도 주선의 첫인상에 안심하는 눈치였다.

 

  주선은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운명을 만났다.

  주선은 인사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그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본적이 없었다. 주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떨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목소리를 떨지 않는 것만으로 벅찬 시간이었다.

  “우재야, 네가 주선이가 학교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줘. 그래줄 수 있지?”

  정신없이 인사를 마친 주선은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선생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우재라고 불린 그 남학생의 목소리가 주선의 귀에 꽂혔다. 달콤했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그녀는 애써 부여잡던 심장을 아주 놔버렸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주선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재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우주선이 누구냐?”

  한눈에도 불량해 보이는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교실로 들이닥쳤다. 국내 경제규모 1위의 기업인 우신그룹 오너의 외동딸이 전학 왔다는 소문은 이미 학교 전체에 퍼져 있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리를 보는 주선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가라.”

  그들이 주선을 막 에워싸려 할 때였다. 우재가 그들을 막아섰다.

  “우재, 너 언제까지…….”

  그들 중 앞장서서 까불던 녀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일에는 늘 앞장서는 이재민이었다. 애써 화난 표정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긴장된 목소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야, 가자.”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재민이 움직이지 않자 명령을 내렸던 녀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와!”

  우재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탕을 꺼내 입에 물었다. 그 행동이 재민이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씨발! 안 가! 못 가!”

  “이재민!”

  분위기가 급변했다. 재민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명령을 내리던 쪽도 얼굴이 붉어지긴 마찬가지였다. 일촉즉발.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가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이 무리의 곁에서 슬금슬금 멀어졌다.

  “니가 짱이잖아! 저 새끼한테 왜 그렇게 절절 매는 건데?”

  “이 새끼가 진짜.”

  짱이 재민의 멱살을 잡았다. 멱살을 잡힌 재민은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맞을 각오를 하고 짱에게 나름의 충언을 하고 있었다.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라. 괜히 교실 어지럽히지 말고.”

  다시 우재였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소리에 짱이라고 불린 녀석이 잡고 있던 재민의 멱살을 풀었다. 그의 행동에 멱살이 풀린 재민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이 새끼가 끝까지!”

  재민이가 움직였다. 목표는 우재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우재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달려드는 녀석을 가볍게 피했다.

  “그래, 니가 얼마나 대단한 새낀지 오늘 확인 좀 하자!”

  혼자 나뒹굴 뻔 했던 녀석이 앞에 있던 다른 친구들을 부여잡고 겨우 몸을 추슬렀다. 사나운 기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자리 좀 비켜줄래?”

  우재가 아직도 멍하게 앉아있는 주선에게 부탁했다. 두 손을 모아 쥐고 있는 주선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우재는 그런 주선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녀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주선은 그의 눈웃음을 보며 황홀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걱정되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주선은 누군가에게 끌려가다시피 교실 가장자리로 옮겨졌다. 그녀가 시선에서 사라지자 우재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민은 우재가 돌아서자마자 그를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 재민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우재를 때리기는커녕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우재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 균형을 잃었고 혼자 넘어졌다. 그의 주먹은 우재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다. 이상했다. 분명히 우재는 자신을 때리지 않았다. 그냥 어깨에 손만 댔을 뿐이었다. 분명 그것뿐이었는데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서웠다. 우재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존재 같았다.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짱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우재의 입에는 여전히 사탕이 물려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짱을 가리기 위한 탐색전이 시작되었다. 유명한 친구들은 대부분 중학교 때 이미 한 번씩 붙어봤던 터라 굳이 붙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열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냥 고등학교가 아니었다. 선택된 아이들만 다니는 전국 최고의 사립 명문 고등학교였다. 다시 말해서 짱이 되려면 싸움실력과 재력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육근만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이미 유명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두려움의 존재였고,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짱도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바로 기우재였다.

  전국 1등, 그것이 우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졸부라고 불릴 만한 경제력을 가진 집의 외동아들인 것도, 처음 본 사람도 뒤를 돌아보게 만들 만큼 뛰어난 외모도 그가 가진 전국 1등이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초라했다. 그만큼 그가 가진 아우라는 선생님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재 저 새끼 한 번 까자.”

  으스대기 좋아하는 재민이가 얼마 전부터 짱인 근만에게 습관처럼 하는 말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시비 거는 게 취미인 재민이에게 우재는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근만은 그때마다 못들은 척 넘어갔다. 재민이는 근만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공부 1등에 대한 배려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우재는 전혀 근만을 배려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우재의 행동은 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재민이 보기에 우재는 근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우습게 알고 있었다. 재민이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재민이에게 근만은 우상이었다. 큰 키와 다부진 어깨, 남자답게 생긴 얼굴에 성격도 호탕했다. 집에 돈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애들에게 삥 같은 걸 뜯지도 않았다. 게다가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잘 챙겼다. 재민이에게 근만은 남자 중의 남자였고,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근만을 우습게 여기는 놈이 나타났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를 대하는 근만의 태도였다. 모르는 사람이 둘의 대화를 듣는다면 우재가 짱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긴 했다. 근만이 예전에 우재와 붙어서 깨졌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이 다 그렇듯 여러 버전의 이야기가 존재했고, 하나같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부풀려져 있었다. 재민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실체를 오늘 확인했다.

  그날부터 재민은 우재를 피해 다녔다.

 

  ‘기우재를 공공재로’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우재의 진짜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학생들은 공식적으로 기우재의 팬클럽 ‘공공재’를 결성했다. 이미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소규모의 팬클럽이 여러 개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이번 소동을 계기로 그들을 모두 통합하는 하나의 거대한 팬클럽이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팬클럽의 회장은 주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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