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태선
갈마루
임준후
임허규
날 없는 창
노쓰우드
구유
글쓰는기계
유호
이원호
류지혁
사이딘
사이딘
인기영
김원호
인기영
사이딘
약먹은인삼
프로즌
염탁근
이그니시스
강명운
눈매
인기영
눈매
사이딘
이그니시스
강명운
사이딘
이그니시스
사이딘
전정현
 1  2  >>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나는 투명인간
작성일 : 24-01-10 22:51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46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0화

 나는 투명인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초까지는 동네 친구들이 많아서

 어울려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성제의 방해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성제가 겁이나 나와

 사귀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여자친구도 없다. 모두 성제의 철저한 방해였다.

 만일 나랑 사귀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 줄 모르기 때문에 나한테

 말조차 걸지 않았다. 카톡도 문자도 그 흔한 쪽지도 주지 않았다.

 학교 행사에 관한 전달 사항도 인쇄물과 칠판에 적힌 글 말고는

 알 수가 없었다. 철저히 봉쇄되었고, 있어도 투명 인간 취급했다.

 본인들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성제와 그 패거리들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오직 소통은 성제와 그 패거리뿐이었다.

 떡볶이집에 맡겨 놓았던 가방과 교복을 찾았다.

 성제가 내 등에 칼을 찌르면 구멍이 난 교복은 벗고

 준비해놨던 새 교복으로 바꿔 입고 집에 갔다.

 교복에 잉크를 뿌려도 그랬다.

 여벌로 준비한 교복이 동 하복 다섯 벌은 됐다.

  수시로 아주머니가 구멍 난 교복을 기워 주기도 했다.

 

 - 잘 사세요...

 - 멀리 가?

 

 떡볶이 아줌마가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말했다. 오늘따라 떡볶이 아줌마가

 한 치수 작은 청바지를 입었는지 하체가 너무 도드라져 민망했다. 하체가 터질 듯했다. 일본의 성인 잡지의 모델 같았다. 엄마, 아버지를 안 모셔 온 게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심각한데 떡볶이 아줌마가 아버지를 보고 오빠!~ 매달리고 하면 엄마도 그렇고 나도 엄청 난처했을 것이다. 나의 역사적 결단이 빛이 바랬을 것이다.

 

 - 네, 또 놀러 올게요...

 - 잘했어, 잘했어, 니가 한 말을 들으니까, 속이 뻥 뚫리더라, 역시 넌 난 놈이야,

  누가 너처럼 하겠어, 난 그 소리 듣고 깔깔 넘어갔어...

 - 네?...

 - 좆만 한 새끼, 좆도 작은 새끼가...

 

 떡볶이 아줌마가 내가 성제 때문에 피하러 가는 걸 잠깐 깜빡하고 어디 전지 훈련 가는 줄 알고 신나 했다.

 

 - 갈게요...

 - 그래, 너도 잘 살아... 씨...

 -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겁이나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따지면 도망가는 게 맞는데 나는 비참해질 거 같아서 부인했다.

 현실을 깨닫고는 결국 아주머니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들한테 하듯 흐드러진 몸으로 나를 안았다. 나도 아주머니를 안고 토닥였다. 근데 이상하게도 전혀 에로틱하지 않았다. 뛰어나왔다. 나도 울 것 같아서였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고 잘해 줬는데... 떡볶이 아줌마의 지금 심정은 영계 킬러라는 별명을 떨쳐버린, 순수한 아줌마의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며 나를 안았다. 한 번은 성제가 나한테 한 짓에 격분해 오토바이를 일부러 빌려 타고 가다가 꽁꽁 언 쭈쭈바로 성제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간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학교 와서 눈치채지 않게 성제 뒤통수를 보니 진짜로 왕사탕만 한 혹이 불거져 있었다. 그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물을 몇 번이나 내리며 낄낄대고 웃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성제와 그 패거리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웃었지?

 - 오바이트 했어...

 - 오바이트엔 변기 물이 직빵이야.

 

 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거머리와 패거리 둘이 내 머리를 잡고 변기통에 처박았다. 나는 그날 변기 물을 배가 터지게 마셨다. 결국 으엑!~ 하며 거머리 옷에다 내용물을 쏟았다. 질근질근 밟히고 치도곤 맞았지만, 기분은 좋았었다.

  집에서 여권과 짐을 대충 챙기고 김해 공항으로 향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마지막 KAL기였다. 공항은 마지막 일본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로 여행객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은 들떴고 환했다. 나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한지,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냐?... 졸라 엿 같은 세상...

 공항 텔레비전에 성제 이야기로 도배를 했다. 주로 성제와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떤 친야당 공중파 방송은 성제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성제를 모함한 나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다. 엄벌을 받을 거 같아서 몸을 숨겼다고 헛소리를 했다. 그 학생이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는 내용에 성제가 그 학생한테 오랜 기간 따돌림과 시달림을 받아 자살 충동을 느꼈다며 성제 패거리 중 한 놈과 인터뷰한 것을 내보냈다. 그놈과 한 인터뷰가 신빙성이 있다는 자신감에 그놈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았다. 성제의 재크나이프를 빼돌리다가 나한테 두 발로 차인 거머리였다.

 

 - 친구끼리 놀다 보면 한 대 때리기도 하고 한 대 맞기도 하는 건데 꼭 저런 식으로

  마녀사냥을 해야 하나, 공중파 방송국이 말이야, 아직 어린앤데...

 

 아버지는 내막을 몰라서 그러는지 내가 성제를 때린 줄 알고 나를 두둔한다고 한마디 했지만, 사건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에겐 성제를 감싸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 우리 저리로 가서 얘 홍삼이라도 사줍시다, 몸도 약한데...

 

 엄마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내 팔을 끌며 말했다.

 

 - 엄마... 엄마 아들 안 무너져요.

 - 그럼, 넌 꼬치도 크잖아, 넌 언젠가 세상을 평정할 거야, 부럽지 인간들아!

 - 아빠는 솔직히 궁금해 죽겠다.

 

 아버지가 드디어 정색하고 물었다. 내가 성제에게 철저하게 괴롭힘을 당한 걸 말하고 싶었건만 엄마와 아버지는 나와 성제 사이에 대해 이미 선입견(先入見)이 있었고 내 입으로 말해 봐야 구차한 변명 같았다. 그리고 오늘 화끈하게 복수하지 않았나 그러면 됐지, 하는 생각에 성제에 대한 일말의 측은지심이 컸다. 어릴 때 같이 자란 우정이 아직 남아선가? 솔직히 성제 아버지는 속물적이지만 나한텐 잘해줬다. 생색인지 모르지만, 아버지 앞에서 용돈도 잘 줬다. 나 때문에 피해당하지 않았으면 했다. 미운 건 성제지 성제 아버지가 아니니까... 성제 아버지 상대 후보가 유명한 영화배우였다.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높았다. 힘든 싸움이라고 했다. 초박빙의 상태에서 지금은 밀린다는 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성제 아버지가 당선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이번 사건이 성제 아버지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성제 어머니도 세속적이지만 좋은 사람이다. 엄마처럼 자식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다. 엄마라면 다 그런 거 아닌가, 갓난아기 때 성제 엄마 젖을 동냥한 적도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성제 어머니도 미워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식을 위해 비록 비뚤어진 애정이지만 한결같이 치성을 쏟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문제는 성제다.

 언제부터 틀어졌는지, 왜 어릴 적 꼬치 친구인 나를, 지금도 한동네 사는 나를 왜

 지독하게 괴롭히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건가? 그래? 실소가 나왔다. 내가 모욕감을 느끼면 느꼈지, 성제한테 모욕감을 준 적이 있었나? 없었다. 단언코 없었다. 내 머릿속의 기억을 다 더듬어도 단서가 없었다. 뭐지? 아니 그러면 자기 엄마 젖동냥한 거 때문인가? 대신 우리 엄마가 없는 돈에 분유를 사줬잖아, 어떨 때는 하야리아 부대에서 나오는 미제 분유를, 자기도 자기 엄마 젖이 너무 찰져서 설사한다며 싫다고 혓바닥으로 밀어냈잖아, 자기 엄마도 남아도는 젖을 버릴 바에야 차라리 너나 먹으라며 흔쾌히 나에게 젖을 헌납했고, 쪼잔한 새끼... 예수 믿는다는 새끼가, 속이 그렇게 좁냐? 새끼, 목욕탕 가서 모욕감이나 씻어라, 그게 뭔지 모르지만, 새끼야, 근데 나한테 왜 그러냐, 말을 해라 말을 해, 그러면 고칠 건 고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거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할 게... 오열이 터졌다,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인간이라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짓이 학폭이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현세의 화탕지옥(火湯地獄)이다. 집단적(集團的)으로 왕따를 당하고 학폭을 당한 애들이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거나 아파트 고층 창문에서 떨어지거나 극약을 먹거나 손목을 칼로 긋거나 하는 극단적 행위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지금에 와서 내가 학폭을 겪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비상구 없는 상황이 충분히 납득(納得)이 됐고 이해가 되었다. 안 당해 보면 모른다. 당해 보지 않고는 안다고 떠들지 마라, 냉혈한 인간들아,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다, 내일은 원자 폭탄이 떨어져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되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드는 심정을, 누가 아냐? 자기밖에 모른다, 누가 내 무덤가에 꽃을 뿌려주고 노래를 불러줄 것인가? 동네 누나와 문학 공부할 때 알았던 휘트먼의 시가 생각났다. 참담하고 암담했다. 눈물이 났다. 속으로 오열한 게 몇 번이던가...

 내가 한국을 벗어나는 것은 나에겐 죽음과 같은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와 아버지, 날 사랑하는 엄마와 아버지 곁을 떠나는 것은 싸늘한 아들의 시체를 안겨 주기 싫어서다. 도피가 아니라 일종의 살려는 발버둥이다. 나와 같은 입장인 자들은 내 심정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처럼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자괴감이랄까 용렬함이랄까 그런 자의식(自意識)에 괴로워할 것이다. 학폭의 가장 추악한 일면이 바로 이것이다. 피해자가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 용기를 내지 못한 자신에,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냐는 비아냥에... 아 더러운 세상, 어떻게 죗값을 피해자가 정하지 않고 가해자가 정하는 거 같냐...

 김해 비행장 부근 자동차 매매상과 사설 주차장을 하는 아버지 후배의 신출귀몰한 수완으로 나는 15일 관광비자를 받아 KAL기에 올랐다. 착잡한 심정으로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버지의 시린 눈을 의식하며 비행기 트랩을 올랐다. 비행기가 떴다. 비행기가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창가에 앉은 나는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을 멍하니 쳐다봤다. 지난 시절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5 개박살 난 야쿠자 조무래기들 2024 / 2 / 20 51 0 4106   
54 블루 아워 카페에서 격투 2024 / 2 / 19 46 0 4281   
53 동병상련 쥰페이 2024 / 2 / 18 54 0 4440   
52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전쟁 2024 / 2 / 17 50 0 4191   
51 이탈리안 레스토랑 2024 / 2 / 16 48 0 4082   
50 우정이라는 심연(深淵)Ⅱ 2024 / 2 / 16 61 0 4088   
49 우정과 사랑 사이에 뭐가 있을까? 2024 / 2 / 15 65 0 4435   
48 우정이라는 심연(深淵)Ⅰ 2024 / 2 / 14 54 0 4288   
47 명문 학교의 괴짜 선생들 2024 / 2 / 12 45 0 4245   
46 가쿠슈인의 여걸 삼총사 2024 / 2 / 11 40 0 4084   
45 노무라 쥰페이, 나의 절친이 되다 2024 / 2 / 9 60 0 4147   
44 악의 없는 노무라 쥰페이의 결투 신청 2024 / 2 / 8 48 0 4122   
43 스에마쓰 아야코는 스스로 내 여친 2024 / 2 / 6 51 0 4304   
42 신이라 불리는 스에마쓰 아야코 2024 / 2 / 5 50 0 4269   
41 엄마의 복수는 소소했다. 한 끼에 4억 원이라. 2024 / 2 / 3 49 0 5480   
40 살인의 문턱에 선 엄마 2024 / 2 / 1 45 0 4433   
39 날 낳으신 어머니에게 닥친 경악 2024 / 1 / 27 48 0 4181   
38 아버지와 엄마의 순진무구한 만남 2024 / 1 / 25 53 0 4632   
37 멀리 보내는 자식 2024 / 1 / 20 56 0 4029   
36 지렁이도 밟으면... 2024 / 1 / 19 57 0 4130   
35 노이비(怒而飛) 2024 / 1 / 18 55 0 4320   
34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2024 / 1 / 16 53 0 4562   
33 성제 엄마는 몰랐다, 성제를... 2024 / 1 / 14 51 0 5025   
32 죽고 싶은 심정 2024 / 1 / 13 51 0 4974   
31 장성제, 우리는 악마라고 불렀다. 2024 / 1 / 12 64 0 4415   
30 나는 투명인간 2024 / 1 / 10 51 0 4656   
29 학폭의 다양함 2024 / 1 / 9 52 0 4492   
28 벗겨지는 학교폭력의 진실. 2024 / 1 / 6 48 0 4409   
27 급반전(急反轉) 2024 / 1 / 5 55 0 5630   
26 회상(回想), 그 과거의 세계 2024 / 1 / 4 56 0 5131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