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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천마교의 밀사
작성일 : 17-11-03 11:14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9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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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만운표국 접객원에서 차오겸은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백색 장삼을 걸친 문사가 급히 들어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고, 옆에 서있던 수하가 마주 인사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접객원을 맡고 있는 원주 당하문입니다. 요즘 표국에 물량이 많아서 흠흠······, 의뢰할 내용은 무엇인지요? 대인.”

  원주 당하문은 장주관에 보낼 표물 운송이 있는 중요한 날인데다가 평소보다 표물 의뢰가 많아서 정신없이 바빴다.

 

  일손이 부족해 짜증이 날만도 하건만, 표물 의뢰를 한 자들이 예사 인물들이 아니라는 보고에 직접 온 것이었다. 당하문은 그동안 쌓은 연륜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며 예의 친절한 미소로 이들을 맞이했다.

 

  일행의 수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한차례 훑어보았을 뿐인데도 당원주는 이상하게 온몸을 옥죄는 오싹한 기분이 들며 전신에 소름이 돋고 공포심에 손끝이 저절로 떨렸다.

 

  다행히 장삼에 가려 창피함을 모면할 수 있었다. 자신도 기본적으로 무공을 익혔지만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자들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알 수 있었다.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이들의 행색을 가만 보아하니, 고급 비단 옷을 걸쳤지만 일반 상인들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그렇다고 관의 인물이라고 보기엔 무공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고수로 보아 아마도 무림인처럼 생각되었다.

  석연찮은 점은 저들에게서 사파들의 무사들에게서나 느껴지는 비슷한 기운이 흘러나온다는 것이었다.

 

  ‘과히 느낌이 안 좋군.’

  틀리기를 바랐지만, 이런 느낌은 재수 없게도 잘 맞는 편이었다. 당원주는 이들을 상대함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짙은 녹의를 입은 장한의 입에서 무거운 저음이 떨어졌다.

 

  “접객원 원주라고 했소!”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직접 전해야 되는 중요한 물건이 있어서 그러니 표국의 국주님을 불러주게.”

 

  -씰룩

  순간적으로 얼굴을 구겼던 당원주는 재빠르게 얼굴을 최대한 부드럽게 폈다.

 

  아닌 말로 국주가 무슨 집에서 기르는 개도 아니고, 다짜고짜 국주를 찾는 말에 순간 울컥 했으나,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 화를 진정시켰다.

 

  “커험, 무슨 의뢰인지 원주인 제게 말씀하시면 들어보고 국주님께 내용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당하문은 무인들을 상대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다짜고짜 거만하게 허세 부리기를 좋아했고, 그래야만 자신들의 위신이 선다고 믿으며 국주를 찾곤 했다.

 

  이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열심히 혀를 찼다.

  접객 원주라는 작자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자꾸 물어오자 녹의를 입은 장한도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검에 손을 가져갔다가 용케도 화를 가라앉히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끄으응, 참자. 참어.’

  수하된 도리로서 주군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 없기에 억지로 참으며 검에서 손을 떼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것으로 화를 대신하는 장한이었다. 행동을 자제하라는 주군의 명령만 없었다면 이런 표국 정도는 주군의 수하인 자신을 포함한 철연대 일부만으로도 반시진 안에 흔적도 없이 처리할 것이었다.

 

  ‘훗,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옆에 서있던 마른체형의 흑색무복을 입은 사내가 내심 그럴 줄 알았다고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천마교에서 만운표국에 의뢰 할 것이 있어 왔으니, 어서 국주를 모셔오도록.”

  “헛, 천마교에서!”

  천마교라는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간혹 사파에서 비밀리에 표물 의뢰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일개 사파도 아니고 종주인 천마교라니, 그것도 정파의 세력 안에서.

 

  당원주는 놀라 상대가 하대를 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만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물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같았다.

  천마교가 어떤 곳인가. 정파무림과 대적하며 사파무림을 지배하는 사파최대의 문파로 무림맹에서도 쉬이 어쩌지 못하는 문파였다.

 

  무림의 한 방파도 아닌 표국의 접객원주인 자신으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능력 밖이라 두통이 밀려왔다.

  천마교의 무시무시한 소문에 따르면 그들은 참을성이 부족해 수틀리면 일단, 칼부터 날린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 것 같았다.

 

  ‘천마교라니 자칫하면 표국에 피바람이, 그보다 내 목이 먼저 저들에게······.’

  “아, 알겠습니다. 연락을 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십시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단 말인가.

 

  평소 같지 않게 머릿속이 몽둥이에 한대 맞은 듯 멍해진 느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얼른 자리를 피해 자신의 상관인 총관 집무실로 오늘따라 느리게만 느껴지는 미흡한 경공을 탓하며 죽어라 내달렸다.

 

  당하문은 총관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총관은 일단 천마교인들을 만영전(滿影殿)으로 안내하라 지시했다. 당 원주가 나가는 것을 본 총관은 국주에게 전하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여 국주 집무실로 향했다.

 

  “국주님, 총관입니다.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급한 보고? 어서 들어오게.”

  여간해서는 이리 서두르는 일이 없는데 총관이 말한 급한 보고가 무언지 궁금했기에 국주는 냉큼 들어오라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길래 이리 호들갑인가?”

  국주의 물음에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며 총관이 보고했다.

  “국주님. 그것이, 지금 표국에 천마교도라고 밝힌 자들이 들어와 있고, 그들이 용무가 있어 국주님을 직접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무림방파도 아니고 천마교에서 표국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가만, 무사들의 무공실력과 그 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됐나?”

  총관은 잠깐, 떠올리곤 답했다.

 

  “당 원주 말로는 가늠할 수 없는 대단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명수는 표국 안에 넷이 있습니다만, 아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으음, 그 정도로 고수란 말이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더 알아보도록 지시하게.”

  “예. 국주님.”

  국주 황만운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천마교에서 온 무인들이 가늠할 수 없는 고수라면 우리도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다.

 

  “여봐라. 빨리 부국주를 불러라.”

  “예, 국주님.”

  부국주를 데려오라 지시하고, 총관에게는 대표두를 비롯한 표국에 있는 최고수들을 호출함과 동시에 주위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명을 내렸다.

 

  표국에 들어온 이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오늘따라 바쁜 표국이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국주님, 부국주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부국주가 들어가자 내실에는 표국의 주요 인물들이 긴장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부국주의 설명을 요하는 매서운 눈빛을 대하자 총관은 재빨리 상황설명을 했다.

 

  “예. 처음에 접객원을 통해서 천마교가 표물 의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의중을 알 수 없어 우선 만영전으로 안내했습니다.”

  “흠, 만영전에 말이지.”

  천마교 일행이 만영전에 있다는 말에 부국주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표정을 보였고, 이에 한숨 돌리는 총관이었다.

 

  저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는 없었다. 만운표국이 무림에서 크게 이름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은원을 맺어 적대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운표국을 지금보다 더 크게 키울 수 있었으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일부러 적정하게 유지하며 표국을 운영 중이었다.

 

  유추해 보건데, 천마교 무인들이 엄청난 고수인데다가 당당하게 신분을 밝히고 이처럼 정당하게 예의를 지키는 것을 보면 정말로 단순히 표국에 표물을 의뢰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국주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천마교에서 이곳이 본 궁의 비밀 분타인 것을 알고 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야.”

  “으음, 크으음.”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제껏 한 번도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천마교에서 알아낸 것이다.

 

  언제든 표국으로 위장한 분타를 비밀리에 암습이라도 한다면 하는 아찔한 상상에 모두는 침음성을 삼켰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요원할 뿐이다.

 

  국주와 부국주가 모종의 이야기를 나눈 후 모두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천마교인이 있는 만영전으로 향했다.

  천마교에서 대단한 고수를 보냈다고 해도, 초절정 고수 정도가 아니라면 표국 인물들의 연합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한편, 차오겸 일행은 귀빈을 모시는 만영전으로 모시겠다는 말에 거절했다.

  몇 번을 거절해도 소홀히 대접할 수 없다며 한사코 청을 하는 통에 천마교라고 신분을 밝힌 자신들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만영전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표국 치고는 잘 만들어진 넓은 연무장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느 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좀 더 걸어가자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건물이 묘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심 흥미롭다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걸어가던 차오겸의 시선에 만영전이라는 전각이 들어왔다.

 

  “대인. 안으로 드시지요.”

  전각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기의 흐름이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게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진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수하들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차오겸은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고 고민했다.

 

  ‘아무래도 이곳이 이상해. 내가 알고 있는 여타 진법들과는 다르단 말이야. 거참 내 수준으로는 알기 어렵겠는데.’

  미세한 차이였지만 느낌이 수상해 잠시 망설이자, 어느새 수하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으로 주위사방을 점하며 발검자세를 취했다.

 

  -스스슷

  “대인. 무슨 일 이신지요?”

  미간을 찌푸리며 맘에 안 드는 일이라도 있는지 발걸음을 멈추고는 움직일 생각을 않자, 당원주는 오늘 일진이 참 안 좋다고 되 뇌이며 자기 잘못인양 조심스레 물으며 다가가려 했다.

 

  “멈춰라.”

  곧바로 일행 중에 하나가 한 팔을 들어 제지하며 방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눈을 치켜떴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찌푸린 미간을 펴고 눈을 뜬 차오겸이 발을 떼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이만 들어들 가자.”

  “존명!”

  이곳을 접수하러 온 것도 아니었고, 설사 이곳이 용담호혈이라 해도 쉬이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그만 신경을 끊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마교인들을 만영전에 안내 해놓고 국주가 오기만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당원주의 낯빛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문사 출신인 그가 기본적인 무공을 수련 했다고 해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천마교도들의 몸에서 은연중에 뿜어 나오는 마공에 버티기는 힘들었다.

 

  얼마 안 있어 황만운 국주가 만영전에 당도하자 기다리면서 다 죽어 가는 얼굴을 하던 당원주가 반색을 하며 예를 올렸다.

 

  “당하문이 국주님을 뵈옵니다. 이곳에 천마교인들 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기다리는 중이옵니다.”

  “당원주. 수고했다.”

  황국주는 천마교 일행의 숫자에 비슷하게 맞추어 들어가려 했으나, 지금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부국주를 포함한 여럿이 내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실 안에는 들었던 대로 마른체형의 중년인과 나머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대단한 고수들이다. 특히 중년인의 기도가 사파의 하수들이나 내뿜는 조잡한 사기가 아니었다.

 

  은연중 흘러나오는 강한 마기가 범상치 않은 세 명의 수하가 중년인을 보좌하며 자연스럽게 호법을 서고 있었다. 황국주는 긴장감에 등에 땀이 흐르고 속으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꿀꺽, 이자들은 천마교의 하급 무사가 아니라 진짜로구나.’

  총관은 떨리는 속내를 진정시키고 한발 앞으로 나서 포권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만운표국의 총관인 임중하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만운표국의 국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이쪽은······.”

  총관이라고 자신을 밝힌 자가 주위의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한 후 용건을 물었다.

 

  “천마교에서 무슨 볼일로 먼 만운표국을 찾아 오셨는지요?”

  흑의를 입은 강직한 얼굴을 한자가 말을 받았다.

 

  “천마교에서 만운표국에 직접 전할 말과 물건이 있어서 왔소.”

  이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총관이지만 막상 천마교라는 말이 상대의 입 밖으로 나오자 목울대가 오르내렸다.

 

  “으음, 실례가 안 된다면 존성대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천마교에서 철연대의 대주를 맡고 있는 추성도라 하오.”

  “철연대 대주라 하면, 그렇다면, 어헙······.”

  짙은 눈썹과 큰 키가 인상적인 인물이 자신을 철연대 대주라고 소개하자 국주를 비롯한 모두는 깜짝 놀라며 두 귀를 의심했다.

 

  표국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은 강호 곳곳을 다녔고, 그래서 이름난 명문정파의 고수들과 무력 부대들을 익히 알고 숙지하고 있었다.

  표국 일의 특성상 마교를 비롯한 사파의 고수들과 그에 따른 무력들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험난한 강호에서 장수하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천마교에는 화경의 경지에 올라 절대고수의 반열에 든 교주와 부교주를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고수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 초절정고수로 이루어진 장로원이 존재했다.

  장로들은 각각 차이는 있었지만, 서열에 맞는 무력부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베일에 싸여 있는 마교의 무력부대들을 직접 본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장로들과 그 휘하의 무력들의 일부에 대해서는 무림에 알려져 있었다.

  다른 무력부대보다 인원수가 적었지만 하나하나가 뛰어난 초고수들로 유명한 철연대가 있었고, 그런 철연대가 가진 무력은 어지간한 문파쯤은 박살내고도 남을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까지 지닌바 힘을 다 쏟을 만큼의 적을 못 만났을 정도로 대단한 무력을 자랑한다는 소문이 중원에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

  그들 밑으로도 뛰어난 고수들이 즐비했는데 그중에 하나일 것이라 짐작했건만, 이건 너무 상상 밖의 인물이라 당황하는 표국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만운표국만 하더라도 표사들의 우두머리인 표두들 만이 간신히 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기서 부국주는 제외하고 말이다.

 

  대 마두들로 불리어지는 극한의 마공을 가진 소문이 자자한 천마교의 장로들 중에서, 그나마 성향이 온화한 인물인 만화검 차오겸이 이끄는 무력부대가 바로 철연대여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철연대 만으로도 사실 오금을 펴기 힘들 정도인데 그것도 모자라 어지간한 문파의 문주를 하고도 남을 절정 고수로 알려진 대주 추성도.

  그가 어려워하며 예를 다하는 것으로 보아 대주보다 윗줄의 인물로 짐작되는 자까지 자리했으니, 모두가 놀라는 것도 전혀 이상 할 게 없었다.

 

  임총관은 과거에 초절정 고수로 알려진 청성파의 장문인을 먼발치에서 나마 본적이 있었다.

  그때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신위를 자랑했는데 이번에 절정 고수인 철연대 인물들을 바로 코앞에서 대면하자 감히 경원시 할 수 없었다.

 

  총관은 온건한 성향일지라도 마교도는 마교도 일뿐이라 생각하고는 자기의 짐작이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얕게 심호흡을 하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떨림을 감추기 어려웠다.

 

  “소, 송구하지만 혹시, 만화검(萬和劍)님이 아니신지요?”

  마른침을 삼키는 총관의 울대가 지금 그의 심정을 대변하며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중원은 참 오랜만인데 아직도 본좌를 기억하는 자가 있다니 반갑네.”

  이 자리에 있는 그의 존재감은 자연스런 하대와 당당함이 거부감이 들지 않을 만큼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무림에 알려진 그의 존성대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대면할 일이 없었기에 설마이기를 바랐건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황국주 일행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흐읍.’

  황국주는 옆에 있는 부국주를 힐끗 쳐다봤다. 국주를 걱정시킨 것은 앞에 있는 이들만으로도 중과부적인데 철연대 전부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잘못 상대 하다가는 표국에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 날수도 있다는 우려가 황국주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교를 비롯한 사파 무림인들은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강호에서 보기가 어려웠다. 거기다 고수들은 무공실력이 뛰어나 더더욱 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구파일방을 예를 들면 현재 무당, 소림, 화산, 곤륜파 정도만이 화경의 절대고수를 보유하고 있을 뿐 나머지 문파는 초절정 고수가 문파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천마교의 초절정고수로 이루어진 장로중 하나를 보았으니 예삿일이 아닐 거라는 짐작에 이들의 정신은 혼란스러웠다.

 

  ‘얼마나 중하기에 무력부대를 이끌고 장로가 직접 왔단 말인가.’

  그나마 천마교에서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자 만운표국을 대표하는 자들답게 하나 둘 마음의 동요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금실이 화려하게 수놓인 백의장삼을 걸친 국주가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만화검님. 무림 말학인 저로서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허, 영광은 무슨.”

  차오겸은 자신을 비롯한 천마교의 고수를 대함에도 표국의 인물들이 빠르게 안정되어 가자 생각보다 뛰어난 인물들이라고 느꼈다. 마주앉은 황국주를 비롯하여 뒤에 서있는 자들을 상대가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재빠르게 살펴봤다.

 

  총관은 그렇다 쳐도 국주보다 부국주라는 자가 무공이 더 높게 보였다. 무공은 상대적이라 직접 겨뤄봐야 알 수 있는 법이지만, 추대주보다 한 단계 아래의 실력자로 짐작 되었다.

 

  절정 고수인 추대주와 겨룰 정도의 실력 있는 인물이 표국에 몸담고 있다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차오겸이었다.

  뒤에 서있는 자들도 하나같이 표국의 표두라 보기엔 무공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보였고,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차오겸과 마찬가지로 표국의 국주인 황만운도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천마교도 충분히 표국에 의뢰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표물을 의뢰하기에는 너무도 고위급 인사가 왔다는 것이 문제였다.

  황 국주는 짚이는 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혹시나 하며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었다.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만화검님이 몸소 표국에 발걸음을 하셨는지요?”

  “내가 이곳에 직접 온 이유는 천마교의 교주님께서······.”

  -스윽

 

  차오겸은 천천히 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가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별것 아닌 그의 행동이 실내의 공기를 미묘하게 만들고 있었다.

  황국주 뒤의 인물들은 실력차이가 현저히 나는 것을 알고 있으나 본능적으로 검에 손을 가져갔다.

 

  ‘후우, 입이 바짝바짝 타는군.’

  곽 대표두는 입이 마르고 땀이 나는지 옷에 손을 문지르고 있었다.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마교에게 질수는 없다고 몸에 내력을 돋우며 출수 준비를 했다.

 

  “험, 험······.”

  표국의 인물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하자 겸연쩍은 차오겸은 헛기침을 하고, 품에서 옥패를 꺼내 국주가 잘 볼 수 있게 탁자 중앙에 올려났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자들이 보였다. 그만큼 긴장감을 감추고 있었다.

  붉은 색으로 팔각의 모양을 하였으며 한가운데 의(意)가 정교하게 새겨진 것이 한눈에 봐도 뛰어난 장인이 만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이것은 과거에 만든 밀사의······.”

  거기까지 말한 황만운은 놀라며 옆에 있는 부국주와 눈빛을 교환했다.

 

  사파 무림에서는 과거 정사대전 이후, 패인의 이유 중 하나로 결속력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하지만, 사파의 특성상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 없는데다 서로간의 불신으로, 정파 무리들처럼 무림맹 같은 단체를 만들어 화합을 이루어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고심 끝에 천마교와 혈마교, 밀궁을 비롯한 사파계열의 대 문파들을 중심으로 협의한 결과, 조율을 목적으로 밀사를 만들어 두게 된 것이다.

  밀사들은 홍옥으로 특별하게 만든 신분패를 지니며 모든 것에 우선시 되었다.

 

  서로 간에 오랫동안 견제를 하며 지내왔던 터라 손을 내밀지 못하기도 했지만, 문파간의 자존심 때문에 쉽사리 활용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졌다.

 

  그런, 밀사라는 자리를 만들어 놓은 이후에 거의 명맥만 유지하던 비밀 신분인 밀사가 마침내 움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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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당신의 염원이 하늘에 닿기를 2017 / 11 / 16 40 0 5765   
15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며 2017 / 11 / 15 21 0 4525   
14 강시 대법이 시작되다 2017 / 11 / 14 30 0 6780   
13 강시 제조 2017 / 11 / 13 45 0 6160   
12 미끼를 물다 2017 / 11 / 11 35 0 6292   
11 어둠의 화살 2017 / 11 / 10 46 0 6677   
10 이런, 개도 안 물어갈 적표와 화령 2017 / 11 / 9 35 0 5110   
9 천수검과 수미혼 2017 / 11 / 8 39 0 9985   
8 자혼 강시 2017 / 11 / 7 53 1 8806   
7 수작질에는 수작이지! 2017 / 11 / 6 35 0 8684   
6 만년화정 2017 / 11 / 5 54 0 8295   
5 천마교의 밀사 2017 / 11 / 3 40 0 9534   
4 무학은 길고, 인생은 짧구나! 2017 / 11 / 2 66 0 7753   
3 운명은 시작되었다 2017 / 11 / 1 74 1 9554   
2 마병기(魔兵機) 2017 / 10 / 31 121 1 7077   
1 시작 (2) 2017 / 10 / 31 477 1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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