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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명장제약
작성일 : 22-02-18 22:45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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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합리화와 함께 식사 준비를 마친 일호는 수저를 들었다.

 

 "심심한데 뭐라도 보면서 먹을까?"

 

 혼자 먹기 적적했던 그는 리모컨을 들어 거실 TV를 켰다. 주방과 거실이 트여있어서 식탁에서 TV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지금 시간에 뭘 하려나."

 

 화면이 나오기도 전에 일호는 무슨 내용이 나올지 예지할 수 있었다.

 

 "또 카쟝이나 백 사장님이 나오겠지."

 

 그의 예상이 맞았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방영되는 방송들은 '백민관의 노화 저해제'나 '카쟝의 현상금'을 주제로 삼고 있었다. 너무나 뻔한 방송이 지겨워진 일호는 리모컨의 채널 버튼을 연속해서 눌렀다. 채널이 20개가 넘어가고 나서야 그의 시선을 끄는 방송이 나왔다.

 

 [▶현장 보고- 달구시의 현재]

 

 일호는 뭔가에 홀린 듯 화면을 응시했다. 처음 보는 방송이었다. 보아하니, 취재 기자가 달구시로 직접 들어가서 현장 취재를 한 모양이었다. 화면에는 달구시의 모습이 나왔다.

 

 "달구가 저렇게 생겼구나."

 

 TV를 통해 달구의 도적단은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달구시의 모습을 시청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였다. 화면 속 기자는 넝마를 걸친 걸인 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전방을 주시한 채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네. 이곳은 달구시의 중심부입니다."

 

 중심부라고는 하지만 영락없는 빈민촌이었다. 취재 카메라는 중심부의 큰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마도 옷이나 가방 속에 카메라를 숨긴 것 같았다.

 

 "이 길로 쭉 걸어가 보겠습니다."

 

 마루시의 번화가에나 있을 법한 큰 대로였지만 나와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들의 옷차림도 마루 시민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말끔한 맞춤 정장이 마루 중심부의 상징이라면, 화면 속 인물들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추리닝이 대부분이었다. 꼬마의 경우에는 옷을 제대로 입은 아이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제각각의 옷차림 속에서도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보시다시피 달구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화면을 바라보던 일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동시에 그의 입술은 낮게 읊조렸다.

 

 "학목 바이러스."

 

 이틀 전에 봤던 뉴스가 뇌리를 스쳤다. 일호는 방송을 통해 '학목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취재 기자는 그의 기대를 싹둑 잘라버렸다.

 

 "학목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저번 주의 현장 보고에서 설명해드린 바 있습니다."

 

 "쳇, 이미 나온 주제였나."

 

 그제야 일호는 눈길을 돌려 화면 상단에 적힌 오늘의 주제를 발견했다.

 

 [▶달구의 도적단들]

 

 '도적단?'

 

 방송에 대한 일호의 관심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그런 일호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기자는 중심부 한쪽에 무너진 건물로 서슴없이 접근했다.

 

 "골격으로 봤을 때 이곳은 2층 빌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손에 든 일호였다. 그러나 무너진 건물을 왜 보여주나 싶어 잠시 기다렸다.

 

 "어제 저녁까지만 하더라도 신흥 도적단 중 하나인 '우마단'의 본거지였다고 합니다."

 

 본거지치고는 너무 처연했다. 화면 속 건물은 폭발사고라도 있었던 것처럼 일부만 남기고 무너져있었다. 건물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앙상한 구조물이었다. 지나가다 봤다면 그냥 몇 달 된 폐허로 보일 정도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일호의 손가락은 아직껏 채널 버튼 위에 고정되어있었다. 기자는 일호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밤, '흑사단'이 이곳에 공격을 가했습니다. 우마단의 두목을 포함하여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실상 우마단은 소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의 도적단이었다.

 

 "흑사단?"

 

 도적단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집단이었다. 일호도 흑사단을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행하는 도적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최근 들어 여러 도적단들이 흑사단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껏 알려진 바로는 사흘 간 다섯 도적단이 흑사단에 의해 패망했으며 사상자도 700명 안팎으로 여겨집니다."

 

 도적단들의 소식을 전해 듣던 일호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말 그대로 이이제이잖아?"

 

 리모컨은 이제 일호의 손에서 내려져 있었다. 학목 바이러스 못지않은 흥밋거리가 일호의 구미를 돋우었다.

 

 

 ***

 

 

 "리브, 목소리는 잘 들립니까?"

 "응, 걱정 마. 소리 안 잡히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리브의 목소리가 왼쪽 고막을 흔들었다. 리브가 개조한 초소형 이어폰이었다. 귓구멍에 넣었기 때문에 귀지가 쌓이지 않은 이상 잘 들릴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믿겠습니다."

 

 [AM 08:20]

 

 카쟝은 아침 일찍부터 명장제약회사에 도착해있었다. 일차적으로는 명장회사의 내부구조를 파악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도둑은 범행 후에, 주의 깊은 도둑은 범행 전에 현장으로 온다.'

 

 한밤중에 텅 빈 회사를 노릴까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인기척을 들키기 쉬웠다. 또한 사전조사 결과, 밤 10시 이후부터는 보안이 한 층 더 강화되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한 카쟝은 아침을 택했다.

 

 '인파와 함께 흘러 들어가는 방법이 낫겠어.'

 

 카쟝은 건물 외관을 쭈욱 올려다보았다.

 

 “30층 정도 되나?”

 

 카쟝의 턱이 하늘로 치솟을 만큼 고개를 들어야 건물 꼭대기가 보였다. 그 꼭대기부터 지하까지 전체가 명장제약이었다. 건물 최상층에는 [명장제약]이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옥상엔 헬리콥터 승강장도 있었다.

 

 “말이 회사지, 대학병원 이상이잖아.”

 

 리브도 카쟝의 넥타이핀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엄청 크네요. 얼추 4000평정도 되려나."

 “땅만 팔아도 3대가 먹고 살겠는데.”

 “3대가 뭐에요, 한 10대까지는 펑펑 놀아도 되겠어요.”

 

 하루마다 땅값이 성큼성큼 오르는 마루시였다.

 

 "전체 규모는 20000평이 족히 넘겠어요."

 

 마루시에 이 정도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명장제약뿐이었다. 부지와 건물만으로도 명장제약의 위용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 출근하러 갑니다."

 "근데 명장제약 사원으로 변장 안 해도 괜찮겠어?"

 "응. 오늘은 이대로면 충분해요."

 

 카쟝은 얼굴만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위장을 했다. 그는 옆 건물 유리창으로 변장을 재점검했다. 실제보다 10살 정도 많아 보이는 남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과한 변장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경비원이 모든 사원의 얼굴을 알고 있을 리가 없기에 특별한 변장은 필요 없었다.

 

 "역시 가발보다는 염색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네요."

 

 그의 안경 위로 갈색 머리가 보였다. 어제 저녁에 염색한 머리였다. 그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새치도 그의 작품이었다.

 

 "다른 사원으로 위장해봤자 그 사원의 지인들을 만나면 피곤해질 뿐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외형이 돌아다니기에 편해요."

 

 명장제약이 워낙 큰 회사였고 그만큼 사원들이 어마어마한 탓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카쟝의 궁극적인 목표는 DTS virus 치료제였다.

 

 "분명 개발되어있을 거야."

 

 백민관의 가방에서 나온 자료를 샅샅이 뒤져봤으나 결국 나온 정보 대부분은 DTS virus 자체에 대한 내용이었다. 치료제에 대한 내용도 있었으나 약제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제의 생산방법이나 생산여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카쟝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카쟝, 그래도 조심해."

 

 리브도 사전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1) 명장제약 내에 학목 바이러스 전담팀이 있다

 (2) 치료제 개발은 초기단계이다.

 

 그 외의 정보는 명장제약의 인트라넷에 존재하지 않았다. 의심을 가지고 더 검색해봤지만 치료제에 대한 정보는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리브의 끈기는 거기서 끊기지 않았다. 리브는 제한된 인트라넷을 침투하여 'DTS'라는 키워드로 끈질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년 전에 DTS virus를 연구했던 기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기록을 처음 발견했던 리브는 고개를 갸웃했다.

 

 "학목바이러스 전담팀은 생긴 지 10개월도 안됐는데?"

 

 DTS virus팀은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중단한 것으로 나왔다. 정확히 어떤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 봐서는 학목 바이러스와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었다. 조사를 마친 리브는 혀를 내둘렀다.

 

 “혹시라도 DTS virus에 대한 사실이 발각될까 봐 문서를 안 남긴 거야.”

 

 카쟝은 DTS virus의 치료제가 이때 이미 개발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주의자인 백민관이 치료제도 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리가 없어.'

 

 카쟝은 넥타이의 위치를 중앙으로 맞췄다. 이제 직원들 사이에 숨어 태연하게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카쟝은 명장제약의 1층 정문으로 걸어갔다. 회사로 들어가기 전, 그는 주위를 쓱 훑어보았다. 카쟝의 주위로는 전부 출근하는 직장인들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여기로 출근하나?"

 

 회사의 규모만큼이나 사원들도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건물 옥상에서 봤다면 개미떼가 개미굴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보일 듯했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덕분에 카쟝의 존재는 누구의 관심도 사지 못했다.

 

 '출근하는 기계들 같네.'

 

 정문은 센서형 자동문이었는데 출입이 많은 아침에는 그냥 활짝 열어 놓았다. 카쟝도 인파에 휩쓸려 정문에 다다랐다.

 

 '일단 회사 내로 진입했고.'

 

 카쟝이 회사 로비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어?’

 

 카쟝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다리가 휘청거렸다.

 

 '뭐지?'

 

 누군가에게 정체를 들킨 건 아니었다. 돌발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단지 카쟝만이 주춤거렸다. 그의 흔들림을 포착한 리브는 바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어?"

 

 하지만 카쟝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카쟝은 회사 내부를 보자마자 강렬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데자뷰는 예전에도 많이 느껴봤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카쟝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왜 눈에 익은 거지?’

 

 높은 천장과 수많은 유리창, 베이지 색 바닥까지 카쟝의 머릿속에 한데 섞여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로비 정면에 붙은 3m 높이의 백민관 초상화를 보는 순간엔 정신을 잃을 뻔했다.

 

 '안 돼! 정신 차리자.'

 

 카쟝은 비틀거리다가 정문 옆에 서 있던 기둥에 기댔다. 카쟝의 등과 이마로 식은땀이 맺혔다.

 

 "카쟝, 왜 그러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니야."

 

 카쟝은 단순한 현기증으로 여겼다. 겨우 현기증으로 일을 그르칠 순 없었다. 여전히 그림 속 백민관은 근엄한 얼굴로 카쟝을 내려다봤다. "나는 네가 침입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림에서 강압감이 느껴지네. 저게 그 권성환의 작품이랬나?'

 

 그 작품은 마루시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인 권성환 화백의 작품이었다. 20년 전, 백민관이 권 화백에게 직접 주문한 초상화였다. 그 당시만 해도 50억의 거금을 들여 제작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권성환이 세계적인 화가가 된 지금은 20년 전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끄응....'

 

 카쟝은 초상화와의 눈싸움을 마치고 정신을 붙잡았다. 로비로 들어가니 중앙에 사원증을 찍는 곳이 나왔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직원들은 일렬로 서서 그 장치를 지나고 있었다. 카쟝도 줄을 따라 자리를 잡았다. 그는 리브가 만들어준 사원증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삐비빅- 삐비빅-

 

 카쟝이 그 장치를 지나가는 순간 경보음이 울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카쟝은 몸이 굳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리브도 당황하는 동안 카쟝에게 경비원이 다가왔다.

 

 "이거 또 금속 탐지기에 걸리셨네. 혹시 옷 속에 쇠붙이로 된 물건 있으면 옆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들어가세요."

 "아, 죄송합니다."

 

 사원증이 문제가 아니라 금속 탐지기에 걸린 것이었다.

 

 '예상 외의 변수다.'

 

 어젯밤 명장제약을 조사했을 때 회사에 금속 탐지기가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건가? 이거 낭패인데.'

 

 카쟝은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빼는 척하며 뒷사람에게 먼저 가라고 양보했다. 카쟝은 몸에서 빼내야 할 금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몸에서' 빼내야 했다.

 

 '휴대폰이랑, 넥타이핀, 귀에 넣은 통신기랑, 또... 목에 넣은 음성변조기까지.'

 

 카쟝은 헛기침을 하며 목에 넣어 놓은 음성변조기를 꺼냈다. 그는 음성변조기를 손으로 으깨서 휴지통에 넣었다.

 

 "리브, 음성변조기는 그냥 버릴게. 오늘은 말할 일 없을 거야."

 "알겠어. 이제 통신기랑 음성변조기를 금속 말고 다른 물질로 만들어야겠어. 회사에 금속 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을 줄이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카쟝은 카메라가 달린 넥타이 핀을 떼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그 핀을 금속탐지기를 향해 찼다. 넥타이 핀이 바닥을 미끄러지며 금속탐지기를 지나갔지만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저 정도 크기는 감지되지 않네.'

 

 다행히 통신기도 소형 이어폰이었기에 큰 의심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카쟝은 다시 들어가며 사원증을 댔다.

 

 삑-

 

 사원증을 인식기에 대자 입장을 허가하는 전자음이 들렸다.

 

 [임원준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임원준'은 실제 명장제약 사원이었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 수 있었지만 출입기록을 조사할 때 들키기 십상이었다. 보안에 철저한 명장제약의 경우 특히 위험했다. 따라서 리브가 임원준의 정보를 따와서 카드에 입력시켜 놓은 것이었다. 실제 임원준은 오늘 휴가였기에 출입기록이 중복될 일도 없었다. 오늘만큼은 카쟝이 명장제약 개발3팀 임원준이었다.

 

 '여기까지 통과하는데도 우여곡절의 연속이네. 그래도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진즉에 건물 구조를 익혀온 카쟝이었기에 거침없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 동안 그는 신발끈을 확인하는 척하며 넥타이 핀을 주웠다. 카쟝은 핀을 넥타이 중앙에 잘 고정 시킨 뒤 다시 전진했다. 엘리베이터는 양 쪽으로 4대씩, 총 8대가 즐비해있었다. 사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서서 차례차례 일터로 이동했다. 카쟝도 사원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실험실은 3층부터 6층까지. 3, 4층은 신약 전용 실험실, 5층은 기성 약품 실험실, 그리고 6층은 종합 실험실 겸 약품 보관실.’

 

 카쟝은 6층을 눌렀다.

 

 ‘치료제가 만들어졌다면 십중팔구 6층에 보관되어있겠지.’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오르자 카쟝은 6층의 구조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연구실 입구가 나오고, 들어가면 우측에 탈의실이 나온다. 탈의실 끝에는 실험실로 통하는 입구가 나온다. 실험실 한 편에는 약품보관소가 있으며, 약품은 이름순 또는 개발 날짜순으로 정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6층의 구조를 그리며 동선을 계산하던 때였다.

 

 턱-

 

 누군가 카쟝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카쟝은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뭐지?’

 

 손의 주인은 카쟝의 뒤에 서있었다.

 

 '누구?'

 

 현재 카쟝은 얼굴을 반쯤 가리는 긴 머리, 그 마저도 검은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했다. 또한 갈색 눈동자를 가리기 위한 검정 렌즈, 특수 제작한 코, 일주일 간 면도하지 않은 듯한 수염, 그리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두둑한 뱃살도 두르고 있었다. 누구를 흉내 내는 맞춤 변장은 아니었지만 피곤에 찌든 연구원 역할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당연히 카쟝을 알아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카쟝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동안에도 어깨의 손은 내려가지 않았다.

 

 '들켰나?'

 

 곁눈질로 흘끔거렸지만 뒷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뭐야. 오늘은 웬일로 1층에서 타네? 차 안 가져 왔어?"

 

 손의 주인이 말을 걸었다.

 

 '잘못 본 거겠지.'

 

 카쟝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어깨 위에 올려진 채였다. 그 손을 무시하고 싶었지만 주위의 시선이 점점 카쟝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카쟝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꿀꺽-

 

 서서히 고개를 돌리니 승강기에 탄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머리를 덜 말리고 온 중년 여성, 푸른 바다빛깔 넥타이를 맨 젊은 남성, 그리고 어깨에 올린 손의 주인.

 

 '누구?'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으로 추정. 잘 다듬은 수염, 오른쪽으로 한껏 올린 헤어는 그의 깔끔한 성격을 보여주었다.

 

 "...."

 

 카쟝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멀뚱히 그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단지 카쟝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추측은 빗나갔다.

 

 "어? 어제 라면이라도 먹고 잔 거야? 얼굴이 부었는데? 코가 무슨 한라봉이야. 가까이서 봐서 그런가? 지나가다 마주쳤으면 못 알아봤겠어."

 

 카쟝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그는 원래 카쟝을 알던 사람처럼 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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