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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화)
작성일 : 19-10-01 22:34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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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발생하고 곧바로 사건 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조사했지만...... 우연인지 아니면 범인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장소를 택한 것인지 모르지만 범행이 이루어진 현장 주변에는 단 한 대의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차 형사의 말에 자리에 앉아있던 강력반 형사들이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황당해했다. 그건 민 반장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디흔한 것 중의 하나가 CCTV였다.

  요즘은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할 정도로 일상화 되었는데 사건 현장 주변에는 단 한 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차 형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맞은편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박 형사가 차 형사를 쳐다보며 제대로 알아 본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박 형사의 목소리에 빈정거림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차 형사는 속으로 화를 참으며 사건 현장 부근의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지도에는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반경 2킬로미터 내의 올림픽대로와 반포대교 주변에 설치된 모든 CCTV카메라가 빨간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차 형사가 지도를 확대 시킨 뒤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지금 이 지점이 사건 현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장에서 잠실방향으로 4백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교통정보 수집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사건 현장과는 너무 멀고 거기에다 중간에 반포대교가 가로막고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차 형사가 레이저 포인터로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반대쪽 여의도 방향으로도 제일 가깝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서래섬 카메라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너무 멀고 반대편 차선에 설치되어 사건 현장을 확인 할 수 없었습니다.”

  차 형사가 지도에서 눈을 떼고 박 형사를 노려보았다. 박 형사가 모르는 척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첫 보고부터 벽에 부닥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 반장이 아무 말 없이 턱만 손가락으로 비벼대고 있었다. 차 형사가 레이저 포인터를 탁자위에 놓으며 말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본다면 범인은 그 장소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범행 장소가 주변에 설치된 어떤 CCTV에도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이고, 주변의 아파트 단지와 거리가 상당히 멀고 높은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정말 차 형사의 말처럼 한 눈에 봐도 확실히 사건 현장은 강변에 줄지어 서 있는 아파트 단지나 둔치 공원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도 적어도 몇 백 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렇다고 전혀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차 형사의 말에 강력반 형사들이 전부 차 형사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입니다……. 사건 당일 새벽 2시 43분 26초에 서래섬 카메라에 그 지점을 통과하는 정 의장의 승용차가 찍혀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따라서 사건은 새벽 2시 45분경이라고 단정 지어도 좋을 듯합니다.”

  서래섬 카메라에서 사건 현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1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자동차의 주행 속도를 감안해 볼 때 서래섬 카메라에 찍힌 시각이 사건이 발생한 시각과 거의 비슷하다고 단정 지어도 될 것 같았다.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조금 전의 지도를 다시 올려봐.”

  민 반장의 말에 차 형사가 다시 스크린에 현장 지도를 띄웠다.

  “좋은 정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민 반장이 자기 앞에 놓인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었다. 이미 커피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민 반장은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형사들이 민 반장을 쳐다보았다.

  “사건이 벌어진 올림픽대로는 자동차전용도로란 말이야? 그런데 범인은 어떻게 현장으로 접근한 거지?”

  “범인도 차를 탔겠죠?”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로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김 형사가 말했다. 다른 형사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민 반장이 김 형사를 잠시 바라 본 뒤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지. 왜 범인이 탄 차량은 CCTV에 잡히지 않았을까? 범행을 저지른 뒤 올림픽대로를 타고 도주했다면 최소한 한 곳에서라도 잡힐 수밖에 없지 않겠어?”

  “맞네!...... 범인이 올림픽도로를 타고 도주했다면 반포대교 CCTV에 잡혔겠네.”

  민 반장의 말에 김 형사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포대교에서 빠져 강남으로 빠진 거겠지 뭐.”

  박 형사가 뚱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뒤끝을 흐렸다. 아마도 자신할 기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차 형사가 그런 박 형사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조작해 지도를 이동시켰다. 화면에 반포대교에서 이어지는 강남대로 주변이 비쳐졌다.

  “그건 아닐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반포대교 진출입로를 기준으로 반경 2킬로미터 이내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전부 조사해 봤는데...... 범인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은 찾을 수가 없었어.”

  차 형사가 다시 지도를 위로 스크롤 시켰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두 블록 떨어진 성모병원 사거리에 설치된 CCTV인데……. 범행 추정 시각을 전후해서 용의 차량으로 보이는 수상한 차량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

  “그럼 뭐야? 귀신도 아니고……. 하늘로 솟았나?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거야?”

  박경민 형사가 마치 범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차 형사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 형사의 정화되지 않은 말에 차 형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박 형사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민 반장은 두 형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정말 성격과 스타일이 극과 극일 정도로 판이하게 달랐다. 박 형사는 올해 서른 네 살이었지만 아직도 장가를 가지 못한 노총각이었다. 경찰에 들어 온지는 강력반 형사 중에서 제일 오래됐지만 올해서야 겨우 경위 계급을 달았다.

  그것은 박 형사가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종종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인사고과에서 항상 꼴찌를 도맡다시피 했던 탓이 더 컸다. 민 반장이 여러 차례 실수를 수습해줬기에 그나마도 이번에 진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했는데도 신기하게도 주변에 여자가 많았다. 만나는 여자가 수시로 바뀌었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바람에 그가 지금 누구와 교제중인지 아는 사람은 같은 강력반 형사 중에서 한 명도 없었다.

  거기에다 술을 입에 달고 살아 사무실에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 박 형사를 보고 자기 딸을 줄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 나이가 되도록 박 형사가 총각인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 것 같았다.

  그런 박 형사를 보는 민 반장의 마음에는 언제나 걱정이 앞섰다. 가득이나 박봉의 경찰 봉급으로 저렇게 방탕할 정도의 생활을 하다 결혼 후에 생활을 순탄하게 할지도 걱정이었고, 잠복근무와 밤샘수사를 밥 먹듯 하는 강력반의 업무상 그의 체력이 견뎌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실제 잠복근무 중에 차 안에서 깜박 졸아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적도 있었다.

  또 박 형사는 혼자 사는데도 항상 돈에 쪼들리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형사 봉급이 박봉이라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동료 형사들에게 자주 돈을 빌리는 것 같았다.

  그 중에는 아직 못 갚고 있다는 것도 있고, 때로는 과할 정도로 큰 금액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민 반장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다. 자기가 도움을 줄 수도 없는 마당에 아는체 해봤자 서로가 민망할 것만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박 형사였지만 동료 형사들에게는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아쉬운 손을 내밀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수사 업무에서도 파트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남다른 뭐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돈 문제는 항상 갈등과 다툼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위험을 마주하는 강력반 형사들에게 파트너와의 갈등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중요한 철칙이었다. 갈등이 동료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코’라는 그의 별명답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을 정도였다. 형사는 발로 뛰어 범인을 잡는 것이라는 다소 구닥다리 같은 그의 지론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사건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 장점이었다.

  박 형사는 매춘부나 조폭, 하다못해 노점상인들까지 자기의 정보원으로 삼을 만큼 발이 넓었다. 그들로부터 얻은 정보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요긴할 때가 많았다. 그런 방법으로 자칫 장기화될 뻔했던 사건들을 해결한 것이 여러 건 있었다.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강력반 형사로 근무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능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차 형사는 소위 엘리트 경찰이었다. 경찰대학 출신으로 이제 경찰에 입문한 지 삼년밖에 안됐지만 벌써 경감 승진 대상으로 꼽히고 있었다. 나이는 박 형사보다 두 살 더 어렸지만 조만간 민 반장의 뒤를 이을지도 모를 수재였다.

  경찰대학 시절 다져진 단단한 체격은 항상 신선함으로 넘쳤고 그의 말과 행동은 활기찼다. 같은 점퍼 차림이어도 박 형사가 유행이 지난 다른 사람의 옷을 얻어 입은 것처럼 후줄근해 보이는 것에 비해 차 형사는 깔끔하고 스포티했다.

  박 형사가 직감에 의한 수사를 한다면 차 형사는 철저한 데이터와 프로파일링에 의한 수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모든 정보와 단서들을 경찰청 범죄정보기록원에 등록된 자료들과 비교 분석하여 사건의 유형을 파악하고 수사 방향을 잡았다.

  동료 형사들은 그를 형사라고 부르기보다 과학수사원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분석된 정보와 단서를 근거로 퍼즐을 맞추듯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수사 능력과 방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형사 외에는 어울릴 직업이 없어 보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로 나이와 출신, 수사 방식이 달랐지만 두 사람 다 그런 것에 억매이지 않았다. 가끔 수사 회의나 수사 과정에서 싸울 듯이 서로 치고 받기도 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금세 툭툭 털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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