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가 도착한 곳은 허름한 건물 앞. 채린은 그 주변에 차를 세우고 건우의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건우 옆으로 지나가고 혼자 걸어나오는 슬비를 보자 다가가 붙잡는다.
"채린이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줄게"
"난 알고 싶지 않은데 너의 입에서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안 듣고 싶어"
"그럼 내가 설명할까요?"
건우와 슬비가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모델같은 키와 몸매 온몸에는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들로 몸을 둘러 당당하게 서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말만하면 다 아는 집안의 막내딸로 지금은 건우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채린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친구끼리 그런 존칭은 좀 촌스럽지 않나? 좀 실망인데 건우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때문에 힘들어 하다니"
"그만두지 못해"
"내 입을 막으려면 그 어떤 방법도 없어 키스를 한다면 모를까?"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만 갈게"
"그래요. 같이 서 있기엔 레벨이 너무 안 맞아서 좀 창피한데 빨리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네요"
"야 채린이 너 정말..."
"앞으로 내 잎에서 어떤 말이 더 나올지 몰라!"
건우는 결국 채린의 입을 막기 위해 슬비가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한다. 그냥 입술만 닿는 키스를 하는 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진하게 키스를 하는 채린.뒤늦게 사무실에서 걸어나온 연우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슬비의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그리고 자신도 고개를 돌려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만가자"
"오빠..."
"도건우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오해야 넌 언제부터 여기를 따라왔어"
"내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귀고 있는지 궁금해서 따라왔지"
"우린 학교 안에서만..."
"아니 이제부터 아니 지금부터 학교 밖에서도 넌 내 남자해야해"
"내가 왜 그렇게 해야되지"
"내가 널 궁금해 하기 시작했거든... 내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거든..."
결국 건우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채린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연우도 슬비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데려간다.
억지로 차에 태워 도로를 달린다.
"그걸 다 보고 있어?"
"건우가 뭔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눈빛이었어요"
"그랬지만 결국 더 안 좋은 구경만 하게 됐지..."
"또 속은 걸까요? 건우의 그 눈빛에"
"그런지도 모르지"
건우는 투덜거리며 걷고 있다. 그 뒤로 따라가는 채린은 높은 굽에 거리를 걷는 것이 많이 불편해 보이고 참다못한 채린은 앞에 걸어가는 건우에게 그 굽이 높은 구두를 벗어서 던졌다. 그 구두는 건우의 등을 스쳐지나가고 그것을 느낀 건우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선다.
"나 다리 아프단 말이야 어디까지 걸어가는 건데..."
"그럼 먼저 가 난 좀 걸을테니까"
"난 걷는게 제일 싫어"
"그러니까 그만 돌아가라고"
"그럼 차까지만 데려다줘"
"뭐라고 너 정말 대책없다"
"그래도 어쩔 수없어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어"
건우는 다가가 채린이 앞에 섰다. 그러자 채린은 건우의 품에 안긴다. 순간 당황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다리에 상처가 생기려고 하는 것을 본 건우는 뒤로 돌아앉는다.
"업혀 차까지 못 걸어가겠다며"
"정말이야! 꿈은 아니지"
"빨리 타 창피하단 말이야"
부끄러워하는 건우의 볼을 꼬집으며 건우에게 업히는 채린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발을 동동거리며 어린아이 마냥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건우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들을 뒤로 하고 채린의 차가 서 있는 곳에 걸어간다. 그 모습을 신호에 걸린 연우의 차 안에 앉아있던 슬비가 본다.
얼른 고개를 돌려 보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건우와 채린의 모습을 보고 좀 마음이 아픈 듯 애써 슬픈 표정을 하고 웃는다.
연우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손으로 연우의 손을 감싸주자 운전하던 연우가 옆으로 돌아보며 슬비의 그런 모습에 좀 놀란 듯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