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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작가 : j_재인
작품등록일 : 2016.8.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더보기

네이버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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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만들어주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속. 인영은 세상에서 가장 속깊은 동생 하진과 함께 살아갑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사이. 서로의 상처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그 깊이를 알고 쓰다듬어주는 관계. 이모와 하진은, 그렇게 인영에겐 우주와 같습니다. 그런 그녀의 세상에 석현이 선뜻, 발을 집어넣었지요. 그렇게 인영의 우주가 흔들립니다. 나의...사랑. 그러나 내 사랑이 가족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이미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는 것. 그러니, 가족...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우리 누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당장 결혼한다
작성일 : 16-08-23 21:23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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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우리 누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당장 결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촬영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팬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하진은 기자의 질문에 준비된 답변을 읊었다.

 

 "이번 촬영은 해외촬영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서 팬들께 근황을 전하는 일에 많이 신경을 못 쓴 것 같아요. 팬카페에도 더 자주 들리고 SNS에 사진도 올리고 했어야 하는데...... 앞으로 더 부지런하게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진만 몇 컷 더 찍을게요. 저기 책장 앞에서 포즈 좀 취해주시겠어요?"

 

 기자의 말에 사진기자가 장비를 챙기랴, 책장 앞 테이블들을 정리하랴, 스타일리스트가 달려와 옷매무새를 다듬으랴 현장이 부산해졌다.

 곧바로 이어진 사진촬영. 이 각도로 찍어도 완벽하고, 저 각도로 찍어도 매력이 넘친다. 사진기자의 입가에 커다란 만족의 미소가 걸렸다. 이렇게 완벽한 모델을 놓고 찍는 것은 사진작가로서 엄청난 즐거움이다.

 포즈를 바꿀 때마다 사진기자의 ‘좋습니다’ 소리가 따라붙는 촬영장. 모두가 웃음을 머금은 채로 촬영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고, 머지않아 촬영이 끝났다는 사진기자의 외침이 이어졌다.

 

 "고생하셨어요, 기자님."

 하진이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에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넸다. ‘수고하셨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건만 질문이 되돌아왔다.

 

 "하진 씨,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러세요.”

 “오프더레코드로, 제 기자 인생을 걸고 진짜 오프더레코드 약속할게요. 솔직하게 대답해 주실 수 있어요?”

 "뭔데 그렇게 거창해요? 무섭게."

 "사실 내가 사진 한 장 제보 받은 게 있거든요. 어떤 여자 분이랑 있는."

 "사진요? 저도 보여주세요."

 

 도대체 무슨 사진이기에 기자 인생을 운운하는 거지? 그리고 기사를 바로 안 쓰고 왜 보여준다는 거야? 괜히 엉뚱한 연예인이랑 스캔들 기사라도 나는 건가...... 하진은 갑자기 편두통이 생기려고 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기자가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아, 다행이다. 하진은 기자가 내민 핸드폰 속 사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진 속에는 인영이 밝게 미소 짓고 있고, 인영 옆에는 한 팔로 인영의 어깨를 감싼 자세의 한 남자가 모자를 쓰고 입만 보인 채로 역시 크게 웃고 있다. 모자 챙에 가려져 눈도 잘 안 보이는 터라 '제 사진이 아닌데요' 우겨보고 싶건만 하관만 봐도, 입매만 봐도, 누가 봐도 차하진 사진이다.

 

 연예인과의 스캔들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인영이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스물 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인영 누나는 이렇게 사진 찍히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저희 누나네요."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에이, 기자님도 여자 친구 아닌 거 아시니까 바로 기사 안 쓰시고 저한테 보여주신 거 아니에요?"

 "사실은 우리 사무실에 차하진 씨 광팬이 있어요. 그 친구가 이 사진에 있는 여성분이 사촌누나라고 하는 걸 듣긴 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진짜 애인 아니에요? 무슨 사촌끼리 이렇게 다정하게 다녀요?"

 "저희 집안이 원래 사촌끼리도 사이가 엄청 좋아요. 기자님, 그런데 이 사진으로 기사 안 쓰실 거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겠지 싶어서 하진이 미소를 지으며 -팬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표정이다- 기자에게 말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차하진, 미모의 누나 화제’ 뭐 이런 걸로라도 내면 안 될까요?”

 미소작전이 안 통한다. 기자 역시 하진처럼 웃으며 되묻기에, 하진은 미소를 거두고 정색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안 돼요! 저희 누나 질색해요.”

 “누나가 기사화 된 적이 있어요?”

 “그건 아니고, 팬카페에 저랑 누나랑 같이 있는 사진 찍은 걸 올린 팬이 있는데, 저희 누나가 너무 싫어해서요."

 "왜 싫어해요?

 "팬들이 주로 제가 잘 나온 사진을 올리니까, 누나 표정이 이상하게 나온 거나 하품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었어요. 어찌나 질색하던지...... 누나한테 미안해서 혼났네요. 여튼 기자님, 기사 내시면 안 됩니다."

 단호한 하진의 말투에 눈치 빠른 기자도 이쯤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종 하나 잡나보다 했는데 망했네요. 그래도 차하진 인터뷰 했으니 그걸로 만족할게요.”

 “감사합니다. 제 기사도 잘 부탁드릴게요.”

 "제 필력과 상관없이, 차하진 씨가 워낙 말을 잘해서 기사가 잘 나올 것 같아요.“

 "전 기자님만 믿을게요. 기자님 주차장 쪽으로 가세요? 같이 일어나실까요?"

 

 

 

 벤에 올라탄 하진은 하품을 하며 눈을 감았다.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하는 사진촬영은 언제나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두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감싸 누르던 하진은 두 눈을 감은 채로 매니저인 성진에게 물었다.

 

 "형, 오늘 인터뷰 이게 끝이지?“

 "사무실 들어가서 미팅 하나만 하면 일정 끝이야. 가는 길에 눈 좀 붙여. 너 오늘 좀 피곤해 보이더라. 어제 못 잤어?“

 운전석에 앉아있던 성진이 백미러를 통해 하진과 눈을 맞추며 물었다.

 

 "응. 좀 늦게 잤는데 아침에 인영누나 출근시켜주느라 일찍 일어났어. 그래도 아주 못 잔 건 아닌데."

 "출근을 또 시켜줬어?"

 "시간 있을 때마다 회사에 데려다주기로 약속한 거 알잖아. 약속인데 지켜야지."

 운전석에 있던 성진이 백미러를 보며 대화하기 답답했는지 뒷좌석을 향해 상체를 틀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대단하다 차하진. 열부 났네. 열부 났어. 왜 이따 저녁에 퇴근도 시켜 주지?“

 "안 그래도 회식 있대서 끝나는 시간 맞춰서 갈 거야.“

 "얼씨구. 몇 시에 마칠 줄 알고?“

 "누나가 전화 준다고 했어.“

 인영 씨 말 한마디면 두말 않고 덥석 간도 빼줄 놈이다. 성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영 씨가 그렇게 좋냐?“

 "우리 인영누나? 그럼 좋지. 예쁘잖아.“

 "예쁘기야 솔직히 우리 소속사 애들이 훨씬 더 예쁘지. 민아 같은 애는 말할 것도 없고.“

 "난 여배우보다 우리 인영누나가 더 예뻐. 뭐랄까,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분위기도 예쁘고, 웃을 때 강아지같이 작아지는 눈이랑, 또 좋아하는 거 말할 때 반짝반짝 하는 눈빛도 예쁘고. 치아도 예쁘고."

 "치아?“

 "응. 난 여배우들 라미네이트 해서 네모난 자일리톨껌 심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거 별로야. 치아가 무슨 바둑알도 아니고...... 너무 인위적이잖아. 난 인영누나같이 작고 귀여운 치아가 좋아.“

 "허이구, 그러셔?"

 "얼굴만 예뻐? 성격도 최고지. 종합선물세트잖아. 내가 우리 누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당장 결혼한다.“

 "1절말 해라, 1절만. 시스터 콤플렉스 덩어리 같으니. 나 그만 들을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상체를 다시 틀어 벤의 시동을 거는 성진을 보며 하진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팔불출이라고 놀려도, 시스터콤플렉스 덩어리라고 놀려도 난 우리 누나가 제일 좋단 말이지.

 인성에, 의리에, 포용력에, 지혜에, 힐링파워에, 센스에...... 장점을 말하자면 밤새워도 모자랄 우리 누나. 뭐하나 부족한 게 없는 우리 예쁜 누나는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하진은 메시지 창을 열어 인영을 불렀다.

 

 -누나-

 -누나-

 -바빠?-

 -바쁜가보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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