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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오데란드 전기 - 성왕전쟁 편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8.12.10

시오데란드 전기의 첫 시리즈.
15국으로 나뉜 시오데란드 세계.
민주주의, 유목민, 신성국, 마도국 등 다양한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제4왕자 클레이브와 그의 친구 시엔 스탈리스는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시엔과 베리알 후작 (2)
작성일 : 18-12-16 18:50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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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기체 강녕하셨습니까? 하하.”

 “드미네크 영지로 가셨다구요?”

 

 시엔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하며 베리알 후작은 질문을 했다. 이에 시엔은 당황을 하며 얼른 대답을 하였다.

 

 “아... 네. 미리 약조를 했던 사안인지라... 또한 워낙 시급했기에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하하.”

 “제가 만나자고 한 사안은 급하지 않다고 보셨습니까?”

 “그야...”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는 베리알 후작이었다. 이것에 시엔은 머리를 긁으며 눈알을 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베리알 후작은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었다.

 

 “북방의 검은 사자, 제이시커 왕자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겠지요? 이것도 모른다면 사가기사단의 정보력에 대한 평이 거품이라는 뜻인데...”

 “그야...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 자는 북부 귀족들을 완전히 장악한 것에 그치지 않고 타 지역 영주들에 대한 회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라의 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왕자가 영주들의 포섭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이는 차기 대권을 향한 강한 열망을 보이는 것이었다. 좀 더 나아간다면 반역을 위한 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현재 가르샤브 국왕은 병으로 위독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공식석상에서 해명을 하신 적이 없으니 이 풍문은 아마 사실일 터... 때문에 이런 제이시커 왕자의 회유에 동조하고 있는 자들이 남부의 귀족들 사이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클레이브 왕자 뿐입니다. 그 분이 전면에 나서서 남부의 귀족들을 설득해야 하지요. 그런 제 판단에 이견이 있습니까?”

 “아뇨.”

 

 엄청난 투기를 실으며 계속하여 열변을 토하는 베리알 후작의 기세에 시엔은 저항을 포기하고 실실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시엔을 쏘아보며 베리알 후작은 탁자를 쾅 하고 치며 일갈을 하였다.

 

 “그런데 왜... 어찌하여 시엔 경은 클레이브 왕자가 떠나게 놔준 것입니까...”

 

 방금의 것들이 투기였다면 지금 이것은 살기에 해당했다. 이것에 시엔은 순간 움츠러들며 저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왔다.

 “허억... 알고 계셨습니까...”

 

 대답을 하며 시엔은 최대한 빨리 머리를 굴렸다. 클레이브 왕자는 최대한 조용하면서도 은밀하게 떠났는데 이것이 이렇게 빨리 베리알 후작의 귀에 들어간 것을 생각하며 시엔은 대체 누가 밀고를 했는가를 따져봤다.

 

 그런 시엔의 표정을 보고 베리알 후작은 깊은 분노를 느끼며 한숨을 쉬였다.

 

 “혹시나 해서 떠봤는데 역시나로군요. 두 분의 주변에 제 사람을 심은 것은 아니니 걱정일랑은 마십시오. 시엔 경의 판단력이라면 클레이브 왕자가 제 뜻에 따라 디스카이온에 남기로 결정했을 경우 제 부름을 무시하고 오크 같은 몬스터 토벌을 선행할 리가 없겠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베리알 후작은 시엔이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또한 계급도 자신보다 낮음에도 계속하여 경어를 사용하며 말하였다. 이는 베리알 후작의 됨됨이를 볼 수 있는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어 속에 담긴 강렬한 압박감은 시엔을 잔뜩 움츠러들게 하고 있었다. 시엔에게는 오히려 더욱 차가운 느낌을 주며 웬만한 욕설보다 더 강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상태였다.

 

 “아... 뭐... 헤헤.”

 

 시엔은 머리를 긁적이며 더 할 말이 없는 듯 억지 미소를 지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속담을 믿으며 한 최후의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통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베리알 후작은 그 모습에 다시 깊은 한숨을 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아무튼 일은 저질러졌고... 그 뒷감당은 이제 시엔 경과 나에게 지워졌습니다. 이를 어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가 추궁에 해당했다면 지금 이 물음은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이것에 시엔은 반성하는 학생의 자세에서 벗어나 진지한 눈빛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클레이브를 대신할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이지요.”

 “해결을 한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베리알 후작은 시엔을 깔보는 눈빛으로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 이에 시엔은 굳건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대며 말하였다.

 

 “남부의 귀족들 중에서 딴 마음을 먹는 자들이 있다면 그 분들 모두를 회유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왕자가 아닌 그대가 말입니까? 지방 귀족들은 왕자들이 차기 왕의 자리에 올라갈 자들이라 그렇게 미리 아부하고 자산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후 중앙 귀족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시엔 경은 그것과는 거리가 먼 이인데 그들이 시엔 경을 따를 것이라고 보십니까?”

 “하하. 클레이브는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고 돌아온 후의 클레이브는 더욱 강력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국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겠지요. 고로 방금 말씀하신 것은 그리 의미가 큰 것은 아닙니다.

 즉, 중요한 것은 향후 내전이 발생할 경우 어느 쪽에 붙어야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베리알 후작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 추궁을 당할 때의 시엔의 모습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지금 시엔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 당당한 모습에 베리알 후작의 눈빛은 조금 변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베리알 후작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럼 그대가 저 강성한 북부를 제압할 수 있다고 보시오? 제이시커 왕자는 현 국왕 가르샤브에 못하지 않다는 평까지 받고 있는 자올시다. 그를 당해낼 수 있겠소이까?”

 “넘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엔은 전장에서 보이는 차갑고,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이 모습에 베리알 후작의 눈빛에는 이채가 서렸다.

 

 “그대를 어릴 적부터 보아왔지만 이렇게 광오한 사람일 줄은 몰랐군. 그래서 클레이브 왕자를 보내주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한 것인가...”

 “과찬이십니다. 저의 그릇은 클레이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하.”

 

 베리알 후작은 다 들리는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으나 시엔은 능청스럽게 그것을 받으며 씨익 웃었다. 이에 베리알 후작은 기가 찬 듯 헛기침을 하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한번 증명을 해보이세요. 그대가 클레이브 왕자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다면 이 사람도 그대를 한 번 믿어보도록 하겠소.”

 “하하. 모든 것이 그리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서 후작님께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벌써부터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실망인데...”

 “하하. 물론 저희 사가기사단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긴 하나 자고로 시간은 낭비하지 않는 것이 옳은 법이지요. 아마 후작께서는 어렵지 않게 그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시엔은 능청스럽게 말하며 손을 내미는 포즈를 취하였고 이에 후작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래. 내가 바로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해주도록 하지. 그것이 무엇이오?”

 “간단한 일입니다. 귀족들과 교류를 자주 하시는 후작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실 내용이지요. 바로 클레이브에 반대하는 귀족들의 명부입니다.”

 “!?”

 

 시엔의 요구에 베리알 후작의 머리에는 순간 물음표가 떴으나 곧 그 의미를 알고는 웃으면서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 어떤 두루마리를 꺼내서 들고 와 시엔에게 건네주었다.

 

 이런 후작의 준비성에 시엔은 내심 감탄을 하며 그 두루마리를 폈고 그곳에는 적지 않은 수의 귀족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건네며 후작은 시엔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 놀라거나 난감한 표정을 지을 것이라 예상했던 베리알 후작은 의외로 시엔이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읽자 약간 놀라면서 물었다.

 

 “어찌 미소를 짓는 것이오?”

 “네? 아... 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어찌 해결할까를 생각하며 즐거워진답니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에 그리고 싶은 것을 어찌 그릴까 생각하는 아이와 같다고 할까요? 하하.”

 “허어...”

 

 더없이 긍정적인 시엔의 자세에 베리알 후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 모습에 시엔은 고개를 돌려 도리어 질문을 하였다.

 

 “후작님. 후작께서는 천하를 노리실 경우 어떤 방식으로 천하를 잡을 생각이십니까?”

 “음? 뜬금없는 질문이군. 나라면 가장 강대한 세력을 찾아 그 중심으로 파고들어 중앙을 차지한 후 그 세를 몰아 주변을 하나하나 흡수하며 전체를 얻을 것이오.

 그것이 이 베리알이 천하를 쥐는 방식이외다.”

 “하하. 그렇군요. 저는 조금 다르답니다. 저라면 가장 약한 곳으로 가서 소외받는 자들을 먼저 내 편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들은 워낙 천대를 받은 자들이라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빠르게 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외곽부터 세력을 모은 저의 힘은 중앙의 강자들을 뛰어넘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중앙을 무너트려 전체를 차지할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엔의 방식이지요.”

 

 후작과는 완전히 다른 시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시엔의 눈빛은 매우 강렬했다. 이는 베리알 후작으로서도 압도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시엔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고 그대로 몸을 돌려 집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런 시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베리알 후작의 표정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스탈리스 영지로 돌아온 시엔은 즉시 사가기사단을 소집했다. 총 1만이 넘는 사가기사단원들 중 합류가 가능한 4천여 명 정도가 소집에 응해 본성 앞으로 집결하였다. 사가기사단은 스탈리스 가문의 정규 직업 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율적인 조직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소집에 강제성이 없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수가 모이자 시엔은 새로운 출정을 위한 타깃을 언급하기 위해 간부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조르쥬는 시엔의 안색을 살피며 히죽 웃었다.

 

 “헤헤. 그래. 베리알 노친네를 만나 시달린 것 치고는 빨리 회복하셨군요. 이야기는 어찌 잘 되신 것입니까?”

 

 남부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귀족에게 무례한 단어를 붙이는 조르쥬의 모습에 시엔과 노라드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귀족에게 강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과거를 잘 알기에 두 사람은 별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일종의 숙제 하나를 부여받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이 잘 해결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숙제를 처리하는 것만 남았지요.”

 

 노라드는 대답을 대신 한 후 시엔을 바라보았고 시엔은 안건을 바로 언급했다.

 

 “베리알 후작이 내건 조건은 디스카이온 남부에 있는 반 클레이브 파 귀족들의 회유와 척결이다. 그 명단을 얻어왔으니 다들 읽어보도록.”

 ‘탁’

 

 시엔은 베리알 후작으로부터 받은 명부를 펴서 탁자 위에 얹었고 각 부대장들은 그 앞에 서서 귀족들의 명단을 읽어 내려갔다.

 

 “허어... 이것 참... 우리 왕자 님 인기가 참 어지간히도 없었구먼.”

 “누가 아니랍니까. 이 정도 수라면 한 방에 해결하는 것은 무리로군요. 오크 놈들 잡느라 삭신이 쑤신데 이거 쉴 틈도 없겠네.”

 

 미켈과 조르쥬는 낄낄 거리면서 말하였다. 두 사람은 별로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반면 파에즈는 그 이름들과 작위, 계급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생각을 골똘히 하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시엔에게 물었다.

 

 “어느 쪽부터 먼저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위입니까. 아래입니까.”

 “답은... 아래다.”

 

 시엔은 미리 생각해둔 바가 있는 듯 바로 답을 하며 지도의 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곳은 디스카이온 남부에 있는 ‘웨이니’ 호수였다.

 

 “웨이니 호수 주변에는 4개의 자작 가문 영지가 있다. 이들 모두가 반 클레이브 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군. 일단 이들을 먼저 회유하여 나의 편으로 만들 생각이다.”

 “호오... 귀족 계급 중에서 낮은 편인 자작... 그들 넷이 모두 베리알 후작과 클레이브 왕자님께 반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놈들이군요.”

 “본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자들이 판도가 바뀌는 것을 바라는 법이지. 그들에게는 지금 남부의 패권을 잡고 있는 베리알 후작과 클레이브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판도가 바뀐다고 하여 정말 바뀌는 것은 별로 없기 마련인데 말이야...”

 

 시엔은 차가운 눈빛으로 웨이니 호수 주변의 네 가문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반 클레이브 왕자 파에 자작 가문들이 상당히 많군요. 호오... 이것 참...”

 “후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들은 그만큼 마음을 돌리는 것도 쉽기 때문이죠. 본보기로 몇 가문만 회유할 수 있다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노라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 후 시엔을 보았고 시엔은 배 모양의 모형을 집어서 그것을 웨이니 호수 옆으로 이동시켰다.

 

 “이번 전투는 웨이니 호수에서 벌어질 것이다. 고로... ‘스톰윈드’ 함대를 쓸 것이니 다들 이동 준비를 해놓도록.”

 “네? 오라... 이번에 상대할 적들은 수적들인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웨이니 호수는 수적들과 ‘멀록’ 족들이 많아 해상 무역에 상당히 애를 먹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이 한데 뭉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조직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더군요. 때문에 현재 웨이니 호수를 사이로 한 해상 무역은 완벽하게 봉쇄되었고 주변 네 자작 가문들의 경제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오.”

 

 노라드의 설명을 들으며 부대장들은 이해를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 생각이 깊은 파에즈는 그러면서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시엔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엔 님. 그렇다면... 이 자작들은 그리 돈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그 보상을 어찌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영지 내의 수적들을 토벌할 힘도 없는 약한 자작들이었다. 파에즈의 계산으로는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 스톰윈드 함대와 4천의 병력을 쓰는 것은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파에즈의 이의제기에 다른 부대장들도 눈을 번득였다. 이에 시엔은 탁자를 만지며 미소와 함께 답했다.

 

 “보상은 없다. 이번 일은 무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네에? 무보수로 이들을 쓰겠다는 것이십니까? 물론 사가기사단 자체가 시엔 님에 대한 존경심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라서 병력 규모에 비하면 돈이 적게 듭니다만... 그래도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은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사가기사단은 일종의 용병과도 같은 운용을 하고 있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평민들을 위해서는 대부분 무상으로 일을 해주었으나 귀족들을 상대로 한 거래만큼은 대가를 톡톡히 받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엔의 선택은 그동안의 방침과 매우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 미켈과 조르쥬도 약간 불만이 생긴 듯 눈초리가 달라졌다.

 

 그에 시엔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뭐... 저번에 포로로 잡은 오크와 트롤 족 노예들도 여유롭게 있고, 그들을 팔아 번 돈도 상당하지. 이번 일 정도를 무상으로 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라네.”

 “그렇지만...”

 “그리고! 지금은 돈을 따질 때가 아니라네. 지금은 돈보다는 힘없는 하급 귀족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시기... 수적들을 처리하고 그들을 회유할 수 있다면 그들은 향후 디스카이온의 내전에서 그 몇 배 역할을 해줄 자들이지.”

 

 시엔은 부대장들의 불만을 자르며 확고하게 말하였다. 이 모습에 파에즈도 잠시 머뭇거린 후 뒤로 물러섰다. 귀족들을 무상으로 돕는다는 것에 불만은 있었으나 그래도 그들에게는 시엔에 대한 충성심과 믿음이 더욱 컸다.

 

 

 

 사가기사단의 행동 개시는 매우 빨랐다. 그들은 다음날 바로 스탈리스 본성을 출발하여 마을을 나왔다. 본성 창고에 있는 스톰윈드 함대의 함선들 20척을 모두 꺼내어 바퀴 수송차에 실었고 스탈리스 영지에 몇 안 되는 말들을 모두 그 차에 연결하여 이동을 시작했다.

 

 웨이니 호수는 영지의 동쪽에 있었고 그렇기에 사가기사단은 최단 경로를 위해 베리알 후작의 영지를 다시 지나게 되었다. 시엔은 미리 노라드를 보내어 길을 이용할 것에 대한 양해를 구했고 이에 베리알 후작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를 허락했다.

 

 덕분에 사가기사단은 베리알 가문의 본성 바로 앞을 지나게 되었고 베리알 후작의 백성들은 그런 시엔과 사가기사단의 모습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긴 듯 신나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구경꾼들 중에는 세인트 양도 있었다. 세인트는 가냘픈 몸으로 군중 사이를 애써 파고 들어가서 시엔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가 멀리 앞서가면 다시 뒤를 따라가며 보는 것을 반복했다.

 

 “아가씨!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 합니다. 마님께서 걱정하실 거라구요.”

 

 세인트의 유모는 여자 시종과 함께 손에 든 장바구니를 들고 헥헥 대며 따라와 말했다. 이에 세인트는 시엔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갑옷을 입은 스탈리스 백작님의 모습이 너무 신기한 걸...”

 “히히. 신기한 것이 아니라 너무 멋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여 시종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였고 이 농담에 세인트의 얼굴은 화끈거렸다. 그러자 유모는 주먹으로 여 시종의 머리에 알밤을 놓은 후 성큼성큼 다가와 세인트의 손목을 잡고 영주 궁 쪽으로 잡아끌었다.

 

 “이제 더는 안 됩니다. 벌써 이십 분 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마님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도 남을 시간을 지체했으니 잠자코 따라오시지요.”

 “아...”

 

 유모는 강인한 덩치로 세인트를 데리고 돌아갔고 그렇게 세인트는 연인과 이별하는 비운의 여인 같은 눈빛으로 시엔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애써 고개를 돌려 유모를 따라갔다.

 

 

 

 그리고 이렇게 지나가는 시엔을 관찰하고 있던 것은 베리알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후작 궁의 가장 높은 층에서 사가기사단의 행군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집사 ‘콘돌’이 노회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허허. 어찌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외부 군세에게 베리알 시를 지나가게 한 것이 마음에 아니 드신 것입니까?”

 “훗. 나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닐세. 그것보다는... 저 시엔이란 자가 과연... 내 기대치만큼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그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군.”

 

 후작의 말에 콘돌은 사람 좋은 영업 용 미소를 더욱 강하게 하며 다시 물었다.

 

 “기대치라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가르샤브 왕의 피를 이어받은 적통이라 불리는 제이시커 왕자...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네. 그저 나와 함께 이 디스카이온 남부의 세력을 규합하여 겨우 맞설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귀족들의 통제는 내가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으니 시엔은 전장에서 병사들을 훌륭하게 이끄는 역할, 그래서 북방의 쟁쟁한 명장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네.

 그러나...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이제 겨우 20대 후반... 체스판의 퀸 같은 힘은 아닐 지라도 루크나 비숍 같은 수준만 해주면 좋으련만...“

 “푸흐흐흐”

 

 후작의 말을 듣고 있던 콘돌 집사는 처음에는 이를 잠자코 듣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에 베리알 후작의 꼬장꼬장한 얼굴이 더욱 그 성미를 드러내며 콘돌에게로 향했다.

 

 “왜 그리 웃는 것인가?”

 “하하... 아! 죄송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뭣하지만... 후작님께서 그동안 일이 너무 많으셔서 그런지 남부의 최근 정세를 너무 모르신 듯 하여 그랬습니다.”

 “최근 정세라니? 남부에 무슨 큰 변화라도 있었는가?”

 

 보통 하인이 귀족을 비웃는 듯한 행위를 할 경우 해고는 물론 곤장 등 큰 벌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귀족들의 행태였다. 그러나 베리알 후작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 콘돌이 방금 한 말에 더 신경을 썼다. 이에 콘돌은 자세를 가지런히 하며 설명을 하였다.

 

 “후작님... 디스카이온 남부에서 시엔 스탈리스 백작의 인기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이를 모르는 것은 귀족들뿐이지요. 15세의 나이에 스탈리스 가문을 책임지게 된 그분은 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결단력과 치밀함으로 가문의 세를 키웠고 그 힘을 소외된 평민, 천민들을 돕는 것에 썼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가문의 사병들을 사가기사단이라 칭해 새로 편제하였고 그들을 영지 곳곳에 파견하여 영지 내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복지를 실현하는 정책을 펼쳐 어지럽던 스탈리스 영지를 한순간에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지요. 때문에 현재 스탈리스 영지의 번화함은 우리 베리알 영지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답니다. 물론 규모에서는 매우 작지만 말입니다.”

 “음... 그런가. 확실히 그가 사람 좋은 인물이라는 것이란 것은 나도 느꼈다네. 허나 그것으로는 부족하지. 그렇게 착해빠지기만 한 인물은 냉혹하고 더러운 정치의 세계를 이끌어 갈 수가 없어. 또한 전장에서도 적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하지.”

 

 후작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모습에 콘돌은 더욱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영주님. 스탈리스 경은 전장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일단 ‘로스카.11.’의 작위에 올랐을 정도로 무예에 있어서는 말이 필요 없는 강자입니다. 소드마스터를 넷이나 보유하고 있는 디스카이온에서 이 정도면 타국에서는 기사단장을 할 정도의 위치이지요.

 또한 그분의 진짜 무서움은 지휘 방식에 있습니다. 더없이 냉철하고 차가우며 또한 교활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비겁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전략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가기사단 내에서는 이에 불만을 가지는 자들이 있을 정도이지요. 그러나 그 불만을 모두 무마시킬 정도로 그는 자신의 군대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때문에 그의 군대는 수없이 많은 전투를 소화하면서 언제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과를 낳아왔습니다.

 후작님께서는 방금 스탈리스 경이 북방의 명장들보다 못할 것이며 체스판의 루크 역할도 하기 어렵다고 보셨는데... 글쎄요. 제가 보기에 스탈리스 경은 북방의 명장들은 물론 제이시커 왕자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는 전과를 세운 자가 아닙니다. 또한 체스판에서 가장 막강한 퀸의 강력함 역시 가지고 있는 자입니다.

 후작님께서 이렇게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완전히 다른 말씀을 하셔서 제가 그만 웃고 말았던 것이니 방금의 무례함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콘돌은 여전히 노회한 여우 같은 표정으로 몸을 굽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것을 듣는 베리알은 계속하여 고개를 갸웃하며 시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음... 그런가. 그런데 말이야. 내게 길을 열어달라며 준 문서를 보니 저들은 지금 웨이니 호수의 수적들을 토벌하러 간다고 하는데... 저기 함대를 실은 마차도 보이고... 바다가 없는 디스카이온에서 수적과 싸우겠다니... 이것은 조금 무모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하. 아닙니다. 저도 그리 많이는 듣지 못했으나 스탈리스 경의 해상 전 능력은 육상 전의 능력에 결코 못지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상 전 경험이 거의 없는 디스카이온 장군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해상 전의 강자로 통하고 있지요.

 그와 동시에 그분의 ‘스톰윈드’ 함대는 대단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호오...”

 

 호수는 여럿 있으나 바다가 인접하지 않은 탓에 해상 전을 꺼리는 자가 대부분인 디스카이온에서 그 능력마저 출중하다는 말을 듣자 베리알 후작은 굉장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사가기사단을 보았다.

 

 ‘아무래도... 저 청년은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겠군.’

 

 베리알 후작은 며칠 전 만남에서 느꼈던 시엔의 인상을 떠올렸고 많은 생각이 그의 뇌리를 교차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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